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62)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61화(62/243)
61.LUMINA
추석 연휴가 다 끝나갈 즈음,
가족들도 모두 돌아가고 태양궁이 제법 한산해졌는데, 대뜸 고영만 회장이 선언했다.
“바둑을…. 좀 둬볼까 해.”
“…예?”
너무 뜬금없는 말이라 오랫동안 그를 모셔온 실장도 순간 의문을 표했다.
고영만이 낡아빠진 바둑판을 쓰다듬었다.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게 이거야. 일이 이렇게 돼서 회장 노릇을 하고 있지만은. 내 꿈은 지금도 여기에 있다고.”
“….”
그의 눈에는 아련함이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타오르는 욕망도,
알 수 없는 자신감과 희망도 있었다.
그 모습에 실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
“설마, 프로로 입단하시겠다는…. 그런, 말씀이신지요….”
“그래!”
“!!!”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도련님께서 선물하신 바둑판의 영향이 이 정도일 줄이야…!!’
아무리 꿈을 자극하는 물건이라지만, 그래도 고영만 같은 지배자로 하여금 한낱 바둑 프로 기사를 꿈꾸게 하다니.
물론 가능은 할 것이다.
고려 그룹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영만 회장인데 권력으로 짓누르면 그깟 바둑 협회가 뭐라고 그걸 거부할 수 있겠나.
문제는 바둑이 프로와 아마추어간의 간극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넓다는 점이다.
당장 프로 입단까지는 할 수 있어도 그 이후의 행적들이 사람들 눈에 보이게 될 텐데, 바둑 좀 둬본 사람은 기보만 대충 봐도 기력을 파악할 수 있다.
고영만 회장의 실력으로 프로 기사가 된다면….
아마 여러모로 피곤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쓸데 없이 회장이 욕을 먹는 경우도 나올 것이고.
“아무튼 난 그리 정했으니 입단 시험 일정이나 좀 봐 둬라.”
“아,알겠,습니다.”
“똑똑히 전해. 나라고 해서 절대 접대하지 말고, 남들 하는 그대로 하라고.”
“예? 그럼 입단을 어떻게…. 아, 죄송합니다.”
“할 수 있어.”
“….”
고영만 회장은 자신만만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온 걸까.
“그건 그렇고 말이야.”
회장이 의자에 앉았다.
넓은 책상을 스윽 문지르며 기분 좋은 미소를 걸쳤다.
“우리 손주한테 뭘 줘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히는데, 자네가 추천 좀 해 봐.”
“고무열 도련님께 말이지요.”
“그래! 나한테 손주가 무열이 말고 어디 있나.”
“….”
엄청 많다.
그가 인정을 하지 않고 있을 뿐.
‘역시 고나희 여사님의 소생이 아니면 철저히 무시하시는 군….’
잠깐 딴 생각을 했던 실장이 곧장 답을 냈다.
“땅을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땅?”
“예. 전에-,”
“아! 그래. 교도소 지을 땅을 구하고 있다 그랬었지.”
“예.”
“그러네. 아다리가 딱 맞아. 아마 그 신안섬도 지가 쓸 땅을 찾고 있었던 걸꺼야. 그러다 얻어 걸린 거지. 그게 아니면 그 구석탱이를 왜 가겠나. 그 아가.”
“신안에 섬이 많긴 하죠.”
“근데 막상 구해놓고 보니 이걸 지가 쓰기 보다는 할애비인 나한테 주는 게 더 큰 걸 얻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 거야. 어때, 내 말이 맞는 거 같나?”
“…무,물론 그런 마음도 있으셨겠지만, 도련님께선 회장님을 위하는 마음이 크셨을 것입니다.”
고영만이 껄껄 웃었다.
“그렇겠지 당연히.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땅이라면 널려있는 게 땅 아닌가? 적당히 떼어 주면 될 것 같은데…. 아니면….”
말하던 그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다 곧 입을 연다.
“섬 하나 주문 넣어라.”
“!! 이,인공섬…말씀이십니까?”
“그래! 평범한 땅으로는 이, 이이 바둑판의 돌맹이 하나 만도 못하다. 인공섬 정도는 줘야 내 마음이 편하지.”
“….”
그건 좀….
고영만 회장이 갖고 있는 노른자 땅이 얼만데 그게 고작 돌맹이 하나만도 못하다니.
아무리 이 바둑판이 실종된 한국영 국수의 것이라 하지만, 그 정도인가??
“그런데 회장님, 인공섬을 지금부터 건조하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습니까? 도련님께선 당장 땅이 필요하신 것 같습니다.”
“듣고 보니 그러네. 건조까지 얼마나 걸리지?”
“사양에 따라 다릅니다만…. 최소 8년은 필요합니다.”
“….”
8년은 좀.
“중고를 주긴 좀 그런데…. 어디 빼올 곳 없나?”
“…굳이 따지자면 밀리터리스에 납품하기로 한 섬이 하나 있긴 합니다.”
“그래?”
“예. 앞으로 한 달이면 모든 건조 절차가 완료됩니다. 면적도 적당합니다. 300㎢ 정도 되니까요. 게다가 군사 목적으로 건조 된 섬이라 보안과 방어 역시 완벽하고요. 도련님께서 원하시는 조건으로는 이보다 훌륭할 순 없을 겁니다.”
“흠.”
완벽한 섬.
하지만 밀리터리스에 납품 될 물건이라는 게 문제다.
“민영이가 주문 넣은 게 언제고?”
“…13년 전입니다. 회장님.”
“큼.”
13년…은 크다.
“…그래도 할애비 체면이 있는데 일단 말은 한 번 넣어봐라.”
“…알겠습니다.”
실장은 살얼음 같이 차갑게 돌아올 고민영 부회장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남몰래 몸을 떨었다.
– 미쳤어?
“….”
– 노망난 노친네가 또 지랄이네. 그게 얼마짜린데.
“크흠, 그, 부,부회장님….”
– 아. 미안해요. 내가 잠시 못 볼 꼴을 보였네.
“….”
– 절대 안 되니까 아버지한텐 그렇게 전해요.
“예…. 심기를 어지럽혀드려 송구합니다.”
– 대신 나한테 남는 거 있으니까 그걸 주는 걸로 할게요.
“예?”
– 안 그래도 무열이, 한 달 뒤에 밀리터리스로 오기로 했어. 그때 날 제대로 설득할 수 있다면 조카한테 선물 주는 것 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크기는 50㎢ 정도 되나? 그래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거예요.
실장이 곧바로 회장에게 보고했다.
“글면 그거는 지가 선물하는 거지 내가 선물하는 게 아니잖아. 이 고얀 년.”
“….”
“딸년이 돼 가지고 아비 체면을 이리 깎아먹어.”
“….”
“그리고 선물이면 선물이지 설득은 또 뭔 개소리고. 고모가 돼 갖고 아 주는 선물에 조건을 달고 있나. 에잉. 쯧쯧쯧.”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심정으로 가만히 있던 실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쩌시겠습니까 회장님.”
“뭐, 섬은 딸년이 준다니까 다른 걸로 좀 알아봐라. 무열이가 필요해할 만한 것들로.”
“…예. 알겠습니다.”
+++
2076년 10월 5일 월요일.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사람들은 하나 둘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다.
내 메인 좆집인 수아는 거의 새벽에 저택으로 왔다고 한다.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정리하기도 하고 나한테 보고할 일을 취합하는 등, 할 일이 많았겠지.
“야. 이게 얼마 만이냐. 너 살 좀 찐 거 같다?”
“예? 그,그럴리가요. 철저하게 관리 했는걸요. 몸무게는 오히려 줄었어요!”
“못 믿겠는데? 까 봐.”
“아이참….”
수아가 웃통을 벗었다.
그리고 이어 하의까지 벗어 내린다.
그녀가 완전한 알몸이 되는 데에는 불과 1분 밖에 안 걸렸다.
오랜만에 보는 수아의 알몸에, 아침 발기가 스윽 일어나며 몸에 혈류가 돌기 시작했다.
‘역시 정신 깨우는 데에는 발기가 최고지.’
원리는 나도 모르겠지만 정신이 번쩍 든다고 해야 하나.
못다 지운 피곤함과 졸림을 싸악 밀어내는 느낌이다.
“으흠,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보고를 대충 요약하면 이러했다.
우선 추석 연휴 기간에 LUMINA 팀은 철야로 근무해 데뷔할 곡들과 안무를 모두 완성했다고 한다.
이제 남은 건 LUMINA 애들이 그걸 철저하게 연습해서 완전히 익히고 데뷔하는 것 뿐이다.
리얼 프로덕션 주가의 경우 평일이었던 금요일에 26만 원으로 종가 쳤다. 오늘도 봐야 알겠지만, 특별한 일이 없다면 계속 상승할 거다.
슬슬 매도해 현금을 땡길 때다.
무려 2조가 넘는 현금을!
“리얼 프로덕션 전부 처분해도 잠깐 꺾였다가 다시 가격 오를 거 같은데, 가격 뛰기 시작하면 계속 공매도 걸어.”
“얼마나 할까요?”
“폭락할 때까지.”
“아…. 알겠습니다.”
나도 딱 10조만 만져보자.
섬 구입해서 교도소 지은 다음에 이쁘고 젊고 사악한 여자 죄수들 꽉꽉 채워 넣고, 활주로랑 항구도 만들어서 나만의 군사 도시도 만들고.
아.
시간이 느리게 가는 기분이군.
“검찰 내부에서 슬슬 이나은 특검에 대한 견제가 나오는 모양이에요.”
“견제?”
“네. 특검을 해체한다는 얘기도 오가는 것 같고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해체는 안 되지. 아직 망하지 않은 기획사가 얼마나 많은데.”
“….”
“그리고 이나은 걔는 뭔가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가 섹시하다고. 막 눌러주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달까.”
“그럼, 고려 프레스티지를 경유해서 말을 한 번 전해볼까요?”
“그러지 말고…. 현주한테 연락해서 기사 하나 써. ‘예상했던 대로 부패한 자들의 방해로 인해 이나은 특검이 방해를 받고 있다.’ ‘업계가 너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청렴한 자들은 이 기회에 확실히 뿌리를 뽑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충 이런 식으로. 아, 전에 업계 표준 계약서 관련해서 기사 나간 거 있잖아? 그것도 언급하면 되겠네.”
슥슥 메모하던 수아가 고개를 끄떡였다.
“네. 전달할게요.”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났는데 우리 고려 엔터 뒤에 고려 그룹이 있다는 것도 알아챘겠지. 똑똑한 양반들이잖아.”
“옙.
뭐, 애초에 이름이 고려라 모르는 게 웃긴 얘기다만.
지잉.
그때,
폰이 울렸다.
아무 생각 없이 액정을 보는데,
– 고민영 고모
“…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었다.
일단 바로 받았다.
“예, 고모님. 무열입니다. 주말 간 평안하셨는지요.”
– 그래. 평안했지. 그보다 조카, 섬 필요하다며?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