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quirrel Seeking For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8)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128)화(128/134)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128화
요한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리베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그저 기다렸다.
유리카를 억지로 신수화하기는 했으나 시간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요한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상황을 위해 모든 판을 짰으니까.
가만히 있어도 유혹이 어마어마할 텐데, 지금은 심지어 그를 잔뜩 자극해 놓은 상태였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였다.
평생 그녀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 앞에서 대체 뭘 망설이고 있단 말인가.
테오도르는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해서 내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테오도르는 오스카에게 된통 당하고 있겠지만 그거야 그녀가 알 바 아니었다.
처음부터 리베나는 요한을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하겠어.”
요한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역시.
리베나는 씩 웃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역시. 마법사를 믿다니, 다 네 업보다.’
처음부터 그녀는 마법사를 믿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유리카가 승승장구할 때마다 이 순간을 상상하며 버텼다.
가장 가까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한 요한 하이라드에게 배신당하는 이 순간.
이런 굉장한 순간에 유리카가 의식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안타까울 뿐이었다. 만일 의식이 있었더라면 요한이 동요할 수도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간단해요.”
리베나가 빠르게 설명했다.
“앞으로 제가 유리카에게 이런저런 조치를 취할 텐데…….”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서 다 낡은 실험대에 유리카를 눕혔다.
원래 그녀의 실험실로 쓰던 공간이었으므로 모든 것이 아주 능숙했다.
“마지막에 공작님의 마력을 집어넣은 뒤, 인간화하지 말고 계속 신수로 있으라고 속삭여 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그렇게 세뇌가 돼요.”
“…….”
“원래 특별히 세뇌하지 않아도 신수들은 인간화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는 편인데…… 이 경우는 어떻게 굳이 인간화를 했는지 좀 이상하긴 했죠. 제가 뭘 놓쳤나 봐요.”
“……이 실험은 확실히 완성된 것, 맞나?”
“네, 그럼요.”
사실 거짓말이었다.
더 이상 실험할 수 있는 재료도 없고 또 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추진한 것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서 요한에게 ‘사실 잘될지는 모르겠어요…… 시간을 건드리는 건 워낙에 까다로워서.’ 같은 말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확신은 없었으나, 리베나는 자신의 실력을 믿어 보기로 했다.
“당연히 다 완성되었지요.”
요한에게 호언장담한 리베나는 기절한 다람쥐를 눕혀 고정시킨 뒤, 곧바로 품속에서 몇 가지 약물을 꺼내 투여했다.
별로 오래 걸리지 않는 절차가 이어진 후에 리베나는 요한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오세요. 그리고…….”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다람쥐의 배에 손을 얹은 뒤 마력을 주입하면서 계속 말하세요. 절대로, 절대로 인간화를 하지 말라고.”
* * *
어느 순간 신전의 무너짐이 멈췄다.
유리카가 사라진 뒤 정신을 차린 마법사들이 수습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어쨌든 변방을 지키고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었다. 그러니 무너지고 있는 신전 정도는 어찌어찌 무너진 다른 기둥들을 부수어 옮겨서라도 지탱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지진이 멈추기도 했다.
그 와중에 중앙 정원에서 볼만한 사건이 생겼다.
바로 언제 난입했는지 모르는 호랑이가 테오도르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고 있던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목에 이빨을 대고 있는, 박기 직전의 상태였다. 조금만 더 힘을 줘도 테오도르의 목이 꿰뚫릴 것 같은 그런 상태.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황실 기사들도 함부로 호랑이를 건드리지 못했다. 단검이라도 잘못 날렸다가는 테오도르의 목부터 부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테오도르의 호위들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짐승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리베나! 리베나는 어딨어!”
테오도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리베나를 찾아와! 얼른!”
기사 중 하나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백작 영애가 와도 이 상황을 해결해 주실 리가 없…….”
“해결할 수 있다! 이 물약은 리베나가 만든 거니까!”
이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오스카가 테오도르의 물약을 맞고 호랑이가 된 것을 모두 본 상황이었다.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누구도 인간을 짐승으로 만드는 물약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이었다.
테오도르에게 지목당한 기사가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충성스럽게 말을 이었다.
“시, 실례지만 백작 영애가 어디 계신지 알려 주신다면 지금 당장 찾아올…….”
“저 위 난간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 아, 그렇지!”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테오도르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외쳤다.
“분명히 이 상황을 봤을 거다. 요한 하이라드와 유리카 메데스트에게 갔을 거야!”
“네?”
“그 두 사람을 찾아! 분명히 리베나는 거기 같이 있을 거다.”
“그럼 그 두 분은 어디 계신지 간략히만이라도 추측해 주신다면…….”
“이 근처일 거다!”
호랑이의 이빨이 선명하게 느껴지자 테오도르가 급하게 소리쳤다.
“유리카 메데스트가 알리트 풀을 포기할 리 없으니까 말이다!”
“예, 예!”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테오도르가 더 화를 낼 것 같아서, 말을 섞던 기사들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난간 뒤에 조용히 숨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제이든은 혀를 찼다.
‘테오도르는 지금 자신이 어떤 사실을 자백했는지도 잘 모르고 있겠지.’
제이든은 오스카가 중앙 정원으로 가기 전 시에나를 챙겨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것도 듣는 귀가 이렇게 많은데. 거의 뭐…… 끝난 거나 마찬가지군.’
시에나는 눈을 굴리며 제이든 옆에서 중얼거렸다.
“아니, 저이는 왜 실수로 물지도 않는 거니? 짐승이 되어서도 너무 냉철한데.”
“누님.”
제이든은 한숨을 쉬며 속삭였다.
“저는 다시 봐도 사람이 호랑이로 변하는 게 너무…… 이상한데, 누님은 정말 잘 받아들이시는군요.”
“본질은 다르지 않은데, 뭐.”
시에나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두통이 좀 있는지 인상을 좀 찡그리다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마치 남편이 황자의 목을 물고 있는 것은 그다지 큰일이 아니라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유리카와 요한이 걱정이구나.”
“……요한이라뇨. 언제부터 그렇게 친밀한 사이셨다고.”
“가족 될 사람 아니니?”
시에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속닥거렸다.
“어쨌든 잘생기고 유리카에게 잘하니 나는 찬성이다. 눈이 좀 미쳐 보이긴 하지만.”
“그게 제일 무서운 거 아닙니까? 눈빛이 정상이 아닌데요!”
제이든이 깜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
“사실 그 남자 마법사예요…… 전 진짜 찝찝해 죽겠어요. 메데스트 가문이 워낙에 하이라드 공작에게 받은 게 많아서 매형도 차마 거절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마법사를 어떻게 믿어요?”
그가 이마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누가 와도 반대를 했겠죠. 귀엽고 깜찍한 우리 조카들에게는 황태자 전하도 눈에 안 차니까요.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하이라드의 마법사라면 당연히 뭔가 좀 찝찝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하이라드 공작가면 돈도 많잖아. 솔직히 우리보다 가문의 힘도 세고.”
“그래도 그게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가 권력가 집안에 딸을 팔아넘기는 쓰레기 가문도 아니고…….”
제이든이 낮게 중얼거렸다.
“선대 하이라드 공작과 그 공작 부인의 일만 생각하면…….”
그 말에 시에나가 딱 잘라 말했다.
“그건 선대의 일이잖아.”
“네?”
“요한은 선대 하이라드 공작과 다른 사람이야. 뭘 그런 걸 걱정해?”
“……하지만 아, 아닙니다. 됐습니다.”
논리적인 반박이 불가능했던 제이든은 그저 입을 다물었다.
다만 눈앞에 보이지 않는 유리카와 요한에 대해 혼자 조용히 걱정하기 시작했다.
리베나의 행적 역시 묘연한 게 영 불안했다.
* * *
요한이 가만히 테이블 위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다람쥐를 바라보았다.
그의 보랏빛 눈에는 이미 진득한 소유욕이 가득했다.
“얼른요.”
리베나가 속삭였다.
바깥은 얼추 상황이 정리됐을 게 분명했다. 테오도르가 오스카에게 밟히거나 물려 있을 거고, 지진의 여파도 수습되어 사람들이 슬슬 조사를 시작했겠지.
하지만 상관없었다. 실험만 완성하면 어차피 시간은 돌아갈 테니까.
“이미 실험이 모두 진행되었기에, 이제 당신의 마력이 없으면 이 다람쥐는 죽어요. 이제 와서 갈등해도 소용없어요. 이미 이 다람쥐는 지금 의식을 잃었고, 다만 모든 것이 회귀해 과거의 시간에 머물고 있거든요. 그러니 얼른 세뇌해야 해요. 그 단계만 남았다고요.”
리베나는 살짝 요한을 잡아끌었다.
요한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조용히 리베나의 설명대로 손을 다람쥐의 배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천천히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다람쥐가 앞발을 살짝 움찔했다.
“이제 속삭이면 돼요.”
리베나가 재촉했다.
요한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다람쥐에게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유리카.”
그리고 간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넌 인간이야. 인간화를 해. 무조건, 무조건 인간화를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