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229)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227화(229/243)
23.충성
– 아주 우수합니다. 절대적인 지식량이나 숙련도는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습니다만, 포텐셜만 본다면 역사적인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이제 당신에게 남은 과제는 하나입니다. 지난 삶을 완전히 정리하고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는 것. 진심으로 말이죠.
몇 시간 째 눈을 감고 있던 서아람은 줄곧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에 대한 것 말이다.
평생을 지옥 같은 삶을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무열의 눈에 들어 더 프레스티지가 된 영화 같은 이야기.
그녀 스스로가 겪고 있는 일이 아니었다면 그녀 자신조차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절대적인 충성….’
몇 번이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걸 말하기도 했다.
주인인 무열에게.
그러니 심경에 변화 같은 건 없다.
충성하기로 했고, 또 그리 다짐했으니, 그 감정과 맹세는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적인’이라는 단어를 확실하게 구현하는데에 있어서는 살짝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강단 있고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 해도, 본인의 감정을 그렇게까지 통제하는 건 힘든 일이니까.
과연, 그게 가능할까?
그런 의미에서 ‘지난 삶을 정리하고 와라.’같은 임무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전의 절망적이었던 삶과 지금 누리는 삶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면서, 보다 확실하게 충성을 다질 수 있는 기회.
“도착했습니다.”
운전기사의 말에 서아람이 감았던 눈을 떴다.
몇 개월 간의 화려하고 사치스럽기 짝이 없던 프레스티지 생활에서, 잠시 이전의 삶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오랜만…이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빈말로도 발전되었다고는 할 수 없는 허름한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그리 넓지 않은 도로를 두고 펼쳐진 화려함의 이면.
조금만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면 사치스럽고 퇴폐적인 빛을 뿌리는 무수한 마천루들이 웅장하게 서 있는데, 이 근방엔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구겨진 철판, 녹슬어 삭은 난간, 튀어나온 전선 가닥들이 시야를 어지럽히고 바닥은 기름때로 가득한 회색 수렁처럼 축축하게 빛을 반사한다.
낡은 아파트 단지의 외벽은 본래의 색을 잃은 지 오래로, 불규칙하게 벗겨진 페인트 조각들 사이로 거미줄같이 엉겨 붙은 균열이 엿보인다.
불빛 마저 희미한 창문들은, 마치 해골의 빈 눈구멍 같은 착시를 불러 일으켰다.
마치 거대한 폐가와 같은 모습이다.
“이 정도…였나…?”
분명 익숙한 곳인데, 서아람은 이질감을 느꼈다.
이곳에 살고 있을 당시에도 바닥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혐오감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 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가가는 것조차 강한 거부감이 든다.
구토감이 올라온다고 느껴질 정도.
아차하면 그대로 헛구역질을 두어 번 하다가 정말로 안에 있는 것을 게워낼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코를 틀어 쥐려다, 목적을 상기하고는 손을 내렸다.
“저 혼자면 돼요.”
“예.”
모든 불쾌함을 꿋꿋하게 참는다.
불결하게 물이 고여 있는 바닥을 거닐며 예전에 살았던 공간으로 향한다.
‘월세는 내고 있었으니까. 그대로 있겠지.’
그녀의 생각대로였다.
나날이 쌓여만 가는 빚더미 속에서 어떻게든 버티며 살았던 그녀의 집은 지금도 여전히 허름하게나마 온존해 있었다.
“….”
다만 다소 섬뜩한 부분이 있다면, 문 여기저기에 손바닥 자국 여러개가 남아 있다는 점일까.
문 손잡이에도 낯선 지문들이 검출된다.
집주인의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그녀의 집을 침입하려 했었다.
떠오르는 범인은….
‘….’
꽤 많다.
굳이 떠올릴 가치가 없을 정도로.
삑.
오랜만에 ‘집’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좁아 터진 집의 케케묵은 공기가 그녀를 반긴다.
“다녀, 왔습니다.”
.
.
챙길 건 따로 없었다.
기념할 만한 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정리.
미련을 털어내는 것.
그나마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한다면, 그건 엄마가 건강할 적에 함께 찍었던 몇 장 안 되는 사진 액자일 것이다.
“역시 나는…. 나와 엄마는 구원 받은 거야.”
대략 1시간에 걸쳐 집을 정리하면서, 그녀는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지난 삶은 지옥에서 무저갱으로 가기 위한 발버둥이었다고.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고 그 끝이 정해져 있는,
절망과 타락만이 남아있던 그런 결말. 그게 뻔히 보임에도 걸어갈 수밖에 없었던 밑바닥의 삶.
그런 결과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도, 그녀는 일상을 지속했다.
하루에도 몇 가지 씩 일을 한다.
개인 시간이란 개념은 없었다. 오로지 모든 시간을 돈을 버는데에 할애했고, 못 버틸 거 같으면 아주 잠시간의 휴식만을 취한 뒤 다시 일하러 갔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엄마의 치료비를 내고 나면 오히려 돈이 마이너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말도 안 되는 고금리의 사채를 빌려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엄마의 치료비는 고사하고 입원비조차 충당이 안 됐으니까.
올해 중순이 되었을 때는 이미 한계를 맞이했다.
더 이상 빚을 내는 것으로도 견딜 수 없는 단계.
그간 그녀의 몸을 보고 돈을 잘 빌려주던 자들도 은근히 압박을 시작했고, 더러는 대놓고 몸을 요구하거나 매춘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마 무열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지금쯤 사채업자들에게 잡혀가 몸이나 팔고 있었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그래 놓고도 엄마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지, 아니 살려는 둘 수 있을지 조차 알 수 없는 그런 암흑 같은 인생을 살고 있었겠지.
그야말로 지옥이고 무저갱이다.
‘나를, 그리고 엄마를 구원해 주신 거야. 그러니…. 나도 보답해야지.’
사진 액자를 소중하게 챙긴 그녀가 다시 집을 나왔다.
더 이상 찝찝함도, 미련도, 혹시나 하는 마음도 없다.
고무열에게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사는 삶이든,
찬밥 신세가 되어 그저 그런 비서로 살아가든,
아니면 그에게 다리나 벌리는 전용 좆집으로 살아가든,
최소한 이 밑바닥 하수구에 눌러 붙은 찌꺼기 같은 인생 보다는 나을 테니까.
남은 건 오직 확신 뿐이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기척이 이상했다.
먼발치에서부터 느껴지는 미묘한 숨소리와 끊기다 이어지는 천박한 웃음소리.
몇 번인가 들은 적이 있었던 것들이다.
이전의 무기력했던 그녀는 저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혐오감에 몸서리치며 최대한 빨리 자리를 벗어나곤 했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야-, 오랜만이잖아?”
“훨씬, 예뻐졌는데?”
추잡한 욕망에 젖은 흉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허름한 셔츠에 바싹 마른 몸뚱아리, 공포나 겁 따윈 없고 싸구려 욕망으로 얼룩진 눈동자.
그들은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가 너무도 투명하다.
분명 이 몸을 품고 싶은 거겠지.
‘하긴. 이제 사채업자도 없으니….’
이전에도 그들은 그녀에게 추잡한 눈빛을 보내왔었다.
다만 그럼에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던 건 사채업자가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딱히 그녀를 위해 그랬던 건 아니다. 순전히 ‘상품 가치’를 보존하는 차원에서 보호했을 뿐이다. 서아람이 화류계에서 아주 비싸게 먹힐 거라고 확신했으니까.
그런 귀중한 상품이 이런 더러운 곳에 사는 거렁뱅이들에게 훼손되면 손해도 그만한 손해가 없다.
하지만 그 사채업자가 지금은 없다.
고무열의 지시를 받은 한실장에게 모두 소탕 되었다.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기다리다 지쳤다고….”
100미터 떨어져 있어도 역겨운 냄새가 날 것만 같은 흉물들은 침을 뚝뚝 흘리며 다가왔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도 서아람은 태연했다.
“나 이제 여기 안 와. 다시는.”
“뭐어?”
“그러니 화끈하게 인사해줄게.”
총을 꺼내 가장 가까이 다가온 놈의 미간을 조준한다.
“무-,”
타앙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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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남자의 미간을 관통하고, 남자는 허망하게 쓰러졌다.
“무,무슨…!”
당황하는 나머지들.
그러나 그런다고 서아람은 봐주지 않는다.
텅 빈 탄피가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려올 즈음, 그녀는 이미 모두의 위치를 파악했다.
타앙 – !
탕 – !
타앙 – !
그리고 곧바로 연발.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움직임으로 격발할 때마다 한 놈 한 놈 픽픽 쓰러졌고, 주변은 순식간에 정리 되었다.
단 한 발의 빗나감도 없다.
그녀가 지금 느끼는 확신처럼.
+++
시티 오브 프레스티지의 특별 병동.
커다란 방을 홀로 차지하고 있던 환자의 눈이 부르르 떨렸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던 그녀인데, 이제서야 비로소 눈을 뜨려는 것이다.
그걸 감지한 센서가 콜을 보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쏜살같이 달려와 상태를 살핀다.
“모든 수치가 허용 범위입니다!”
“…드디어인가!”
부르르 떨리던 눈이 마침내 열리기 시작한다.
눈살을 찌푸리며 힘을 주고, 서서히 눈꺼풀을 들어 빛을 맞이한다.
“아…으….”
입도 뻥끗한다.
“여…긴…?”
그리고 몽롱하게나마 의식을 차린다.
“당장 연락해!”
“네!!”
그날,
서아람은 신앙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