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quirrel Seeking For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1화(1/134)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1화
0. 프롤로그
“자, 테젠.”
하이라드 공작 부인인 엘라의 붉은색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이건 생일 선물이다. 이 어미가 특별히 신전에서 데려왔지.”
“이, 이건 ・・・・・….”
열네 살 소년, 테젠의 눈이 환히 빛났다. 입이 헤 벌어진 그의 모습을 본 엘라가 뿌듯하다는 듯이 설명을 덧붙였다.
“이게 뭔지는 이미 알고 있지? 마력 폭주를 잠재워줄 수 있는 신수란다. 너처럼 마력이 넘치는 마법사에게 꼭 필요한 존재야.”
“감사합니다, 어머니! 근데 이거…… 비싸지 않나요?”
“훌륭한 마법사 아들에게 어미가 이 정도도 못 해주겠니?”
누가 본다면 아들과 어머니의 사랑이 넘치는 아주 감격스러운 장면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큐웅.”
물론 저 두 사람의 행복과는 별개로 내 심기는 몹시불편했다.
나는 지금 저기 언급된 테젠의 ‘생일 선물’에 빙의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신수’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지만 이 외양은 누가 봐도 그냥 평범한 다람쥐였다.
나는 철창에 갇혀서 불만스럽게 도토리를 물었다. 성의 없이 바닥에 놓아둔 도토리는 오래되어 맛이 없었다.
테젠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귀엽게 생겼네요.”
‘흠, 뭐. 귀엽긴 하지.’
이곳은 마법사 가문으로 명망이 높은 하이라드 공작가였다.
그리고 공작가의 가주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대대로 그 세대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들이 대를 잇는다.
강한 마법사는 정말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산을 무너트리고 파도를 치게 하며 성을 불태워 버릴 수도 있었다.
문제는 강한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에게는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마법을 쓸 수 있는 힘, 그러니까 마력이 폭주할 때 진정시켜 주지 않으면 끔찍한 고통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날뛰는 마력을 흡수하여 그 고통을 진정시켜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신수였다.
‘뭐, 그것도 위대한 마법사나 넘치는 마력을 어쩌지 못하는 법이지. 보통 마법사들은 신수가 필요 없을 만큼 미미한 마력을 가졌을 뿐이니.’
하이라드 공작 부인, 엘라 하이라드는 지금 굉장한 값을 주고 나를 신전에서 사 왔다.
테젠이 신수가 필요할 정도로 마력이 넘쳐난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미 소유의 인을 박았으니 하이라드 공작저를 벗어날 수 없단다.”
저 말은 맞았다.
내 여린 가슴팍에는 하이라드 공작가의 문양인 흑장미가 새겨져 있었다.
엘라는 철창의 문을 열어서 나를 꺼내며 빙긋 웃었다.
“그러니 네 방에서 잘 키워 보렴, 테젠. 아마 간단한 말귀는 알아들을 테니 방에서 나가지 말라고 하면 안 나갈 거야.”
그건 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나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좁은 철창에 갇혀서 사는 건 정말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이거 봐 말을 알아듣잖니?”
“말을 알아듣는 짐승이라니 징그러운데요, 좀.”
테젠은 엘라의 손에서 나를 받아 들며 미간을 찌푸렸다.
“큐웅.”
아까는 귀엽다면서 변덕이 엄청나네.
내가 불만스럽게 콧김을 뿜자 엘라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짐승이라니, 신수라니까. 게다가 전설에 따르면, 마력을 많이 흡수한 신수는 인간도 될 수 있다고 하지 않니?”
“흠. 하긴, 저는 마력이 많으니 인간화를 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슨 소리야. 얘, 어림도 없다.
나는 한숨을 쉬며 꼬리로 그의 손바닥을 탕, 하고쳤다.
하이라드 공작가의 차남, 테젠 하이라드는 타고난 마력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신수로 빙의하고 난 뒤 나는 마주치는 사람들의 마력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는데 테젠 하이라드의 마력은 그저 평범했다.
대단한 마법은커녕 작은 불 하나 피우는 데에도 낑낑거릴 것이 뻔했다.
신수가 필요할 만큼 마력이 대단하지도 못했으니, 나를 인간화시킬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럼・・・・・… 제가 부릴 수 있는 노예가 한 명 느는 거겠죠? 이 신수는 제 소유니까요!”
이 망할 놈이,노예라니 어디 그런 끔찍한 말을………….
어차피 그의 마력으로는 나를 인간화시킬 수도 없겠지만 아주 기분 나쁜 발언이었다. 나는 기분이 나빠져서 물고 있던 도토리를 탁, 하고 바닥에 던져 버렸다.
물론 내 목표는 당연히 인간화였다. 나는 원래 인간이었던 몸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마법사들을 진정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말 못 하는 짐승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가자, 노예.”
노예라니, 정말 맘에 안 드는 놈이었다.
하지만 하이라드 공작가에 오게 된 건 그다지 나쁜일이 아니었다.
내가 알기로, 이 공작가에 테젠과는 비교도 안 되는거대한 마력을 가진 소년이 숨겨져 있었으니까.
어쩌면 그가 나를 인간화시켜 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조연………… 이라고 할 것도 없는, 정말 원작에한 줄 서술된 ‘생일 선물’에 빙의했다.
[엘라는 테젠에게 신수를 선물함으로써 테젠의 마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물론 정말로 신수가 필요한 요한은 당연히 방치당했다.]이것이 내 등장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여기서 요한은 테젠과 두 살 차이가 나는 하이라드공작가의 장남으로, 엘라가 들어오기 전 전 공작 부인의 태생이었다.
하이라드 공작은 지금 전쟁터에 나간 지 10년이 넘었고 공작저는 엘라의 수중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엘라는 자신의 아들인 테젠을 공작가의 후계자로 만들고 싶어서 온갖 계략을 다 짜는 중이었다.
일단 엄청난 마력을 타고나서 부작용에 시달리는어린 요한을 방치했다.
요한은 어린 시절부터 늘 아팠고, 엘라는 그것을 지병이라고 몰아가며 탑 꼭대기 방에 가두었다.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그사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테젠이 엄청난마력을 타고났다며 은근슬쩍 말을 흘리기까지 했다.
어차피 평화로운 공작저에서 테젠이 엄청난 마법을쓸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하이라드 공작이 전사하고, 전쟁터에서추가 병력을 요청해 오자 그때에는 요한을 보내 버리지.’
제국에서는 큰 전쟁이 터지면 귀족 가문의 일원을보내야 한다는 법이 있었다.
그러므로 하이라드 공작이 전사하고 난 뒤 전쟁터에 나갈 새로운 하이라드로 요한을 보내 버리는 것이다.
지금 그는 탑 꼭대기에 갇히다시피 하여 몸 안에서폭주하는 마력을 어쩌지 못하고 온갖 고통을 다 견디고 있었다.
이 척박하고 피폐한 환경에서 요한이 비뚤어지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여주에게 집착하며 온갖 나쁜 짓을꾸미는 악당이 되어 버린다.
‘뭐,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나는 밤을 오독오독 씹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까먹었던 도토리보다는 맛이 훨씬 좋았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요한이 이 세계 최강의 마법사라는 거야. 타고난 마력이 누구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그러니까 그의 마력이라면 나를 인간화시켜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요한의 넘쳐나는 마력을 흡수해서 인간화에 쓰고, 요한은 그러면서 고통이 진정되고, 딱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개란 말이지.’
나는 어떻게든 인간이 되고 싶었다. 테젠이 키우는 다람쥐의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원작 내용을 떠올리며 이리저리 계획을 세울 동안, 테젠은 나를 그의 방에 데려온 뒤 쿠션에 앉혀놓고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나 역시 그를 빤히 바라보며 똑같이 뜯어보았다.
검은 머리에 제 어미를 닮은 붉은 눈, 그리고 옅게 퍼진 주근깨 등 그다지 기억에 남는 외모를 가진 소년은 아니었다.
아무리 중립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원작에서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좋게 봐 줄 수가 없었다.
오냐오냐 자란 못된 도련님의 전형인 테젠의 표정은 기본적으로 거만했고 말투는 재수가 없었다.
“야, 노예.”
심지어 나의 이름은 벌써 ‘노예’로 정해진 듯했다. 그것부터가 마음에 안 드는데 테젠은 더 어이없는 소리를 해 댔다.
“한번 굴러 봐.”
내가 미쳤냐?
나는 못 알아듣는 척 고개를 한번 갸웃하고 얌전히 먹던 밤이나 계속 먹었다.
“…..… 말귀를 다 알아듣는 건 아니네. 훈련이라도 시켜야 하나?”
훈련이라니…………. 아무래도 먹는 척을 계속하다가는 귀찮은 꼴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남은 밤을 마구 볼에 욱여넣고 몸을 웅크린 채 잠든 척을 했다.
“쳇, 재미없어. 역시 짐승이라 일찍 자나.”
테젠은 내 등을 쿡 찌르더니, 더 이상 내게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흥, 난 인간이라고. 어떻게든 인간화를 성공하고 말거야.
둥근 달이 높게 걸린 한밤중이었다. 테젠은 저녁 내내 하녀에게 패악을 부리다가 자신의 침대에서 이미 깊은 잠에 빠진 상태였다.
나는 자는 척을 멈추고 천천히 기지개를 켰다.
내 가슴에 흑장미 인장이 박혀 있는 이상, 나는 하이라드 공작저를 떠날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가려는 곳 역시 하이라드 공작저 안이었으니까.
‘서쪽 탑의 가장 높은 방.’
나는 원작의 정보를 떠올리며 도토리를 하나 챙겨들었다. 그런 뒤 창문 틈으로 힘겹게 빠져나가 쪼르르 달려 나갔다.
그곳에 아마 열여섯 살의 요한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것이다. 원작의 악당이자 하이라드 공작저에숨겨진 정말로 대단한 마법사.
높은 곳에 오르는 건 다람쥐에겐 전혀 어려운 일이아니었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벽을 타고 탑 꼭대기의 창문에다다랐다.
‘흠.’
방 안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한 소년이 구석에웅크리고 앉아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많이 아픈가 보네, 역시.’
아무리 악당으로 큰다고 해도 지금의 요한은 어린소년일 뿐이었고, 끙끙거리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좀 이상해졌다.
나는 팔을 들어 똑똑똑, 하고 창문을 두드렸다.
밤이 깊도록 고통에 잠을 못 이루고 있던 소년이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창문틀에 당당히 서 있는 나를 본 그의 보랏빛 눈이보름달처럼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