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27)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26화(27/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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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물이군.”
윤하영 기자로부터 목표인 ‘수상한 차량’이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은 공 수사관은 조심스레 주변을 살폈다.
별 다를 것 없는 기획사 건물이지만,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기분 탓인가…. 아니면 정말 그런 게 있는 건가….’
일단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수상한 차량의 차종과 번호를 알아내는 것.
물론 검찰 공무원 전용 임플란트를 사용한다면 차량의 정보를 읽어 소유주를 밝혀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찰을 호위로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그 정도의 대비도 안 해놨을까?
고로 일단 목표는 차종과 번호.
“…역시 그냥 들어가긴 힘들겠어.”
레인보우 미라클의 경비는 삼엄했다.
안 그래도 기획사는 연예인을 다루기 때문에 보안이 강한 편인데, 레인보우 미라클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
검찰 소속 수사관임을 밝힌다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간 이나은 검사가 통칭 ‘도련님’이라 불리는 남자를 캐고 있다는 게 바로 들통날 터.
결국 신분을 숨기고 잠입을 하든 해서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도련님’의 차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던가.
‘그랬다가 놓치면 큰일이지. 진입한다.’
차에서 내린 그가 임플란트를 작동 시켰다.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지고, 그에게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 역시 사라진다.
– 2076년 8월 31일 14시 32분 11초, 인천 선진격리도시 강화 3구 미라클로 11, 광학미채, 음차폐 사용. 인천 중앙지검 형사 3부 공진철 수사관.
– 지금부터 모든 행적이 기록됩니다.
–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여 주십시오.
– 규정을 어긴-,
시야에 안내문이 주르륵 올라왔다.
무시하고 레인보우 미라클로 달린다.
‘나노 드론만 있으면 직접 움직일 필요도 없는데.’
안타깝게도 7급 공무원인데다 담당 검사가 왕따 수준인 그에겐 임플란트 시술 정도가 한계였다.
그나마도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보고되는 족쇄나 다름 없다.
– 2076년 8월 31일 14시 32분 15초, 인천 선진격리도시 강화 3구 미라클로 11, 광자 굴절 사용. 인천 중앙지검 형사 3부 공진철 수사관.
– 2076년 8월 31일 14시 32분 21초, 인천 선진격리도시 강화 3구 미라클로 11, 신경 패턴 교란 사용. 인천 중앙지검 형사 3부 공진철 수사관.
– 2076년 8월 31일 14시 32분 29초, 인천 선진격리도시 강화 3구 미라클로 11, 초음파 교란 사용. 인천 중앙지검 형사 3부 공진철 수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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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76년 8월 31일 14시 32분 59초, 인천 선진격리도시 강화 3구 미라클로 11, 트랙커 캔슬 사용. 인천 중앙지검 형사 3부 공진철 수사관.
레인보우 미라클의 담장을 넘어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불과 몇 초 사이에 자동 방위 임플란트가 주르륵 사용됐다.
‘미쳐버린 거냐 미라클!!’
대체 뭐가 있길래 이렇게 방어를 둘둘 말아놨는지.
‘…아니지. 미라클이 설치했다기 보단 그놈을 호위하는 경찰들이 설치한 거겠지.’
더욱 더 ‘도련님’이란 인간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가슴 한 켠으론 이나은 검사의 안위가 걱정됐다.
이런 인간을 상대로 수사를 계속 진행해도 되는 걸까.
‘잡생각은 나중에.’
머리를 흔들어 떨쳐내고,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내부는 별 것 없었다.
칙칙한 회색빛 투성이에 온갖 종류의 차들이 있는, 어디에서나 볼법한 주차장.
‘저기다.’
거기서 그는 주차칸을 무시한 채 가로로 주차되어 있는 차와 그 앞 뒤를 감싼 경찰 밴 2대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주위를 무장한 경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번호판을 볼 수 없게 붙여놨군.’
문제는 리무진의 앞 뒤에 경찰 밴이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다는 거.
번호판을 보려면 경찰 밴을 떨어뜨려놔야 한다.
당연히 경찰들도 있는데 그건 무리다.
‘이 정도로 철저하면 CCTV도 교란 됐겠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시도해보기로 한다.
안구 임플란트로 폐쇄회로와 연결된 랜선을 스캔하고 접근.
보안을 일부 무력화한 뒤 케이블을 연결한다.
띠리,
띠리리.
프로그램 실행.
CCTV에 접근해 자료를 뒤진다.
‘찾았다.’
‘도련님’의 차량이 레인보우 미라클 건물로 진입하고 지하 주차장까지 들어오는 영상들을 읽었다.
하지만,
‘…역시 번호판이, 아니 아예 차 자체가 제대로 안 보이는군.’
짐작하긴 했지만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차량 번호라는 게,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이유가 다 있는 건데 이걸 이렇게 가리고 다닌다니.
그 자체로 범죄인 걸 누군가는 이토록 당당히 하고 다닌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했다.
“결국, 써야 하나?’
CCTV로도 확인이 안 된다면 직접 정보를 읽는 수밖에 없다.
이 또한 당연히 대비를 해놨겠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지직.
안구 임플란트를 활성화 해서인지, 차를 보는 순간 시야가 암전된다.
그러나 곧 또 다른 임플란트가 사용되며 복구.
아마 추후에 임플란트 사용 내역을 본 사람은 공진철이라는 수사관이 어디 방산업체라도 잠입한 줄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 대상 확정.
– 정보 추출 시작.
광학미채와 음차폐를 사용 중이지만, 주변 차량 사이에 몸을 숨기고 머리만 내놓는다.
– 접근이 거부되었습니다.
‘…역시 안되-,’
지이잉.
그때.
지하 주차장과 건물 내부를 잇는 자동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등장했다.
금발을 포니테일로 묶고, 상당히 파격적인 몸매를 지닌 여인이었다.
게다가 목적을 가진 공 수사관조차 무심코 눈길을 빼앗길 만한 미녀.
‘저 사람은…?’
자세히 보니 경찰복을 입고 있다.
“팀장님!”
“나오셨습니까!”
차량 주위를 지키던 경찰들이 우르르 달려와 경례했다.
아무래도 그들의 상관인 모양이다.
“….”
여인은 말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타앙 – !
“!!!”
아무런 전조도 없이 공 수사관을 향해 총을 갈긴다.
그를 한 뼘 간격으로 스쳤다.
“티,팀장님?!”
“쥐새끼 들어왔잖아. 잡아!”
“!”
“어,언제??”
‘이런 미친…! 바로 총을 쏜다고?? 경고도 없이???’
타앙! 탕!
연이어 총을 갈긴다.
분명 광학미채, 음차폐 등을 사용해 위치를 교란하고 있을 텐데, 사격이 꽤나 정확하다.
“임플란트 사용자야. 주차장 입구 막고 정문 봉쇄해.”
“라져.”
주차장 전체에 빨간 등이 들어오고 알람이 울린다.
아마 여기 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에 경보가 갔을 것이다.
‘망했다!’
주차장의 문이 닫히기 시작한다.
‘이건 시말서 수준이 아니겠는데.’
어쨌든 상대는 경찰이니 신분을 밝히면 살아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상관인 이나은 검사가 노출된다.
그렇다고 대응해서 총격전을 벌인다? 그것도 아웃인 게, 상대의 숫자가 훨씬 많은데다 수사관은 말 그대로 수사를 하는 사람이지 – 그것도 보조 – 전투하는 사람이 아니다.
반면 상대는 중무장을 한 경찰. 심지어 밴에는 기관총까지 달려 있다.
그럼 도망쳐야 하나?
‘아니지. 이미 내가 여기서 임플란트를 사용한 기록이 보고되었으니….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다.’
아예 걸리지 않았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정보란 인식함으로서 확장되는 법이니까.
아무 일도 없었는데 뜬금없이 검찰청의 임플란트 사용 내역 같은 걸 뒤져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침입했다는 걸 알았다면?
상대방은 여기저기 뒤지기 시작할 것이다.
‘차라리 신분을 밝히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아무리 막 나가는 놈들이라 해도 검찰 수사관이라고 밝혔는데 다짜고짜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모르고 쐈는데 알고 보니 검찰 수사관이더라, 하고
검찰 수사관인 걸 알았지만 그냥 쏴 죽였다. 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
게다가 상대방도 같은 공무원이지 않은가?
신분을 밝히고 대화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어 가는 게 이득일 것이다.
“자,잠깐!!”
판단을 마친 그가 임플란트를 해제하고 두 손을 들었다.
“고,공무 수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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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를 교육하고 있던 나는 수아의 긴급한 보고에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창고 같은 공간에 수아를 비롯한 경찰들이 있고, 한 남자가 의자에 묶인 채 얼굴에 종이 봉투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이 망할 새끼.
감히 내 일과를 방해해?
“인천 중앙지검 형사 3부 공진철 수사관님?”
“예,예….”
수아가 심문을 시작했다.
“여긴 왜 왔죠?”
“말씀드렸듯, 공무 수행중입니다…. 그보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같은 공무원끼리-,”
“공무 수행중이면 회사에 말하고 들어오면 될 걸 왜 음습하게 임플란트를 사용하고 들어온 거죠? 잠입 액션도 아니고.”
“그건…. 레,레인보우 미라클이 수사대상이기 때문이죠. 중범죄 혐의가 있어서 은밀히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정보 은폐를 할 수 있으니까.”
대충 돌아가는 꼬라지가 보인다.
윤하영 기자가 영상을 검찰에 신고 했고, 그걸 어떻게 배정 받은 이나은 검사가 자기 휘하 수사관을 보낸 거지.
‘제대로 신분을 대고 들어왔으면 위에 알려질 거라 우려한 건가.’
“그쪽 검사가 이나은이란 사람이라며?”
“….”
내가 물어보자 그는 입을 다물었다.
“레인보우 미라클은 핑계고, 날 캐고 싶었던 거 같은데. 얼마 전에 윤하영 기자랑 접촉했잖아. 그 검사.”
“….”
윤하영 감시 일지를 열었다.
그녀는 토요일 오후부터 오늘까지 레인보우 미라클 주변에 얼쩡거리고 있었다.
아마 내가 여기 오는 것도 봤을 것이다.
“청탁을 받은 이나은 검사는 나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윤하영 기자로부터 내가 여기 있다는 정보를 제공 받아 당신을 보낸 거지.”
“….”
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내 말은 아예 무시할 작정인 듯했다.
“무시하네. 내 정체를 알고 싶으면 나랑 말을 섞는 게 맞지 않나?”
“…풀어 주십시오. 계속 이러시면 공무집행방해입니다.”
“이것도 공무인데? 얘네들은 날 호위하는 게 일이고, 넌 내 주위에서 얼쩡거리다 잡혔어. 즉, 너의 목적을 밝히는 게 이들 경찰의 공무라는 뜻이지. 엄연히 공무수행중이야. 우리도.”
“웃기지 마!! 그딴, 그딴 걸 공무라고!!”
그가 발작했다.
‘공무’라는 말이 역린을 건드린 모양이다.
그는 한참을 버럭버럭 소리 지르다 씩씩거렸다.
시끄럽네 진짜.
‘더 말해봐야 의미도 없겠어.’
“알려줄까?”
“…뭐?”
“내가 누군지.”
“…!!”
그에게 다가갔다.
종이 봉투를 홱 벗겼다.
“!!”
“잘 봐. 날 알겠어?”
“….”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모를 거다. 유명인이 아니니까.
나는 그가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내 이름을 발음했다.
“고무열.”
“고무…열…?”
“어. 우리 할아버지가 고영만씨야.”
“…?”
잠시 멍하니 있던 그의 얼굴이 천천히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슬로우모션을 보는 것 같다.
“고려…그룹…?”
경악은 곧 절망이 되었다.
“거,검사님…!”
“유언 참 시시하네.”
담배를 물며 물러났다.
수아가 남자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 밀었다.
타앙 – !
뇌수와 피가 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