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40)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39화(40/243)
이나은을 비롯한 검사들은 건물 내부로 진입한 뒤에도 파죽지세로 몰아붙였다.
적도 나름 대항을 하긴 했지만, 광학미채와 음차폐를 캔슬하거나 디텍팅 할 수 있는 임플란트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당연한 게, 광학미채와 음차폐는 수천억 짜리 항공기와 전함에도 쓰이는 기술이다. 일개 사업가가 이를 파훼할 수 있는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 항복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 예외 없이 집행합니다.
– …항복을 하는데도요?
– 네. 그래야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테니까요.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반항하며 간을 볼 엄두 말입니다.
– …일단 알겠습니다.
이나은의 명령 아래, ‘집행’이라는 이름의 학살이 시작됐다.
건물 여기저기서 터미네이터의 파공음이 들려오고,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찢어지는 비명이 퍼졌다.
마치 귀곡성에 들어온 것만 같다.
“하,항복…!! 항복입니다! 항복이라고요!!!!!”
이나은 검사는 복도로 나와 눈물 콧물을 짜며 파리 마냥 비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 비굴함에 잠시 불쾌함을 느낄 수 있을지언정, 누구라도 전의를 상실케 하는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
그러나,
투아앙 – !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끄,끄아아아아악!!!!”
터지는 육편과 비명이 메아리처럼 울린다.
“으으으!!! 으아아아아!!!!”
복도의 벽이 부서지며 총알 세례가 퍼부어진다.
“!”
키잉.
– 2076년 9월 17일 09시 11분 28초, 인천 선진격리도시 강화 1구 드림로 7, 블링크 사용. 인천중앙지검 이나은 특별검사.
후웅.
안 그래도 찰나를 달리는 빠른 속도를 더욱 가속하여 순식간에 복도 반대편 끝에 도달한다.
한 박자 늦게 총알 세례가 쏟아지며 따라 붙는다.
툭.
반대편 벽을 박차 몸의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조준.
이미 거진 무너진 벽 너머로 묵직한 기관총을 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겁에 질린 얼굴로 마구잡이 사격을 하고 있는데, 조금만 더 끝 쪽으로 겨누면 이나은을 요격할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모르면 죽어야지.’
투아앙 – !
굵직한 실선.
“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남자가 찢어진다.
– 1층 우측 클리어.
– 좌측 클리어입니다.
– 2층 집행 완료.
– 3층 복도에 아직 집행 대상이 있습니다.
– 1,2층 인원, 3층 복도 지원해주세요.
– 라져.
– 라져.
+++
끼이익!
급하게 엑셀을 밟다 사고를 내버린 윤하영 기자는, 조금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제발 늦지 않았어라~~~!”
이나은 검사에게 전화를 걸며 차에서 내린다.
“웁…?!”
그리고 곧바로 올라오는 헛구역질에 입을 틀어 막았다.
역한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며 비위를 자극한 것이다.
“무,무슨…?”
척척척척!
“빨리 실어!”
“조직 붕괴되기 전에 DNA 채취 서둘러야 해!”
“감식반!! 여기로!”
“저쪽에도 있습니다!!”
드림 퍼스트.
나름 성공해서 10층짜리 사옥도 지어 올린 어엿한 기업인데, 그 멀끔하던 건물은 반쯤 무너져 내려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고, 부지 사방에는 피와 살점이 마구잡이로 흩뿌려져 있었다.
그 사이를 흰색 가운과 마스크를 쓴 사람들, 그리고 들것을 든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상공에는 의료용 AV가 4대나 떠 있었다.
“….”
스쳐가듯 본 들것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올려져 있었다.
살점이 뭉쳐있는 텍스쳐였다.
“….”
뇌가 해석한다.
저건,
사람‘이었던’ 것.
이라고.
“우웩!!”
한 박자 늦게 정체를 알아차린 그녀가 이번에야말로 진짜 구역질을 하더니 벽 뒤쪽으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우욱! 우웨에엑!!”
아침에 먹었던 것은 물론, 어제 먹었던 것까지 모조리 쏟아진다.
“…윤하영 기자님?”
그때, 누군가가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어머, 세상에…. 괜찮아요?”
친절하게 등을 토닥여주며 그녀를 살핀다.
“으, 으으….”
속에 있는 것을 모두 게워낸 윤하영 기자는 그제서야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여인이 내민 티슈로 입을 닦아낸다.
“고마워요…. 대체 무슨,일이….”
“아…. 저거요? ‘집행’한 거예요. 검사님들이.”
“집…행…?”
그녀도 알고는 있다.
터미네이터를 들고 간 검사들이 ‘집행’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엄밀히 따져 터미네이터를 통한 집행에는 ‘어레스트’라는 체포 모드(마취)도 존재하지만, 보통 ‘집행’이라고 하면 대상을 완전히 조각조각 내버리는 ‘터미네이터’ 모드를 뜻한다.
저 넘쳐나는 살점들은 다 그 결과물인 것이다.
“지독하죠? 피냄새.”
“몇 명이나…죽은 거예요?”
“어…. 그걸…. 저희도 지금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 하하….”
“….”
몇 명이 죽었는지도 모를 정도인가.
“이나은 검사님이 명령하신 건가요?”
“네. 그 분 참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런 명령을 내릴 수가 있는지.”
“…?”
뼈가 들어있는 말에 윤하영 기자가 살짝 의문을 표했다.
눈 앞의 여자는 이나은 검사에게 호의적인 편이었는데, 말에서 약간의 적의가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상대가 항복하든 말든, 예외 없이 집행하라고 했대요. 그래야 앞으로 간을 안 본다고.”
“예외 없이요?”
“네.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이 없어요. 단 한 명도.”
“….”
“아무리 총 들고 농성을 했다지만…. 그래도 저 안에 못해도 백수십 명은 있었을 텐데.”
윤하영 기자가 담장 너머 건물을 바라봤다.
20년은 방치된 듯한 몰골이 된 건물은 그야말로 처참했고, 외벽 군데군데 피와 살점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창문 따위는 당연히 모조리 깨져 있고.
그녀는 쎄함을 느꼈다.
아무리 올곧은 정의를 추구한다지만, 그래도 이게 맞는 걸까?
성상납에 연루되었고, 그에 대한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렇게 집단으로 학살 당하는 게 정말 옳은 일일까?
만약 이나은 검사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녀가 생각하는 정의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아….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위험할 수 있어서 외부인은 가급적 오지 말라고 검사님이 공지하셨는데.”
“아! 그게….”
“저한테 용건이 있으신 거 같네요.”
이나은 검사가 핸드폰 통화내역을 보여주며 등장했다.
“…그럼 전 이만.”
그걸 본 여자는 작게 목례하며 이나은 검사를 쌩 지나쳤다.
호의적이었던 사람의 무시와 적의가 당황스러울 법도 하건만, 이나은 검사는 그조차도 아무렇지 않아했다.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검사님.”
윤하영 기자는 막상 이나은 검사를 마주하자 망설였다.
말을 꺼내기가 무서웠다.
불길한 상상이…. 망상이 현실이 될까봐.
그러자 이나은 검사가 먼저 말을 걸었다.
“기자님이 이렇게 헐레벌떡 오신 걸 보면 드디어 확인하신 모양이네요. 레인보우 미라클.”
“!!”
“어쩔 수 없었어요. 증거가 없는 걸요. 심증만으로 심판할 순 없잖아요.”
“심증만으론…. 심판할 수 없다구요…?”
윤하영 기자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반파된 건물과, 눌어 붙은 피나 살점 따위.
그리고 지금도 바쁘게 수송 되는 살덩어리들.
코는 여전히 피비린내로 시큰거린다.
“….”
저들도 따지고 보면 심증 아닌가?
성상납을 했을 거라는 의혹이 있었던 것이고, 그걸 수사하기 위해 들이닥쳤으나 농성하며 저항했기에 터미네이터로 집행했다고 들었다.
이게 심증 가지고 심판한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어차피 그럴 거라면 차라리 레인보우 미라클을-,
‘….’
그녀가 생각을 멈췄다.
뇌가 오염되는 기분이었다.
오물이,
뇌를 침범한다.
윤하영 기자가 입술을 짓이기며 고개를 숙였다.
“납득이 되질 않아요…. 눈앞의 이 광경도, 레인보우 미라클도….”
“….”
“그리고 차라리 레인보우 미라클을 집행했으면 어땠을까 상상하는 나 자신도요.”
“심란하신가봐요.”
“심증만으로 레인보우 미라클을 심판할 수 없는 거라면, 터미네이터는 존재부터가 잘못된 시스템 아닌가요? 오늘 이 장면은 더더욱이요.”
이나은 검사가 숨을 들이쉬며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여기 공기가 너무 안 좋지 않아요?”
“예?”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길어질 것 같은데.”
“….”
“캠프에 들어가 계세요. 화장실만 들렀다 갈 테니.”
복잡한 얼굴로 이나은 검사를 바라보던 윤하영 기자는 멈칫 거리며 몸을 돌리다가 캠프로 향했다.
+++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이나은 검사.
“무슨 일이야.”
– 윤하영 기자가 슬슬 한계인 것 같아요.
“갑자기?”
– 레인보우 미라클이 무혐의라는 걸 알고 나서 집행 현장까지 쫓아왔거든요. 거기서 멘탈이 나갔나봐요. 후후. 가여워라.
“…레인보우 미라클이 무혐의인 걸 알았다고?”
…?
아!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이걸 생각 못하고 있었네.
‘윤하영 기자가 달라붙은 이유가 애초에 레인보우 미라클 때문인데 레인보우 미라클이 무혐의라는 걸 알게 되면 당연히 난리가 나겠지….’
그걸 미처 생각 못하고 무혐의 리스트를 유출하게 했으니….
이게 다 머리가 복잡해서 그런 거다.
이거저거 한꺼번에 몰아서 뭔가 하려고 하니까 이런 빵꾸가 나는 거지.
‘그래도 딱히 상관 없는 쪽에서 빵꾸나서 다행이네.’
– 이대로면 장난감이 상해버릴지도요? 아, 더 숙성되는 건가?
“정확히 무슨 상태인데.”
– 글쎄요. 회의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타락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되려 더 굳건해지려는 것 같기도 하고….
“무슨 보고가 그런 식이야.”
– 머리가 굉장히 복잡해 보였어요. 어떤 상태로든 나아갈 수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래? 우리 특검께서는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
– 제 의사가 반영되는 건가요?
“걘 내 장난감이 아니라 니 장난감이잖아.”
– ….
“내 장난감은 너고. 말해봐. 어떻게 하고 싶은지.”
– 으음~.
그녀는 잠시 동안 신음하다,
– 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