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62)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61화(16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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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99 샘플을 제조하는데 걸린 시간은 총 36시간이었다.
중간중간 번거로운 작업도 꽤 있는 편이고, 온도도 12시간 단위로 계속 바꿔줘야 해서 나는 화학실험실 주변을 계속 맴돌아야 했다.
그래도 뭐 내 집이니까 지루하거나 하진 않았다.
심심하면 대충 옆방에다 비서들 채워 놓고 뒹굴어도 되고, 괜히 단또 있는데로 가서 괴롭혀도 되고, 하은영과 마연주의 콜라보를 구경하거나 내가 벌려 놓은 여러 가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를 받아도 된다.
할 일은 얼마든지 많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마침내 마지막 과정이 종료 되었다.
미리 모양을 잡아 두고 구운 RK-99를 가마에서 꺼낸다.
내가 잡아둔 모양은 딱 소주병 뚜껑 만한 사이즈의 동그란 원기둥이었다.
스으으.
잔뜩 열을 받아 허연 연기를 뿜어낸다.
그건 마치 드라이아이스에 물을 부은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걸 조심스레 그릇에 내려 놓았다.
“…아.”
근데 아주 큰 문제가 있다.
내가 초전도성을 확인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만들 줄만 알지 이걸 뭐 어떻게 테스트 하고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른다.
이거 완전 낭패인데.
‘그…. 마이너스인가? 대충 뭐 그런 거 있던데.’
이럴 땐 대충 옆에 있는 유능한 애한테 짬 때리면 된다.
아마도.
“설아, 너 이게 초전도체인지 아닌지 테스트할 줄 알지?”
“예.”
다행히 백설이 할 줄 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전기 저항을 측정하고, 마이스너 효과와 AC 자기 감수성 측정을 합니다. 만약 테스트 중 초전도성이 확인 된다면 임계 자기장과 임계 전류까지 측정합니다. 어느 정도의 전류 값과 어느 정도의 자기장까지 초전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입니다.”
왜인지 그녀는 꽤나 길고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녀석 설마, 내가 테스트 방법을 모른다는 걸 눈치챈 건 아니겠지.
“좋아. 해봐.”
“지금 말입니까? 식히지도 않고?”
“응. 그게 완성이야.”
백설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는 한동안 실험실을 뒤졌다.
다행히 기본적인 건 풀 세트로 갖춰둔 공간이었고, 테스트에 뭐 엄청나게 대단한 무언가가 필요하진 않았기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4점 탐침법을 이용한 저항 측정 장비입니다.”
“어. 그래.”
백설은 딱 봐도 엄청나게 뜨거워 보이는 RK-99를 맨손으로 잡고 측정 장비 샘플 홀더에 올렸다.
그리고 4개의 탐침을 접촉 시켰다.
“두 개는 전류 전극이고 나머지 두 개는 전압 전극입니다.”
“응.”
백설이 전원 공급 장치의 설정을 만지작 거렸다.
“일반적으로 초전도체는 절대영도에 가까운 온도여야 그 특성이 발현됩니다. 영하 130도만 되어도 고온 초전도체라 부를 정도죠. 물론 100기가파스칼이 넘는 매우 높은 압력을 준다면 초고온에서도 초전도성을 띠도록 할 수는 있습니다.”
“초고온? 그게 어느 정도인데?”
“영하 30도요. 그게 현재 8세대 메카에 사용되는 초전도체입니다.”
“아하.”
영하 30도가 초고온이라니….
근데 기가파스칼이 뭐야.
“그런데 지금 이건 표면 온도가 얼추 80도…. 심지어 상압이죠. 그럼에도 이게 만약 초전도성을 띤다면, 주인님 말씀 대로 인류의 역사를 바꿔 버릴 만큼 엄청난 발견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 치고 백설의 표정은 밋밋했다.
아무런 감흥이 없어 보이는 눈이다.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표정 변화가 없는 건지.
‘나한테 길게 설명하는 거 보니 내가 잘 모른다는 걸 눈치챈 모양인데.’
아무래도 안 믿는 모양이다.
초전도체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놈이 만든 게 초전도성을 띨 리가 없다,
대충 이렇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
괘씸한 녀석.
비록 내가 초전도체에 대해 잘 모른다 해도 레시피는 진짜란 말이다. 이 믿음 없는 녀석아.
“저항이 0이라면 V=IR이기 때문에 전류를 흘려도 전압 강하가 0이어야 합니다.”
“뭐야 그건.”
“V는 전압, I는 전류, R은 저항입니다. 저항 R이 0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압 V도 0이 됩니다.”
“그렇구나.”
“실험 환경에서는 측정 장비의 민감도나 외부 요인 때문에 완전히 0V로 측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감안한다면….”
백설이 다시 패널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전압이 0이네요. 일단 이 전류에서는 저항 값이 0이 나옵니다.”
“오.”
근데 생각보다는 밋밋한 반응이었다.
저항값이 0이면 초전도체 아냐?
“음.”
백설은 한참이나 측정 장비를 만지작거렸다.
고개를 갸웃하며 전류를 여러 번 흘려보고 결과를 적어 두더니, 대뜸 손가락을 RK-99 표면에 대고 꾹 눌렀다.
“표면 온도가 80도에 육박하는데도 저항이 0…. 임계 전류값도 높고…. 일단…. 이것 만으로도 노벨상은 확정입니다.”
“어, 그래?”
“예. 다시 재현이 가능하다면 말이지요.”
“그거야 당연히 되지.”
백설은 탐정처럼 턱을 쥔 자세를 취하고는 한동안 샘플을 응시했다.
“…어떻게 만드신 거죠?”
“너도 옆에서 봤잖아. 어떻게 만드는지.”
“아니….”
샘플을 들어 확인한다.
여전히 표정은 무표정인데, 눈이 좀 커져 있다.
“구리랑 황이랑 납을 빻아서 구우면 저항이 0인 물질이 나온다고요?”
“어.”
“….”
보고도 못 믿는 모양이다.
“이렇게 쉬울 리가 없는데…. 물리학이 전면에서 부정되는 느낌이에요.”
“어쨌든 전압은 0이라는 거지? 다음 테스트 해봐.”
“….”
백설이 입술을 씹으며 측정 장비를 치우고 다음 테스트를 위한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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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압 클리어, 마이스너 효과 클리어….”
“그 말은?”
“초전도체가…. 맞습니다…!”
백설은 아까에 비하면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표정에서 혼란과 놀라움이 교차하고 있다.
그녀가 이제는 서서히 식기 시작한 RK-99를 손으로 집어 들었다.
“이 간단한 게…. 초전도체라니….”
“좋아. 그럼 테스트 끝. 이제 진짜 목표를 만들어야지.”
“예?”
“그건 그냥 곁다리로 만든 거야. 민지 누나한테 선물할 목걸이를 만들 소재를 제작하는 게 목표라고.”
“상온상압초전도체가…. 곁다리…?”
“그건 너 가져. 내가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본 초전도체인데, 너 줄게.”
“처음 만드셨다고요?”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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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솔직히 나라도 그럴 거 같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빙의자라고 할 수는 없잖아?
이걸 납득 시킬 자신이 없다고.
그냥 대충 묻어 가는 수밖에.
백설은 날 희대의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사실은 옛날부터 레시피는 알고 있었어. 근데 만들 수가 없잖아? 힘도 없는데 이런 걸 만들어버리면 큰일 나.”
“…확실히, 함부로 만들 만한 물건은 아니죠.”
그녀가 손바닥에 올린 RK-99를 꽈악 쥐었다.
“이젠 지키실 수 있다고 생각이 드신 겁니까.”
“니가 있으니까.”
“…!”
“아직 좀 부족하긴 한데, 그래도 우리 설이가 있으니까 걱정을 좀 덜 수 있겠다는 느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입이 근질근질 했겠냐.”
“예에….”
“아무튼, 아직 때가 아니니까 너만 알고 있어. 이번에 목걸이 만들면서 신소재 하나를 출시할 거고, 그걸로 화학 관련 회사 세울 거니까. 기반을 천천히 닦는 거야.”
“예. 알겠습니다. 저도 공부하면서 가능한 준비를 해보겠습니다.”
우리 설이, 공부할 게 많네.
의료 쪽도 공부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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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에게 줄 목걸이 소재 제작에 또 하루가 걸렸다.
“와아…. 이,이게….”
“그래. 이게 바로 신물질, RK-77이다. 엄청나지?”
“너무 예뻐요….”
수아는 홀린 듯이 동그란 물건을 쥐었다.
이것도 RK-99와 마찬가지로 구리, 납, 황을 빻고 구운 놈인데, RK-99와는 전혀 다른 물질이 되었다.
마치 보석.
이게 사실 물리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거다.
구리, 납, 황을 빻아서 구웠더니 초전도체가 되고 배율이랑 온도, 시간을 좀 다르게 하면 이번엔 보석이 튀어 나온다??
진짜 말이 안 되지.
게임 세계관이니 대충 그렇구나 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거다….
아무튼, RK-77은 우주를 품은 보석이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보석이 자연에도 있긴 한데, 요놈은 그 우주가 안에서 흐른다.
막상 실물로 보면 이게 진짜 신기하고 묘한 느낌이라 끝없이 의식이 빨려 들어간다.
마치 세뇌되는 것처럼.
물론 그런 기능은 전혀 없다.
그냥 예쁜 돌맹이거든.
근데 그게 바로 보석이잖아?
예쁜 돌맹이.
“이걸 가공해서 목걸이로 만들 거야.”
“이건…. 효과가 있겠어요.”
“만드는 법 되게 간단하거든? 자동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반응 좋으면 아예 회사 세워서 양산하고.”
“무조건 통할 거 같아요. 저도 지금 사고 싶거든요.”
수아는 이미 거의 홀렸다.
“이름이 뭐에요?”
“RK-77.”
“….”
그러더니 이름을 듣고는 표정이 짜게 식는다.
“꼭…. 그런 이름을 붙이셔야 해요?”
“그럼 뭐라고 붙일까. 임수아라고 붙일까?”
“헙…!”
오.
생각하고 보니까 이거 나쁘지 않은데?
RK-99에서 파생되는 물질이 제법 많거든.
내가 애정하는 좆집들 이름을 붙여 줘도 되지.
‘그러면 RK-99는 백설? RK-77은 아무래도 고민지 때문에 만든 거니까 고민지라고 붙이고…. 뭐 이런식인가.’
“제,제 이름을 붙이기엔 조금…. 그…. 아,아가씨께 드리는 선물인데에….”
수아가 몸을 베베 꼬았다.
막상 상상해보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역시 그렇지? 그럼 이거 이름은 고민지라고 붙여야겠다.”
“….”
실망한다.
짜식.
귀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