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61)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60화(16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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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단또를 데리고 놀았다.
내가 벌인 일 자체는 상당히 많고 복잡했지만, 대부분은 뭐 심사를 받는다거나 어디 계획을 작성한다거나 이제 막 삽을 뜬다거나 하는 것들이라 시간이 좀 남는 편이었다. 나의 대략적인 판단은 이미 끝난 상황이거든. 방향만 딱딱 짚어주면 비서들이 알아서 한다.
그렇게 며칠 빈둥대던 나는 곧 큰 고민에 빠졌다.
그간 고민지가 나를 꽤 도와줬는데, 이에 대한 보답을 어떻게 해주느냐에 대한 맹렬한 고민이다.
뭐, 그녀 말로는 그냥 와서 잘 놀기나 하라는데, 사람 마음이 그리 쉽지가 않잖아?
아무것도 없이, 빈 손으로 그냥 방문해서 놀다 가기에는 내 마음이 불편하다.
무릇 손님이라 하면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방문하는 것이 예의인데, 하물며 나는 온갖 도움을 받았단 말이지. 도저히 그냥 빈손으로 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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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시들지 않는 황홀’을 줄 수도 없고 말이야.”
고모한테 선물했던 그 불타는 장미는, 내가 꽃말과 의미를 몰랐으면 모를까 알면서도 사촌 누나한테 주기는 좀 그렇다.
비록 내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해도 말이다.
게다가 고민영이랑 고민지는 모녀관계잖아?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가 똑같은 선물을 모녀에게 줬다는 말이 나오면 좀 여러 가지 의미로 곤란할 수가 있거든.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
무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고민지가 인간사냥을 좋아하다 보니 이것과 관련된 걸 선물로 주면 어떨까 싶었던 거지.
근데 또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까? 고민지 이 양반은 본인부터가 밀리터리스 핵심이사고 엄마인 고민영이 밀리터리스 사장이다.
무슨 무기를 갖다 줘도 큰 감흥이 없을 것 같았다.
하.
이게 참 고민이야.
할아버지도 그렇고 고민영도 그렇고 고민지도 그렇고.
다들 돈과 권력이 썩어나는 인간들이다 보니 뭘 원하고 있는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거든.
그나마 할아버지한테 준 명인의 바둑판이 대히트를 치긴 했는데, 고모한테 준 장미는 살짝 뭔가 핀트가 엇나가는 느낌이고, 고민지는 진짜 뭘 줘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후…. 결국 그 방법 밖엔 없나.”
어쩔 수 없다.
비장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 무슨 일이니? 아침부터…. 혹시 어제 일을 계속 하고 싶은 거라면-,
바로 고민영에게 전화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딸에 대한 건 엄마가 잘 알지 않겠어?
참고로 고민영이 말하는 어제 일이란, 날이 갈수록 수위가 상승하는 그녀와 나의 폰섹이다.
아주 뜨거웠지….
이제 서로의 모습을 화상으로 보면서 자위까지 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분명히 자위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실제로 만나서 박을 때가 너무 기대된다.
“제가 다음 주 중으로 민지 누나 별장에 방문하기로 했거든요.”
– 아.
“그간 도움을 많이 받아서 특별한 선물을 좀 준비하면 어떨까 싶은데, 제가 누님에 대해 아는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물어봐도 딱히 제대로 된 대답이 오지도 않고요.”
– 뭘 선물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거니?
“예.”
– 민지랑 같이 ‘놀기’로 했다면서. 재밌게 놀아주면 되지 않을까 싶구나.
“으음. 뭔가 특별하게 좋아하시는 거라던가 그런 건 없나요?”
– 글쎄. 워낙 괴팍한 아이라.
“….”
아니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 새로운 군함을 사주는 정도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 같긴 한데.
“예? 군함이요??”
– 그래. 내가 남동공단에 보내준 그거…. 그건 아직 민영이도 못 만져본 물건이거든.
“….”
아니 딱 봐도 수백조는 할 거 같은데 나한테 그런 돈이 어딨어….
내가 난감해하는 기색을 읽었는지, 고민영이 전화 너머로 까르르 웃었다.
– 농담이야. 우리 무열이가 건강하고 남성미 넘치는 모습으로 가면 그것 만으로도 선물이 아닐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 후후.
이거 뭔가 데자뷰네.
전에 고민영한테 무슨 선물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지한테 전화했을 때도 대충 이런 느낌으로 문답이 오갔던 거 같은데.
아무 도움 안 됐다는 얘기다….
– 별로 신경 안 써도 된단다.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아이가 아냐.
“그,그렇군요….”
– 외톨이 같은 녀석이니 같이 있어 주기만 해도 충분히 기뻐할 거야. 말로는 틱틱댈지 모르지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래. 그리고…. 나도 12월 중순에 시간 비워 놨어. 12일 토요일과 13일 일요일. 금요일 밤부터 온다면….
“금요일 저녁에 미리 가 있을게요.”
– 후후. 그래.
‘그래’라고 대답하는 고민영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끈적했다.
아 씹.
발기했어.
순간 또 폰섹을 할까?
하는 유혹이 들었지만 승이 사리를 만드는 심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지금은 그녀가 매우 바쁠 시간이기도 하고, 그녀에 대한 기대감을 자꾸 폰섹 같은 간접 섹스로 풀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포장해도 그건 결국 자위니까.
마침 만날 날도 정해졌으니 그녀에 대한 욕망은 그때까지 참다가 그날 모조리 쏟아내는 게 좋을 거 같다.
대신 흥분한 자지는 제때에 풀어줘야 하는 법이니, 대충 수아를 비롯한 팀장들을 데려와서 뒹굴었다.
오늘도 화끈한 보지들이었다.
“심플하게 목걸이나 만들어서 줄까?”
뜨거운 섹스를 끝낸 뒤, 나는 고민지에게 줄 선물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 선택한 게 목걸이.
그냥 목걸이는 좀 재미없고….
RK-99 레시피를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물론 당연히 진짜 RK-99를 만들어서 주면 난리 날 테니 그건 안 되고, 레시피 중에 몇 가지 빼먹거나 변형하면 특수 소재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거든.
대부분 이쁘기만 하고 딱히 산업적인 실익은 없어서 뭐 노려진다거나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런 거 중에 하나 뽑아서 그걸로 목걸이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다.
마침 슬슬 미래를 위한 떡밥을 깔아둬야 하기도 하고.
“대충 화학에 관심이 생겨서 직접 만들어 봤다…. 이 정도는 깔아 둬야겠지.”
그래야 나중에 내가 RK-99를 개발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능할 거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그런 걸 개발했다고 하면 누가 믿어.
상온상압초전도체는 노벨상을 받을 게 아니라 내 이름으로 상이 하나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업적인데 나라도 안 믿겠다.
아무튼 그렇게 변명 하나를 떠올린 뒤, 바로 결정.
더 오래 생각한다고 해서 뭔가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지는 않았다.
“수아야, 누나한테 줄 목걸이 만들 거거든? 내가 소재 하나를 만들 거야. 그러면 그걸 가지고 전문가가 목걸이를 만들어 주는 거지.”
“어…. 누나라는 게 고민지 아가씨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사촌 누나한테 목걸이요?”
“응.”
“….”
수아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도 뭔가뭔가긴 한데, 생각나는 게 없다고.
그렇다고 반지를 줄 순 없잖아. 그 의미는 나도 알 정도로 너무나도 명확한데.
“사실 내가 예전부터 화학에 관심이 좀 있었거든. 이것저것 만들어보려고.”
“아하….”
“전기 많이 들어가니까 아예 화학 실험실 느낌으로 방 하나를 개조하자. 배선도 다 뜯어서 재배치하고.”
“알겠습니다.”
“필요한 것들은 내가 알려줄게.”
수아가 필요한 것들을 모두 공수해온 건 대충 3일 뒤였다.
커다란 방을 통째로 개조하는 것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캬. 어마어마하구만. 이게 재력이지.”
안전을 위해 나는 밀리터리스 본사에서 가져온 슈트를 입었다. 슈트에 딸린 헬멧까지 풀로 착용했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비서들을 물리고 백설만 데리고 들어왔다.
지금부터 여긴 나하고 백설만 출입할 수 있다.
명분은 안전이긴 한데, 그냥 보안 이슈다.
백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한테 절대충성을 하는 애지만, 다른 애들은 그 정도는 아닐 테니까.
나도 백설하고만 있으면 마음이 아주 편하다.
“RK-99도 한 번 만들어 봐야지.”
상온상압초전도체인 RK-99는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한 물건이지만, 막상 만드는 방법은 엄청나게 쉽다. 대충 납과 구리, 황 등을 빻고 구우면 된다.
근데 이제 시간과 온도가 관건인 거지.
나는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레시피를 변형해야 다른 물질이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일단은 RK-99먼저.
하나쯤은 시제품으로 만들어서 그 실물을 확인해 보고 싶다.
“이렇게 하면…. 뭐가 만들어지는 겁니까?”
슈트의 힘으로 열심히 황과 구리, 납을 빻고 있는 내게 백설이 물어왔다.
도대체 뭐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고 보니 얘도 이쪽으로 조예가 좀 있으려나?
백설의 테크 스탯은 무려 200을 훌쩍 넘으니까.
화학에 대해서도 웬만한 건 알고 있겠지.
나는 살짝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너만 알고 있어.”
“예.”
“상온상압초전도체.”
“예?”
“인류의 역사를 바꿀 어마어마한 물질이지.”
“아…. 그렇군요.”
아니 씹.
이년 안 믿네.
기사라는 년이.
허 참.
두고 봐라.
눈알 튀어 나오게 해줄 테니까.
삑.
삐빅.
황과 구리, 납을 각각 전기 가마에 넣고 온도와 타이머를 설정했다.
지금부터는 인내심 싸움이다.
12시간, 24시간 이따위 단위로 굽고 식히고 그래야 하거든.
“결과물 보면 아주 까무러칠 거다.”
“그렇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