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21)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20화(21/243)
03.새우
다음날.
나는 적당히 집에 머물며 방탕한 생활을 즐겼다.
750억 원 규모의 투자도 진행중이고,
남자 주인공도 처리했고,
프로듀서 모집 공고도 올렸고,
교도소 사업 준비도 시작했고.
뭔가 얼추 큰 그림은 끝내놔서 당장은 할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럴 땐 역시 망나니 답게 좆질하며 놀아야지.
이것도 나름 이미지 관리(?)다.
사람이 너무 갑자기 바뀌면 이상하잖아.
에밀리아가 괜히 내 뒷조사를 시켰겠어?
뭔가 이상한 걸 감지해서 뒷조사를 시킨 거다.
그러니 하던 망나니 짓도 꾸준히 해 줘야지. 서은미라는 국정원 스파이도 있는데.
대충 연습생들을 춤 추게 해놓고 그 앞에서 수아와 떡을 친다거나,
화사하게 미소 짓고 있는 서은미를 건드려(섹스) 표정이 일그러지게 만든다거나.
괜히 에밀리아한테 문자해서 보지 사진을 찍어 보내게 하거나 하는 등, 아주 좆물 마를 일이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오후 3시 즈음이 되어갈 무렵,
교도소건으로 한창 바쁠 수아가 자료 하나를 가져왔다.
“주인님, 말씀하신 자료입니다.”
처음 보는 여자의 사진이 들어간 신상정보였다.
“아아. 이 사람이 그?”
“네. 신미래 일보의 윤하영 기자입니다.”
아까 아침에 요청한 자료로, 어제 김동기의 폭로를 기사로 올린 사람이다.
아무래도 그냥 두긴 좀 그렇잖아? 경고 정도는 해줘야지.
실수든 아니든, 나를 겨냥했으면 반드시 응징한다.
“기사 전문은 뒤에 첨부했습니다.”
“흠.”
속보로 올린 건지, 본문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핵심 내용은 다 들어가 있네.”
“예.”
“신미래 일보면 꽤 규모 있는 언론사 아닌가? 기자가 독단으로 올리거나 할 순 없을 거 같은데.”
“보통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10분 만에 내려간 걸로 보아 독단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흠….”
하긴.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이런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폭로에 수저를 얹진 않았을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연예계 성상납이라니. 이걸 건드리면 얼마나 많은 고위층이 고까워하겠어. 언론사는 광고로 먹고 사는 집단인데.
자료를 좀 더 뒤적거리니, 또 다른 여자의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오?”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상당히 예쁜 여자.
뭔가 지적이고 농밀한 맛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밀프다.
“윤하영 기자가 소속된 사회 1부 서현주 팀장입니다.”
“이 사람이 상관?”
“네.”
수아가 서류 몇 장을 더 건내줬다.
내 마음을 미리 읽기라도 했는지, 팀장의 이모저모를 큼지막하게 프린트 해왔다.
참기자 상을 수여 받는 사진, 인터뷰를 하는 사진, 미튜브에 올린 영상을 캡쳐한 사진 등.
꽤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었는데, 미모가 일그러지지 않았다.
그 말은 사진빨 같은 사기가 아닌 진짜 미녀라는 뜻!
‘…LUMINA 데뷔 시키고 궤도에 안착 시키려면 어차피 친밀하게 지내는 언론인 한 둘은 있어야 돼.’
사실 핑계고 자침반이 섰다.
“예쁘게 생겨가지고 부하 관리를 못하네. 쯧쯧쯧.”
프린팅 된 그녀의 얼굴을 톡톡 두드리다 수아에게 건내줬다.
“불러.”
+++
“팀장님, 역시 전 납득 못하겠습니다.”
“….”
“어제 제가 올린 기사를 팀장님 마음 대로 내리신 거, 사과해주세요. 그리고 다시 올려 주세요.”
“….”
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참 당돌하고 신념을 가진 훌륭한 신입이라 생각했는데, 어제 일을 겪고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 아이는 그냥 세상을 모르는 거라고.
아는 게 적으니 용감할 수 있고,
용감하니 어설픈 정의를 가지고 불도저처럼 들이미는 거다.
과연 그녀가 항거할 수 없는 진실을 목도하게 되었을 때, 그때에도 진실된 기자로 남을 수 있을까?
“하영씨, 기사 올리기 전에 저한테 먼저 검수 받아야 하는 거 잊으셨어요?”
“전에도 그랬다가 제 기사 바로 빠꾸먹이셨잖아요!”
“그럴만 하니까요.”
“전혀요! 제 기사에는 문제 없었습니다. 오히려 남들이 다루지 않는 문제를 지적한 훌륭한 기사였죠. 도덕적으로도, 문법적으로도, 그리고 직업윤리적으로도 제 기사는 완벽했습니다! 시민들의 알권리를 수호하고 추악한 자들의 치맛자락을 들춰내는 게 우리 기자들의 소명 아닙니까?!”
“….”
팀장은 가만히 그녀를 올려다봤다.
앙 다문 입술과 다부진 눈매는 결코 뜻을 물릴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옳은 일을 한다.’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방팔방 날뛰는 게,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였다.
세상에는 옳고 그름과 관계 없이 건드려선 안 되는 게 있는 법인데.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군요?”
“아뇨? 저도 틀릴 수 있죠. 그런데 지난번과 어제 일은 아니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옳아요. 팀장님도 보셨잖아요 그 방송!”
“….”
어제, 신입기자 윤하영은 미튜브를 탐방하다 한 실시간 방송을 접하게 됐다.
레인보우 미라클이라는 기획사의 총무가 하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그 방송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세상에.
성상납이라니.
여자 연습생을 사회 고위층에 상납하고, 심지어는 연예인들조차 심심찮게 연루된다고 한다.
아예 기획사마다 성상납 전용 접대팀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
그녀는 분노했다.
세상에 이런 부조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기사화 했다.
규범대로 소속 팀장의 검수를 받을까도 생각해봤지만, 예전 기억을 떠올린 그녀는 무단으로 그냥 올려 버렸다.
결과는?
10분도 안 돼서 내려갔다.
“제가 다운로드 받은 실시간 방송 영상, 팀장님께 보내드렸어요. 보셨잖아요.”
“예.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제 컴퓨터가 다운됐죠. 하영씨 폰도 마찬가지고.”
“그건,”
“하영씨가 하는 건 그런 행동이에요. 혼자만 피해 보는 게 아니라고.”
꾸욱.
하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도무지 저런 논리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침묵을 강요받았을까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추악한 진실들이…. 권력에 알랑방귀나 뀌는 더러운 기자들에 의해 묻혔을까요?”
“말 조심해 하영씨.”
“저는! 절대 굴하지 않아요. 이 더럽고 추악한 바닥-,”
그때, 팀장의 전화가 울렸다.
그녀가 손을 들어 하영을 조용히 시켰다.
“으으…!”
“예. 사회 1부 서현주 팀장입니다.”
수화기를 통해 호통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현주가 잠깐 귀를 뗐다가 다시 붙였다.
그리고….
“…예..예?”
그 지적이던 여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고, 항상 단호하게 펜대를 쥐었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누,누구…라고요…?”
단언컨대, 윤하영이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
통화가 종료된 후, 서현주는 멍한 얼굴로 폰을 내려놨다.
한창 분노와 열정으로 달아올라 사리분별을 못하는 윤하영조차 걱정할 정도였다.
“왜,왜 그래요?”
“…아,아무….”
“?”
그러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간신히 진정.
침을 꿀떡 삼킨 뒤 다시금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만 자리로 돌아가요. 그 얘기는 더 하지 말고.”
“팀장…. 후…. 알았어요. 오늘은 이만 할게요.”
더 따져 묻고 싶지만, 방금 본 표정이 너무나 심상치 않았다.
윤하영은 물러났다.
+++
“뇨타이모리(나체 쟁반 회) 말씀이십니까?”
“응.”
어제부터 내 집에 상주하기 시작한 셰프(여)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문제 없습니다만, 체온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지나면 아무래도 좋지는 않습니다.”
“그건 상관 없어.”
“알겠습니다. 모델은 어느 분이신지요.”
“음….”
잠시 고민하다 내가 처음으로 따먹은 연습생, 성예지를 불렀다.
“부,부르셨어요….”
의기소침해 보이는 얼굴로 다가와서는 고개를 들지 못한다.
“얘로 하려고.”
“…뇨타이모리는 줄곧 움직이지 않아야 합니다. 이분이 가능할까요?”
“예,예에? 뭐,뭘 시키시려고요…??”
“뭐 굳이 칼 같이 지킬 필요는 없어. 기분만 내는 거야.”
“그러시다면…. 모델님, 몸을 깨끗이 씻어 주십시오.”
“???”
“들었지? 가서 박박 씻고 와.”
예지는 영문도 모른채 욕탕으로 향했다.
.
.
저녁 6시가 되었다.
“주인님, 서현주 팀장 도착했습니다.”
“흐…. 그래? 여기로 오라고 해.”
“예.”
나는 1층 좌식 식당에서 가로로 길쭉한 식탁을 두고 이 집 첫 손님인 서현주가 오길 기다렸다.
뇨타이모리의 접시 역할을 할 성예지를 제외한 연습생들을 좌우로 2명씩 배치해 스트립댄스 같은 끈적한 춤을 추게 했고, 음악도 그에 맞춰 준비했다.
서은미는 각각 내 대각선 뒤쪽에 가만히 서 있다.
그리고 식당 구석에는 전원 여자인 셰프들이 실시간으로 회를 뜰 준비를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뇨타이모리가 나오지만, 혹시라도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세워둔 거다.
근데 아마 부족할 일은 없을 거 같다.
“첫 손님이니 성대하게 환영해 줘야지.”
텅 빈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으니, 곧 미닫이 문이 열리면서 수아와 서현주 팀장이 들어왔다.
“주인님, 데려왔습니다.”
“…!!”
잔뜩 긴장한 얼굴로 들어온 서현주는 방 좌우에서 끈적한 춤을 추는 연습생들을 보고 흠칫 놀랐다.
그럴 만도 한 게, 쟤들 거의 알몸이다.
“서현주씨? 이리 와 앉아요.”
얼어 붙은 그녀에게 손짓해 내 건너편에 앉게 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앉았다.
상당히 불편해 보인다.
정장 자켓을 들고 있는 손도 파들파들 떨리는 게, 안쓰러울 지경이다.
기자 생활 초창기때는 아주 대쪽 같고 올곧은 기자로 유명했다던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현실에 타협한 흔해빠진 기자의 모습처럼 보였다. 엄청 예쁘긴 하지만.
“식사 안 했죠?”
“예,예에…. 부,불러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려야 할지…. 죄,죄송하다고 말씀 드려야 할지…. 아,아니 일단은 저-,”
그녀가 일어나려 했다.
“앉아.”
“…!”
“밥 먹고.”
“아….”
그녀가 엉거주춤하다 다시 앉았다.
나는 가득 찬 술잔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가 눈치를 보며 두 손으로 술잔을 들어 올리자, 때를 맞춰 나의(?) 회심의 역작(?), 성예지 뇨타이모리가 밥차를 타고 등장했다.
“실례합니다.”
무려 네 명이 달라 붙어 식탁에 옮긴다.
발군의 몸매를 지닌 성예지의 알몸에 각종 회와 초밥 따위를 얹은 퇴폐적인 식단.
나는 처음 보는 실물에 감탄했고, 서현주는 놀라서 잔을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