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4)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3화(4/243)
‘국정원?? 국정원이 왜 여깄어. 그리고 저 스탯은 또 뭐고??’
“도,도련님?”
“아냐. 계속해. 계속해요.”
“아. 예.”
대체 저런 여자가 왜 내 비서 후보로 있는 거지?
뭔가 복잡해졌다.
몰랐으면 모르겠는데, 비서실에 국정원의 스파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심지어 그게 내 비서 후보다.
만약 여기서 내가 그녀를 내 비서 대표로 삼는다면?
그럼 나는 국정원 스파이를 가장 곁에 두게 되는 거다.
‘흠…. 어쩌지?’
안 고르자니 그룹에 스파이가 스며들어갈 거고,
고르자니 내 바로 옆에 스파이가 생기는 거고.
솔직히 끈 떨어진 마당에 그룹에 스파이가 들어가든 말든 알빠노긴 한데, 그래도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서은미라고 합니다. 도련님.”
“서은미?”
“예.”
여자는 이름을 속였다.
그리고 나이 역시.
아마 그 뒤로 줄줄이 이어 붙인 경력이라던가 이력 같은 것들도 모두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
‘일단 얘는 안 되겠네.’
솔직히 무능 그 자체인 고무열한테 굳이 국정원이 뭔가 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쓸데 없이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시커먼 남자를 비서로 삼고 싶지도 않았다.
이왕 망나니로 사는 거, 쌔끈한 여자를 비서로 둬야지.
‘스탯은 아깝긴 하지만.’
“다들 영 형편없네.”
“….”
자리에서 일어서자, 다들 보다 다소곳한 자세가 되었다.
“그냥 내가 직접 구할게.”
“…죄송합니다.”
한실장이 허리를 깊이 숙이고, 나머지 후보들도 고개를 숙였다.
아마 속으로는 날 엄청나게 욕하고 있겠지. 스펙으로만 따지면 고무열 같은 건 이들의 발 끝에도 못 미칠 테니까.
“인천으로 갈 거니까, 차만 빼놔요.”
“…정말, 직접 구하실 겁니까?”
“그래. 직접 구한다고.”
“예. 알겠습니다.”
한실장이 물러가고, 나는 적당히 평양의 모습을 구경하다가 차를 빼놨다는 연락을 받고 내려갔다.
“도련님.”
한실장이 차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뭘 굳이 기다리고 서 있어요? 인사이동 됐다며. 바쁠 텐데 들어가 봐요.”
“인천은 위험하니 홀로 다니시면 안됩니다. 제가 인천에 연락을 넣었으니 호위와 함께 다니십시오.”
“알았어. 고마워요.”
“예.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강녕하십시오.”
꾸벅 인사해보인 한실장이 멀리 사라지고, 차 문이 열렸다.
배경이 2076년인 만큼, 이 시대 자동차는 모두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벌들은 이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뭔가 가오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보통은 기사나 비서를 둬서 운전을 하게 한다.
나는 지금 비서도 없고 기사도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능을 켰다.
기억 상 이 차를 구입하고 나서 최초로 켜는 기능이다.
“인천으로.”
.
.
평양에서 인천까지 대략 4시간 정도 걸렸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홀로그램형 광고판과 정신이 어지러워질 것 같은 칙칙한 빌딩밭은 ‘아 여기가 그 유명한 인천이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마계인천.”
빙의전 세상에서는 단순한 밈이었지만, 여기선 아니다.
진짜 마계라서 마계인천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자, 가장 높은 범죄율을 자랑하는 선진격리도시.
왜 격리도시라 부르냐면,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북한인과 중국인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3차대전 이후 막대한 땅과 인구를 손에 넣은 대한민국은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국민을 3 종류로 나눴다.
한국인
북한인
중국인
전쟁 전의 시선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이지만, 전후에는 이미 고려 그룹을 중심으로 한 각종 초거대 기업들이 권력을 장악한 뒤라 이런 인종차별적인 정책도 스스럼 없이 펼쳐졌다.
오직 이윤을 위해.
아무튼 이 세 종류로 나뉜 국민들은 법적으로 보장 받는 권리에도 차등이 있다.
한국인은 대한민국 전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거주할 수 있으며 투표권도 있지만, 북한인은 만주, 요동, 산둥 지역과 북반도, 그리고 인천에 한해 오갈 수 있고, 투표권은 대한민국의 의무교육을 수료한 만 40세 이상일 경우에만 부여 받는다.
그리고 중국인은 만주, 요동, 산둥 지역과 인천에 한해 오갈 수 있고, 투표권은 오직 중원지방선거와 인천과 관련된 선거에만 주어진다.
그마저도 해당 도시에 수십 년을 거주해야 하고, 인천의 경우 한 세대 뒤부터 참정이 가능했기에 사실상 중국인은 이등시민 취급을 받는 것이다.
어찌됐든 대한민국, 아니 아시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곳은 한반도였다.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한반도로 와야 했고, 북한인, 중국인 할 거 없이 허락된 인천으로 몰려 들었다.
덕분에 인천은 기존에 있던 구도심과 신도심은 물론이고, 14개에 달하는 신도시, 그리고 강화도를 전면 재개발하면서 무려 3천만에 달하는 인구를 확보했다. 서울과 경기도를 합한 것 보다 인구가 많아진 것이다.
삐융 삐융
인천의 전경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있을 때, 웬 경찰 오토바이들이 사이렌을 켜고 내 차를 둘러쌌다. 오토바이 대가리 양 옆으로 홀로그램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뭐야?”
의문을 표하자 자동차AI에서 응답이 왔다.
– 인천 자치 경찰국에서 에스코트를 위한 목적지 공유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
“아. 한실장이 말한 건가.”
그의 말을 떠올리고 있으니, 반 강제로 통화가 켜졌다.
– 아이고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인천 자치 경찰국장, 장경수 치안감입니다. 하하, 조금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 대원들이 안전하게 에스코트 해드리겠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좀 뭐하지만, 인천이 좀 거칠어서요. 하하하. 아 이게 해안 도시다보니 아무래도 전통적으로 말입니다? 거친 사람들이 좀 있어요. 그러다 보니-,
“….”
말 많은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경찰국장?’
인천 자치 경찰국이라 하면 인천의 모든 치안을 담당하는 ‘미래 인천 치안본부’ 산하에 있는 강력한 경찰조직이다.
말이 경찰이지, 사실상 군대나 다름 없는데, 그 군대를 통솔하는 기관의 장이 직접 연락을 걸어온 거다.
‘치안감 정도 되면 고무열 같은 애랑 대화할 수준은 아닌데….’
단순히 위치만 보면 고무열은 따위로 취급할 수 있을 정도의 고위 인사지만, 아무래도 ‘고려 그룹’이 주는 위압감이 상당하다 보니 이렇게 나오는 모양이다.
한실장이 한 말도 있고, 나쁠 건 없어 보여서 목적지를 공유했다.
뭐, 목적지라 해봐야 그냥 고려 호텔의 인천 지부다.
장경수는 실컷 떠들다가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이 자식, 스토리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뒤지는 놈이잖아?’
부패 척결 어쩌구 명목으로 처형된 놈이다. 주인공에게 몰래 운영하고 있던 마약 공장을 들켰고, 그게 다 까발려져서 본보기로 처형된 것이다.
아,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처형은 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내리고 뭐 이런 거 아니다.
훨씬 윗줄에 있는 권력자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꼬리자르기지.
‘별로 신경 안 써도 되겠네.’
+++
룸에 여장을 풀고 잠시 침대에 누웠다가 로비로 내려왔다.
다시는 약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최우선적으로 ‘약물 중독’ 특성을 제거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ninelord’라는 약물 아이템을 복용해야 했는데, 세계 암거래의 중심인 인천에서만 구할 수 있는 놈이다.
그것도 아주 은밀하게 감춰져 있어서, 일반적으로는 구경도 못하는 거지.
하지만 난 얻을 수 있는 곳을 안다.
그것도 무료로.
“아, 나오셨습니까.”
호텔 로비로 나왔다. 로비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경찰들이 나를 보고 쪼르르 달려왔다. 나를 여기까지 호위해 주었던 바로 그들이다.
총 네 명으로, 한 명이 여자인데 길게 웨이브를 준 블론드 헤어에다 도도한 눈매가 매력 포인트인 미녀였다.
그녀는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송도혁신미래도시 경찰청 제 3 대민지원팀장 임수아 경정.
대충 동단위에서는 끗발 좀 날리는 사람일 텐데, 그런 사람이 부천 인근까지 직접 나와서 내 호위를 시작했던 거다.
할 일이 없거나, 아니면 그만큼 내 호위를 중하게 생각하거나.
인천경찰국장이 다이렉트로 꽂은 연락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약과일지도 모르겠다.
“당분간 저희가 보호해드리겠습니다.”
“그쪽이 직접?”
그녀를 훑어봤다.
여성으로서 매우 뛰어난 몸매를 지닌데다 특히 가슴이 컸다.
보기엔 너무나 좋고 품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몸매이지만, 그건 다시 말해 과격한 전투에는 매우 거슬린다는 뜻이었다.
물론 사이버웨어로 떡칠을 해놓았다면 그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딱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나의 불신 섞인 눈을 읽었는지, 그녀가 붙임성 좋게 씨익 웃었다.
첫 인상은 상당히 도도한 냉미녀였는데, 시원하게 웃으니 살짝 헤픈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풍만한 가슴 아래로 오른손 검지와 엄지를 동그랗게 이어 붙였다.
“우린 상납을 받는 사람들이에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어이가 없어서 잠시 쳐다보다 명함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아무리 공공연한 비밀이라지만 이걸 이렇게 대놓고 말할 줄이야.
“그럽시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