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38)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37화(38/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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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엔터는 별 거 없네요. 애초에 신생이고 그나마 있는 연습생들도 영입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성상납 같은 걸 굴릴 여유가 안 됩니다.”
“동의합니다.”
이나은 검사는 레인보우 미라클에 이어 고려 엔터에 대한 판단도 끝냈다.
두 기획사는 무혐의.
성상납 및 그에 준하는 범죄 행위에 대한 그 어떤 혐의점도 찾아볼 수 없음.
다른 검사들도 동의하며 자료를 정리했다.
‘마냥 고지식하고 뻣뻣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네.’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니잖아? 좀 고집이 강하긴 하지만. 분위기가 특이하고 좋아.’
‘이뻐.’
이나은 검사와 함께하는 15명의 검사들은 지난 며칠 간 그녀와 일하면서 내적 친밀감을 쌓았다.
개중에는 부패한 검사도 있고, 홀로 깨끗한 척을 하는 이나은 검사를 싫어하던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이나은 검사의 열정과 인품에 반했다.
그녀는 비록 굽힐 줄 모르고 오로지 정의만을 고집하는 다소 재미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렇기에 그런 그녀의 행동에는 빛이 깃들어 있었다.
설령 자신이 부패한 검사라 해도 밝게 빛나는 그녀의 등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차오른다.
‘한 명쯤은…. 이런 검사가 있어도 괜찮잖아…?’
장차 자신의 인생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눈부시게 멋지다는 느낌?
그래.
이게 검사다.
그녀야 말로 사회가 의무를 부여한 ‘검사’ 그 자체다.
그야말로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모범적인 검사.
잠깐이라도 함께 일을 해봤다는 것에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그건 비단 검사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었다.
특검에 합류한 언론인이나 기술자 등과 같은 외부인사들도 그녀의 훌륭함에 감복했다.
잠시 쉬는 시간.
다들 부족한 수면을 채우러 자리를 비울 때, 윤하영 기자가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검사님은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
이나은 검사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 모습에 희미하게 미소 지은 윤하영 기자는 손에 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렸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이렇게 정의를 위해 힘쓰고 계시잖아요.”
“아.”
이나은 검사가 슬쩍 자신의 왼팔을 바라봤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한 깁스로 고정되어 있다.
본래 그녀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지만, 4명의 직원이 죽는 상황에 그녀만 멀쩡하면 의심을 사기 쉬웠다.
때문에 그녀는 수아가 쏜 총에 왼팔을 맞고 경상(?)을 입은 것으로 처리됐다.
‘끔찍하게 아팠지…. 하지만 조금, 기분 좋았었어.’
그때를 떠올리며 희미하게 웃는 그녀.
윤하영 기자는 그 모습을 보며, 역시 이나은 검사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저는 흔들리고 있거든요. 계속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이 길이 맞는 건지.”
놀랍게도 그녀는 망설이고 있었다.
비록 능력에는 부족함이 있었을지라도 흔들림 없는 정의로서 곧은 길을 걸어가던 그녀가 틈을 보이는 것이다.
“저희 팀에서 가장 열심히 뛰고 계시는 기자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조금 신기하네요.”
“그래서 열심히 하는 거예요. 잊으려고. 흔들리는 나 자신을 보기 싫어서요.”
“왜 흔들리는데요?”
“저 때문에…. 팀장님이 그런 꼴이 되셨잖아요. 그래놓고 차마 뵐 면목이 없다는 이유로 어린애처럼 외면했어요 그분을.”
“그랬군요.”
“그런데 그분은 절 용서하셨죠. 전화해서 말씀하시는 거예요. 왜 안 나오냐고. 당신 꿈은 고작 그 정도였냐고. 저, 검사님이 특검 제의해주셨을 때 실은 너무 떨렸어요.”
“그런데도 들어오셨네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검사님을 보면서, 그건 결코 다른 이에게 양보할 수 없는 일이라 느꼈어요. 검사님 곁에서…. 함께 하고 싶었어요.”
이나은 검사는 희미하게 웃었다.
앞으로 이 여자가 겪게 될 일,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후 보일 표정을 생각하니 기대감과 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입꼬리가 간질거린다.
생애 처음으로 귀 밑까지 주욱 찢어 웃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참았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힘이 나네요.”
“근데 웃기죠? 그렇게 다짐하고 들어온 주제에 이제 와서 흔들리고 있다니….”
“하나도 안 웃겨요. 저도 그런걸요.”
“예? 거,검사님이요?”
자조적으로 고개를 숙였던 윤하영 기자가 얼굴을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망설인답니다. 두렵고, 아득하죠. 하지만 그 길 끝에, 있을 거라고 믿는 거예요. 올바른 사회가.”
“검사님…!”
“그 남자를 찾고 있는 거죠? 영상에 나오는 ‘도련님’.”
“! 네…. 찾고,찾고 싶어요. 찾아서, 죄를 묻고 싶어요.”
“함께 힘내요. 제가….”
말하던 이나은 검사는 순간 웃음이 나오려던 걸 꾹 참았다.
“제가 꼭 데려다 드릴 테니까. 그 남자 앞으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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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왔다.
놀라운 이름이 액정에 박혀 있었다.
– 고하얀.
이 고무열의 이복누이,
그리고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 중 하나가 전화를 걸어왔다.
전에 식사 제안을 거절하더니 이제 와서 함께할 생각이 든 것일까?
‘그럴 리가 없지.’
그녀가 고무열을 경멸하는 이유는 별 게 아니다.
원래 꽤 친했고 당시 고아였던 고무열을 거의 유일하다시피 챙겨주던 누나인데, 막 사춘기를 맞이한 고무열은 그녀에게 욕정을 품고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야 말았다.
바로 그녀가 마실 오렌지 주스에 정액을 탄 것.
일을 저질렀으면 들키지나 말던가, 본인에게 현행범으로 걸렸다.
‘진짜 구제불능 병신새끼. 잘 뒤졌다.’
당연하지만 그 뒤로는 완전히 사이가 갈라졌고, 지금은 남매들 중에서도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다.
“예. 누님.”
그녀는 시시콜콜한 대화는 하지 않았다.
바로 본론이다.
– 너가 한 거지?
그녀가 뭘 말하는지는 명확하다.
“…본의아니게 피해를 입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의도된 바는 아니었어요.”
– 너….
그녀는 침묵했다.
미처 생각 못했던 부분인데, 광고계의 큰 손인 그녀는 이번 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을 거다.
광고를 받은 연예인들이 죄다 터져 나가니 그 손해가 얼마나 크겠어. 물론 귀책사유가 그쪽에 있을 테니 받아내면 그만이겠지만, 어쨌든 피해는 피해다.
‘이러면 어릴 적 음료수에 정액을 탄 고무열보다 내가 더 나쁜 게 되는 건가?’
금액적인 부분으로 보면 비교가 안 될 것 같긴 한데.
– 전에 했던 말 잊지 마. 니네 광고, 내가 우선이야.
“…감사합니다.”
– 그리고 너, 자꾸 우리 가문 격 떨어지게 하는데, 쪽팔리니까 기어 다니지 좀 마.
“예?”
– 너 때문에 내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잖아.
고하얀은 그러고서 전화를 끊었다.
“…뭐지. 기어 다니지 말라고? 꼽주는 건가?”
그 말의 의미는 저녁에 알 수 있었다.
연습이 끝난 연습생을 데리고 놀고 있는데, 수아가 와서 말하는 것이다.
“주인님, 저희 건물 앞에 AV가….”
“?”
그녀와 함께 내려갔다.
우리 사무실 앞은 8차선 도로인데, 커다란 AV 하나가 2개 차선을 잡아 먹으며 주차되어 있었다.
옆에 멀끔하게 서있던 정장남이 허리를 숙였다.
“도련님을 뵙습니다.”
“이게 뭡니까?”
“고하얀 아가씨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오늘부터, 차량 말고 AV로 타고 다니시라고.”
“….”
아….
기어 다니지 말라는 게,
차 타고 다니지 말라는 거였어?
근데 쪽팔림 운운하기에는 차 타고 다니는 가족들 많은데.
괜히 이유 없이 선물 해주긴 그러니까 그런 핑계를 댄 건가.
“…더 전할 말 있어요?”
“아닙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그래요. 누님한텐 내가 말 전해줄게요.”
“예. 강녕하십시오. 그럼 전 이만.”
정장남은 꾸벅 허리를 숙여 보이고는 길가로 걸어가 사라졌다.
하얀 누나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받지 않았다.
– 전화하지마. 바빠.
그리고 곧장 날아온 문자.
감사하다고 보냈는데, 읽씹 당했다.
“와아. AV…! 생일도 아닌데 가족 선물로 AV를 주다니. 역시 재벌은….”
수아는 나보다 더 신이 나서 AV를 막 둘러봤다.
촐싹대는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꺄악 – !”
“정신 사나우니까 방방 뛰지마.”
“우으…. 주..아니 대표님은 안 기쁘세요? 꽁으로 AV가 생겼는데!”
“기쁘네.”
“와아…. 정말 감정이 1도 안 느껴지네요.”
“시끄럽고, 이거 옥상에 주차해놔.”
“네에~.”
추후 AV를 구입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착륙장이 있는 건물로 골랐는데, 그러길 잘했다.
안 그랬으면 계속 이렇게 2개의 차선을 잡아먹는 민폐짓을 해야 했을 테니까.
민폐를 끼치는 건 딱히 상관 없는데, 그거 때문에 고려 엔터가 욕먹으면 곤란하다.
우우웅.
AV의 문이 닫히고 떠오른다.
2개 차선을 막고 있었기에 알아서 피해 가던 차량들이, 그제서야 올바른 차선으로 지나가기 시작했다.
‘AV가 생겼으니 좀 멀리 다녀도 되겠는데.’
차로는 너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어서 가급적이면 인천-수도권 위주로 돌아다녔는데, 이젠 좀 멀리 나가도 될 것 같다.
높이 떠오르는 AV를 바라보며 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주인님.
“윤하영 기자랑은 잘 지내고 있지?”
– …네. 처음엔 절 피했는데, 이젠 괜찮아요. 전보다 말도 잘 듣고.
“잘 꼬드겨서 무혐의 받은 기획사 리스트 좀 스리슬쩍 흘리라고 해.”
– …그녀가 할까요?
“누구 때문에 니가 내 좆집이 됐는데.”
– ….
“대충 커뮤에 자기가 특검에 속한 사람이라면서 술처먹고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컨셉으로 올리라고 해. 그러면서 올린 인증샷에 스리슬쩍 무혐의 리스트가 들어가 있는 거지. 포인트는 올리자마자 몇 분 안 돼서 삭제하는 것. 그래야 진짜 같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