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224)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223화(22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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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영과 밤새도록 섹스하며 신년의 둘째 날인 77년 1월 2일 토요일을 맞이했다.
어제 있었던 신년축하연과 이어지는 느낌으로,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수만 명의 사장단들과 함께 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규모 회의가 있다고 한다. 이때 나온 안건으로 앞으로 1년 간 아시아의 운명이 결정된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데, 그토록 중요한 회의인 만큼 그룹의 부회장인 고민영이 빠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새벽 같은 아침, 잠도 거의 못 잔 상태로 방을 나서야만 했다.
쪽.
나가기 직전, 그녀가 내 볼에 입을 맞췄다.
이미 정장으로 풀무장(?)한 그녀는 뽀뽀 치고는 상당히 오랫동안 내 볼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아마 내 볼에 짙은 입술 자국이 남지 않았을까.
“하아, 아쉽구나. 아쉬워.”
“금방 또 볼 텐데요.”
“그러면 좋겠지만….”
볼에서 입술을 떼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본다.
불과 20여분 전만 해도 뜨겁게 몸을 맞대며 율동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다니.
나도 정말 아쉬운 마음이 크다.
쪽.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그녀는 기분 좋게 미소 짓다가 반대편 볼에 키스하고, 그러면 나는 또 그녀의 콧등에 입을 맞추고,
대충 이런 식으로 이어가다가 또 불이 지펴질 거 같아서 억지로 참았다.
“다녀올게.”
“너무 피곤하면 잠깐 쉬러 와요.”
“후후. 그래.”
아내를 보내는 심정으로 그녀의 등을 쳐다본다.
방 문이 닫히는 순간, 뜨거웠던 이 공간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아아.
이것이 『외로움』이라는 건가.
잠시 동안 꼴깝을 떨며 싸늘한 공간을 즐기다 이불 속으로 파고 들었다.
“…축축한데.”
고민영과 신나게 뒹굴었던 흔적.
그것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불.
기껏 샤워해놓고 다시 여기로 들어가는 건 좀 그랬지만,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며 눈을 감았다.
나도 이제 자야지.
무려 거의 이틀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섹스하느라.
눈을 감자마자 침대 밑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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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몽롱한 가운데 들려오는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듣던 건데.
“…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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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니까?”
누가 날 부르고 있는 건가?
“일어나라고 새끼야.”
찰싹.
????
누가 내 뺨을….
눈을 뜸과 동시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살짝 아릿한 뺨은 둘째치고,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 새끼. 존나 게을러터져가지고.”
“…?”
침대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실실 쪼개고 있는 고민지와,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고하얀, 그리고 소파에 누운 채 폰을 만지작대고 있는 고선율이 보였다.
“몇 시간을 쳐 자는 거야~.”
“무슨…?”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아니지, 왜 저 여자들이 여기 있는 거지?
‘아니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이동한 거야 아니면 누나들이 쳐들어온 거야??’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분명 고민영과 신나게 떡을 쳐댔기 때문에, 중간에 비서들이 와서 청소를 한 게 아니라면 그 흔적이 가득 남아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여긴 깨끗했다.
‘다른 방…?’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누나들이 날 다른 방으로 데려왔다는 건데….
아니 왜?
그리고 어떻게??
“얼굴 띨-빵한 거 봐라~. 존나 웃겨.”
“…뭡니까?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
“뭐긴 인마. 내가 데려온 거지.”
“….”
“자고 있길래 침대째로 떠서 데려왔는데, 그래도 계속 자더라.”
“아니.”
나 자고 있는데 방 안으로 쳐들어와서 침대째로 들고 납치해왔다, 이 얘긴가 지금?
“존나 너, 납치 당해도 하나도 눈치 못채겠더라? 어쩔려고 그러냐. 조심해야지~.”
“….”
고민지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마치 언젠가 반드시 납치를 시도할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남의 방에 이렇게 막 쳐들어오고 그래도 되는 겁니까….”
“남의 방? 야, 우리가 남이냐 인마.”
고민지는 그렇게 말해 놓고 상체를 쑤욱 숙였다.
그리고 내 귀에 속삭인다.
“엄마 방에 갔는데 니가 있어서 나도 놀랐다구~♥.”
“아.”
“존나, 떡을 얼마나 쳐댄 거야. 변태새끼야. 정액냄새가 아주 진동을 하더라. 나 냄새로 임신하는 줄♥.”
“….”
“그거 치우는 비서들은 뭔 죄냐고 대체~♥.”
거기까지 속삭인 고민지가 다시 상체를 들었다.
“그만 툴툴대고 샤워나 해. 땀냄새 난다.”
도대체 이게 뭔….
황당했지만 일단 욕실로 들어왔다.
고민영과 나의 흔적이 가득 남은 침대를 두고 홀랑 들어온 게 좀 걸리긴 하지만…. 그건 고민지를 믿기로 했다.
설마 고의적으로 나와 고민영의 관계를 퍼뜨린다거나 하진 않겠지. 자기 엄마의 명예가 달린 일인데.
“그러고 보니 오늘 모임이 있댔지.”
어른들이 그룹과 아시아의 미래를 정하는 회의를 할 때, 누나들은 따로 모여서 친목을 다졌다고 한다.
올해는 나도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나도 끼게 되는 건데….
‘그동안 친목이 됐으려나? 절대 안 됐을 거 같은데.’
고민지와 고하얀,
그리고 고민영과 고하영을 보면 절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 같다.
“거 참. 뭐가 있으면 말을 하던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데려오나. 쯧.”
투덜대며 좀처럼 풀리지 않는 발기 자지에 처덕처덕 샤워폼을 칠한다.
내 저택이었으면 이런 거 다 수아라던가 비서들한테 시켜서 욕실 봉사까지 받아냈을 텐데.
누나들이 있어서 그러지 못하는 게 참 아쉽다.
거품을 덕지덕지 바른 뒤 물을 끼얹었다.
그리고 딱 그때,
찰칵.
“?”
찰팍 거리는 물 소리에 묻혀서 아주 작게 카메라 소리가 났다.
하마터면 못 들을 뻔했다.
“뭐야. 잘못 들었나?”
잠시 의심했지만, 그건 아닌 거 같다. 분명히 카메라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 반 박자 늦게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분명히 누가 문을 열고 나를 찍었다.
‘….’
이 와중에 그럴 만한 인간이라면….
“하, 고민지 진짜.”
방에 있는 건 고민지, 고하얀, 고선율이 끝이다.
고로 이런 짓을 할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고민지 한 명만 남는다.
별 짓을 다 하네 정말.
사촌 동생한테 이러고 싶을까!
“나중에 또 무슨 이상한 짓을 하려고 도촬까지 해. 허 참. 얼탱이 없어서.”
고민영이랑 잔 걸 이렇게 복수하나.
근데 어쩔 수 없었다고.
엄마랑 딸이 있는데 어떻게 딸을 선택해. 어? 어떻게 부회장님을 거역하냐고. 이건 인정해줘야지.
그리고 할 거면 좀 스마트하게 하던가.
소리 다 나게 뭐야 이게.
일부러 들키려고 대놓고 한 건가?
“아오. 확 그냥.”
고민지를 잔뜩 벼르며 샤워를 계속했다.
.
.
샤워를 하고 나오니 침대가 치워져 있었다.
물어보니 고민지가 비서들을 불러 치웠다고 한다.
나를 데려올 때처럼.
방 안의 분위기도 살짝 달라진 게, 제각기 할 일을 하고 있던 누나들이 한 곳에 둘러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민지, 고하얀, 고선율.
분위기도 다르고 느낌도 다른 세 여자가 나를 쳐다본다.
‘고민지랑 둘이 남으면 추궁해야겠다.’
도촬범 고민지.
아주 일주일은 못 움직이게 해줘야지.
“왔니.”
처음 입을 연 건 고하얀.
그녀의 앞에 작은 상자가 올라가 있었다.
“와서 앉으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본인 앞에 있는 상자를 내 자리로 스윽 밀었다.
나한테…준다는 건가…?
얼떨결에 앉으니, 내 앞으로 또 뭔가가 스윽 밀려왔다.
고선율이 본인 앞에 올려둔 거였는데, 이번엔 서류 봉투다.
이게 대체…?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니, 고민지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친목을 다지는 의미로 우리끼리 선물 교환하고 그랬거든? 근데 이번엔 그냥 너한테 몰아주기로 했어. 존나 고맙지?”
“헉.”
뭐,뭐라고?!
“…무열이 네가 가난하게 있으면 우리 체면도 말이 아니니까. 항상 생각하렴. 우린 ‘고씨’라는 걸. 그만한 품위가 있어야 해.”
고하얀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말한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반지를 낀 왼손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RK-77이 영롱하게 반짝인다.
‘…저거 언제까지 끼고 있을 생각이지.’
고민지는 그걸 보더니, 슬그머니 목걸이를 꺼내 놨다.
고하얀의 눈썹이 움찔한다.
“아니 그, 제가 가난한 건 아닌데요….”
“시끄러 인마. 누님들이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을 것이지 뭔 말이 많아.”
“감사합니다.”
근데 고민지는 아직 뭘 안 줬는데…?
“넌 뭐야?”
고하얀이 바로 지적한다.
“왜 아무것도 없어?”
“아앙~, 난 따로 줄려고.”
“뭐?”
“요새 내가 무열이랑 좀 친해졌잖아. 그래서 좀 프라이빗한 선물을 준비했거든. 니들한테까지 보여 주긴 좀 그러니까 따로 주게~.”
“하…. 그냥 꺼내. 개수작 부리지 말고.”
“개수작? 무슨 사촌한테 선물 주는데 수작이란 말이 나와. 웃겨.”
어어.
싸우지 마라.
“그으, 이게 뭐에요? 감사하긴 한데 뭐가 뭔지를 몰라서.”
불 붙기 전에 얼른 개입했다.
고하얀이 준 상자부터 열어본다.
딱히 포장이 돼 있거나 한 건 아니라 뚜껑을 그냥 쏙 열기만 하면 되는 구조였다.
안에 있는 건 남성용 반지갑.
‘지갑?’
명품 선물인가?
“야이, 장난하냐? 이딴 걸 무슨 선물이라고.”
고민지가 옆에서 비웃었다.
그러나 고하얀은 대꾸하지 않고 내게 눈길을 준다.
안에 뭐가 더 있나?
그렇게 열어본 지갑에서 발견한 건 검정색 바탕의 카드 한 장.
스윽 빼보니 그제서야 고하얀이 입을 연다.
“돈 쓸 일 있으면 그걸로 써. 한도는 없으니까 금액은 신경 쓰지 말고.”
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