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217)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216화(217/243)
아니 뭐…. 회장님의 행보니까 중요하다면 중요한 거긴 한데….
그게 무슨 사업에 관련된 것도 아니고 프로 바둑 기사로 입문했다는 게 나오니까 좀….
‘대체 바둑을 얼마나 좋아하는 거냐고 저 양반.’
정말 알면 알 수록 황당할 따름이다.
이 정도면 애초부터 바둑 기사를 노렸으면 됐던 거 아닌가. 기업 운영 말고.
‘아 아니다. 지금 고스트 대리 바둑왕을 찍고 계실 텐데, 본 실력으로는 택도 없겠지.’
허 참.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아무튼 뭐, 나한테 나쁠 건 없지…. 아마도.’
열심히 박수를 쳤다.
이해와 납득이 좀 안 가더라도, 회장님이 좋아하는 일이니 가장 크게 박수를 쳐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들 같은 생각인지, 아주 죽기 살기로 박수를 치는데, 과장 좀 보태서 평양 전체가 들썩이는 것 같았다.
수만 명이 모여서 그러고 있으니 진짜 귀가 따갑다.
‘아니 언제까지 쳐야 돼.’
그,
뮤지컬 같은 거 보다 보면 ‘17분 간 기립박수’ 뭐 이런 기사 나오잖아?
그런 것처럼 박수 소리가 끝도 없이 울려 퍼진다.
그 누구도 감히 먼저 박수를 그만두거나 앉거나 하지 않으니까.
계속 박수를 쳐야 하는 거지.
“다들 축하해 주니 기분이 좋구만. 그하하하.”
할아버지는 함박만하게 웃으며 같이 박수를 치더니, 대충 한 5분 정도 뒤에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그만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물론 그래도 박수를 그만 두고 앉는 사람은 적었고, 고모들이 손목을 주무르며 앉자 누나들과 내가 앉고,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박수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고려 그룹의 회장 쯤 되면 무한 박수를 받을 수 있구나.’
할아버지가 그만하라고 손짓을 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10분이고 15분이고 계속 박수를 쳐야 했을 거다.
–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 방문해 주신 모든 임원 여러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늘은-,
시작 영상이 종료되고, 웬 여자 하나가 단상으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늘씬하게 잘 빠진 몸매에 얼굴도 괜찮아서 무슨 아나운서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무수히 많은 계열사 중 하나를 맡고 있는 사장단의 일원이었다.
사장들 중 제일 예쁜 여자로 하나 올려 보낸 것 같은 느낌이다.
‘드디어 발표가 시작되는군.’
앞선 홀로그램 영상은 그저 인트로에 불과한 것.
본격적인 건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녀는 인트로 영상에 나왔던 것을 풀어서 설명했다.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워 놓고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주석을 붙여 가며 말을 이어갔다.
열화와 같은 박수가 있었던 영상 때와는 달리, 장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조금 지루하네.’
뭐, 애초부터 도파민 터지는 행사가 아닌지라 어쩔 수 없었지만, 그냥 듣고 있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나마 세계 정세 파트로 넘어 와서 지금 아시아 상황이 어떻게 유럽이 어떻고 미국은 또 뭘 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풀면서, 그래서 고려 그룹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짚어 주는 건 들을 만 했다.
‘일본 재건이라….’
그 중에 하나가 일본 재건에 대한 계획.
일본은 엄연히 3차 대전 승전국이기 때문에 대우 자체는 중화이십국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었다.
문제는 경제인데,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 후지산 대폭발 – 도쿄직하지진 이라는 엄청난 재앙을 시간차로 맞고 중국에게 대단위 미사일 세례도 맞으면서 나라 자체가 한 번 몰락했다.
어떻게든 힘을 끌어 모아 수도를 다시 세우고 국가 재건에도 열을 올리고는 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회복이 다 되지를 않았다.
저 사장녀는 그 일본을 빠르게 재건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일본 재건을 해준다는 게 딱히 일본을 도와준다는 뜻이 아니다.
당연히 그거 다 고금리 차관이고, 아주 노골적으로 말하면 1년 자국 총 생산의 15~20%가량을 고려 그룹과 대한민국에 배상금 명목으로 지불하는 상하이처럼 일본을 그런 식으로 착취해 먹겠다는 뜻이다.
단지 그걸 배상금이 아니라 차관 이자로 받을 뿐이지.
아니면 뭐 다른 이권으로 빼돌려 먹거나.
‘2077년도 다사다난하겠네.’
2076년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이 됐다.
진행 되던 모든 것들이 중지 되고, 상공에 커다란 숫자가 떠오른다.
처음 59였던 것이, 점점 줄어들어 40대로 접어든다.
신년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드디어…. 2077년…! 메인스토리가 시작되는 시간대!’
기대가 된다.
무슨 신박한 상황이 나를 반겨올지.
내가 겪었던 루트와는 이미 오만 광년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겪는 모든 것들은 대부분 새로울 거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나는 다름 아닌 고무열이니까.
고려 그룹의 장손,
고무열.
[207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아~!!]펑!
퍼엉!
걱정과 두려움은 나의 몫이 아니다.
내 반대편의 몫이지.
나는 그저 기대한다.
눈 앞의 과실이 얼마나 맛있을지를.
+++
“후으으….”
“수고했다.”
“아, 민ㅇ…. 아니 고모.”
음료를 건낸 고민영이 슬그머니 미소 지었다.
아마 이 여자를 이렇게 웃게 하는 건 나 밖에 없을 거다.
“남들 있는데서도 내 이름을 부르는 거니? 나는 상관 없다만.”
“설마요…. 그럼 안 되죠.”
“후후.”
그녀가 기분 좋게 웃으면서 내 등을 토닥였다.
거기까진 고모가 조카에게 해줄 수 있는 그런 동작인데, 살짝 엉큼함도 들어 있었다.
은근슬쩍 손을 내려 내 엉덩이를 터치하는 것이다.
“발표 잘 하던데. 우리 조카가 그 정도 강단은 있어야지. 내년…아니 올해가 기대되는 걸?”
“하하…. 발표….”
고민영은 잘했다고 하지만, 나는 살짝 기가 죽은 상태다.
왜냐면 규모가 차이 나도 너무 심각하게 차이 났기 때문이다.
당장 아까까지 내가 마구 범했던 고민지만 해도, 발표하는 사업의 규모가 기본 ‘천조’에서 놀았고, 총 규모는 경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그것도 맡고 있는 사업 하나의 얘기다. 다 합치면 어지간한 국가 사이즈가 나온다.
괜히 해적질 하겠다고 항공모함 사고 그러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해도 돈이 남아 도니까 그런 지랄을 했던 거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심지어 십 경을 넘나드는 사람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금융을 총괄하고 있는 고하영 같은 사람 말이지….
근데 나?
다 합해 봐야 꼴랑 16조다.
‘준비할 때만 해도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발표하니….’
딱 우물 안 개구리.
아무리 천억에서 시작해 4개월 만에 조 단위로 불렸다는 스토리가 있다지만, 그래도 규모가 너무 초라하잖아.
나도 엄연한 오너 일가인데.
다들 잘못 들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게 발표하는 와중에 느껴졌단 말야.
그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계속 하냐고.
‘어떻게든 끝내긴 했지만…. 진짜 아찔했다….’
가족들의 응원과 할아버지의 지지가 아니었다면 수치심에 덜덜덜 떨었을지도 모르겠다.
멀뚱멀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저딴 게 오너 일가?’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머리도 복잡했고.
다행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모두 나를 대견하게 생각해 준다는 거다.
내 발표를 지켜보는 사장단들이 모두 지루함에 찌든 표정과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 가족들 만큼은 집중해서 내 말을 들어 주었다.
특히 할아버지는 내 발표가 끝났을 때, 가장 먼저 일어서서 박수를 쳐 주었다.
회장님이 그러는데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다들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데, 내 평생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 중 하나였다.
추석 때 나를 방계들에게 선보일 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할아버지는 항상 나를 강력하게 지지해 주었다.
아마 고무열이 약이나 쳐 빠는 개뻘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고려 그룹 안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었겠지.
“무열아, 중요한 건 규모가 아냐.”
“….”
고민영을 비롯한 고모들도 나를 지지해줬다.
당장 지금도 위로 비스무리한 개념으로 말을 하고 있잖아.
“네가 누구냐는 게 중요한 거지.”
“고모….”
“넌 우리와 같은 피를 가진 가족이잖니?”
자애롭게 웃어 보인 고민영은 얼른 주변을 살피다가 보는 이가 없자, 내게 입을 맞춰 왔다.
부드럽게 겹치는 입술을 느끼다 나도 모르게 안으로 침입하려는데, 그녀가 입을 뗐다.
아쉬움이 몰려온다.
“그리고 내 남편이기도 하고.”
“…벌써 남편?”
“물론이지.”
또 다시 주변을 살핀 그녀가 다시 입을 맞춰온다.
그랬다가 바로 떨어져 걸어가는데,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런 게….
가족이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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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잉.
톡이 왔다.
한참 앞에서 걸어 가던 고민지다.
쳐다 보니 뒤를 돌아본 그녀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허.’
고민지도 나를 위로해 주는 건가.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족이라 이거지.
‘하긴. 떡정이 있는데.’
그간 얼마나 많이 몸을 섞었어.
오늘만 해도 몇 번을 박았는지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하여간. 겉으로 틱틱대는 인간이 속으로는 더-,”
– 거지새끼
– 엌ㅋㅋㅋㅋ
“….”
고민지 넌 진짜 두고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