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69)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68화(69/243)
다음날 아침.
나는 이른 시간부터 계획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무슨 계획이냐면 투자 계획이다.
리얼 프로덕션을 처분하고 나서 2조 8천억의 현금이 생겼다.
이 중 1조 정도는 세금으로 추후 나가는 돈이지만, 그건 나중 얘기. 당장은 이것도 굴려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아예 투자 법인을 세워 버릴까?’
법률과 각 시정을 살펴 봐야겠지만, 특정 구역에 본사를 세우고 또 몇 명 이상의 사원을 고용한다 등의 조건들을 잘 조율한다면 상당한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려 엔터 전체를 그쪽으로 옮기는 건 넌센스. 인천에서 엔터 산업의 성지는 여전히 강화이고, 많은 연예인들, 관련업 종사자들이 이 근방에 집을 구해 살고 있다. 방송국들도 대부분 여기에 몰려 있기 때문에 혜택을 받겠다고 고려 엔터를 이전하는 건 여러 가지 효율을 포기해야 한다.
아무리 고려 엔터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앉아서 깎아먹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리고 뭔가 내 이름을 단 회사를 만들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고려 엔터는 고영만 회장의 지시로 설립된 회사라 이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법적으로는 고려 그룹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순수 100% 내 소유의 회사지만, 아무래도 눈치가 좀 보이지.
하지만 내가 새로 만드는 회사라면 굳이 고려 네이밍을 따를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무분별하게 ‘고려’ 네이밍을 다는 게 지양되는 편이다.
‘대충 무열 금융? 이런 식으로 해볼까.’
절망적인 네이밍 센스.
하지만 묘하게 마음에 든다.
내 이름이 들어가서인가.
‘…어느새 나도 고무열을 진짜 내 이름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네.’
생각에 꼬리를 물다 보니 드는 생각이었다.
처음 빙의했을 때는 나름 고무열과 나를 구분 지어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젠 그런 것도 점점 옅어지는 느낌.
‘뭐, 상관있나. 부모가 지어 준 이름도 아니고.’
엄마나 아빠가 지어 준 이름이 있었다면, 그래서 거기에 추억도 있고 그리움도 있었다면 고무열과의 동기화를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 이름은 그저 기관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전전대 원장에 의해 지어졌고, 그마저도 추억이나 그리움 따위는 담겨 있지 않다.
내 이름에 담긴 따스함은 어릴 적 봉사 나온 대학생 누나들의 볼따구를 잡아 당기는 손길 정도였고, 그마저도 어느 정도 커서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러니 미련도 없다.
‘그래. 내가 고무열이다.’
고려 그룹의,
그리고 이 나라의 장손.
고무열.
그게 나다.
“수아야.”
“네 주인님.”
수아에게 계획서를 건낸다.
“산하에 법인 하나 만들자. 얼마나 걸려?”
“법인이요? 무슨 목적이신데요?”
“투자. 이번에 수익 낸 거 있잖아. 또 투자 해야지.”
“어…. 그러시면…. 잠시만요. 고려 엔터가 주인님의 100% 소유니까 의사 결정 과정은 필요 없을 거구요. 서류만 준비해서 등기소에 제출하면 되니까…. 한 2주 정도 걸릴 거 같아요.”
“2주?”
“네. 근데 금융업을 하려면 또 그쪽 허가를 받아야 해서…. 이쪽이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다 합하면 대충 2개월 정도 걸릴 거예요.”
“뭣.”
2개월?
“아무래도 금융 쪽은 관련 규제가 빡빡해서요. 아무렇게나 세울 수는 없어요.”
“….”
“참고로 그동안 법인 자본금으로 설정한 금액이 묶이게 되니, 최소 2개월은 못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초기 자본금을 낮게 잡고 나중에 증자하는 쪽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법인명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무열 금융.”
“예? 진심이세요?”
수아가 놀라 물어본다.
“왜.”
“아니…. 정말 그 이름으로…?”
“어.”
“….”
어이 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뭐.
왜.
“그, 최소한 ‘무열 인베스트먼트’정도로 하시는 게 어떨까요…. 무열 금융은 좀 너무.”
“그거나 그거나지 뭘.”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본사 소재지를 정해야 하거든요.”
“송도에 있는 내 집을 임시로 써놔. 나중에 바꾸면 되니까.”
“자본금은 100억 정도로만 할까요? 금융당국 심사를 받는데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
“네에, 그럼….”
수아가 잠시 메모한다.
“말씀하신대로 서류 작성해서 결재 올릴게요.”
“응. 그리고…. 너 교정업무 수행계획은 다 짰지?”
“아, 네. 잠시만요.”
수아가 항상 들고 다니던 서류 가방에서 뭉치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아무래도 여성 재소자만 받는 교도소다보니 직원 채용도 모두 여자로 할 계획이고요, 업무 특성상 힘이 좀 들어가서 모두 ‘젊은’ 사람들로만 받을 계획입니다.”
“음. 좋네.”
“구체적인 교정업무는 4p보시면 되고요.”
대충 훑어봤다.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건 그대로 가고, 이제 토지확보계획이랑 교도소 건설계획 짜봐. 토지는 고모가 인공섬을 준다는 전제하에 거기에다 지을 거고, 교도소는 전에 말했듯이 재소자 500명 규모로.”
“네. 알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뼈대 잡아둘게요.”
“고모 설득을 위한 자료도 준비하고. 내가 왜 교도소를 지으려 하는지, 거기에 인공섬이 왜 필요한지 등. 이런 거 모아서 작성하면 될 거야.”
“네. 주인님.”
수아가 분주하게 손을 놀렸다.
경찰 팀장이지만 어느덧 완전히 내 전용 좆집 겸 비서가 돼서는 아주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순수 업무 시간이 대충 16시간은 되지 않을까?
거기에 자다가도 내가 꼴리면 가끔 쳐들어가서 따먹기도 하는데, 그런 것도 포함하면 거의 24시간 전부가 업무시간 겸 대기시간이라고 보면 될 거 같다.
‘무열 금융 설립되면 한 0.1%만 줘볼까.’
대충 2개월 뒤에 된다 치고, 그 동안 투자 수익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2조 8천억은 있으니까 2조만 증자한다 쳐도 그게 전부 현금이면 순자산으로 잡힐 거다.
그러면 기업가치는 최소 2조 이상이 될 텐데, 2조의 0.1%면 20억이다.
추석 때 수아 몫으로 5억, 팀원들 몫으로 5억을 챙겨 줬으니까 홀로 다 챙겼으면 그것만 해도 10억. 이거랑 비교하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내 투자가 전부 대박을 칠 거라는 걸 생각하면, 당장 액면 가치는 20억이어도 실질 가치는 조단위가 될 수도 있다. 엄청난 거라고.
‘대신 원래 수아 몫으로 주려던 마약을 좀 조심스레 다뤄야겠어. 아니면 아예 처분하던가.’
원래는 교도소에서 약을 유통할 생각이었는데, 추석을 지나고 나니 생각이 살짝 바뀌었다.
할아버지와 직계 가족들의 약에 대한 거부감이 생각 이상으로 큰 거 같거든. 내가 약 하나 끊었다고 이렇게 기뻐하는데 그 와중에 교도소 만들어서 한다는 게 약을 팔고 있다? 내가 또 약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양인데…. 한 번에 처분하기에는 너무 많아.’
지금 내가 보유하고 있는 신 마약의 양은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수준의 물량이 아니다.
마약왕 정도 되는 인간을 찾아가 담판을 지어야 처분이 될까 말까 하는 수준인데, 그런 인간이 덜컥 이만한 물량을 받을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도 있는데.
‘아니지. 이건 달라. 신마약이잖아. 일종의 치트. 한 번 그 성능을 보게 되면 눈이 돌아갈 거야. 판매 자체는 문제 없다.’
그러면….
아. 그래.
경찰국장이 있었지.
인천 자치 경찰국장 장경수.
겉으로는 정의를 외쳤지만 뒷구멍으로는 마약 공장을 운용하고 있던 부패한 경찰의 끝판왕 같은 존재.
이놈도 상당한 자산을 갖고 있을 테니 내 마약을 구매할 여력은 갖고 있을 거다.
“수아야.”
“네.”
“프레스티지에 연락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약 전부 처분하라고 해.”
“네??”
“경찰국장 장경수. 너네 최고 윗대가리가 마약 공장을 운용하고 있거든. 위치가….”
강화의 어느 섬이었는데….
“위치까진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아무튼 인천에 있는 마약의 상당수를 그놈이 공급하고 있으니까 접촉해서 잘 승부를 보면 쉽게 처분할 수 있을 거야.”
“에…. 국장님이…. 마약을요?”
“어. 왜, 안 믿겨?”
“아뇨. 안 믿기는 건 아닌데…. 대체 그걸 어떻게 아세요?”
“다 아는 방법이 있어.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 나라 장손이라고.”
“….”
“나 정도 위치에 있으면 어디에선가 정보가 날아와 귓구멍으로 박힌단다.”
“그,그렇군요….”
“프레스티지 정도면 은밀하게 접촉해서 신원을 밝히지 않고 팔아치울 수 있을 거야.”
“네. 그렇게 전할게요.”
“좋아.”
+++
분주한 출근길.
인천대검의 대검사장, 권태수는 방탄처리가 된 고급 의전 차량에 탄 채로 업무 보고를 받고 있었다.
검찰청에 가서 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이렇게라도 업무에 집중하지 않으면 대검사장실에서의 치욕이 자꾸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꼬라지를, 부하들에게!’
지금도.
잠깐 한눈을 팔았을 뿐인데 고무열에게 한 도게자가 떠오르며 상처가 크게 난 이마가 시큰 거렸다.
“후…. 아, 왜 이렇게 차가 안 가?!”
– 죄송합니다. 현재 인천 대검찰청 방향이 모두 정체중입니다.
“전부 정체라고? 그게 말이 돼?!”
– 오전 7시 23분에 대검찰청 방면 대로에서 트럭 한 대와 승용차 한 대가 추돌하였고, 오전 7시 24분-,
AI는 정체 이유를 설명했다.
놀랍게도 이 짧은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근처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하. 도대체 이게.”
애꿎은 AI에게 화를 내며 분을 삭힌다.
그러던 어느 순간.
– 경고.
– 본 차량을 목적으로 한 공격 의사가 감지되었습니다.
– 사용 무기 추정. 터미네이터.
“뭐?”
갑자기 공격이라고? 그것도 터미네이터??
놀란 그가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스윽.
헬멧을 쓴 채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무,”
그가 들고 있는 터미네이터의 총구가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쏘아낼 것처럼 발광하고 있다.
취하고 있는 형태로 보아 모드는 터미네이터. 대상을 완벽하게 멸살하는 목적을 지닌 총이다.
투웅 – !
머지않아 커다란 굉음과 함께 파괴적인 직선이 일선상에 그어진다.
방탄처리가 튼튼하게 되어 있던 차량은 그대로 꿰뚫렸고, 검사장의 몸은 그대로 찢어발겼다.
그 뒤로도 여파는 이어져서, 검사장이 타고 있던 차량과 같은 선상에 있던 차량이 모두 파괴됐다.
“꺄,꺄아아악!!!”
비명과 굉음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흉수는 유유히 오토바이를 몰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