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58)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57화(158/243)
16.고민지의 밤.
톡.
낡은 바둑판 위에 검은 돌이 놓인다.
판의 정 중앙, 천원.
어지간해서는 놓지 않는 그곳에, 흑돌이 놓인다.
“허 참.”
고영만은 혀를 쯧쯧 차고는 백돌을 들어 응수했다.
“이 바둑이라는 게, 참 묘해.”
“….”
“도저히 답이 아닌데, 지나고 보면 그게 답인 경우가 많아.”
다시 흑돌을 쥐고 백돌에 응수한다.
첨예한 전투가 벌어진다.
한 시도 방심할 수 없는 수상전.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그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꼭 그런 것들이 강력하단 말야.”
혀를 쯧쯧 차고는 고개를 젓는다.
백돌을 쥐어 일선에 돌을 놓는다. 항복.
“…회장님, AI라도 도입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보다 못한 실장이 은밀히 제안해 보지만, 고영만은 고개를 흔든다.
“거 자네, 바둑 AI는 규정 위반인 거 모르나?”
“하지만 이렇게 혼자서만 두셔서는 과연 효율이 나올지…. 사범들이라도 불러올까요?”
“거 됐네. 바쁜 양반들 뭐 하러 오가게 하노. 내는 이 바둑판이면 충분하다.”
“….”
판 위에 놓인 돌들을 모두 정리하고, 다시 흑돌부터 돌을 놓는다.
“그리고 인마. 사람들 깜짝 놀라게 하려면은, 무슨 사범들 데려다가 교육 받는 그런 걸로는 안 돼. 임팩트가 약하다고. 내 혼자 시작해서 내 혼자 깨우치고, 그러고 난 다음 바둑계를 제패해야 이 가오도 살고 그러는 거 아닌가? 고영만 초단, 독학으로 바둑계 제패하다! 이 얼마나 멋지냐 이 말이야.”
“….”
확고한 그의 뜻에, 실장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물러난다.
“두고 봐. 내년 바둑 리그는 이 고영만의 이름 석자가 가장 많이 오르내릴 테니까.”
“예.”
“헌데 그, 요새 시끌시끌 하다며?”
“아, 예. 도련님께서 벌인 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고영만에게 ‘도련님’이라 할 만한 사람은 한 명 밖에 없다.
고무열.
그의 손자이자 고무진의 아들이며, 유일한 남자 직계.
그리고 고영만에게 바둑판을 선물해준 기특한 녀석이기도 하다.
“그 뭐, 남동공단 작업 들어갔다고 했나?”
“경찰국과 검찰, 시 방위군, 밀리터리스 등과 공조해 남동공단을 무력으로 밀어 버렸다고 합니다.”
“그 험한데를 참네.”
고영만이 손을 펼쳤다.
실장이 얼른 다가가 자료를 건넨다.
한동안 바둑은 진행 되지 않았고, 서류 넘기는 소리만 들려왔다.
“이 자슥 약 끊고 바른 생활 하더니 제대로 일 터뜨리고 다니는구만. 음.”
고영만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여자를 좀 밝히고 다소 망나니스러운 무빙을 보인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의 눈에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한 수준이었다.
“다 좋은데, 금마 이거 구청장은 왜 팬 거야? 뭔 일이고?”
그러다 발견한 것.
고무열이 구청장 연설에 난입하여 폭력을 휘두른 것이었다.
당시 생방송 중이어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걸 직관했고, 지금도 영상이 올라와 있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멸시가 극에 이른 상황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쾌하다는 반응이었고, 심지어는 그냥 죽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댓글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여기에는 후에 나오는 고무열과 기자와의 대화 덕분도 있다.
고무열이 남동공단과 인천 시민을 위해 큰 출혈을 감내하는 것으로 연출 됐으니까. 구청장은 그런 그를 방해하는 천하의 썅년이 되어 있었고.
“도련님께서 해당 작전을 수월하게 진행하시기 위해 구청장과 접촉을 하셨습니다. 골자는 남동공단을 모두 밀어버린 후 재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구청장의 권한을 이용해 당신의 법인에 많은 혜택을 달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구청장이 욕심을 좀 부린 것 같습니다. 도련님의 청은 모두 보류한 채 현장에 등장해서는 마치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자신이 계획한 것처럼 연설을 했고, 이를 본 도련님께서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쯧쯧쯧.”
고영만이 혀를 찬다.
“내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뭔지 아나?”
“…모르겠습니다.”
“주제 파악이다!”
“….”
고영만이 서류를 툭 내려놨다.
“사람이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면 화를 입는 법이지. 어디 구청장 따위가 내 손자 앞을 막아? 이게 이 정상적인 대구빡을 가진 놈이면 가능한 일인가?”
“진보혁신당 소속입니다.”
“….”
대구빡 부분 부터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두드렸던 고영만이 입맛을 다시며 손을 내렸다.
진보혁신당 소속이라는 것 만으로도 모든 설명이 됐다.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 믿는 그 빡통들 말이가?”
“예.”
고영만이 짙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저으며 가운의 단추를 잠근다.
“고마 거, 많이 봐줬다. 이만 정리해라.”
“예. 회장님. 조치하겠습니다.”
정치역학 상 그대로 두는 편이 이득이라 놔두고 있었는데, 고영만은 더 이상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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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의 방해가 된다면 치워야지. 둘 이유가 뭐가 있나.
“무열이가 인천을 원하는 것 같으니, 알아서 그, 저기 좀 해라.”
“예. 회장님.”
“티는 안 나게 하고.”
“예.”
“민영이 갸는 티가 너무 나서 안 돼. 어디 부담시러워서 받겠나. 받는 무열이도 생각 해야지. 스스로 해보겠다는 아인데.”
“도련님께서 눈치채지 못하시도록 잘 조치하겠습니다.”
“그려.”
+++
– 3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남동공단, 재개발 추진하는 고무열은 누구?
– 경찰과 검찰, 합동 작전 실시… 사상 초유의 대규모 군사작전 전개
– 남동공단은 대체 어떤 곳인가.
– 또 인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학살극
– 범죄자에 대한 응징인가, 인간에 대한 학살인가.
– 고려 엔터 고무열 대표, 남동구청장 폭행…. 구청장 의식불명 상태.
– 이나은 특검 또다시 활약….
– 남동구 갑 김은지, “시민의 승리”
작전 개시한 지 이틀이 되었다.
나는 그동안 쭈욱 남동공단 근방에 머물렀는데, 뭐 독려라느니 하는 거창한 목적을 내세우긴 했지만 그냥 불구경 하려고 온 거다.
시간도 좀 애매했고.
약속대로 고모한테 자지 사진을 보내 줬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고모도 보지 사진을 보내오고…. 그러다 화상 통화까지 해서 폰섹까지 연결되는….
그런 걸 하다 보니 그냥 계속 머물게 됐다는 그런 스토리다.
‘고모가 점점 야해지고 있어. 아주 좋은 현상이다.’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폰으로 뉴스에 접속한다.
당연하게도 기사가 쏟아져 있다.
개중에는 내가 서현주를 통해 내보낸 기사들도 있고, 이 주변으로 몰려온 기자들이 쓴 기사도 있다.
내가 구청장을 폭행하는 장면도 그대로 실려 나갔는데, 이게 또 의외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가 편집해 미튜브에 올린 폭행 영상이 순식간에 조회수 300만을 돌파하며 인급동이 되었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조회수가 불어나는 중이다. 뉴스에서도 막 다루고 있고.
댓글도 다 좋은 편이다.
통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고 보다 과격한 댓글도 많이 달렸다.
아무래도 우리 두꺼비양이 호감작을 달달하게 한 모양인데. 무슨 짓을 하면 쳐맞았는데도 불쌍히 여기는 사람이 없냐.
“아. 유명해질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
아무튼 덕분에 내 얼굴과 이름도 많이 알려졌다.
내가 고려 그룹의 직계 손자라는 초 로열 패밀리라는 것도.
“그…. 주인님.”
수아가 조심스레 불렀다.
“경찰국에서…. 구청장 폭행 관련으로 소환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제발 와주시면 안 되냐고 하는데요.”
“….”
문제는 너무 크게 유명해져서 경찰국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거지.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경찰국 고위 관계자인 광 머시기 특별어쩌구랑 친근하게 악수까지 나누었는데, 오늘은 경찰국에서 소환장이 날아왔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대놓고 뚜드려 패는 게 영상으로 나갔는데 안 할 수는 없잖아. 이런 건 이해를 해 줘야지.
이런 걸 재깍재깍 들어주고 그래야 나중에 나도 더 거하게 뜯어낼 수 있는 거다.
이게 다 상대방에게 감정의 짐을 지어 주는 작업이라는 거지.
“언제?”
“시간 되실 때 가까운 청으로 행차해 달라고 하네요.”
“뭐 국밥 한 그릇 먹고 오면 되나?”
가서 대충 어떻게 생겨먹은 건물인지 구경도 좀 하고, 예쁜 경찰 있는지도 좀 보고 하면 될 것 같다.
생색도 좀 내고.
이참에 예쁜 여경 하나 데리고 유치장 같은데 들어가서….
크흠, 꼴리는데?
아예 수아도 데리고 가서 ‘인재’ 발굴을 좀 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정말 할 일이 많고 바쁜데, 경찰국 면을 생각해서 가 준다고 확실히 전해. 일정은 추후 조율하는 걸로 하고.”
“네. 주인님.”
천막을 나와 아침 공기를 맞이했다.
기지개를 쭉 편 뒤 길을 걷는다.
여전히 코를 찌르는 각종 전쟁의 냄새가 있는데, 대충 그러려니 하면서 숨을 들이쉰다.
“헛,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어, 그래요.”
지나가면서 갖가지 사람들을 마주쳤다.
대부분 군 병력이나 경찰 병력, 검사 등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어째서인지 내게 경례를 이어 붙인다.
꼭 경례를 하는 게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공손한 태도를 취하며 예를 다하는데, 내 생각에 고모가 보낸 거대전함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때, 내가 한창 연설(?)하고 있었을 때 등장한 거대 전함은 무려 메카 20기를 뿌려 놓고 남동공단을 잘근잘근 다져 놓았다.
덕분에 내가 고민지에게 빌린 기사 15명까지 합해 총 35기라는 정신 나간 숫자의 메카가 동원된 작전이 되었는데, 기사 한 명 한 명이 국가전력급 병기라는 걸 생각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물량이다.
거기에 경찰국에서 동원한 5만의 병력과 시 방위군에서 나온 기갑사단, 유례 없는 대규모 특검을 설치한 검찰까지.
이 모든 배후에 내가 있다는 게 대략적으로 그려지니까 사람들이 날 어렵게 대하는 거다.
“음. 역시 주먹 만한 예절 주입기가 없구만.”
– 지잉.
그때,
문자가 왔다.
고민지였다.
– 야 ㅋㅋㅋㅋㅋㅋㅋ 나 영상 봤닼ㅋㅋㅋㅋ 미쳤냐 진짜 타격감 웬일.
– 와 씨발 무슨 사람이 초거대탱탱볼처럼 생겼냐.
– 발목이랑 손목 존나 아플 듯. 존나 푹신푹신해 보이네.
– 어우 씹.
방금 나의 구청장 폭행 영상을 봤는지, 아주 신이 나서는 리뷰를 하는데, 참 고민지스러운 코멘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