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48)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47화(48/243)
경례를 받아주며 물었다.
“이름이 백설? 진짜로 백설이야?”
“예. 백설입니다.”
“호오….”
얘가 내가 아는 그 ‘백설’이라면 할아버지한테 정말 큰 걸 받은 거다.
장차 인류 최강 최고의 기사가 될 애를 소유하게 되는 거니까!
‘이거, 추석 선물로 한약이라도 달여 드려야 하나.’
“도련님, 이 아이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도련님께서 하나 지어 주시죠. 영광으로 생각할 겁니다.”
“됐어요. 특이하고 좋잖아. 백설.”
인류 최강의 이름을 왜 버려.
“하하. 그러십니까?”
“그보다, 수령식을 빨리 하고 싶은데.”
“아! 그러시죠.”
기사 수령식.
말 그대로 기사를 수령하는 식이다.
나처럼 개인적으로 소유하게 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
훈련소장이 신호하자, 군악대의 음율이 바뀌었다.
백설이 내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훈련소장에게 채혈기를 받은 수아가 내 옆으로 선다.
백설이 말한다.
힘이 담겨있지만, 어째서인지 체념과 무미건조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이 몸과 영혼을 바쳐 오로지 주군께 충성하는 검이 될 것을 맹세합니다. 하늘의 별들이 사라지고, 바다의 물이 마를 때까지, 이 충성이 변치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주군의 명예와 안전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이 몸을 불태울 것을 맹세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오른손을 들었다.
수아가 채혈기를 내민다.
꾸욱.
지문인식을 할 것처럼 생긴 곳에 엄지를 대자, 바늘이 쿡 튀어 나오며 피를 냈다.
“백설을 나 고무열의 기사로 임명한다. 혀를 내밀도록.”
백설이 0.1초 정도 망설이다 입을 열고 혀를 내밀었다.
붉은 혀의 중앙에 샤르륵 하며 회로기판 같은 게 드러났다.
‘저기에 내 피를 묻히면…. 그때부터 백설은 내꺼다.’
뭐 설정에 여러 가지 원리 설명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지만, 그냥 쉽게 말하면 나한테 복종하게 되고 시간이 갈수록 사랑하게 된다 뭐 대충 이런 느낌이다.
거기에 많은 유전 정보를 꾸준히 주입할수록 그 강도가 강해진다고 하지….
‘자유 의지 따위는 없는, 사실상의 노예.’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최소한 오너 일가의 시선으로 보자면 기사는 노예 그 자체다.
‘근데…. 아닌 사람도 있나?’
생각해보면 굳이 기사가 아니어도 어차피 오너 일가의 눈엔 다 노예들이나 다름없다.
구분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스윽.
손을 가져간다.
백설이 움찔한다.
피를 머금은 엄지로 그녀의 혀 가운데를 꾸욱 눌렀다.
“흐읏…?!!”
말캉하고 축축한, 기분 좋은 혀였다.
문지르듯 눌러주니, 그녀의 눈동자에 뭔가 정보 같은 것들이 엄청난 속도로 주르륵 떠올랐다.
살짝 신음하던 백설이 그대로 입을 닫아 내 엄지를 쪽쪽 빤다.
쭈웁,
쭙,
“…!”
이 야해빠진 얼굴로 엄지를 빨다니.
하,
진짜.
여기가 연병장 단상 위가 아니었으면 벌써 자지 꺼내서 입에 물렸다.
– 빰~! 빠바밤빰빰~!
군악대의 음율이 또다시 바뀌었다.
인류 역사상 최강 최고의 기사가 될 여인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오로지 내 소유이자 배신하지도 않고 영원히 충성하는 기사가 된 순간이었다.
+++
남자는 가슴이 타올랐다.
그리고 메스꺼웠다.
당장이라도 구토를 할 것만 같았다.
‘백…설….’
단상 위에 오른 거만한 모습의 남자와,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여인.
10년을 넘게 짝사랑해왔다.
오랫동안 그녀를 그려왔다.
그리고 더 이상 이를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고백을 시작했다.
서른 번 넘게 거절 당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마침내 어제,
그렇게 이루고 싶던 걸 이루었다.
– 그럼…. 내일,부터.
어색하게 수줍어하던 그녀.
몸을 돌리며 허공에 흩뿌려지는 보라빛 머리카락이, 마치 시간이 느려진 듯이 천천히 찰랑거렸다.
그녀의 모든 순간이, 사진 찍듯이 뇌리에 저장됐다.
– 지,진짜지? 내일 무르기 없기다??!!
그랬,었는데….
“이 몸과 영혼을 바쳐 오로지 주군께 충성하는 검이 될 것을 맹세합니다. 하늘의 별들이 사라지고, 바다의 물이 마를 때까지, 이 충성이 변치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주군의 명예와 안전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이 몸을 불태울 것을 맹세합니다.”
그 백설이 지금,
그녀의 주군이 될 자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있다.
앞으로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하겠다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고백을.
– 너는…. 하…. 개인 소유의 기사가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
‘안…돼…. 백설, 안 돼….’
– 내 주인님이 남자기라도 해봐. 넌 그 분이…. 그 사람이 날 가만 놔둘 거라고 생각하니?
그녀가 했던 말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리고, 고무열이란 이름의 도련님이 손을 내미는 게 보인다.
온 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저 피를 받으면…. 백설은!’
당장 뭐라도 해야 한다.
이 행사를 방해하고,
백설을 구출(?)해서 그 다음은….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멍-.
사고가 정지한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고려 그룹의 도련님을 상대로 백설을 구출한다는 개념도 웃기지만,
그 뒤는 대체 어쩔 것인가.
그런 짓을 했다가는 일을 벌인 그는 물론이고 백설 또한 처분될 텐데.
– 빰~! 빠바밤빰빰~!
“!!!”
고민하는 동안, 시간이 흘러 버렸다.
백설이…. 그의 엄지를 머금었다.
모든 게….
끝났다.
‘안…되는데….’
끔찍한 기분이 몰아친다.
끝 없는 무저갱에, 빠져 버린다.
+++
행사가 끝나고 백설의 숙소로 들어온 나는 오랜만에 스탯을 열람했다.
그간 너무 의존하게 될까 봐 의도적으로 안 보고 있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백설을 어떻게 참냐고….
일반적인 기사도 게임 내에서는 모든 스탯이 ??? 이 지랄로 떴었는데, 백설을 어떻게 참아.
그래서 열람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백설(귀속)
]
나이 : 20
소속 : 고무열
종족 : 나이트
레벨 : 191
무력 :
291
의지 :
192
테크 :
209
리더십 : 89
매력 : 117
메카적성 :
SSS
<특성>
기사,
종속
,
절대충성
, 체념, 절망….
충격 그 자체였다.
어느 정도냐면 성적 흥분이 한 순간에 날아갈 정도.
‘아니 씹, 미친년인가?? 무력이 291이라고?’
전에도 언급했지만, 77년이 돼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 되면 대부분의 주역 캐릭터는 주력 스탯을 100~120 전후로 가져간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주역 캐릭터의 주력 스탯이라 해도 120 정도면 높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근데 뭐? 291?
아무리 기사가 괴물 취급 받는 국가전력급 병기라지만, 그리고 백설이 장차 인류 최강의 기사가 될 여인이라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잖아….
아니, 경찰 팀장인 임수아가 고작 69인데 그걸 가볍게 4배를 상회해버리네.
“…벗을까요 주군?”
“가만있어 봐. 생각 중이잖아.”
“?? 아,알겠습니다.”
거기에 무력만 높은 게 아니다.
의지 스탯이 192고, 테크 209에 매력이 117.
제일 낮은 게 리더십 89인데, 그것 조차도 사실은 낮은 수치가 아니다.
‘서은미…. 하은영도 그 나이 치고는 엄청나게 높은 스탯이었어. 근데 비교가 안 되네.’
고려 프레스티지의 서포트가 있었겠지만, 어쨌든 무려 검찰청 해킹이 가능한 스페셜리스트 서은미(23세)의 테크 스탯이 고작(?) 108이었다.
백설은 그게 209다.
놀라운 건 이게 고작 스무살짜리의 스탯이라는 거.
나이가 어릴 수록, 그리고 잠재력이 높을 수록 스탯 성장이 빠르다는 걸 생각하면, 백설이 도대체 어디까지 성장할지 감조차 안 잡혔다.
‘이러니 정부가 꼼짝을 못하지. 얘 만큼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런 애들이 매년 백여명씩 쏟아진다는 거 아냐. 그것도 여기 논산에서만.’
기사 훈련소는 공개된 것만 해도 여럿 존재한다.
당연히 비공식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협정에 따라 매년 정부에 귀속 되는 기사들도 있지만, 그래봐야 그게 몇 명이나 되겠어.
지금까지 누적된 기사의 수를 생각하면 대한민국 정부가 꼼짝 못하는 이유가 바로 나온다.
‘심지어 이건 그냥 신체의 무력을 따졌을 때의 얘기지…. 메카까지 생각하면 이건 진짜 답도 없네.’
기사 생산도 독점,
기사 교육도 독점,
메카 생산도 독점,
방산도 사실상 독점.
이 정도면 고려 그룹도 필요 없고, 그냥 고려 밀리터리스만 따져도 옴짝달싹 못할 거 같은데?
솔직히 고려 그룹이 어떻게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지, 그 그림에 대해서는 뭔가 막연했는데, 오늘 그 편린을 조금 엿본 느낌이다.
“근데 특성은 왜 저래?”
“예?”
“아,아냐. 아무것도. 누워 쉬고 있어.”
“…알겠,습니다?”
백설이 엉거주춤 침대에 누웠다.
그걸 보며 생각한다.
<특성>
기사,
종속
,
절대충성
, 체념, 절망….
다른 건 그렇다 치는데, 체념과 절망이 있다.
본인의 이 상황에 체념하고 절망하고 있다는 건데….
‘그러고 보니 내가 엄지 찍으려 할 때 살짝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지. 혀도 반박자 늦게 내밀었고.’
반항…까지는 아니다. 결국 내 피를 받아 들였고, 내 소유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기사의 이미지랑은 조금 달랐다.
기사라 하면 지체하지 않는 명령 이행과 절대적인 충성으로 대두되는 인간괴물들인데, 아무리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다지만 머뭇거린다?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뇌가 덜 먹혔나? 아님 능력치가 너무 높아서 유전자 쪽에 뭔가 오류가 생겼다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