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192)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191화(19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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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공단 외각에는 거대한 성벽이 쳐져 있다.
전부가 다 그런 건 아니고, 갱단들의 횡포가 점점 심해지자 계속되는 민원과 피해를 견디지 못한 시에서 일부 구역에 장벽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리 큰 효과가 있지는 않았다.
장벽이야 넘어 오면 그만인 것이고, 모든 구역에 둘러둔 게 아니었기에 그냥 빙 돌아서 오면 그만이었으니까.
애초에 남동공단에서 나올 결심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장벽 따위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의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소한의 안전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이런 장벽을 건설했고, 그럴 듯한 대문도 지어뒀다.
그게 벌써 십수 년 전의 일이었다.
그런 역사적인 대문도, 지금은 거의 허물어져 초라한 몰골만을 남기고 있다.
꾸역꾸역 쳐져 있는 폴리스 라인 정도가 이 흉물이 원래 이 모습이 아니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을 뿐, 예전의 그 위압감 따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와아. 저 문이 저렇게….”
단또는 멍하니 그걸 바라봤다.
평생 살던 곳을 세상과 격리 시키던 상징적인 물건을 보고 감상에 빠진 듯했다.
그녀는 아련한 듯이 다가가 대문을 쓰다듬-,
“퉤.”
-지는 않고 침을 뱉었다.
벽에 붙은 가레침이 주욱 늘어진다.
“단또야. 그거 문화재 훼손이다. 복구비용 1억 5천만원은 할 거라고.”
“예? 이,이딴 게 왜 문화재??”
“농담이야.”
“….”
실없는 농담을 할 때마다 그녀의 눈이 사나워진다.
하이고 무섭다 무서워.
경찰의 노란색 띠들을 대충 넘어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 너머에 본격적인 본부(복구 사업소)가 차려져 있었다.
아줌마들이 나댔던 외각은 그래도 좀 평온한 느낌이었는데, 여긴 제대로 난장판이다.
비로소 남동공단이 시작된다는 느낌?
– A-103 구역에서 대상자 다수 발견!
– B-12 구역에서 B-13 구역으로 약 12명 도주 중!
– Z-23 구역 지하에 거대 공동 발견, 지원 바람!
일단 분위기가 다르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부리나케 뛰어 다니고, 간이로 건설된 컨테이너 건물 안에는 모니터 수십대를 앞에 둔 사람들이 바쁘게 연락을 때리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경찰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 그 중에서도 본부의 인간들이다.
하늘도 조용하지 않았다.
파란색 줄무늬 모양으로 도장 된 AV가 쉴 새 없이 오가며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고, 잔해들을 실어 나른다.
간혹 새빨간 적십자가 그려진 의료 AV도 눈에 띄었다.
“이래서 밖에다 AV를 댄 거구만.”
그냥 딱 봐도 하늘이 너무 혼잡하다.
특히 이 근방은.
번쩍!
시야 저편에서 섬광이 터졌다.
검붉은 버섯구름이 일어나고, 사방으로 충격파가 퍼지면서 대기가 일그러진다.
땅이 드드드드 울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아마 셀 수 없이 반복된 일이었겠지. 일일이 반응할 가치도 못 느낄 정도로.
투쾅!
한 박자 늦게 들려오는 폭음.
그 즈음에 또 어딘가에서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또 버섯구름이 올라온다.
“아, 이거 참.”
그때, 상황 지휘를 맡고 있던 젊은 남자 간부가 나를 발견하고는 쓰고 있던 모자를 슥 벗었다.
오래 씻지 못해 떡 진 머리가 부스스하게 드러난다.
전에 남동공단 쓸어버릴 때 봤던 인간인데, 대충 뭐 특별 머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도련님이 오신 줄도 모르고.”
“말도 없이 왔으니까.”
그는 다크서클이 주욱 내려 앉은 눈으로 인사했다.
피곤에 쩔어 있다는 느낌이 확 들어와서 내가 다 미안해질 정도.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있는 거 같은데, 각성제로 버티는 건가.
“마땅히 내어 드릴 건 없습니다만. 어떻게, 커피라도 내어 드릴까요? 제법 먹을 만 합니다.”
그가 내민 것은 자판기에서 뽑아먹을 수 있는 캔커피였다.
용량은 약 250ml인데, 내가 알기로 가격이 2천원이나 했던 걸로 기억한다.
“비싼 걸 주시네.”
거절할 이유는 없어서 받아 마셨다.
“보시다시피 상황은 순조롭습니다.”
“보고 받기로는 얼추 끝났다고 들었는데….”
“제압은 끝났죠. 소탕은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한참이라면 얼마나?”
“음~.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래도 한 달은 걸리지 않을까요.”
노답이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합니다. 놈들도 잔뜩 겁에 질려서 제대로 된 반항도 못하고 있고, 조직화는 꿈도 못 꾸고 있죠. 복구 작업이 바로 개시될 수 있었던 게 바로 그래서입니다.”
“복구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그건 사무소에서 들으시는 게 더 직관적일 겁니다. 저쪽으로 좀 더 가셔야 합니다. 이번에 인력을 엄청나게 동원하셨던데요.”
“뭐, 그래야 시민들의 안전이 더 빨리 확보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후후. 그렇죠.”
남자가 짙게 웃었다.
마치 나의 다른 의도를 보는 듯한 눈이었다.
나라도 안 믿을 것 같은 말이긴 하니까. 그럴 만 하지.
“그럼 전 이만 바빠서. 커피 감사합니다.”
“예. 수고하십시오.”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그에게서 멀어졌다.
굳이 남자랑 길게 얘기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일들 참 열심히 하네.”
“경찰이니까요.”
“….”
아까 내가 한 말이 맘에 걸렸는지, 대뜸 말을 붙이는 수아.
그래놓고 크흠, 하며 목을 가다듬고 시선을 회피한다.
“회사 차원에서 이번 작전에 동원된 기관에 기부 좀 하고, 여기 있는 사람들 한테도 부족하지 않게 해줘. 괜히 이상한 말 안 나오게.”
“예. 대표님.”
남동공단 복구 사업소는 상당한 규모였다.
오히려 잔당들을 소탕하는 경찰 병력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인 것 같았다.
“헉, 대표님…!”
관리하고 있던 비서 몇 명과 관련 업체 간부들로 보이는 인간들이 화들짝 놀라며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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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셨습니까.”
“뭘 그리 놀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갑자기 오셔서….”
대충 슬쩍 보니 온갖 군데에서 온 사람들이다.
현장 인부들을 통솔하는 사람들과, 산업용 로봇을 조종하는 사람들, 그리고 의원 보좌관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고, 기자들도 보였다.
다들 나를 주시하고 있다.
내가 데리고 온 비서들이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저런 애들이 이상한 루머를 퍼뜨린 건가.’
주변을 스윽 훑으며 기자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 흔적들을 캐고 다니면서 ‘저 인간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정치를 하려는 거 같다!’ 대충 이런 느낌의 결론을 내린 거 같은데….
‘아주 근거 없는 추측은 아닌가?’
잠시 내 행동들을 돌아봤다.
특검을 부추겨서 인천 연예계의 어두운 일면인 성상납을 뿌리 뽑았고, 연예인들의 인권 및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명분으로 ‘신체 접촉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 표준 계약서’를 발표했으며, 갈 곳 없는 여성 연예인들을 대거 받아 들여 천 명이 넘는 여성 연예인을 데리고 있다.
거기에 직접 교도소를 운영하겠답시고 교정사업에 뛰어들어서 수천억의 자본을 태워 여성 전용 교도소를 건설할 계획을 제출했으며, 천문학적인 자금과 인력, 군사력이 필요한 남동공단 수복 작전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밀어 붙였다.
그 와중에 공을 지 혼자 독차지하려던 구청장을 뒤지게 패고 생방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을 위한 연설까지 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정치에 뜻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니 뭣도 없는 아줌마들이 설치지.’
내가 정치를 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대중의 눈치를 볼 거라고 생각하니까 저런 되도 않는 짓거리가 나오는 거다.
‘기업들이 사악하게 하는 이유가 있다니까.’
아주 틈을 보여주면 안 돼.
빈틈 없이 꽉꽉 눌러 줘야 하늘인 줄 알고 엎드린다.
비서들을 불러 모았다.
“밖에 이상한 것들 막 꼬이던데, 봤어?”
“아…뇨. 저흰 여기에 집중하느라….”
“웬 이상한 것들이 여기 근방 주민 대표랍시고 설치면서 숟가락 얹으려고 하던데. 그런 것들 오면 그냥 다 뒤지게 패. 죽이든가. 날파리 꼬이기 시작하면 답 없어.”
“저어…. 그런데 대표님, 최소한 복구 예산 지원 승인이 나오기 전 까지는 그래도 조용히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괜히 말이 나와서 좋을 게 없는 쪽이라.”
“아, 예산?”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근데 그건 김은지가 알아서 해줄 거야. 신경 쓸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대충 복구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주변을 둘러 보다가, 단또를 위해 장갑차 하나를 수배해 왔다.
두꺼운 방탄 유리와 엄청난 두께의 장갑이 있어서 갱단 따위의 공격으로는 박살 날 일이 없는 아주 튼튼한 놈이었다.
이걸 타고 남동공단 내부로 들어가 곳곳을 살폈다.
밖에서 막연하게 바라봤을 때보다 더 확실하게 처참한 몰골들이 보인다.
나인로드를 구하기 위해 들어왔을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제 여길 싹 밀어 버리고 나만의 도시로 만드는 거야.’
이미 내 머릿속에는 처참하고 낙후된 몰골이 아닌, 가장 발전되고 세련된 남동공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름도 바꿔야겠네. 공단이 아니잖아? 전부 내 땅이니까 무열 랜드 같은 걸로 해볼까.’
뭐가 됐든 아주 즐거운 상상이다.
남동공단의 갱단을 밀어버렸다는 게 제대로 실감이 되니,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다.
“아, 주인님.”
그때 내 상념을 깨고 들어오는 목소리.
수아다.
“금융 당국에서 무열 금융의 법인 설립 심사를 끝냈습니다. 무사히 통과했어요.”
“오?”
마침 타이밍 좋게 금융 법인도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