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96)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95화(96/243)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올리고 나오는 길에 고모를 만났다.
그녀는 나를 보고 살짝 놀란 듯이 흠칫 하더니, 곧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일찍 도착했구나.”
“예. 고모님 덕분에요. 고모님도 바로 오셨네요.”
“마침 나도 상공에 있었단다.”
“그렇군요.”
묘한 기류가 흐른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자지는 지멋대로 들썩이며 지난 날 실컷 박아댔던 고민영의 보지맛을 불러와 느끼고 있다.
‘하, 씹.’
박고 싶다.
당장 방으로 데려가서 늘씬한 다리를 잡아 열고 그 사이를,
“조카.”
“아, 네.”
“인공섬 관련해서 할 얘기가 있으니…. 한 30분 정도 뒤에 내 방으로 와 줬으면 하는구나.”
“아. 인공섬 말씀이시군요.”
“그래. 인공섬.”
“….”
“….”
눈이 마주쳤다.
뜨거운 시선이다.
그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오직 서로의 눈동자를 쳐다볼 뿐이지만, 이미 그 시선에는 상대방의 나신이 담겨있다.
하, 고모가 오라는데, 안 갈 수가 있나.
“예. 30분 뒤에 가겠습니다.”
“그래. 기다리마.”
그녀가 나를 스쳐가며 할아버지의 방으로 들어갔다.
“뜨거우시네요. 두 분.”
“뭐…. 딱 내가 선물한 장미 만큼 뜨거운 거지.”
“아침 드라마 보는 기분이에요. 고모와 조카가….”
“조용히 해 인마.”
조심성 없게 떠드는 수아의 머리에 꿀밤을 쥐어 박고 내 방으로 향했다.
30분.
30분 뒤면 어제 그토록 박아댔던 몸을 또 만끽할 수 있다.
느슨해지면 안 된다고,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되뇌이지만, 솔직히 쉽지 않네.
‘아니. 이것 조차도 경계의 일종이다. 나는 고모를 함락시키기 위해 섹스하는 거라고.’
대충 그렇게 나 자신과 합의를 본다.
틀린 말은 아니잖아.
+++
똑똑.
“접니다. 고모.”
말없이 방문이 열렸다.
고민영은 가운 하나만 걸친 채, 사실상 알몸인 상태로 문을 열고 있었다.
“왔니.”
“네. 고모.”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달칵, 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나와 고민영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들어 물고 빨았다.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손을 움직여 애무하고, 어느 때보다도 가파르게 호흡하며 서로의 향을 맡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면 우리는 침대 위에서 결합해 있었다.
“윽! 아흑!”
여전히 물이 많은 고모.
헐떡이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열심히 허리를 움직인다.
그렇게, 긴 밤을 보냈다.
.
.
당연하게도 고민영과 나의 정사는 아침까지 계속 되었다.
다행인 게 하나 있다면 할아버지의 프로 입단식이 오후 1시로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는 자유시간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잠을 청했고, 대략 10시 정도가 되었을 때 깨어났다.
고모가 미리 말이라도 해 두었던 건지, 그 시간이 되도록 우릴 깨우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졸려….’
잠을 얼마 못 잔 것만 해도 크리티컬한데, 거기에 질펀한 섹스까지.
피곤한 게 당연했다.
하지만….
뿌듯하다.
고모는 이번에도 자지러지는 신음을 내질렀고, 절정도 몇 번이나 느꼈다.
나와 속궁합이 잘 맞는 느낌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고모.”
“…그래. 일어나자마자 네 얼굴이 보이니 확실히 좋은 아침이구나.”
“….”
그런 낯 뜨거운 말을….
키스하고,
모닝 섹스를 했다.
시간은 대략 오전 11시가 되었다.
이제는 정말 준비하고 나가야 할 시간이다.
보통 행사가 시작하기 전에 도착해야 하니, 사실 이미 빠듯한 시간이 되어 버렸다.
“먼저 가 있으렴.”
“네. 고모.”
작별(?)의 키스와 함께 나는 방을 나와 내 방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아랫도리 뿌듯한 하루였다.
+++
“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특별 기획, ‘회장의 도전’ 진행을 맡은 진형우입니다.”
“신나리입니다~.”
입단 시험이 시작됐다.
바둑 관련 방송국과 유명 미튜버들을 불러다 놓고 생중계를 하는 컨셉인데, 관중이 꽤 많았다.
일단 한 켠에 우리 고려 그룹의 오너 일가가 있고, 반대편에는 제법 많은 바둑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바둑 협회장이라는 사람도 거기 있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저거 특혜 아니냐!’ ‘왜 특별 방송까지 편성하면서 편의를 봐주냐!’ 예. 이해합니다. 정식 루트는 아니니까요. 그런데요. 이번 특별 입단 시험,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난이도만 따지면 훨씬, 훨씬 어렵습니다. 그렇죠 나리씨?”
“예. 맞아요. 저희 한국 바둑계의 레전드, 그리고 세계 바둑계의 레전드이신 조기한 9단과 직접 대국을 두게 되는데요. 무려, 호선입니다. 접바둑이 아니에요.”
“세계대회 우승 7회에 빛나는 조기한 9단을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이겨야만 합니다!”
진행자가 불가능한 도전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설명을 이어 간다.
사실 호들갑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게, 저게 진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기 때문.
바둑 프로는 일반인과는 아예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호선으로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프로들 안에서도 레벨 차이가 극명하다.
그냥 프로도 아니고 9단, 그것도 세계대회 우승 이력까지 있는 기사가 상대라면 승리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그 실낱 같은 가능성을 뚫고 조기한 9단을 꺾어야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프로로 입단할 수 있는 거다.
일반적인 입단 시험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거지.
그냥 못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물론 보는 사람은 저것 마저도 조작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할아버지가 조기한 9단을 이기면 난리가 날 거다.
아마 조기한 9단이 돈을 받았느니 뭐니 하면서 한동안 들끓겠지.
그러나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게임이 전개되는 걸 보고 금방 알 수 있을 거다.
조기한 9단이 전력을 다했다는 것을.
‘…아님 말고.’
뭐, 내 추측이고, 고영만 회장이라면 일을 편하게 진행하기 위해 매수했을 가능성도 아주 0은 아니지만.
근데 그럴 거라면 생방송 편성까지 하지는 않았겠지?
“이기냐 지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제가 좀 고전하는 부분이 있느냐, 아니면 원활하게 이기느냐, 그런 싸움인 것 같습니다.”
대충 조기한 9단의 패기로운 인터뷰를 끝으로 대국이 시작됐다.
할아버지가 흑, 조기한 9단이 백이다.
“하…. 이게 다 뭔 지ㄹ…아니 뭔 일이다냐.”
내 옆에는 고민지가 시무룩한 얼굴로 대충 늘어져 있었다.
엉덩이를 밑으로 쭉 빼고 의자와 몸이 일심동체가 되어 달팽이마냥 흘러내리는 그런 자세.
기껏 휴가를 내고 멀리 휴가를 갔는데 이런 일로 불려와서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어떻게, 늦지 않게 오셨네요?”
“제트기 타고 왔다. 씨방…. 아, 아직도 머리가 골골대네.”
“아….”
상황이 좀 코미디스럽긴 하네.
“해적질은 잘 하고 오셨어요?”
“어…. 일단 너랑 전화할 때 발견한 섬은 끝냈어. 근데 다음 섬 발견하고 거긴 좀 천천히 놀려고 했는데, 그때 막 돌아오라고 해서 지금 여기 있는 거다. 아오.”
그녀가 눈가를 꾹꾹 눌렀다.
어지간히도 아쉬운 모양이다.
“건전하게 좀 놀아라. 휴가 가서 한다는 게 해적질이 뭐니? 품위 없게.”
“야. 인간은 뒤질 때가 가장 숭고한 거야. 즉, 나는 숭고함을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이거보다 품위 있는 행위가 어딨냐?”
“말 같은 소릴 좀 해.”
고하얀과는 앙숙인지, 마주칠 때마다 티격태격 싸워댄다.
들어보면 별 이상한 소리로 부딪히는데, 유치하기 짝이 없다.
톡.
“흑이 먼저 선을 두면서 시작합니다. 아, 바로 우상귀 33을 두네요?”
“대단히 방어적인 포석인데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아무래도 프로를 상대로 하는 거다 보니까 조금 지키면서 가겠다, 이런 전략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 과연 이게 먹힐지….”
“하필이면 백을 잡은 조기한 9단이 방어를 깨는데는 또 선수거든요.”
“굉장히 공격적인 기풍을 갖고 계시죠.”
대국이 시작됐다.
커다란 스크린에 중계되는 바둑판을 보며, 회장에 있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린다.
“하…. 내가 왜 저걸 봐야 하는 거지 진짜….”
고민지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아니 아예 믿기지가 않는 얼굴로 화면을 보고 있다.
“야.”
“네?”
“너 바둑 좀 알지?”
“제가요?”
“니가 바둑판 선물한 거잖아. 그래서 할아버지가 이런데도 나오고 하는 거 아냐?”
“뭐….”
“바둑 얼마나 걸려? 나 벌써 지루해 죽을 거 같은데.”
“….”
이제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됐다.
초반 포석이라 빠르게 진행돼서 대충 10수 정도가 진행됐지만, 끝나기까지는 한참 남았을 거다.
“어…. 각자 2시간에 초읽기 2회니까…. 한 5시간?”
“지랄 진짜.”
고민지가 완전히 흘러내렸다.
의자 밑으로 해삼마냥 흘러서 거의 바닥에 무릎을 대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걸 보던 고민영이 주의를 줬다.
“하, 씨. 내가 왜, 내가 왜 이런 걸 봐야 하냐고오오오오….”
음.
솔직히 동감이다.
프로 데뷔하는 거?
뭐 그럴 수 있는데…. 그걸 굳이 이렇게 가족들 다 불러 모아서 할 필요가…. 있나?
“아, 흑이 끊었습니다!”
“이러면 수상전인데요.”
“흥미롭게 진행이 됩니다. 솔직히 여기서 끊을 줄은 몰랐거든요.”
“저런데 함부로 끊으면 위험해요.”
바둑은 의외로 빠르게 진행됐다.
조기한 9단이 두는 속도도 빨랐고, 할아버지가 두는 속도도 빨랐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바둑인들이 있는 진영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 방금 조기한 9단이 돌을 놓으려다 말았거든요?”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이에요. 손가락으로 수를 읽고 있습니다. 이게 머리로 연산이 잘 안 될 때 손을 사용하곤 하거든요.”
“그에 비해 고영만 회장,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합니다.”
“처음 33을 뒀을 때는 마냥 방어적으로 운영할 줄 알았는데, 그게 바로 전략이었습니다. 오히려 흑이 굉장히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백의 집을 야금야금 무너뜨리고 있어요.”
“이러면 말리죠. 조기한 9단, 돌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이게.”
진행자들도 고개를 갸웃한다.
솔직히 바둑을 제대로 아는 게 아니라서 형세판단 같은 거창한 걸 할 능력은 안 되지만, 진행자들의 반응과 술렁이는 바둑인들을 보면 우리 회장님이 선전하는 모양이다.
“흑이 바로 손을 빼네요.”
“행마가 굉장히 가볍습니다. 돌도 뭉쳐있는 게 거의 없고 상당히 효율적으로 놓고 있어요.”
“손익계산도 정말 철저합니다. 어디까지가 이득이고 손해인지 계산을 정말 칼 같이 하고 있어요.”
“조기한 9단, 좌측 날일자로 느네요.”
“스읍…. 이건 좀 애매한데요. 이렇게 되면-, 네. 지금 말씀드리는 순간 흑이 끼우면서 차단을 합니다.”
“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두드립니다. 이렇게 되면 조금 일방적으로 대국이 흘러가는데요, 저희가 예상한 방향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습니다.”
“솔직히 충격적일 정도입니다. 보시는 시청자분들도 느끼시겠지만, 전혀 뭐 조기한 9단이 봐주고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거든요 지금? 정말 살벌하게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와중에 고영만 회장이 승기를 잡고 있는 믿을 수 없는 현장입니다.”
바둑인들이 있는 곳은 술렁이는 걸 넘어 다들 충격을 받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아예 일어나서 허탈한 얼굴로 관전을 하고 있는데, 꽤 볼만한 모습이다.
그리고 결국,
“아! 조기한 9단이 돌을 던졌습니다. 이럴 수가. 137수 만에 고영만 회장이 불계승을 거둡니다!”
“고영만 회장이 조기한 9단을 호선으로 꺾었습니다!”
“여러분 대이변입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크린에선 조기한 9단과 할아버지가 악수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바둑인들이 있는 곳에서는 큰 소란이 일어났다.
“흐아아암…. 끝났어?”
그 즈음 고민지가 깨어나고, 스크린 너머의 방음부스의 문이 열리면서 고영만 회장과 조기한 9단이 나왔다.
오랫동안 대국을 지켜봤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물론 우리도.
“그하하하하!!”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바둑에서 이러면 예의가 아닌 걸로 아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와 그럼 이제 초단 고영만인가?’
프로 바둑 기사 고영만이라니….
상상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