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coundrel of a Chaebol Family RAW novel - Chapter (97)
재벌집 망나니가 되었다 96화(97/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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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가 아마추어분이 상대이다보니 본의 아니게 조금 방심…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조금 크고요.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 회장님께서 프로의 실력인 건 맞다. 그거는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방심을 하셨습니까?”
“처음에 33을 두시는 걸 보고 조금 풀어진 것 같습니다. 아, 이분이 긴장을 하셨구나. 그래서 방어적으로 두시는 구나. 그러면 나는 조금 더 나서도 되겠다. 그런 생각을 조금 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전반적으로 문제를 조금 키우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고요.”
“그럼 어떤 때에 가장 당황하셨어요?”
“어…초반에 좌하단을 끊고 들어오신 게 충격이 조금 있었습니다.”
“사실 그 수가 보기 쉬운 수는 아니었잖아요?”
“예. 보기도 쉽지 않고 본다 하더라도 수 읽기가 너무 촘촘하게 이어지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프로 기사라 하더라도 대개 끊기 보다는 잇는 걸 택하거든요. 근데 그걸 과감하게 끊어 버리시더라고요.”
“그 이후에 고영만 회장이 오히려 맹공을 펼쳤어요. 그때는 어떤 심정으로 두셨는지.”
“어…일단 이미 기세가 넘어간 상황에서 대책을 꾸리는 게 상당히 고통스럽거든요? 게다가 아마추어가 상대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으니까 속으로 ‘이게 맞나?’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거예요.”
“아, 집중을 잘 못하셨군요.”
“그렇다기 보다는 연막 작전 같은 거에 제가 걸린 게 아닌가…하하. 아마(아마추어)에 있으실 분이 아니거든요?”
후에 이어진 인터뷰에서 조기한 9단은 할아버지의 실력에 대한 평을 남겼다.
본인이 방심해서 진 것 같다는, 다소 변명성 짙은 말을 하긴 했는데, 솔직히 변명이라기 보다는 저게 진실에 가까워 보였다.
아무리 바둑판에 깃든 한국영 국수가 바둑계를 씹어먹었던 레전드 중의 레전드라지만, 그래도 50년이나 지났는데 현세대 최강을 진심대국으로 바로 이기는 건 무리가 있을 테니까.
‘아마추어가 상대인데 방심 안 하는 게 오히려 힘들지.’
한참 방심을 해도 아마 한테는 질 수가 없는 게 바둑계 프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의 파장은 정말 엄청날 것 같다. 특히 바둑계에서.
‘아시아의 지배적인 기업 총수가 바둑 프로로 데뷔한다라…. 상상도 못했던 그림이라 앞날이 기대되긴 하네. 무슨 일이 터질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이쪽에 뜻이 있어서 바둑 프로 리그에도 참여하고 국내 바둑 기전이나 세계 대회에도 나가게 된다면 정말 재밌을 거 같긴 하다.
“에…. 저는 이미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아, 그러셨습니까?”
“보고 있기 너무 아까워서, 그래서 제가 회장님께 제안을 드렸죠. 이러이러한 제도가 있으니까 잘 활용해서 프로 데뷔를 한 번 해보시면 어떻겠냐.”
“아, 이거 협회장님이 먼저 제안을 하신 거예요?”
“그럼요 그럼요. 제가 먼저 말씀을 드렸죠. 읍소를 했죠. 엎드려서.”
“아 그러시군요.”
“우리 바둑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회장님 같은 신선한 인재가 들어와야 한다. 이 얼마나 화제성이 좋습니까? 아시아 최고의 그룹 총수께서 바둑 프로로 입단한다? 아, 이거 못 참거든요.”
“저도 못 참을 것 같긴 하네요.”
조기한 9단의 인터뷰 이후에는 바둑협회장의 인터뷰와 할아버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다 고만고만한 얘기라 좀 지루했는데, 할아버지가 나를 직접 언급하면서, 평소에도 바둑을 좋아했지만 손자가 선물한 바둑판이 도전에 큰 계기가 됐다. 이런 식으로 얘기할 때는 조금 뿌듯했다.
뭐가 어쨌든 진심으로 좋아하면 좋은 거지.
이런 게 바로 가족을 보는 심정인 건가. 묘하네.
‘세계관 최악의 악의 기업에서 가족애를 느낀다라….’
좀 황당하지만 재밌는 상황.
그러면 안 되는데 왠지 이 가족이 모인 곳에서는 점점 긴장이 풀어지려 한다.
‘…정신 차리자 고무열.’
다짐을 계속 해보지만…. 뭔가 계속 스며들어가는 기분이다.
모든 행사가 끝났다.
할아버지는 조기한 9단과 바둑 협회장, 바둑 부협회장 등의 추천을 받아 특수인재로서 바둑 프로로 입단하게 되었다.
이제 할아버지는 바둑계에서 고영만 회장이 아닌, 고영만 초단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그게 할아버지 한테는 더 마음에 드는 호칭이겠지.
할아버지는 태양궁으로 돌아올 때까지 바둑판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진짜 바둑이 좋은 모양이다.
“우리 아버지, 언제 이렇게 바둑 실력이 좋아지셨대?”
함께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 길.
고민영이 물어본다.
다른 사람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잘 납득도 안 되고 궁금했는지, 할아버지의 답을 주목했다.
“언제긴! 내 꾸준히 노력한 결과지. 이게 뭐 거저 얻어지는 거겠나?”
“그래도 프로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죠. 너무 말이 안 되잖아. 아버지가 바둑 프로의 실력을 갖고 있다니.”
“그거야 뭐….”
할아버지가 말을 흐린다.
아무래도 순도 100% 본인 실력은 아닌 모양이다.
역시 그렇지? 아마추어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프로를 이기는 건 힘든 일이니까. 무조건 한국영 사범의 도움을 받은 거다.
“크흠, 당연히 나도 몰랐지. 나야 평소에 열심히 바둑을 뒀을 뿐인데 어느새 이렇게 실력이 붙었을 줄 알았겠냐?”
“그럼 뭘 믿고 오늘 이벤트를 여신 건데요?”
“그건…. 다 우리 무열이 덕분이다.”
나?
“점마가 준 바둑판이 내 꿈을 일깨워준 게지. 고영만 너의 진정한 꿈은 바둑이라고! 그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했다. 됐냐?”
“….”
고모는 미심쩍어 하는 눈치다.
그래도 뭐 본인이 그렇다는데 달리 할 말이 있나.
한국영 귀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튀어나온다면 또 모를까.
한편 어른들이 그런 대화를 하는 사이, 우리의 앙숙들은 또다시 투닥거린다.
“아. 지루해 뒤지는 줄 알았네.”
“하긴. 넌 참을성이 없어서 좀 많이 힘들었겠다.”
“내가 참을성이 없는 게 아니고, 바둑이 좆도 재미가 없는 거야.”
“그 말 할아버지한테 말씀드릴까?”
“아오 이 좆만한 년이 일름보도 아니고 그걸 또 이르겠다고?”
“누구 보고 좆만하대.”
‘진짜 아무 생각 없어 보이네.’
너무나도 평화롭고 화목한 가정. 고도의 계산이나 정치적인 수사 따위는 전혀 없어 보인다.
추석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인지부조화가 생길 정도로 너무나 화목한 가정.
‘직계끼리는 진짜로 애틋한건가?’
어쩌면 정말로 그런 걸지도….
“무열이 니, 뭐 바라는 거 있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할아버지는 또 그런 소릴 했다.
분명 바둑판을 줬을 때도 그런 소릴 했던 거 같은데, 벌써 두 번째다.
그만큼 날 기특하게 생각하는 거겠지.
‘근데 딱히 떠오르는 건 없는데….’
뭐 어려운 게 있거나 부딪히는 게 있어야 갈망도 생기고 그러는 건데,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다 잘 되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나 순조롭게 750억으로 16조를 만들었는데 굳이 할아버지한테 뭔가를 부탁해야 할 일이 있나?
이럴 때는 적당히 마음을 사는 말을 해두는 게 나아 보인다.
그러면 할아버지가 이자까지 쳐서 갖고 있다가 나중에 더 크게 줄 거다.
아마도….
“할아버지, 저 스스로 한 번 성장해보고 싶습니다.”
“으응?”
“이왕 제대로 살아 보기로 마음 먹었잖아요.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직접 부딪혀보고 싶습니다. 이미 받은 것도 많고요.”
“허허, 그래? 고놈 참 기특한 말만 하는구나!”
할아버지는 껄껄 웃었다.
고모들도 귀엽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래. 남자가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할아버지는 아주 대견하다는 듯이 웃더니 식탁을 탁탁 두드렸다.
“그래도 인석아, 할애비 체면이 있는데 그렇게 거절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아니 그렇게 말해도 진짜 생각나는 게 없는데….
음….
그래도 이렇게까지 말하니 뭐 하나 달라고 해야 하나?
돈이야 뭐 내가 벌면 되는 거고, 정말 필요한 거라고 한다면 권력적인 부분일 텐데,
당장 내가 벌이고 있는 일 중에 공권력과 밀접한 일은 두 개 정도가 있다.
하나는 이나은 특검을 이용한 기획사 사냥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남동공단을 개발하기 위해 작업을 치는 거다.
이 중 진행도가 낮은 건 남동공단 개발.
아직 땅도 매입하지 못한 데다가 추후 시와 승부를 봐서 각종 혜택을 뜯어 내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
고로 지금 당장 뭘 부탁했을 때 더 큰 덩어리를 해결할 수 있냐 한다면 남동공단 건이다.
하지만….
‘그건 나도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어. 시에도 충분히 이득이 되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특검은 다르다.’
나는 이나은 특검을 가능한 길게 가져가고 싶다.
무려 ‘즉결 처분의 권한’을 가진 말도 안 되는 권력이니까.
그러나 특검은 결국 기간 한정에 특정 화제를 겨냥한 제도다.
아무리 길게 가져가려 해도 100일 이상은 법적으로 허용이 안 되고, 내 마음대로 휘두르기도 애매하다.
법을 무시하려 해도 이나은 특검이 조용히 시작된 것도 아닌데 말이 너무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 검찰에서는 결국 용단을 내릴 거다. 해체가 되겠지.
그래서 이걸 상시화 하고 사용처를 넓히기 위해서는 아예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건 남동공단 건으로 시를 설득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난이도가 높다.
그러니 할아버지에게 부탁할 게 있다면, 바로 이거다.
이나은 특검의 상시 유지와 사용처 확대!
‘아예 따로 상시특검청 같은 기관을 만들고 거기에 판사까지 포함할 수 있게 하면 금상첨화지.’
그렇게 되면 인천 사법의 일부를…. 내가 가지게 되는 거다.
“와 말이 없노?”
“그럼 할아버지, 특검을 상시 유지하고 싶습니다.”
“엥? 특검?”
“예. 인천에 상시 특검을 설치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가 데리고 있는 검사 위주로요.”
할아버지한테 설명했다.
내가 방금 떠올린 청사진을.
할아버지는 끌끌 웃었다.
“니…. 인천이 갖고 싶나?”
“….”
“그래. 알았다. 내 그쪽 의회에 법안 하나 넣어 주마.”
“!!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정실장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이제 정실장이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 내 요구를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으로 만들어 실체화 시키고, 그걸 인천 자치의회에 전달할 것이다.
아마 법 여러가지를 좀 손보고 새 법도 제정하고, 기관도 설치하고 해야 할 테니 시간은 꽤 걸릴 것이다.
그래도 된다는 게 어디야.
“아, 그리고, 우리 무열이 비서실 다시 만들어놔라.”
“예.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