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37)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36화(37/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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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중앙지검 대회의실.
전국 최대 규모인 약 500여명의 검사가 앞쪽에서부터 채워 앉고 있었다.
다들 최근 화제가 된 연예계 성상납 게이트 – 이나은 검사 기수열외 논란에 대해 귀에 딱지가 붙도록 들어온 터라, 오늘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이나은 검사는 장안의 화제였다.
모두가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쑥떡거리는데, 수백명이 그러고 있으니 상당히 시끄러웠다.
그런 가운데, 단상에 검사장이 올라왔다.
앉아있던 검사들이 모두 일제히 일어나고, 대표 검사의 구령에 따라 일제히 허리를 숙인다.
흡사 조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검사장은 정자세로 선 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들이 자리에 앉는다.
톡톡.
간단하게 마이크를 테스트하고,
“인천중앙지검 검사장 이정재다. 지난 며칠, 우린 모욕과 싸워야 했다. 갖은 핍박과 압력과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들을 견뎌야 했다.
그래. 우린 부패하기도 하지. 때론 뇌물도 받고, 청탁을 받기도 해. 그러나 내겐! 믿음과 확신이 있다. 그 믿음이란, 적어도 이 건물 안에 있는 우리 검사들은 법을 무기로 삼는 자들로서, 저 바깥에 있는 총칼을 든 야만인들과는 다르다는 믿음.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 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비방을 날리고 시작하는 모니터 너머의 무지몽매한 것들과는 다르다는 믿음.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잘못을 기꺼이 인정하고 뉘우칠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 상대가 야만스럽고 무지한 모습으로 덤벼온다 해서 우리 까지 같은 수준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되려 잘못을 되돌아보고, 인정하며,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나은 검사는 남몰래 피식 웃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대검에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특검을 설치하기로 했다. 위치는 강화지검. 특검은,”
검사장이 이나은 검사를 바라봤다.
“형사 3부 이나은 검사다.”
“….”
다들 올 게 왔다는 표정으로 웅성댔다.
“지금 이 시간 부로 이나은 특검에 대한 모든 비상식적 조치를 해제하고, 이후 그와 같은 일이 발각될 경우에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이나은은 ‘그래서 스스로의 잘못을 기꺼이 인정하고 뉘우치는 건 어디에 나오나?’
라고 묻고 싶은 걸 참았다.
허리가 뻣뻣한 검사장이 어떻게든 최대한 허리를 굽히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은 나름 재밌었다.
그녀의 매마른 감정이 살짝 자극될 정도로.
그녀가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일어났다.
“특검의 권한은 어디까지입니까?”
“…터미네이터가 제공될 거다.”
“!!!”
“터미네이터라고?”
“아니 그건 너무 위험한….”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던 소음은 검사장이 들어 올린 손바닥 하나로 가라앉았다.
“이나은 특검은 독립성을 보장 받는 별도의 사법, 집행 기관으로 기능할 것이며, 이나은 특검, 그리고 배속된 휘하 검사들에게는 터미네이터가 제공될 것이다. 통솔은 이나은 특검이 맡는다. 이상.”
그의 말이 끝나자 검사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그 와중에도 다들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터미네이터란 검사가 닿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한으로, 재판부의 판결 없이 즉석에서 대상자를 처분할 수 있는 무기이자 시스템이다.
당연히 여러 규제가 붙고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생기긴 하지만, 일단 검사의 신분으로 판결에 심판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되는 셈.
이게 특검에 주어진다는 건, 이번 특검이 결코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하는 시간 때우기 같은 게 아니라, 확고하게 성과를 낼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재밌겠네.’
이나은 검사는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오묘해지는 걸 느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직원이 모두 사망한 그녀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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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경찰이 보다 군사적인 성격을 띠게 되면서 수사 공백을 메울 기관이 필요해졌는데 그게 당시 검찰이었고, 여러모로 혼란하다 보니까 기존의 질서만 고집해서는 빠른 대응이 어렵겠다는 당국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즉결 처분이 가능한 터미네이터가 도입되었다?”
“네.”
그런 배경이 있었군.
게임에선 레전더리 평가를 받는 무기인데 플레이어가 검찰청에 쳐들어가서 얻는 거 말고는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의의 편에 서서 신세계를 구축한다는 그런 루트를 타면 많이 등장한다는데, 내가 탄 루트가 아니라서 그건 모르겠다.
“그, 모르세요? 유명한 드라마 하나 있는데.”
수아가 갑자기 권총을 파지하는 자세를 취하더니 앞으로 쭉 내밀고 무릎을 살짝 굽혔다.
“신속 집행 시스템 터미네이터! 신중히 죄질을 판단해 집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빵!
하며 총을 쏘는 모션을 취한다.
참고로 ‘그리고 빵!’을 직접 입으로 말했다.
“그러면 머리가 펑!”
아주 신나셨구만.
“…근데 그건 경찰도 하는 거 아냐? 너도 그냥 막 쏴 갈기잖아.”
“에이…. 그건 주인님이 뒤에 계시니까 가능한 거죠~. 제가 아무것도 없는 일개 팀장이었으면 어떻게 그러겠어요.”
“그래?”
그런 거 치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대가리를 날리시던데.
“아무튼 이나은 검사가 특검이 되었고 터미네이터까지 가졌다…. 계획이 예상보다 더 잘 굴러가네. 그럼 그냥 기획사들 쳐들어가서 막 쏴대면 되는 건가?”
“주…인님의 뒷배경을 이용하신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강화 한복판에서의 대학살을 감당하느니 그냥 규율대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보통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도망을 치려 한다거나 하는 등의 ‘확실한’ 혐의점이 있어야 해요.”
“도망치는 거 보니 저새끼 범인이다. 그러니까 쏴 죽인다. 대충 이런 느낌인가.”
“네. 그리고 사실 진짜 죽이려 한다기 보다는 ‘우리 이 정도로 진심이니까 알아서 기어라.’의 느낌에 가깝긴 해요. 솔직히 성상납이 사형까지 가는 범죄는 아니잖아요?”
“그렇지.”
“우리 눈 뒤집혔으니까 적당히 알아서 이실직고해라. 이런 거죠.”
“그렇구만.”
내가 너무 자극했나보다.
개빡쳤나보네.
근데 애초에 지들이 기수열외 같은 헛짓거리를 안 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누가 이나은 검사 괴롭히라고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나?
‘아…. 여기선 진짜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크흠.
이나은 검사한테 전화했다.
그녀는 신호가 몇 번 가기도 전에 받았다.
– 네. 이나은 특검입니다.
“니 주인님이다.”
– 예. 따로 말씀하실 일이 있으신가요?
이년 뻣뻣한 거 보니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나보네.
“특검 축하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된 소감이 어때?”
–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뿐입니다.
“그래? 수아한테 다 전달 받았지?”
– 물론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염려하시는 일, 결코 없을 겁니다.
“그래. 수고해라.”
대충 안부 인사를 주고 끊었다.
이제 성상납 했던 기획사들, 다 터져 나갈 거다.
그리고 고려 엔터와 레인보우 미라클만 살아남게 되겠지.
– 지잉.
전화가 왔다.
에밀리아다.
“왜.”
– 그…. 주,주인님.
“내가 짠 판이니까 걱정하지 마.”
– 예?
“내가 짠 판이라고.”
– …정말요?
“처음 기사 올린 게 현주잖아. 특검은 이나은이고. 그럼 감 잡히지 않아?”
– 예상을 하긴 했죠…. 그래도 확실하진 않았으니까요….
“넌 쓸데 없는 걱정 하지 말고 LUMINA 애들 앨범이나 잘 준비해.”
– …알겠습니다. 주인님만 믿고 있을게요.
통화를 종료했다.
아무래도 에밀리아는 돌아가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불안해진 모양이다.
드세고 앙칼진 성격이면서 의외로 속 알맹이는 물렁물렁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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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보)스타벨 엔터테인먼트, 15년 간 280여 건 성상납 의혹…충격 파문
– 아이리스 픽쳐스, 소속 연습생들 ‘노예 계약’ 논란…업계 전반에 파다한 불법 계약 관행
– 아스트로 뮤즈, 성상납 문건 80여 건 유출…거듭되는 K-엔터 스캔들
– 엔터 업계, 신뢰 위기…화려함에 감춰진 추악함
– K-엔터 성상납 게이트…국민들 잘못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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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뻥뻥 터졌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기만 해도 도파민이 콸콸 분비되는 기분이다.
“윤하영 기자가 특히 열심히 참여하나 봐요. 팀장에 대한 죄책감이라도 느끼나보죠.”
“딴에는 이런 개짓거리를 하는 놈들을 죄다 잡아 넣어서 속죄라도 하려는 건가.”
“뭐…. 그런? 거겠죠? 막상 현주씨는 주인님 좆집이 되었는데 말이죠.”
“심지어 본인은 내 좆집인 이나은 검사 밑에서 나한테 이득 되는 일을 하는 중이고 말이지.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됐을 때의 표정이 궁금하네.”
어떤 얼굴을 할까?
너무 절망해서 전부 포기하고 내려놓을까?
아니면 그래도 정의를 울부짖으며 달려들까.
지금껏 윤하영 기자가 보여준 성격을 보면 후자도 가능성이 있다 보는데.
“참, 오늘 수사 나온다며? 레인보우 미라클이 어제였나?”
“네. 이나은 특검이 보내준 자료를 보면 레인보우 미라클은 무혐의로 가닥이 잡혔어요. 그리고 오늘 수사는 그녀가 직접 오기로 했는데, 보시겠어요?”
“아니 됐어.”
이나은을 품은 지 꽤 되긴 했지만 오늘은 할 일이 있다.
“이번에 성상납 사건 터지면서 계약 해지한 연예인들 많지?”
“네. 소송 들어간 사람들도 많고요.”
“그 중에 깨끗한 여배우나 여자 아이돌들 있으면 사와. 모델도 상관없어.”
“알겠습니다. 주인님.”
LUMINA 데뷔도 가닥이 잡혀가고 있으니 대거 풀린 물량을 줍줍하면서 덩치를 늘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