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202)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202화(20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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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상황이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진행 되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여파는 24일 오전부터 터져 나왔다.
우선 국무위원은 전원 사의를 표명했고, 부총리 역시 무수한 카메라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계엄군 밑에서 국회에 진입하는 부대를 지휘했던 지휘관들도 모두 옷을 벗었다.
민혁당을 중심으로 한 여야 의원들은 국회에 모여 돌아가면서 비판 성명문을 냈고, 간밤에 몰려온 시민들은 커다란 깃발을 나부끼며 리웨이 총리에 대한 탄핵을 거론했다.
사실 리웨이 총리에 대한 탄핵은 이전에도 종종 거론되어 왔다고 한다.
이번 일에서 알 수 있듯, 상당한 강경파이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말이 많은 편이었고,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킨다는 평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탄핵이란 게 아주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꺼내는 정치적 핵폭탄인데, 그걸 감내하기에는 이유가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리웨이 탄핵은 전 국민의 거대한 분노를 연료 삼아 거세게 불이 붙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아주 화끈하게 태우는구만.”
기상청에 따르면 지금 현재 기온은 약 -3도.
물론 저택 내부야 항상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만, 아무래도 외부 기온이 낮으면 조금이라도 그런 기운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아주 후끈후끈하다.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상황을 살피기 딱 좋은 느낌.
“이번 밀리터리스의 작전이 제대로 적중했어요. 인터넷에선 민주주의의 수호신이라고 찬양일색입니다.”
“하하….”
민주주의의 수호신….
고려 그룹이야말로 아시아를 지배하는 기업 독재의 화신 같은 존재이고 밀리터리스는 그 총구인데 민주주의의 수호신이라.
“우리 그룹이 하는 언플 아냐? 그게 진짜 평이라고는 살짝 믿기 힘든데.”
“물론 그것도 있겠지만, 신분이 확인된 사람들이나 인플루언서, 스트리머 등도 관련 발언을 하는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그래?”
확인해봤다.
상당히 격양된 어조로 말을 뱉는데, 대체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등신 같은 윗대가리들은 틈만 나면 천안문을 재현하려 한다. 중국은 뭉치면 안 된다. 뭉쳐서 거대해지면 정부도 거대해지고, 그러면 또다시 이런 미친 짓거리를 벌일 거다.’
‘천안문’
‘공산당’
‘황금방패’
‘검열’
아마도 이러한 것들이 지금의 기이한 밀리터리스 지지 현상의 근원 아닐까?
중국 공산당이 3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중국이 스무 갈래로 쪼개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공산당의 모든 악랄한 행위들이 천하에 까발려지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상하이는 공산당 산하에 있었을 것이고, 민주주의 비스무리한 것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게 지금의 상하이 시민들에게 일종의 PTSD 같은 느낌으로 새겨져 있는 거다.
그러니까 타국의 기업이 군대를 이끌고 국회에 돌진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찬양을 하는 거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명목으로. 그게 가장 중요한 거니까.
“세상 살다 보니 별 일을 다 겪네.”
아무튼 하루아침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호기롭게 중화이십국의 대표들을 모아 중화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하나의 중국을 결의하는 한 편, 배상금 지급 거부 선언까지 했던 리웨이 총리가 순식간에 끈 떨어진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벌써부터 탄핵 얘기가 나오고 있고, 분노한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대의 규모도 커지는 마당인데, 리웨이가 한 행적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란 힘든 일이다.
특히나 ‘하나의 중국 선언’ ‘중화정상회담’ ‘배상금 지급 거부’와 같은 일들은 거의 즉각적으로 백지로 돌아갔다.
난처해진 건 정상회담을 위해 중화이십국에서 파견한 대표단들이었다.
그들은 계엄령 내내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지금까지도 침묵하고 있다.
아마 적당히 시간 보내다가 철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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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계엄군에 중화이십국 대표단 체포 계획 존재했다…! 정계 파장.
속보)오작동한 군사위성, 알고 보니 고도의 계획범행…. 사용된 ID는 계엄군 중령….
속보)밀리터리스, 민주주의 수호에 큰 자긍심 느껴…. 집단주의 보다 ‘민주주의’우선돼야.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 본격적으로 언플이 시작됐다.
기존에 리웨이가 계획했던 일들이 순식간에 털렸고, 그가 하지 않았던, 그리고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도 모조리 리웨이와 그의 계엄군이 한 것으로 퍼졌다.
특히나 중화이십국의 대표단을 체포하려 했다는 것과 상하이 앞바다에 미사일이 떨어지게 된 원흉인 ‘위성 사고’가 계엄군이 벌인 소행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상하이의 민심은 다시 한 번 들끓어 올랐다.
심지어 이 두 가지는 리웨이가 직접 작성한 명령서까지 나와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다 조작된 거겠지만.
당연히 리웨이 본인은 부정했다. 하지만 이미 탄핵의 강을 건너기 시작한 그의 말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는 리웨이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그동안 민혁당의 행보가 너무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고려 그룹과 대한민국의 횡포를 비판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한꺼번에 싸잡혀서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고려 그룹이 만지작거리기 너무나 좋은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 엉. 존나 수월하게 진행되는 중~
고민지 기분이 살아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렇게 일하기 싫어하면서 한숨 푹푹 쉬던 양반인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잖아.
일이 너무 잘 풀리니까 기분 좋은 거겠지.
– 이번에 아예 이걸 배경으로 다큐멘터리랑 드라마, 영화까지 쭉쭉 만들기로 계획하고 있어.
“엥? 다큐는 그렇다치는데 드라마랑 영화까지?”
진짜 보법이 다르네.
상상도 못했다.
– 이렇게 기회 왔을 때 바로바로 탑승해야지. 이참에 밀리터리스를 완전히 뿌리 박아 놓고, 다시는 짱깨련들이 뭉치지 못하게 할 거야. 그럴 만한 초석이 마련 됐어 지금.
“무섭네요 정말.”
– 이제 저 새끼들, 지들끼리도 못 믿어. 함께 하나의 중국 외치자고 모아 놓고 계엄령 때렸잖아. 거기에 체포 시도까지 했고. 어떻게 믿냐?
“근데 그거 진짜에요? 중화이십국 대표단을 체포하려고 했다는 게.”
– 진짜겠냐?
“….”
역시나.
–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니 배우들 중에 쓸만한 년들 좀 골라놔
“우리 배우들 쓰게요?”
– 엉. 밀리터리스 지부장 역이라던가 뭐 역할은 많잖아~. 이럴 때 전세계적으로 얼굴 알리는 거지.
그런 거라면….
‘아무리 그래도 LUMINA 애들이나 노코노코걸즈는 안 되겠지?’
걔네들이 현재 고려 엔터의 주력이긴 하지만, 다 아이돌이고 연기에는 영 재능이 없다.
그러니 패스.
그러면 생각나는 게….
“정가인 어때요? 이번에 청순여배우상 받은 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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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나 하나도 안 청순해 보이던데. 걸레년 아님?
어케 알았지.
여자의 촉인가.
– 뭐 암튼 그건 니가 알아서 해. 와꾸 잘 나오고 연기력 좀 되는 애들로. 밀리터리스 우상화 제대로 해야 되는데 어설픈 애들 나오면 안 되잖아.
“알았어요. 맡겨요 그런 건.”
– 엉.
고민지가 전화를 끊었다.
나는 곧장 정가인을 호출했다.
범 좆집 최고이자 좆집들의 섹스 강사 역할을 맡고 있는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나타났다.
“부르셨어요 주인님?”
상황을 설명하고 실컷 따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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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군대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타국의 군대는 정치적인 상황에 움직이기가 매우 껄끄럽다.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군은 그런 게 없다. 오직 기업 스스로만 책임질 수 있으면 그만이다.
이번 밀리터리스의 기업군이 바로 그렇게 작동했다.
올바르게 기능했고, 훌륭하게 민주주의를 수호해냈다. 국적이 없는 기업군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모든 기업군에게 이러한 행위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밀리터리스의 군대는 계엄군의 엄포를 무시하고 들어갈 정도의 압도적인 전력과 고려 그룹이라는 막강한 배후를 두고 있다. 아마 전 아시아를 뒤져 보아도 이와 같은 강단을 낼 수 있는 기업군은 밀리터리스의 군대가 유일할 것이다.
(중략)
이처럼 여전히 불안정한 민주주의를 가진 상하이에는 밀리터리스의 기업군이 보다 더 많이, 더 강력한 전력으로 상주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그것이 어렵게 손에 넣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더구나 우리가 지불하는 배상금의 일부는 밀리터리스의 군대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게 아닌가? 어쩌면 우린 막대한 돈을 그저 땅에 버리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지키는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곳에 쓰이고 있었다.
기고문이 하나 올라왔다.
평소 같았으면 모두가 되도 않는 소리라며 코웃음을 쳤을 일인데, 이게 전 커뮤에 퍼지고 뉴스에까지 나오면서 엄청난 공감을 얻었다. 그 정도로 상하이 내에서 밀리터리스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고려 그룹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강경파였던 리웨이 총리가 식물총리가 된 김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서 대한민국과 상하이 경제 동맹 양국 간의 화의를 확인하고 부담이 컸던 배상금 지불을 대폭 완화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이다.
물론 여러 산업에 우대를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우회해서 결과적으로는 거의 동일하게 뽑아 먹기 때문에 편취하는 경제적 이득이 적어진 건 아니다.
그리고 사실은 그게 더 악랄하다. 배상금 명목으로 받던 걸 배상금 비율을 줄이고 다른 명목으로 돌려 받으니까, 배상금은 배상금대로 있는데 거기에 추가로 영구적인 경제적 이득을 받아내게 된 거다.
그러나 이러한 이면은 드러나지 않았다.
겉으로는 밀리터리스의 민주주의 수호를 계기로 두 나라가 극적인 화해를 하고, 상하이 경제 동맹의 경제적 부담도 대폭 완화되는 엄청난 외교적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물론 리웨이 총리와 반대되는 민혁당의 얘기다.
중화이십국의 맹주격인 상하이 경제 동맹이 친한으로 급격하게 노선을 틀게 되자, 일부 중화국도 은근슬쩍 붙어왔다. 고려 그룹은 너그럽게 받아 주었고, 마찬가지로 배상금 지급 비율을 대폭 조정해 주었다.
물론 그 액수만큼 우회 경로로 받았지만, 어차피 정치인에게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는 성과였기에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전쟁까지도 생각했던 중화정상회담과 하나의 중국 선포 등, 통칭 ‘중화의 봄’이 일단락 되었다.
폭풍 같은 나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