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quirrel Seeking For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7)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117)화(117/134)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117화
메데스트의 가족회의가 끝난 뒤, 요한은 유리카의 배웅을 받으며 하이라드 공작저로 가는 마차에 올라탔다.
메데스트 공작, 오스카가 깨어난 것은 그 역시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건 오스카의 감사 인사였다.
그 이후, 그를 가족으로 인정해 주는 것 같은 태도는 물론이고 진심 어린 조언까지 해 주다니.
실제로 한 달 정도만 마법을 쓰지 않고 지내 보라는 말은 연륜이 느껴지는 제안이었다.
요한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집안의 어른이 자신을 위해 그렇게 조언을 해 준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만 그 응접실의 묘하게 따뜻한 분위기가 잔상으로 남았다.
사실 그는 오스카가 자신에게 잘해 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호랑이일 적에 워낙에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냈던 탓이다. 당장 욕하며 쫓아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뭐, 요한뿐만이 아니라 로이먼드도 극히 싫어했으므로 그에 대해 큰 감정은 없었다.
요한 또한 만일 그와 유리카의 딸에게 집적대는 남자가 있다면…… 살려 두기도 싫었을 것 같았으므로.
처음 오스카를 마주한 후 요한은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의 세계는 유리카 전부인데, 유리카에게는 이미 완벽한 세계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 사이에서 자신은 이물질에 불과한 것 같은 그런 느낌.
마치 테젠과 엘라 사이에서 자란 어린 시절처럼.
“너희 아버지는 널 걱정조차 안 할 거다.”
어린 시절 내내 엘라는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하이라드 놈들에게 자식들은 그저 힘을 이어 가는 도구일 뿐이거든. 그게 네 아버지가 전쟁에 끌려갈 것 같으니 얼른 나와 결혼해서 테젠을 낳은 이유란다.”
그럴 때마다 소년 요한의 눈은 새카맣게 가라앉았다.
엘라는 지금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 더 이상 그에게 어떤 악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은 달랐다. 고통 속에서 엘라가 했던 말들은 그의 뼈에 사무쳐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어쨌든 하나보다는 둘이 더 괜찮은 마법사가 나올 확률이 크니까 말이다. 하이라드에게 중요한 건 딱 그거 하나야. 그러니 내가 넌 병약하여 마법사의 기질이 없다고 서신을 보낸 이후로, 네 아버지는 이제 네 안부조차 내게 묻지 않는단다.”
요한은 맨 처음 메데스트의 역사에 관해 들었을 때 조금 충격을 받았다.
후손을 이용할 수 없다며 아르테어 남작가를 내치다니. 만약 하이라드였으면 나서서 자신의 자식을 떠밀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저 평범한 인간처럼 살기 위해 스스로 마력을 진정하는 법을 연구해 결국 후손들에게 그런 삶을 물려주다니.
가문의 힘보다는 진정으로 자식들의 행복을 바란 선택이었다.
하이라드는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기에, 그는 그런 가정만 겪어 왔기에 더더욱 생경했다.
항상 의아했다. 왜 유리카는 가족들에게 헌신적일까.
결국 메데스트 가문은 그녀를 잃어버렸는데.
하지만 오늘 보니 대충 알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오스카가 딸들을 무작정 사랑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메데스트에게는 저게 자연스러운 건가. 저런 가족애가 핏줄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이라드보다 여러모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집안이지만, 그래도 그가 가정을 이룬다면 그런 모양새였으면 했다.
“너 역시도 정상적인 가족은 이룰 수 없을 거야. 상대를 사랑한다면 더더욱이나. 네 어머니가 어떻게 됐는지 알지?”
지하 감옥에 갈 때마다 엘라의 말이 저주처럼 따라붙었고, 그 말이 요한의 마음속에 시커멓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응접실에서 메데스트의 일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에는 그 음울한 말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었다.
자신이 ‘마법사라는 게 저주 같아.’라고 한 그 말을 기억하고 열심히 해결해 주려고 하는 유리카도,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조언하는 오스카도 너무 고마워서.
물론 ‘너 같은 흉악한 마법사에게 내 딸을 줄 수 없다!’라는 호랑이의 눈빛이 문득문득 보이기는 했지만.
그때였다. 갑자기 마차가 섰다.
요한이 미간을 찌푸리는데 하인 하나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공작님.”
“무슨 일이지?”
“갑자기 한 아이가 쪽지를 주고 사라져서요…… 공작님도 살펴보셔야 할 것 같아 드립니다.”
요한은 하인에게서 작은 쪽지를 받아 들었다.
어떻게 보면 별것 없는 내용이었다.
아이를 쫓아 배후를 조사한다고 해도 공론화조차 시키지 못할 사소한 내용.
그러나 요한은 이 쪽지를 누가 보냈는지 막연하게 알 것 같았다.
리베나는 사냥 대회 때에도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니 분명 함정을 팔 것이다. 어쩌면 거기에 시에나마저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그 쪽지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말은 아마 ‘그런데 공작님은 그 사실이 싫으시지요? 그걸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요한은 하인에게 다시 쪽지를 건넸다. 그리고 낮게 명령했다.
“이 쪽지를 유리카 메데스트 공녀에게 전해라. 지금 상황을 설명하고 말이야.”
리베나의 말이 사실일지라도, 그는 그 말에 휘둘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마 다음 함정과 관련되어 있을 것 같다고 내 의견도 함께 전해.”
어떻게 보면 자신의 추악한 내면을 연인에게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요한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다음에 리베나와 테오도르가 마련했을 함정을 추론하기 위해 생각에 잠겼을 뿐이었다.
하나는 확실했다.
리베나가 유리카 메데스트를 해치기 위해 파고 있는 함정에 요한 하이라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유리카를 그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원하며 독점하기를 원하는 지독한 마법사 요한 하이라드가.
* * *
실종되었던 메데스트 공작이 돌아왔다는 소문이 수도를 휩쓸었다.
자세한 사정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곧 몸을 추스른 뒤 바로 황제에게 인사를 드리러 간다고 했다.
리베나 역시 비밀리에 마련된 지하 실험실에서 그 소문을 들었다.
“젠장…….”
물론 그녀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메데스트 공작, 오스카 메데스트는 메리엘과 전혀 달랐다. 영리하고 상황 판단이 빠른 그가 메데스트의 가주로 돌아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분명히 오스카는 가족들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다 들었을 거고, 그의 맹렬한 추격이 리베나에게 따라붙을 것이 뻔했다.
“오스카 메데스트까지 깨어났다면 승산이 없어…….”
파트르가 없고, 신전마저도 그녀의 뒷배가 되어 주지 못하는 지금 그녀는 자꾸만 몰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참담한 얼굴로 실험실을 바라보았다. 이제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이 실험의 성공밖에 없었다.
더 이상 오스카의 피로 추가 실험을 진행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다소 불완전한 실험이었고 확신마저 없었지만, 그래도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잘 작동되기를 바랄 수밖에…….”
리베나는 굉장한 수재였지만 시간이라는 변수를 다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이토록 확신 없는 실험 결과는 처음이었다.
오스카의 등장은 가뜩이나 몰리고 있는 그녀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리베나는 천천히 실험 기구를 만지작거렸다.
‘이제는 망설일 시간이 없어. 어떻게든 이번에 끝을 내지 않으면 결국 내가 잡혀 버리고 말 거야. 뭔가…… 내 실험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해도 시간이 없으니까 모험을 걸어 봐야 해.’
리베나는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유리카 메데스트.”
이 모든 일을 단단히 꼬이게 만든 원흉.
“이번에 완전히 끝내자. 그 대상이 너든, 나든.”
결국 그녀가 계획한 이번 일이 최후의 결투가 되는 셈이었다.
그리고 이미 그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리베나의 실험이 완벽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테오도르에 의해서 말이다.
* * *
메데스트 공작의 생존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별로 반갑지 않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황제였다.
지금까지 메데스트 공작 가문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다. 가주인 메리엘이 유순하고 자기주장을 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대가문이니 언제나 신경이 쓰였지만 로이먼드와 메리엘이 약혼을 하면서 어느 정도 꽤 안심하고 있었다.
황실의 식구가 대가문의 가주 역할을 계속하는 것은 어려우니, 조금만 압박하면 둘째 딸인 유리카에게 가주직이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유리카는 양녀였다. 메데스트의 정통성이 없으니 제대로 가문을 이끌어 갈 수 있을 리 없었다.
고위 귀족가 중 하나인 메데스트가 그렇게 세력을 잃는 것은 곧 황권의 강화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이라드 공작가만 신경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스카 메데스트의 귀환이라니.
게다가 사람들이 차차 전쟁을 잊어 가고 있는 이때에 말이다.
그렇게 황제가 차일피일 메데스트 공작의 알현을 미루고 있는 동안, 얼마 되지 않아 테오도르의 금족령이 풀렸다.
테오도르가 변방으로 자진 입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