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3)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2화(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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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참 두고 볼 일이야.”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차 안이고 비서와 수행들이 여럿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런 일도 다 겪고.”
빙의.
생각할 수록 괜찮다.
곱씹을 수록 흥분된다.
애초에 게임 폐인처럼 살았던 이유가 현실에선 즐길 수 없었던 쾌락과 도파민을 얻기 위해서인데, 아예 게임에 빙의해 버렸고 심지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오너 일가가 됐다.
‘거기에 난 엔딩까지 플레이 했으니 어느 정도 지식도 있어.’
고무열이 개병신새끼라 인식을 나락으로 처박아 버린 건 뭐…. 패널티 정도로 생각하자.
‘어디보자…. 고려 엔터? 연예 기획사면 뭐 배우 발굴하거나 아이돌 배출하거나 그런 거 해야 되는 건가.’
솔직히 이쪽으로 별로 관심이 없어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굳이 생각나는 거라면 뭐…. 아이돌이나 연예인 지망생 중 이쁘고 쌔끈한 애들 데려와서 따먹거나, 잘 나가는 현역 애들 사와서 따먹거나, 그것도 아니면 뭐….
하여튼 온갖 천박한 생각 밖에 안 든다.
‘…아니지. 꼭 그러리란 법은 없지. 이제 내껀데 갑자기 투자 회사로 바꾼다 해서 누가 뭐라 하겠어.’
완전 씹고인물 석유들마냥 모든 설정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엔딩까지 봤기 때문에 어지간한 대형 사건이나 중요한 것들은 다 꿰고 있다.
투자 회사로 전환하고 자본금을 이용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1년 안에 1조 이상으로 불릴 자신이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작중에서 전 세계를 뒤집어 엎는 RK-99를 상용화 하면 돈이란 돈은 죄다 끌어모을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이 세상에서 뭘 하고 싶으냐 하는 건데….
그건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일단 당분간은 좀 놀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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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 태양궁 주변에는 북반도 최대의 마천루지대가 있다.
수백 미터를 우습게 넘나드는 거대한 빌딩들이 수도 없이 늘어서 있고, 그 주변을 무수한 AV(Aero Vehicle)가 오가고 있다.
고려 호텔도 여기에 있다.
스윽.
차가 멈추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얼른 달려와 문을 열었다.
“어서오십시오 도련님.”
발을 뻗어 내딛으니, 이미 내 주위로 종업원들이 쫙 몰려있다.
그들은 내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깊게 허리를 숙이고 있다가 내가 유리문을 통과하고 나서야 허리를 들었다.
나로서는 익숙치 않은 대우라 괜히 귀가 바짝 서면서 흥분이 되는데, 최대한 참았다.
망나니가 이런 거 가지고 막 감흥을 느끼고 그러면 이상하잖아.
“한실장.”
“예. 도련님.”
“고려 엔터에 대해 뭐 아는 거 있어요?”
방으로 가는 동안 간략한 브리핑을 들었다.
한실장도 많은 걸 아는 눈치는 아니었다.
“지난 7월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소속 배우는 딱 한 명입니다. 한성기라는 남배우로-,”
“뭐 남배우? 내보내.”
“예?”
“내보내라고.”
“아. 예. 알겠습니다.”
여배우도 아니고 남배우를 키울 생각은 없다.
오직 여배우.
오직 여아이돌.
이건 ‘상식’이고 ‘정의’다.
띵.
최상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비서 한 명이 내 앞으로 가 카드를 긁었다.
삐빅.
로열 스위트룸의 문이 열릴 때, 갑자기 한실장이 내 앞으로 나오더니 고개를 팍 숙였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현 시간부로 인사이동이 있어, 앞으로 도련님을 모시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뭐? 무슨 소리야?”
“방금 본사에서 떨어진 명령입니다.”
“….”
아무래도 고무열에게 크게 실망한 회장이 제대로 쳐내려는 모양이다.
비서진까지 회수할 정도면….
“아니 그럼 나는 어쩌라고?”
“내일 아침까지 새 비서진을 짜 올리겠습니다.”
다행히 아예 버리는 건 아닌 모양이다.
“알았어. 일 봐요.”
“예.”
유능한 애들은 본사로 데려가고 신참이나 문제를 일으켜 찍힌 애들을 짬처리 하듯 나한테 보낼 생각인가보네.
거 참 섭섭하게.
한실장과 비서진이 자리를 비우자, 나는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
넓은 침대에 몸을 던지고 나니 그제야 시간이 제대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전에는 뭐랄까…. 실감이 안 났다.
머리로는 아는데 진짜 체감은 안 되는 느낌?
‘어떻게 빙의했는지…. 뭐 그런 거 생각해봤자 의미 없겠지?’
내 능력을 떠나간 건 생각해 봐야 의미 없다.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폰을 들어 방금 막 나간 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벨이 한 번 울리자마자 바로 받았다.
– 예. 도련님.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고려 엔터 자금 말인데, 내가 맘대로 쓸 수 있어?”
– …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배임이나 횡령으로 걸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도련님이 법에 저촉되실 일은 없습니다.
“그렇지? 그럼 내가 쓸 수 있게 준비해줘요.”
– 예. 바로 연동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 비서진 말인데, 한실장이 짜서 올리지 말고, 대표 후보만 올려 보내요. 내가 고르게.”
–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직접 봐야 좋은지 아닌지 알 거 아냐.”
– 예.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하고 창가로 갔다.
100층이 넘는 고려 호텔 최고층에 있는 만큼, 평양의 야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황홀하고, 찬란하고, 마치 영원히 번영할 것만 같은 그런 풍경이다.
“씨발 다 내꺼다.”
당장 수중에 있는 건 소속 연예인이 한 명도 없는 기획사 하나랑 천억 원 남짓 뿐이지만,
나는 이미 이 평양을, 그리고 대한민국을, 그리고 세계를 다 가진 마음이었다.
증오를 담아 욕했던 이 게임 개발진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 게임이니까 스탯창, 뭐 그런 것도 있으려나?”
그러다 워낙 현실적이라 잊고 있었던 걸 떠올렸다.
게임을 게임답게 만들어주는 UI, 스탯창.
마계인천 2077도 게임인 만큼 스탯도 있고 아이템도 있다.
[고무열]나이 : 20
소속 : 고려 엔터
종족 : 인간
레벨 : 17
무력 : 39
의지 : 11
테크 : 23
리더십 : 69
매력 : 3
<사이버웨어>
없음
<특수능력>
없음
<스킬>
없음
<특성>
고려 그룹 오너 일가,
흡연 중독, 약물 중독, 섹스 중독, 의지박약, ADHD
“오…. 오오…!”
예상대로 스탯창이 존재했다.
근데….
“이 새끼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냐.”
스탯이 진짜 처참하다.
일반인이라 해도 자기 전문 스탯은 70~80은 나와야 간신히 쓸만한 정도인데, 얘는 리더십 하나만 꼴랑 69이고 나머지는 바닥이다.
그나마 리더십도 재벌 버프다.
“와…. 당장 스토리 시작인 내년엔 등장인물 대부분이 주요 스탯 90 이상을 달고 나오는데 이건 뭐 중학생만도 못하네.”
그뿐만이 아니다.
특성에 줄줄이 소세지마냥 붙어 있는 각종 디버프도 내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의지박약은 뭐 그렇다 쳐도 흡연 중독에 약물 중독, 섹스 중독까지?
왜? 알코올 중독도 달고 있지. 이건 왜 뺐냐.
“…내일부터 생각하자.”
스탯창을 보자마자 밀려오는 아득함.
나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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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부스스한 눈을 비벼대며 일어나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는데, 아무래도 금단 증상 같았다.
흡연 중독, 약물 중독, 섹스 중독.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다.
그 중에서도 약물은….
‘씨발 딴 건 몰라도 이건 무조건 없앤다.’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나는 약을 찾았다.
금단증상은 인간의 의지로 버텨낼 수준이 아니었다.
속으로 고무열 씹새끼를 대충 열 번 정도 외쳐주면서 기억을 거슬러 올랐다.
이 약쟁이 새끼가 약을 멀리 놔뒀을 리는 없다. 옷이나 지갑 같은 곳에 넣어 두지 않았을까?
“으…. 으윽….”
옷장으로 걸어가는 길도 멀다.
이 몇 걸음을 못 해서 휘청 거리고, 바닥에 넘어질 뻔 한 것도 몇 번.
옷장에 다다라서는 무슨 문어마냥 옷장에 찰싹 붙어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옷을 꺼냈다.
다행히 겉옷 주머니에 약이 있었다.
“하아…. 하아…. 이 병신…. 진짜,”
기억에 있는 대로 주사기에 약물을 넣고, 대충 혈관을 찾아 주입.
꽤 큰 주삿바늘이 살을 뚫고 박히는데, 그런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쾌-,
“끄호오오옵??!!”
순간 찾아오는 엄청난 황홀감.
나는 마치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온 세상을 내려다봤다.
온 우주 만물, 삼라만상을 모두 깨달은 현명함으로 이치를 깨닫고, 내 생각은 묘리에 닿았다.
‘이래서…. 약을….’
나는 녹아내렸다.
.
.
약물의 기운이 가고 나서, 간신히 몸이 진정됐다.
미칠 듯이 아파오던 머리도 괜찮아졌다.
“하아…. 하아….”
생전 처음 느껴보는 황홀감.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걸 또 하는 순간 나락으로 직행이라는 걸.
다시는 하면 안 된다.
뇌를 뜯어서라도 약물 중독은 고쳐야 한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야지 븅신처럼 약쟁이로 살다 일찍 뒤져버리면 손해가 얼마냐.’
다행인 건 한 번 맞으면 그래도 하루는 멀쩡히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오늘 안에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때였다.
벨소리가 울렸다.
인터폰으로 가서 보니, 한실장과 비서 후보로 데려온 듯한 사람들이 있었다.
– 한실장입니다. 도련님. 후보 데려왔습니다.
“들어와요.”
대충 겉옷을 걸치고 머리도 적당히 쓸어 넘겼다.
이제 보니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금단 증상 때문인가? 아니면 약을 넣어서 그런 건가?
하여튼 좋은 꼴은 아니다.
근데 뭐, 비서한테 잘 보일 필요는 없으니 상관 없겠지.
물을 마시며 소파로 가서 푹신함에 몸을 맡기니, 한실장과 비서 후보들이 들어왔다.
네 명이 남자고 나머지 한 명은 어제 내가 엉덩이를 만졌던 여자다.
몰랐는데, 정면에서 보니까 얼굴도 상당히 예뻤다.
‘딱 보니 다들 짬도 안 되는 거 같은데…. 그냥 대충 붙여주고 끝내겠다는 건가.’
한실장이 날 무시해서 그랬을 가능성도 있지만, 본사의 입김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애초에 내 비서진을 해체시키고 한실장을 인사이동 시킨 것도 본사의 명령이니까.
“소개해요. 당신부터.”
“아, 예. 도련님. 저는-,”
내가 지목한 남자부터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그다지 열의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대충 흘려 들으면서 유일한 여자의 정보를 열어 보았다.
아무래도 남자 보다는 젊은 여자가-,
[하은영]나이 : 23
소속 : 고려 프레스티지,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종족 : 인간
레벨 : 107
무력 : 81
의지 : 112
테크 : 108
리더십 : 98
매력 : 92
<특성>
애국
“푸훕!!”
마시던 물을 뿜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