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220)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219화(22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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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은 장장 5시간 가까이 진행 됐다.
승자는 할아버지.
내가 바둑을 제대로 볼 줄 몰라서 어떻게 돌아갔는지 판세를 읽는다거나 하진 못하지만, 대충 해설자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상당히 팽팽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경기 수준도 높아서 중간중간 사람들이 놀라는 장면도 많이 나왔는데, 강제로 관람하고 있는 수만 명의 군중들 중에서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봤자 나는 뭐 하나도 몰라서 그런 거 전혀 못 느꼈지만.
‘근데 할아버지는 지금 한국영 사범의 지시대로 두는 거 아닌가? 그러면 상대방이 진짜 말도 안 되게 잘 둔다는 건데.’
한국영 사범은 인류 역사상 최강의 바둑 기사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다.
아무리 최신 트렌드가 있다지만, 할아버지도 지난 몇 개월 동안 같이 준비도 했을 것이고 연구도 했을 거다.
즉, 지금의 한국영은 펌웨어 최신 업데이트를 받은 전설의 프로토타입 제로번기 같은 그런 느낌이란 말이지.
‘지금 보니 나이도 엄청 어려 보이고.’
대국 상대는 의기소침한 모습에 더벅머리를 하고 있어서 판별이 어려웠지만, 조금 관심을 기울여서 보면 대충 갓 성인이 되었거나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물론 겉모습으로 나이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당장 할아버지만 해도 70대를 넘어 80대를 바라보는 나이인데 겉으로 보면 그냥 형이잖아.
안티 에이징이라는 희대의 노화 삭제 기술이 있는 이상, 겉모습으로는 절대 나이를 판별할 수 없다.
이게 단순히 그냥 노화를 억제해준다, 어려 보이게 해준다 이런 레벨이 아니라 그냥 깡으로 신체 나이를 롤백시키는 거거든. 20살이 목표면 그냥 말 그대로 20살로 만들어주는 꿈의 기술이기 때문에, 보이는 걸로 나이를 구별하겠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어린 나이를 노린다면 그만큼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지겠지만.
하여튼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사람이 나이에 따라 풍기는 분위기라는 게 있는 법인데, 지금 할아버지의 대국 상대인 지성준에게는 어른의 느낌이 잘 나지 않았다.
잘 쳐줘야 대학생?
“아~. 정말 훌륭한 대국이었습니다. 수준이 정말 높아요.”
“그러게요. 중간중간 두는 수들이 하나같이 틈이 없었습니다.”
“리그 초반부터 이렇게 수준 높은 대국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네요. 특히 고영만 초단의 경우 작년 특별대국때도 그렇고 정말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계시거든요?”
“그러게요. 저도 정말 놀라고 있어요. 근데 저는 그분도 그분이지만, 지성준 三단의 발전도 정말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렇죠! 지성준 三단의 경우에도 작년에 보였었던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고 나왔거든요. 공격에 비해서 방어가 다소 약하고 끝내기에 실수를 많이 했던 게 지성준 三단인데, 오늘 대국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가하면 또 그런 지성준 三단을 완벽히 분쇄한 고영만 초단도 정말….”
두 해설자가 대국을 리뷰하며 감탄을 쏟아냈다.
스크린에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국을 복기하는 할아버지와 더벅머리를 긁적이며 밤솜 같은 손으로 톡톡 돌을 놓는 지성준 三단이 보였다.
내가 할아버지를 오래 봐온 건 아니지만, 저렇게 진지한 얼굴은 처음 본다.
– 이야
– 존나 잘 어울리네
– 마치 할아버지와 손자 같지 않냐?
– ㅇ떡하냐
– 너 자리 뺏길 듯 ㅋ
– 안 그래도 이미 거지인데
– 어캄
– ㅋㅋㅋㅋㅋ
고민지는 시도 때도 없이 나한테 시비를 걸었다.
방금도 되도 않는 소리로 나를 긁으려고 하는데, 미안하지만 하나도 안 긁힌다.
– 내가 왜 거지임?
– 나 16조나 있는데
– 조는 씨발 ㅋㅋㅋ
– 내 별장 앞마당
– 땅만 파도 나오겠다
– 새끼야
– 누구 코에 붙임대체
– 억까가 너무 심하시네
– 그런 땅은 없어요
– 이 망할 보지야.
왜 이렇게 되도 않는 소릴 하는지 참.
정신세계가 정말 유아스럽다.
– 할부지가 너 버리면
– 너 할 수 있는 거
– 내 남편밖에 없는데
– 고따구로 말하면 안 되지
– 이 귀여운 것아
– 예쁘고 사랑스럽게 말해보렴^^
– ㅗ
– 점수 잘 따면
– 내가 따뜻한 보지로 잘 감싸서
– 마사지 많이 해줄게
– ㅗ같은 소리 하면
– 얄짤없음
– ㅗ
– 씨발년아
대충 고민지랑 잡담을 나누다 보니 스크린에서 할아버지와 지성준이 악수를 하며 인사하는 게 연출됐다.
아마 복기가 다 끝나진 않았을 텐데, 그래도 다들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 급한대로 중요한 부분들만 대충 짚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 인사가 끝난 뒤에는, 둘이 대국장을 벗어나 단상으로 나왔다.
할아버지가 등장하자 앉아 있던 모두가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고, 할아버지는 기쁜 듯이 손을 들어 올려 보였다.
‘내 평생 본 것 중 제일 기분 좋아 보이네.’
역시 바둑이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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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관련한 행사가 모두 끝났다.
시간은 저녁 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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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로 신년축하연이 있는데, 이게 규모가 정말 엄청나다.
태양궁 광장에서 바둑 대국이 이어지는 동안 그 건너편의 거대한 연회장에서 한참을 세팅에 힘쓰고 있었고, 그 결과 수천 명이 한꺼번에 참석하는 초대형 연회가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연회장을 4개를 동시에 굴리며 신년의 첫 밤을 기리며 축하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놀고 마시며 즐기는 행사이고, 또 그렇게 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역시 연회의 본질은 인맥과 정치 아니겠어?
여러 사람을 만나 소개 받고 도움도 주고 받으면서 이득을 최대한 땡겨 먹는 게 이런 행사의 묘미지.
물론 나는 그런 걸 즐기지 않는다.
머리가 좋은 편도 아니고, 정치질을 잘 하는 것도 아닌 내가 그런 구렁이들 우글거리는 틈바구니 속에서 뭔가를 한다는 거 자체가 기 빨리는 일이니까.
다행인 건, 직계인 내가 신경 쓸 일은 별로 없을 거라는 거다.
오히려 저들이 내 심경에 맞추면 맞췄지. 나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도 큰 탈은 없을 거다. 아마도.
‘적당히 둘러 보면서 참고하자.’
나 역시 한 기업의 대표로서, 이런 걸 눈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돌아가면 고려 엔터와 그 산하 기업들, 그리고 거기에 속한 구성원들에게 똑같이, 최소한 비슷한 걸로 베풀어 줘야 할 테니까.
그래도 새로운 해가 밝았는데 신년 분위기는 물씬 내 줘야지.
“지루해 뒤지는 줄 알았네 진짜.”
고민지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다가왔다.
얼굴이 쓸데 없이 달아 올라 있어서, 누가 봐도 뭔가 이상했다.
“누나, 지루했던 거 맞아? 내 자지 생각하면서 행복했던 거 아니고? 얼굴이 완전 흥분 상태인데?”
“씨발아~. 생각 만으로 행복해지겠냐~.”
그녀가 은근슬쩍 달라 붙어서는 내 몸을 터치한다.
특히 자지 부근을 톡톡 치면서 살그머니 쓰다듬는데, 바로 발기할 것 같았다.
“체험을 해야 행복해지지~.”
“누나 근데 보지 허접이라 지금 못하잖아.”
“누가 허접이래. 존나 쌩쌩하구만.”
“과연 어떨지.”
그녀의 손을 떼어 냈다.
손길은 기분 좋은 편이었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도 있는 곳이라 너무 붙어 있기는 좀 그랬다.
“사촌끼리 너무 붙어있는 거 아니니?”
봐.
이렇게 견제가 들어오잖아.
‘아니 근데 이분은….’
“누가 들으면 친남매인 줄 알겠어.”
“…친남매끼리는 사이 더 나쁜 게 보통이거든.”
끼어든 건 고민영으로, 고민지의 어깨를 잡아 끌면서 은근히 우리 둘을 떨어뜨렸다.
“그러니?”
자기 딸인데도 묘하게 싸늘하게 보는 듯한….
부회장님이 그렇게 보면 무서운데.
고민지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런 그녀에게 맞서(?)고 있다.
‘이게 대체.’
말로만 듣던 캣파인가.
나를 차지하기 위한 두 여자의 기싸움.
근데 대충 흐린 눈 하고 있어서 그렇지, 둘은 이미 알고 있지 않나?
고민지는 자기 엄마가 나랑 섹스하고 있다는 거 알고, 고민영도 자기 딸이 나랑 섹스하는 거 알고 있고….
가문 분위기도 대충 보니까 어차피 가문 여자들 내가 다 거둬 가야 할 판이던데.
‘하긴. 현실 상황이랑 감정은 또 다른 얘기지.’
아무래도 내 일생에 여난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근데 너 왜 눈을 그렇게 뜨니? 엄마한테.”
“무,무슨 소리야. 그냥 보는 건데.”
“암코양이도 아니고.”
“암코양이라니!”
대화 방향이 점점 이상해진다.
중재가 필요할 것 같다.
“크흠, 저희 이만 가죠? 슬슬 식사할 시간인데. 할아버지가 기다리시겠어요. 다른 분들도.”
“….”
고민영은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얼굴도 달아 올라 있었다.
“그 인간은 우릴 버렸어.”
“…예?”
“하아.”
뭔 소리야 갑자기.
버렸다니.
“그 진성준인지 지성준인지 하는 꼬맹이랑 바둑 복기를 해야 한다면서 홀랑 가버렸지 뭐니.”
“….”
“우리끼리 식사 하라신다.”
“아니, 그게….”
그 정도야??
“나~참. 영감탱이 꼭 이상한 곳에서 튄다니깐.”
또 다른 고모들이 끼어들었다.
고하영과 고선아.
각각 딸인 고하얀, 고선율을 옆에 끼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뭐. 부른다고 올 양반도 아니고.”
“우리끼리 가자.”
엄….
그럼 진짜 이 멤버로 식사하는 건가?
엄청 어색할 거 같은데.
‘나만 남자잖아.’
기 빨려서 어떡하냐고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