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85)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84화(185/243)
19.나와바리
12월 14일 월요일.
월요일은 평일이기 때문에 바쁜 날이다.
뭐, 이것저것 일을 벌이다 보면 주말에 더 바쁜 경우도 있지만, 나는 대체로 평일에 일이 많은 편이었다.
대략 점심을 조금 넘긴 시각.
나는 마침내 인공섬 저택에 도착해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주인님, 오늘부로 이나은 검사가 특별수사부 부장검사로 부임했습니다.”
“아. 맞아. 오늘이 그 날이구나. 어디 검찰이었지?”
“남동지검입니다.”
“캬. 죄다 남동구로 모이는구만. 우연인가?”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대검장 치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눈치가 있잖아?”
부임 초반에 쓸데 없이 내 의지에 반하거나 이나은 특검을 막 종료시키려고 하길래 혀를 차면서 치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말랑말랑해졌다.
약간 내 쪽으로 기우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래도 아직 부족해. 임팩트가 있어야지 임팩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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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대검장이 말을 안 듣는다-, 의 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나는 새 대검장 후보를 세워 대검장을 하게 하고, 상시특검청이 생기면 그 대검장을 상시특검청장으로 빼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대계를 생각한다면 고작 이 정도로 너그럽게 넘어갈 정도가 아닌 것이다.
“새 후보 추려졌어?”
“예. 전략팀에서는 4명 정도 추천하고 있습니다.”
“줘봐.”
수아가 건넨 자료를 받아 읽는다.
“흐음…. 여자는 한 명이네?”
여성 고위직의 안티 에이징이 보편화된 사회 답게, 흰 머리가 지긋한 중년의 남자들 사이에 웬 20대 대학생 같은 여자의 프로필이 있었다.
물론 나이는 나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사람이었다.
근데 이 사람 검사라기 보다는 거의 뭐 뒷골목 일진 누나 같은 느낌이다.
‘왤케 양아치가 많아 진짜.’
사람을 겉 모습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어쩌겠어. 첫 인상은 겉 모습으로 나오는 걸.
‘그래도 여자가 좋겠지.’
대충 결정을 마치고 수아에게 다시 자료를 넘겨준다.
“이 여자로 작업해.”
“네.”
“그리고 남동지검 검사장도 여자로 바꿔봐. 나한테 충성할 수 있는 인간으로.”
“알겠습니다.”
오늘부로 이나은 검사가 남동지검으로 부임한다는데 내가 또 신경 써 줘야지.
그리고 점점 남동구 쪽이 내 나와바리가 되어 가는 느낌인데 경찰과 정치권에 이미 손을 댄 상황에 검찰까지 만지작 거리면 금상첨화다.
남동구 갑 의원 김은지에, 경찰청장 도윤정, 거기에 남동지검에는 이나은이 특별수사부 부장검사로 부임하니 이미 상당한 세력이 구축되고 있는데, 거기에 남동지검 검사장까지 내 인간으로 들어선다면 이쪽에서는 거의 뭐 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친김에 좀 가볼까?’
마침 이나은이 부장검사가 된 첫 날이기도 하고.
기도 좀 살려줄 겸 직접 가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남동공단 현장도 좀 보고.
“수아야. AV 준비해라.”
“어디로 가시게요?”
“남동지검. 30분 뒤 출발할 거야.”
“네. 주인님.”
대략적으로 명령을 내린 나는 저택을 나와 정원으로 향했다.
지금 시간으로 봤을 때 단또가 그 언저리에서 뒤뚱거리고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지잉.
그때 오는 전화.
서아람이다.
“어?”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설마,
‘오늘 날짜가 12월 14일이니까…. 얼추 맞네? 교육 끝났나?’
얼른 받았다.
– 서아람입니다. 주인님.
“그래. 오랜만이다.”
– 그간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해요.
“그런 건 됐고, 전화한 거 보니 시험 끝났나보네. 통과했어?”
그녀는 약 1초 간의 침묵 끝에 대답했다.
– …네. 합격했습니다.
역시.
스탯 깡패 여주인공답다….
그 어렵다는 프레스티지 시험을 이렇게 단기간에 통과하다니.
얘 학창 시절에 제대로 공부했으면 사시고 뭐고 그냥 다 패스였던 거 아닌가.
“역시. 믿고 있었어. 니가 통과 못할 리가 없지.”
– …감사합니다. 주인님.
“내 안목은 정확하다니까.”
폰 너머로 그녀의 기쁨이 전해진다.
“그래, 그럼 이제 오는 거야?”
– 연수 과정도 있고, 신변 정리하는 과정도 필요해서 신년이 돼야 정식 배치 될 것 같습니다. 1월에요.
까다롭네.
정식 절차를 밟으면 이렇게도 오래 걸리는 건가.
‘그마저도 4개월 컷이긴 하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인데도 뭔가 느린 거 같다.
결국 77년으로 넘어가는 구만.
‘77년 1월이 메인스 시작 시점인데, 설마 그거랑 맞춰진 건 아니겠지.’
근데 내가 남주 죽여 버렸고, 여주는 좆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메인스 전개가 어떻게 되는 거지??
중국이 벌써 움직이기 시작한 것만 봐도 나비효과가 장난 아니게 일어나고 있는 거 같은데, 아주 살짝 걱정이 된다.
‘내가 주인공 취급을 받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아예 새로운 루트가 시작됐을지도.’
고무열 루트가 새롭게 열리는 거지.
‘근데 딱히 걱정이 안 되네. 재벌이라 그런가.’
그냥 재벌도 아니고 아시아를 쥐락펴락 하는 초거대기업의 장손인데다, 그 오너 일가의 실체를 들여다 보니 근친혼으로 가계가 유지되는 마당에 남자가 나 혼자 밖에 없다.
고모고 누나고 간에 나를 노리고 있다는 게 사실상 확정인 상황이라, 나는 이상한 개뻘짓만 안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고려 그룹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거기에 할아버지는 바둑에 푹 빠지고 있고….’
이거….
잘 하면 진짜 제대로 고려 그룹의 대빵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그럼 고무열 스토리는 그건가. 고무열이 고려 그룹 총회장이 되는 거.’
지리는데.
나 같은 놈이 이 거대한 조직을 이끌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건 둘째 치고,
일단 그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지릴 거 같다.
고려 그룹 총회장, 고무열.
캬.
“잘 마무리 하고 와.”
– 예. 곧 정식으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무슨 조폭처럼 얘기하네.
“기대하고 있을게.”
통화 종료.
“수아야. 아람이 시험 통과했다. 다음 달 중으로 정식 배치될 거야.”
“비워져 있던 의전팀장 자리가 드디어 채워지는 거군요.”
“그런 거지. 약소하게 환영식 같은 거라도 준비해놔.”
“알겠습니다.”
“괜히 막 텃세 부리고 그러진 말고.”
“아,안 그래요 주인니임….”
피식 웃으며 수아의 어깨를 끌어 안고 주물렀다.
부드러워서 기분이 좋다.
단또는 역시나 정원에서 놀고 있었다.
해변에나 있을 법한 비치 벤치에 아주 한가롭게 널브러져서는 태양빛을 쬐고 있는데,
그 와중에 입에 메론바를 물고 있었다.
“야. 너는 어떻게, 볼 때마다 뭘 먹고 있냐.”
“엑?!”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키는 단또.
그녀에게서 메론바를 뺏는다.
“아아…! 도,돌려줘요!”
“살이 대체 얼마나 포동포동하게 찌려고. 어? 이게 다 칼로리야 칼로리.”
“제,제로 칼로리거든요!!”
“…아 그래?”
근데 건방지게 눈을 부릅뜨네.
단또 주제에.
사납게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다가 그녀의 입에 다시 메론바를 넣었다.
거의 V자 모양으로 바짝 약이 올라 있던 눈썹이 사그라들었다.
“우움.”
“…겨울인데 잘도 먹네.”
“우움!”
“뭐 인마. 말로 해.”
단또가 입에서 메론바를 꺼냈다.
“아이스크림은 원래 겨울에 먹는 건데요?”
“원래는 무슨. 너 얼마 전만 해도 남동공단에 있었잖아. 근데 뭔 아이스크림이야.”
“고,공단에도 아이스크림은 있었거든요?”
“그래? 거의 옛 북한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절 무슨 원시인으로 보는 거예요??”
“거의 뭐 비슷한 거 아닌가. 단또잖아.”
“이익…!”
“됐고, 가야 될 곳 있으니까, 준비해.”
“예? 어딜요?”
“나쁜 사람들 잡아 넣는 곳 있어. 검찰청이라고.”
“히,히익…??!”
단또가 놀랐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나,나를…. 파,팔아 넘-,”
“얼씨구. 꼴값 떨고 있네. 팔긴 뭘 팔아.”
그녀의 볼을 잡아 당겼다.
“히에에엥…!”
“아니다. 단또니까 딱히 준비할 건 없겠네. 이대로 와라.”
마침 단또는 어디서 이상한 보라색깔 패딩을 가져와 입고 있었다.
외출 하기에 딱 적당한 복장인 거지.
“AV에 타라. 단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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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부장님!!!”
이나은과 함께 특별수사부에 배치된 검사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검찰 특유의 경직된 조직 문화 덕분에 얼핏 보면 마치 조폭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마워요.”
이나은은 명패를 만지작 거리며 나른하게 미소 지었다.
“우리 특별수사부의 역할은 하나에요. 성역 없는 수사, 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죠.”
그녀의 손짓에 검사들이 허리를 들었다.
전원 이나은의 손길이 닿은 여검사들이다.
그 중에는 이나은 보다 몇 기수나 선배인 사람도 있었고, 사법연수원 동기도 있었다.
대부분은 이나은이 왕따를 당할 때 소속이 달라 그저 방관자였던 사람들이지만, 몇몇은 꽤 적극적으로 임한 인물도 있었다.
하지만 이나은은 특별수사부로 오면서 그런 사람들까지 굳이 데려왔다.
첫째는 가장 1순위로 뽑은 기준이 외모여서이고, 둘째는 본인이 상관이기 때문이다.
이제 부하로 깔게 됐는데 옛날에 자신을 괴롭혔던 인간이고 아니고가 뭐가 중요한가?
아니, 오히려 괴롭혔던 인간이면 더 좋지. 아주 합법적이고 세련된 방법을 동원해 복수할 수 있으니까.
그녀는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다시 말해, 상시특검청을 위한 조직이란 뜻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