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58)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57화(58/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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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는 엄청난 물건이다.
차로는 4시간 가까이 걸렸던 거리를 불과 1시간 남짓한 시간으로 주파해버리니까.
덕분에 나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한반도 거의 최남단에 있었지만, 막 점심 시간이 된 지금은 평양이다.
“한 달 만인가…. 평양.”
내가 막 고무열에게 빙의하고 평양으로 올라갔던 날이 8월 24일이고 오늘 날짜가 9월 28일이니까 정말 한 달 하고도 조금밖에 시간이 안 지났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메인 좆집만 다섯에 범 좆집 십수명, 기타 보지들 백수십을 마음 내키는대로 따먹고, 개인 전속 기사까지 생겼다.
심지어 본작의 여자 주인공까지 얻었지. 아직 교육 중이라 활용은 못 하고 있지만.
‘고려 그룹의 힘이 엄청나긴 하네.’
새삼 고려의 힘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없는 망나니를 그룹의 도련님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깽판을 칠 수 있게 해줬으니….
거기에 고려 그룹의 위세는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저 평양의 전경만 봐도 알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초고층빌딩이 즐비하게 서 있는데, 저들 중 상당수가 고려 그룹과 협력하고 있거나 최소한 관련이 있는 회사의 사무실이니까.
그리고 평양 바깥으로 나가도 이는 대동소이 하겠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뿌리 내리고 있는 고려 그룹의 정확한 세력은, 어쩌면 고영만 회장 본인 조차도 모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나로서는 감도 제대로 안 잡히고.
‘애초에 게임 설정이 너무 부실했어.’
컨셉 부터가 ‘베일에 감추어진 초거대 기업’이다. 거기에 악을 곁들인….
개발자들 말로는 ‘신비주의’를 강조해 보다 큰 위압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설정을 안 밝혔다는데, 솔직히 개뻥 같다. 그냥 설정을 제대로 안 짜둔 거 아닐까?
최적화 엉망에 온갖 버그, 어울리지 않는 설정 짬뽕 등으로 인해 폭망한 게임인데, 그런 인간들이 설정이라고 제대로 짰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단 말이지.
아무튼 그런 이유로 게임 내에서는 지극히 단편적인 내용 밖에 안 나오고, 나는 고무열의 기억에 의지해야 한다.
문제는 이 새끼가 약쟁이라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즉,
‘…방구석 찐따인 내가 다 해야 한다는 거지.’
으으.
또 속이 울렁거리려고 하네.
우우웅.
상념에 잠긴 사이, AV가 금수산 태양궁의 AV패드에 착륙했다.
이미 소식을 들은 비서들이 우르르 좌우로 도열해 내가 나오길 기다린다.
지이잉.
문이 열리자, 모두가 깔끔한 90도 인사로 나를 맞이한다.
““어서오십시오. 고무열 도련님.””
나는 보자기로 감싼 바둑판을 들고 내렸다.
“안에 관 하나 있는데 조심히 옮겨.”
“네. 도련님.”
뜬금없이 관을 옮기라는 말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들은 일절 질문하지 않았다.
그저 하라는 대로 AV에서 관을 꺼내 조심히 옮긴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비서들을 우르르 이끌며 태양궁의 정문 쪽으로 가자, 한 달 전에 봤던 비서가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안에 계십니다.”
“벌써?”
“도련님께서 이렇게 일찍 오신다는 소식을 들으시곤 일정을 모두 취소하셨습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좀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나쁜 징조는 아냐. 어쨌든 반긴다는 거잖아.’
전속 기사를 붙여준 것도 그렇고, 내가 약도 끊고 이것 저것 아둥바둥 사는 모습을 보니 화가 풀린 모양이다.
너무 걱정할 필욘 없겠어.
게다가 지금 내 손에 들린 이거,
‘맨날 속 썩이고 약이나 쳐 하던 손주가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약 끊고 거기에 뭔가 해보겠다고 아둥바둥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또 명절이랍시고 할아버지 취향 생각해서 선물까지 준비해 왔다?’
이건 못 참지.
내가 할아버지라도 못 참는다.
“저기 뒤에 있는 관, 한국영 사범님의 유해니까 조심히 보관해요.”
잠시 멈칫했던 비서의 눈이 커졌다.
바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 한국영 사범 말씀이십니까? 50년 전의?”
“예. 우연히 소재를 알게 돼서 모셔왔습니다. 할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 감정해보면 알겠지만 확실히 한국영 사범이에요.”
“그렇다면 그 보자기는…?”
보자기를 슬쩍 들었다.
“그분이 마지막까지 사용하시던 바둑판.”
“오오…!! 그게 그 프로 입단 선물로 받았다던 그 바둑판인 거로군요. 한국영 사범이 20년 넘게 사용했다는…!”
비서는 내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놀랄 뿐이다.
“맞아. 씁쓸하지만 유해와 함께 발견했어요. 삶의 마지막까지…. 바둑을 두고 계셨던 모양이야.”
그는 연신 감탄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어느 순간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그만 정신이 팔려서…. 얼른 들어오시지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그를 따라갔다.
호화의 극치를 달리는 태양궁 내부를 거닐며 긴장을 가다듬는다.
‘…긴장되네.’
한 달 전에는 별 생각 없었다.
아마 그때는 그다지 체감이 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빙의 하자마자 바로 불려갔으니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지금은…. 조금 떨린다.
‘고려 그룹의 회장.’
이 몸의 할아버지.
좋은 반응을 얻어야 할 텐데.
“저 말고 미리 도착해 계신 분은 있습니까?”
“아, 고민영 부회장님께서 어제부터 궁에 머물고 계십니다. 마침 평양에 볼일이 있으셨거든요.”
“아…. 고민영 부…. 아니, 고모님이 계신단 말이지.”
고민영.
고려 밀리터리스의 사장이자 고려 그룹의 부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여자로, 고민지의 엄마다.
딱히 뭐 외부로 말이 나오는 건 없지만, 그 사이코 고민지의 엄마라는 걸 생각하면 만만한 성격은 결코 아니겠지.
‘굳이 마주치지 말자.’
딱 선물만.
이것만 할아버지한테 전달하고 바로 방으로 튀는 거다.
그리고 내일도 적당히 있다가 수요일에 추석 당일이 되면 슬그머니 나와서 있는 듯 없는 듯 식사하고 돌아가는 거지.
‘최대한 눈에 안 띄게.’
“조카?”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바로 발각(?)됐다.
“부회장님.”
비서가 곧바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돌려 허리를 숙인다.
또각또각.
굽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뒤통수에 목소리가 꽂힌다.
“이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 약을 끊었다더니 훨씬 보기 좋아졌잖아.”
나는 작게 심호흡 하고 몸을 돌렸다.
“고모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조카한테 그런 정중한 인사도 다 받고.”
상당한 장신이었다.
180? 그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녀의 뒤에 우르르 몰려오는 훤칠하고 늘씬한 비서들이 있는데, 전혀 꿇리지 않는 느낌.
나보다는 살짝 작은 키다.
거기에 여느 배우 못지 않은 미모.
고민지의 엄마인 만큼 나이가 적진 않을 텐데, 나이를 모르고 보면 그냥 20대 중반이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나 봐.”
“하하…. 제가 그동안 고모님께 많이 무례했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능청도 떨 줄 알고.”
그녀가 시선을 돌려 백설을 바라봤다.
백설이 가만히 허리를 숙인다.
“이게 그?”
“예. 제 전속 기사 백설입니다.”
“으응~.”
위아래로 훑어 보더니, 금방 흥미를 잃은 듯 다시 나를 쳐다본다.
“보고는 들었어. 장난이 너무 심했잖아.”
“예?”
스윽.
그녀가 갑자기 몸을 숙여 내 귀로 입을 가져오더니 속삭였다.
“
자지
를 그렇게 부셔버리면 어떡하니.”
“…!!”
“얼마나 상심이 크겠어. 한 번 넣어보지도 못했던데.”
“고,고모님?”
다시 멀어진다.
“기사 하나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생각하니? 다음부턴 허락 없이 그런 장난 치지 마. 장난감이 필요하면 따로 챙겨 줄 테니까.”
“아…. 감사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고민영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이 시대에 손목시계라니. 확실히 오너 일가는 아날로그를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
“전용기랑 전용 무장 얘기는 민지한테 들었을 거고. 다음에 한 번 놀러오렴. 고모랑 진득하게 얘기나 하자꾸나.”
뭔 얘기?
조카랑 고모가 진득하게 할 얘기가 있나?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그냥 인사 차 하는 말이겠지? 밥이나 먹자는 느낌으로다가.’
“예. 곧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예의 바르게 구니 보기 좋네. 밥은 먹었고?”
“아직입니다.”
그녀가 내 보자기를 흘끗 봤다.
“얼른 아버지 뵙고 식사하렴.”
“예. 고모님도 식사 맛있게 드십시오.”
“그래.”
그 말을 끝으로 고민영은 나를 지나쳤다.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뭔가 폭풍이 지나간 느낌이었다.
아.
괜히 힘 빠지네.
앞으로 이런 만남을 몇 번이고 계속 해야 한다는 거잖아?
“후우.”
다시 할아버지의 방으로 향했다.
한 달 전에 천억 짜리 고려 엔터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조각상과 그림들이 복도에 펼쳐져 있다.
그러다 마침내 커다란 문 앞.
지금껏 나를 안내해 준 비서가 가만히 허리를 숙이고,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비서는 안으로 소식을 전달했다.
그리고 곧,
끼이익.
문이 열린다.
‘어떤 손자를 연기해야 하지. 진지하게 무게를 잡아야 하나? 아니면 쾌활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