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30)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29화(30/243)
“흠.”
수아는 전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이나은 검사에게서 쎄함이 느껴진다고.
대개 쎄함은 과학이라고들 하는데…. 일단 겉으로 보기엔 이나은 검사는 완벽한 정의의 검사다.
그도 그럴 게, 결코 대적할 수 없을 만한 세력(나)을 상대로 이렇게 돌진해오잖아. 그간의 행적 역시 그래왔고.
이게 어디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냐고. 능력 고하를 떠나서 이렇게 대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일반적인 인간의 그릇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만약 연기라면?
‘종종 그런 경우가 있긴 해. 몸값을 최대한 불리기 위해 정의를 연기하고, 가장 비싸게 쳐줄 때 팔아 치우는 거.’
검사 자체는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군이 아니지만, 그 이후를 도모할 때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정의의 검사, 정계에 입문하다.’ 같은 테크트리가 있지. 기본적으로 법조인은 ‘정의’와 연관이 깊다는 인식이 있어 정치 쪽으로 수월하게 빠지는 편인데, 그 와중에 현직에 있을 때 대쪽 같은 검사 등으로 이름이 높았다면 가산점이 엄청나게 붙는다.
그러니 만약 그녀가 이런 걸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수아의 예감이 아주 멋지게 맞아 들어가는 셈이다.
‘근데 그러면 더 대단한 년인데. 큰 그림을 위해 주변 모든 사람을 완벽히 속일 수 있다는 거잖아.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절제하고.’
검사인 이나은은 얼마나 많은 청탁과 뇌물, 유혹과 싸워야 했을까.
눈 앞에 5만원짜리만 있어도 눈이 흔들리는 게 인간인데 그 모든 것을 정의로운 성격 때문이 아닌 더 큰 목적을 위해 참아왔던 거라면 이 역시 일반적인 인간의 그릇이 아니다.
“레인보우 미라클로 간다고 했지?”
“네.”
“가자 그쪽으로.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슬슬 얼굴 좀 비춰 줘야지. 아무래도 암시나 경고 정도로는 말을 못 알아 먹는 거 같아. 아님 니 말대로 다른 꿍꿍이가 있거나.”
“어…. 위험할 수도 있는데요? 수사관이 죽어서 독이 바짝 올라 있을 텐데.”
“경찰만 30명인데 위험하긴. 니가 내 옆에 붙어 있으면 되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애초에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내가 오너 일가인 이상 알게 모르게 따라 붙는 애들이 항상 있을 거거든.
위험하면 그들이 개입할 거다.
아마도….
+++
“아 글쎄, 공 수사관이건 궁 수사관이건 저는 모른다니까요? 아니 모르는 사람이 어디서 무슨 짓을 당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무당도 아니고.”
에밀리아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안 그래도 최근 며칠 온갖 억까에 시달리며 스트레스가 만땅이었는데, 이젠 검사까지 와서 들쑤시고 다니니 기분이 아주 해피하다 못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쾅!
“잡아 떼지마라!! 진철이는 분명 어제 이곳 지하 주차장에서 임플란트를 사용했다. 기록이 떡하니 있는데도 발뺌할 셈이냐?”
“아이씨. 얻다 대고 삿대질이야아! 아저씨, 나 알아요? 민원 크리 한 번 크게 먹여드릴까? 앙??!! 내가 데리고 있는 직원이 몇 명인데! 한 번씩 다 쏴줘??”
동료의 죽음에 매우 예민해져 있는 송 수사관과,
스트레스 만땅으로 예민해져 있는 강 에밀리아.
둘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야말로 일촉즉발.
샤락.
“일주일쯤 전에 연습생 다섯 명이 줄었네요? 어디있죠?”
그 와중에 이나은 검사는 홀로 차분했다.
“…그냥 단순한 트레이드인데요.”
“계약서가 없는데요.”
“안 드렸으니까요.”
“….”
송 수사관이 또 발끈했다.
“잘 모르는 모양인데…. 협조명령은 부분 계엄령에 준하는 말 그대로 ‘명령’이다. 이런 식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범죄란 말이다!!”
“당신들 위해서 안 보여 주는 건데? 그거 보면 큰일 나요 검사님들.”
“우릴 위해서?”
“세상엔 모르고 넘어가는 게 좋은 일도 있는 거예요. 이 갸륵한 마음을 왜 몰라주실까. 다 검사님들 위해서 일부러 빼드린 건데. 괜히 벌집 건드리지 말고 공인지 궁인지 그 사람이나 찾고 떠나요. 지하 주차장이었다며. 실종된 게. 그럼 거길 뒤지고 있어야지 왜 바쁜 날 잡아다 조지고 계실까.”
송 수사관은 분노와 답답함에 신음했다.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느낌.
일부러 이러는 건가?
일부러겠지?
이 싸가지 없는 여자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김동기씨 아시죠?”
“당연히 알죠. 그 머저리 등신 새끼. 그 새끼 때문에 내가…. 아오.”
“얼마 전까지 귀사 총무였는데 지금은 안 보이네요?”
“실종됐어요.”
“실종? 이 건물에서 실종자가 참 많네요. 그것도 최근에.”
“터가 안 좋은가보죠. 그게 그렇게 맘에 안 드시면 풍수지리라도 좀 알아봐 주시든가. 좀 옮기게.”
“….”
이나은 검사는 가만히 에밀리아를 쳐다봤다.
에밀리아도 지지 않고 노려봤다.
그때.
– 지잉.
에밀리아의 폰이 울린다.
“전화좀요.”
액정을 확인한 그녀는 ‘쯧.’ 하고 혀를 차며 액정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신호가 서너번 쯤 되었을 때 전화를 받았다.
“예. 무슨 일이시죠…네…예?”
평생 나른하고 싸가지 없는 얼굴로 지낼 것 같던 그녀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지,지금 오신다고요? 여기에요?”
“?!”
그녀의 눈이 재빠르게 이나은 검사와 송 수사관을 훑었다.
그리고 이나은 검사는 저 전화 너머에 ‘그’가 있음을 직감했다.
순간,
그녀 스스로가 놀랄 정도의 충동으로,
에밀리아의 폰을 빼앗는다.
“어?! 지,지금 뭐하는!!”
뺏은 전화를 귀에 댄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도련님’. 인천 중앙지검 형사 3부 이나은 검사라고 합니다.”
드디어 연결됐다.
+++
유 사무관은 서기와 함께 인천 최대의 섹스봇 매장, ‘자지보지 파라다이스’에 방문했다.
목적은 이나은 검사의 침실에서 확인한 섹봇의 구입 일자를 확인하고 CCTV를 확보, 또 한 편으론 구입 당시의 결제 수단을 통해 소유주를 알아내는 것이다.
일단 구입 일자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모델 자체가 워낙 비싸서 지난 2개월 동안 유일한 판매였다고 한다.
“와…. 풀 커스텀으로 총액 5억 2천…. 제가 사는 월세집 매매가보다 비싸요….”
넋 나간 서기의 말에 매장 주인이 너털 웃음을 지었다.
“하하…. 가격대가 좀 있죠? 그래도 최고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만큼, 진짜 섹스보다 더 진짜 같은 섹스를 제공한답니다.”
“이렇게 비싼 걸 검사님한테….”
“….”
왜인지 유독 그 말이 신경 쓰였다.
오직 이나은 검사만을 위한 섹스돌.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그 섹스돌의 가격이 무려 5억 2천만 원이나 한다.
게다가 구입 날짜는 8월 31일로, 바로 어제다.
즉, 이 ‘도련님’이라는 인간은 오직 이나은 검사의 집에 갖다 놓기만을 위해 5억 2천만 원을 태운 것이다.
단어를 좀 지우고 이쁘게 꾸민다면, ‘이나은 검사를 위해 5억 2천만 원을 쓴 도련님.’ 정도가 될까.
그게 유독 긁혔다.
그로서는 평생을 뼈빠지게 일해도 그럴 수 없을 테니까.
‘…이게 무슨 멍청한 생각이야. 정신 차리자.’
그래도 금방 떨쳐냈다.
지금은 잡생각에 빠져 있을 여유 따위 없다.
“선생님, 이 날 CCTV좀 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결제 내역도 부탁드립니다.”
“어려울 거 없지요.”
주인은 선뜻 협조해줬다.
CCTV 파일도 바로 내어주고, 모델의 결제 내역도 보여 주었다.
“이거 경로 따와요. 소유주가 누군지 알 수 있게.”
“아, 네!”
계좌 주인 확인은 서기에게 맡기고, 유 사무관은 CCTV 파일을 뒤졌다.
‘이거다. 8월 31일 어제.’
바로 확인한다.
분주한 가운데 한 무리가 등장했다.
젊은 남자를 중심으로 늘씬한 여자 둘이 마치 호위라도 하듯 함께한다.
‘노이즈?’
문제는 유독 그들이 있는 곳만 지직거리면서 노이즈가 낀다는 것.
전자장치로 감지할 수 없는 모종의 파장으로 감싸고 있는 듯했다.
‘이래서는 거의 쓸모가 없는데….’
‘남자’ ‘여자’ 같은 아주 대략적인 정보는 확인할 수 있지만, 이목구비라던가 하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것들은 하나도 식별이 안 됐다.
‘계좌 명의에 기댈 수밖에 없나.’
서기를 바라봤다.
마침 그는 폰을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알아 봤어요?”
“네…. 그런데 혹시, ‘고려 엔터’라고 들어보셨어요?”
“고려…엔터…?”
“예에…. 자금 흐름을 파보니까 뭐 특별한 게 없어요. 그냥 대놓고 결제했습니다. 고려 엔터에서.”
서기는 조금 불안해보였다.
“못 들어보셨죠? 고려 엔터.”
그리고 확인하듯 물어온다.
“…네. 처음 듣네요.”
“그렇죠? 하하. 어쩐지 뭐 아무런 대비도 안 돼 있더라고요. 그 ‘고려’랑은 별로 상관 없겠죠? 하하하.”
유 사무관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 고개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 지잉.
그리고 그때.
– DNA 감식 결과 보내드렸습니다.
“!!!”
그의 폰으로 DNA 감식 결과가 날아왔다.
막 열어 확인하려할 때, 감식반장으로터 문자 하나가 더 왔다.
– 빨리 검사님을 말리셔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
뭔가 의미심장한 문자 내용.
유 사무관은 덜컹!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괜히 온 몸이 오싹하고 피가 말라간다.
‘서,설마….’
살살 떨리기 시작하는 엄지로 DNA 감식 결과를 확인한다.
DNA 감식 결과
고무열
ㄴ 고려 그룹 회장 고영만의 셋째 아들의 아들. 즉, 고려 그룹 오너 일가임. 관리에 각별한 주의 요망.
사족을 확인한 그는 폰을 떨어뜨렸다.
“거,검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