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31)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30화(3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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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지,지금 뭐하는!!
폰 너머로 소란이 일었다.
그리고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 안녕하세요. 도련님. 인천 중앙지검 형사 3부 이나은 검사라고 합니다.
도파민이 1도 없는 인간이 온갖 귀차니즘을 물리치며 말하는 듯한 나른함과, 짙은 욕망을 가진 끈적한 인간이 그걸 억누르며 말하는 듯한 물기 어린 색기가 동시에 담긴 목소리였다.
편안하면서도 자극적이다.
‘이건 또 신선하네.’
설마, 전화하던 사람의 폰을 뺏어서 말을 걸어올 줄이야.
어차피 보러 갈 셈이었지만 그 전에 먼저 목소리로 마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얼굴을 보면서 처음 목소리를 듣는 거하고,
목소리만 듣는 거랑은 느낌이 좀 다르거든.
“도련님이라…. 내가 누군지 알았나보네요. 이나은 검사님?”
– 도련님이라는 것만 알아요. 아직은. 곧 결과가 나오겠죠.
“아 그러신가? 그럼 별로 드릴 말씀이 없는데. 전화까지 뺏어 가면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에요? 감사 인사라도 하려고? 하긴. 어제 섹스봇이 좀 비싸긴 했어. 서민 기준으론.”
나름 경고를 상기해주는 말이었는데 씨알도 안 먹혔다.
– 오실 건가요? 여기에.
“가야지. 가서 우리 당돌한 검사님,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사해 드려야지. 요새 내가 그쪽 생각을 참 많이 했거든요.”
– 영광이네요. 도련님께서 제 생각을 그리 많이 하셨다니. 기다릴게요. 커피라도 타고 있을까요?
“설탕 많이 넣어서.”
전화를 끊었다.
웃음이 나왔다.
“이년 진짜 상또라이네.”
기다린다고?
가서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사하겠다고 했는데도 안 가고 버티는 건 뭐야.
진짜 따로 노리는 게 있는 건가? 수아 말대로?
“그렇다 해도 일단 너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정액범벅이다.”
야생 동물을 잡았으면 길들이는 작업이 필요한 법.
쓸모 없으면 잡아 먹는 거고, 쓸모 있으면 사냥개로 기르면 되고.
나는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하는 자지에 서은미의 손을 가져왔다.
“살살 쓰다듬어.”
“네. 도련님.”
딱 발기가 유지될 정도로만, 서은미의 소프트 대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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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당신, 미,미쳤어요??!!!”
전화가 끝난 후,
에밀리아는 빽 소리를 지르며 폰을 다시 가져갔다.
“그분이 어떤 분이신데…!!”
“굉장히 기겁하시네요. 어지간히도 높으신 분인가봐요.”
“그걸 말이라고!”
“조사는 할 만큼 한 것 같고…. 우리가 그토록 찾던 분이 오고 계신다니 기다리죠.”
이나은 검사는 서류를 대충 내려놓고 정수기 옆에서 커피믹스 하나를 찾아 뜯었다.
무려 하나에 300원이나 하는 고오급 커피였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커피 타드리겠다고 했거든요.”
“하. 지금 그딴 싸구려를 그분한테,”
“싸구려라 생각되시면 왜 여기 비치하셨을까.”
“검사님 같은 분한테 드릴려구요. 스트레스 받게 하는 사람들.”
“도련님한텐 스트레스 별로 안 받으시나봐요? 발끈하시는 거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뭐라는 거야. 커피 다 식겠구만.”
이나은 검사가 믹스 하나를 더 뜯었다.
그리고 설탕만 골라 추가한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어대는 에밀리아.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나-, 같은 생각을 하며 소파에 풀썩 앉았다.
“…진철이를 죽인 놈이…여기로 오고 있다고…?”
“저 새낀 또 왜저래.”
넋이 나가서는 혼자서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송 수사관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 지이잉.
진동 소리가 울렸다.
이나은 검사의 폰이다.
“네. 여보세요.”
– 거마,거,검사님!!!!
매우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
유 사무관은 숨을 헐떡거리며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 그만,그만 두셔야 합니다!
“?”
– 아,아직 거기 계시는 거죠? 레인보우 미라클에
“네. 방금 ‘도련님’과 통화했거든요. 오신다길래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드디어 구름을 걷어내고 해를 보는 거죠.”
– !!!
유 사무관은 기겁했다.
당장 모든 조치를 물리고 무혐의 처분해도 모자랄 판국에, 아예 그쪽 도련님과 전화하고 심지어 대면을 기다리기까지 하다니.
그는 폐 깊은 곳에서부터 호흡을 끌어내 외쳤다.
– 이 사건의 배후는 고려 그룹입니다 검사님!! 그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고려 그룹의 손자, 고무열이라구요!!!
“고려, 그룹?”
커피믹스 봉지로 컵을 휘젓던 이나은 검사의 손이 멈추고 눈이 살짝 커졌다.
침실에 섹스봇이 널브러져 있는 걸 발견했을 때에도 미동도 하지 않던 감정이, 조금이나마 꿈틀거렸다.
– 아무리 검사님이라도 이건 아닙니다! 당장 돌아오셔야 해요!!
“….”
한동안 그녀는 휘젓던 손도 멈추고 멍하니 서 있었다.
고려 그룹.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실체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하나 정도는 지배적인 세력을 꼽아낸다.
그게 바로 고려 그룹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고개를 돌리는 모든 공간에 고려 그룹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다.
심지어는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이 고려 그룹의 느슨한 지배 아래 있다고 평가하는 학자들도 있을 정도.
“이거…. 새우가 너무 큰 물고기를 물어왔네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 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럴 시간에 얼른-,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앞으로 함께 일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 검사님?
“그럼.”
– 검-,
통화를 종료했다.
곧바로 다시 전화가 걸려오지만 무시.
다시 커피믹스를 휘휘 젓기 시작하는 그녀에겐 미약한 열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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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뭐,뭐라셔요??”
“…수고했다고….”
“예?”
“앞으로…. 함께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
유 사무관은 주먹을 꽉 쥐고 피가 나도록 입술을 짓이겼다.
그가 존경하고 사모해 마지 않는 이나은 검사는 상대가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담대했다.
물러서야 한다고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에, 너무나도 차분히 안녕을 고했다.
‘목숨을 걸고…. 정의를 수호하려고!’
이 얼마나 고결한 여인인가.
이 얼마나 훌륭한 검사란 말인가.
안 될 걸 알면서도,
소용 없을 걸 알면서도,
그 나른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걸어나갈 걸 생각하니 눈가가 뜨거워졌다.
꾸욱.
‘나는…!!’
두려웠다.
막연하게 적을 알았을 땐 용기를 불살랐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드러나니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하던 모든 것을 끝내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
돌아가자.
고려 그룹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헤딩을 해보는 거지,
이건 너무하잖아.
그러니….
돌아가자.
이건 결코 겁이 많아서가 아냐.
합리적인 거야.
그는 돌아가려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때,
– 이나은
하필 섹스봇에 적혀 있던 그녀의 이름이 떠올랐다.
처참한 몰골로 능욕 당하고 있던 섹스봇의 몰골이 떠올랐다.
그 참혹하고 야릇한 광경이,
이제와서 눈앞에 아른거린다.
‘검사님…!’
그는 다짐을 되살렸다.
이대로 그녀를 혼자 둘 수는 없다.
고려 그룹의 망나니 도련님이 그녀의 몸에 흉수를 뻗도록 냅둘 수는 없다.
그것 만큼은 절대로!!
다짐을 되살린다.
설령 그녀가 지옥을 걷는다 해도 그 곁에 함께하겠다던 다짐을!
“…죄송하지만 서기님은 알아서 돌아가주세요.”
“예,예?”
“저는, 레인보우 미라클로 가겠습니다.”
“!!”
그렇게 말하고는 차에 다가간다.
서기가 막아선다.
“…비키세요.”
“사무관님, 진정하세요. 진정하시고 일단은 전화로-,”
“그 분은 제 말을 들으실 분이 아니십니다. 전화도 안 되고요.”
“하지만…. 하지만 그 앞은…. 그 앞은 지옥이라고요!!”
“….”
가면 죽는다고-,
격하게 막아서는 그에게….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자신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확실히 처음엔 동경이었지. 정의를 수호하고 싶었고, 그녀와 함께라면 지킬 수 있을 줄 알았어. 하지만…. 난 그냥 그분을 사랑하고 있었던 거야.”
“예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 곁에 있고 싶습니다. 저는 가겠습니다.”
“사무관님….”
강한 결의를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 서기는 덩달아 남자의 얼굴이 되었다.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
“우린, 팀이잖아요. 이나은 검사님을 보좌하는 한 팀!”
“!!”
그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전에 한 턱 쏘겠다고 하신 거 저 아직 안 잊었거든요? 최고급 한우 대창구이 마음껏 먹게 해주겠다고 하신 거 지키셔야죠.”
유 사무관의 마음에 무언가가 벅차 올랐다.
이 삭막한 마계인천에서, 이렇게 훌륭한 동료를 곁에 두고, 또 이나은 검사와 같은 훌륭한 상관을 모실 수 있게 된 것은 도대체 얼마나 큰 행운일까.
‘이 한 걸음에, 단 한 줌의 후회도 없으리!’
그는 차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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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습니다. 주인님.”
“이야…. 쟤야?”
레인보우 미라클 지하 주차장.
에밀리아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미리 나와 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낯선 사람도 있었는데, 여자 한 명과 남자 하나다.
주목할 건 당연히 여자.
저 여자가 바로 이나은 검사다.
“목소리도 그렇고, 개꼴리는 년이네.”
서현주때와는 달리 일부러 사진을 안 봤다.
흐름상 어차피 먹게 될 텐데 미리 보는 게 의미 없다 생각했거든.
어떻게 생긴지 모르고 있다가 직접 실물을 보면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름의 성과를 얻은 듯하다.
안 그래도 서은미의 소프트 대딸로 발기가 유지중이었는데, 이나은 검사를 보고 풀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