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78)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77화(78/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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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문이 열리고, 멀끔한 차림의 남자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넓은 대표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말한다.
“대표님, 안정화 완료 됐습니다. 퇴원 시켜도 무리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입니다.”
“그래? 여기로 가져와 봐.”
“예.”
인사를 남기고 물러난 남자는 10여분 뒤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두 명의 의료진과 주렁주렁 딸려 있는 각종 유지 장치 등을 한꺼번에 이끌고 민지아의 앞으로 와 허리를 숙인다.
“쯧쯧쯧.”
몸을 일으킨 민지아가 혀를 차며 의료침대로 다가갔다.
환자복을 입은 채 침대에 결박되어 멍하니 천장만을 보고 있는 도은주가 퍽 안쓰럽게 느껴졌다.
지아는 손을 휘저어 나머지 인원을 모두 나가게 했다.
그렇게 도은주와 단 둘이 남는다.
“정신은 좀 드세요 형님?”
도은주는 눈알만 떼굴 굴려 노려본다.
그러나 독기는 많이 빠져 있었다.
충혈된 눈엔 회한과 슬픔만이 가득하다.
불과 일주일.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모든 걸 잃었으니까.
상실이 너무 크면 사람은 복수 이전에 허탈함을 견디지 못한다.
곁으로 다가온 지아가 시선을 맞춘다며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우아한 어투로 말한다.
“재벌가 여식이 무슨 임플란트를 그렇게 많이 해뒀는지. 상스러워요 형님. 제가 전에 말씀 드렸죠.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그게 비단 깔보는 소리가 아니에요. ‘우리’는 그에 걸맞는 품위를 유지해야죠. 그런 아랫것들이나 할 법한 걸 몸에 들이면 어떡해요.”
아들들을 모두 잃고 최후의 저항을 하다 사로잡힌 그녀는 의외로 임플란트를 상당수 몸에 지니고 있었다.
직접 복수를 위해 넣은 건가? 싶었지만 시술 시기를 보면 그런 건 아니다.
지난 며칠 간 그걸 빼내기 위해 어찌나 공을 들였는지.
단순히 시술 자체는 문제가 안 됐지만, 단기간에 몸을 적응하게 하고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리는데 꽤 많은 품이 들어갔다.
“그런 상스러운 걸 몸에 들이니까, 형님 인생도 상스러워지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
도은주가 분노한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몸을 뒤척일 뿐.
그마저도 침대에 결박된 몸이라 요란하게 들썩거릴 뿐이다.
“아휴. 추하다. 나는 이렇게 되지 말아야지.”
그때였다.
대표실의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민지아의 남편이자 도은주의 동생이 들어왔다.
“누,누나?!!”
그리고는 침대에 묶여 있는 도은주를 보며 달려온다.
민지아가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당신, 내가 얌전히 집에 있으라고 했지?”
싸늘한 민지아의 말에 움찔한 그가 더듬더듬 거리면서도 말을 이었다.
“누,누나를 어쩔 셈이야.”
“뭘 어째. 도련님께 바쳐야지. 그분이 원하시면 죽이는 거고. 딸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우리 아버지를 죽이고, 조카들을 죽이고 어머니에 친척들까지 전부 죽였으면서…!! 이젠 누나까지 죽이겠다고?”
“그럼 뭐 살려?”
“….”
“방해할 거면 나가. 지금 당장.”
공감능력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그녀의 반응에, 남편은 힘이 쭉 빠졌다.
분노해야 하는데, 그럴 힘도 없다.
마치 오랜 세월 가스라이팅 당한 가축 같달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자신이 무서워질 지경이다.
‘아니야…. 참으면 안 돼…. 지금껏 계속 도망만 쳐왔잖아!!’
그러나 용기를 낸다.
그간 그는 고려 그룹 방계이자 고영만 회장의 사실상 딸인 아내의 기에 짓눌려 제 의견이라고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내본 적이 없었다.
가정 안에서도 항상 대우는 맨 후순위였고, 남편이라기 보다는 하인 취급이나 당해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침묵했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
어차피 왕래도 없었다. 오히려 사이가 나쁘기까지 했다.
어머니가 죽었을 때?
원래 건강이 안 좋은 분이셨다.
조카들이 죽었을 때?
자식도 아니고 조카가 죽은 건데 별로 감흥이 없다.
온갖 자기 합리화를 하며 겁을 숨겼다.
사실은 그냥 용기를 내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을 뿐인데.
그래도….
그래도 이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정말-,
“아. 답답하네 정말.”
“누-,”
남편이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민지아가 품에서 총을 꺼내더니 그대로 남편의 머리에 대고 쏴버렸다.
타앙 – !
시체 1구가 피와 뇌수를 터뜨리며 힘없이 쓰러진다.
“!!!”
도은주가 눈을 부릅뜨며 발광한다.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그놈의 정이 뭔지.”
책상 위에 총을 내려 놓은 민지아가 가족 톡방에 글을 올린다.
– 니네 아빠 죽었다.
반응은 없었다.
민지아가 책상에 있는 버튼을 꾹 눌렀다.
“이 실장 들어오라고 해요.”
머지 않아 문이 열리고 멀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민지아의 남편이 죽은 걸 보고 잠시 움찔했으나, 곧 개의치 않고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이거 치우고 저거 포장 해놔. 오늘 도련님께 가야 하니까.”
“예.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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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다시 토요일이 돌아왔다.
그 말은 뭐냐면 오늘이 LUMINA 데뷔라는 뜻이다.
정확히는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음악 방송에 최초로 출연하는 거니까 사실상 데뷔라고 해도 맞는 표현이겠지.
덕분에 나는 이른 아침부터 강화에 위치한 방송국을 친히 방문하고 있는 중이다.
멤버들 사기 진작도 해줄 겸, 이상한 날파리들이 꼬이는 걸 막기 위해서다.
“명령하신 대로, 오늘 발표 예정이었던 타 가수들의 신곡은 모두 취소했고요, 앞으로도 향후 3개월 간은 저희 고려 엔터와 레인보우 미라클 소속을 제외하면 신규 및 복귀 활동을 할 수 없게 판을 짜 두었습니다.”
“음. 좋아.”
사실 LUMINA가 지금 당장 엄청난 경쟁력을 지닌 애들이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아무리 내가 발굴해 키우는 애들이라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원작에서도 얘네는 저 심해에 처박혀 있다가 78년이 되어서야 조명 받는 애들인데, 76년인 지금 데뷔 시킨다고 시장에 뭐 엄청난 충격을 주고 그런 건 없을 거라고 본다.
그대로 시장에 던져둔다면 말이다.
‘타이밍을 잘 탄다면 안 될 것도 없지.’
나는 LUMINA 데뷔에 맞춰서 나머지 모든 신규 복귀를 전멸 시켰다.
딱 그냥 지난주까지 나온 곡들로만 활동할 수 있도록 해두고, ‘신규 앨범’은 오직 LUMINA만 낼 수 있게 제한한 거다.
그것도 앞으로 3개월 간.
뭐, 사실 큰 힘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성상납 사태가 워낙 크게 터져 버려서 자연스럽게 신규 앨범을 내려 했던 그룹도 대부분 터졌으니까.
내가 따로 손을 쓰기도 전에 이미 음방에 나올 그룹이 부족할 지경이었으니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방송 시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룹당 서너곡을 하게 됐는데, 송출 화면으로는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어쩌구저쩌구’하면서 알아서 밑밥을 깔아줄 예정이다.
그럼 사람들도 딱히 이상하단 생각을 못하겠지.
자연스럽게 신곡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성상납 파동 때문일 거라고 생각할 거다.
‘그리고 LUMINA의 노출 시간은 늘어나고 말이지. 아주 훌륭해.’
지잉.
그때, 폰이 울렸다.
민지아가 보낸 문자였다.
– 도련님, 대진 그룹 일가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책임이 큰 전성현의 어미, 도은주는 생포하여 깨끗이 포장했습니다.
포장?
포장은 또 뭔 소리야.
바로 전화했다.
– 예! 도,도도도련님! 민지-,
“내가 마지막 보고는 직접 와서 하라고 했을 텐데? 건방지게 문자로 띡 쏘는 건 무슨 경우야?”
– 헉! 죄,죄송합니다!! 최종 보,보고는 오늘 저녁 직접 도련님을 뵙고 드릴 생각이었으나, 일단은 경위를 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아, 오늘 오시겠다?”
하긴.
내가 준 시간이 딱 이번주까지였지.
– 예! 제가 직접 도련님의 존안을 뵙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단어 선택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존안이라….
고모한테 이렇게 존칭을 듣는 조카가 과연 있을까.
“늦지 말고 와.”
– 네 알겠-,
말을 다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가슴 속에서 또 묘한 쾌감이 피어 오른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갑질하는 맛이 있는 년이다.
오늘 오면 얘한테 무슨 짓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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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인사 안 하니?”
“…예?”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던 LUMINA를 가장 먼저 찾은 건 고무열이 아니었다.
3주 전에 ‘지가모태노코노코’를 발표하며 데뷔해서 2주 연속 음방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그룹, ‘노코노코걸즈’였다.
총 5인조로 구성된 그녀들은 각각 일진 여고생(성인), 갸루걸, 폭력단, 삼합회, 마피아라는, 다소 충격적인 컨셉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 같이 수십 년 전에나 회자 되었을 법한 복고 중의 복고 요소가 어떻게 때가 맞아서 히트쳤다.
전원 날라리라는 컨셉 답게 이미지도, 복장도, 심지어 노래도 상당히 걸레틱한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이번 성상납 특검에서 무혐의를 받았다.
일진 여고생(성인) 컨셉을 맡고 있는 멤버의 엄마가 기획사 대표인데다 애초에 규모 자체도 어디 상납할 깜냥이 안 될 정도로 매우 소규모였기 때문이다.
“하. 이 똘망똘망한 것들 봐라.”
“요즘 애들은 인사성이 없어~.”
“라떼는 신입이 오면 이른 아침부터 대기실 하나하나 돌면서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인사하고 그랬는데, 너흰 어떻게 선배가 직접 찾아 왔는데도 엉덩일 안 떼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