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quirrel Seeking For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32)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132)화(132/134)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132화
“유리카!”
요한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 약을 마시자마자, 머리가 살짝 어지러우면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 시야는 밑으로 꺼지지 않았다. 다만 조금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기분, 딱 그 정도였다.
“몸의 마력을 역류시켜서 일시적으로 안색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직 시판은 되지 않았지만, 제가 개발한 것이니 안정성과 효과는 보장합니다.”
아주 예전에, 이 약물을 처방해 준 르나트가 설명해 주었던 바로 그 증상처럼.
“괜찮아?”
안색이 좀 안 좋아졌을 뿐인데 요한이 난리를 치면서 내 몸을 받쳤다. 나는 눈을 깜빡이면서 중얼거렸다.
“……이제 다람쥐로 변하지 않네?”
우리의 눈이 그대로 마주쳤다. 그러고는 동시에 푸하, 하고 웃어 버렸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리베나 덕분에 우리 둘이 바랐던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었다.
요한은 더 이상 위대한 마법사가 아니고, 나 역시 짐승으로 변하는 일이 없어지고.
“와.”
요한이 마법을 써 보려다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자, 너털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리베나 아르테어가 우리한테 좋은 일도 하네.”
아버지는 그런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리고는 그저 허허 웃었다.
“힘들 줄 알았는데…… 일이 잘 풀리다니…….”
결론만 놓고 보자면 우리가 원하던 바가 이루어진 셈이었다.
나 역시 원해서 다람쥐 신수가 된 게 아니었고, 요한이야말로 고통스러운 마법사로 사느니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아쉬운 것은, 우리가 다람쥐와 마법사로서 상당히 많은 일을 해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그런 능력이 없었더라면 상황을 이렇게까지 해결할 수 없었을 테니까.
내 기분을 눈치챘는지 아버지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괜찮다, 유리카.”
그러고는 믿음직스럽게 웃어 보였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내가 다 막아 줄 테니, 너희는 다람쥐도 마법사도 될 일 없이 평안하게 살면 돼.”
실제로 이제 신전도 사라지고, 또 메데스트를 이용해 오래도록 실험해 왔었던 아르테어도 사라졌다.
그러니 우리가 굳이 마법사와 다람쥐로 살아야 할 이유도 없어진 것이다.
“이 모든 일을 다 네가 해 주었잖니. 늦었지만 내게도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렴.”
아버지는 인자하게 웃었다.
“그저 평안하게 살아 주기만 하면 된다. 메데스트의 선조들이 바라 왔듯이 말이야.”
그 말에는 진심이 절절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유리카.”
요한 역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 마법사와 신수가 아닌, 정말로 남자와 여자로서 짝을 이뤄 보자.”
나는 가만히 요한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되어도 요한이 나를 대하는 건 똑같을까? 이제 더 이상 내게 진정 능력이 없고 본인도 마법사가 아닌데도?
이제 테오도르가 설명한 것 같은 황홀한 감각을 느낄 수가 없을 텐데.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아는지, 요한이 조용히 속삭였다.
“난 내가 더 이상 마법사가 아닌 줄도 몰랐어.”
그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손을 잡고 있는 게 예전처럼 똑같이 좋아 죽겠어서.”
하나 남아 있던 불안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 *
우리의 약혼식은 꽤 소박하게 이루어졌다. 애초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전에서 모든 일이 있고 나서 ‘바로 다음 날’ 약혼을 하자는 내 말은 다소 충동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 충동이 있었기에 요한이 조금이나마 유혹을 떨쳐 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나는 무조건 약혼식은 다음 날 해야 한다고 우겼다.
물론 ‘당장 내일 약혼을 하겠어요!’라고 외친 것이니만큼 조촐하게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교계에 ‘세기의 요부’, ‘사치를 일삼는 양녀’라고 소문이 나 있었지만 사실 나는 화려하고 비싼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가족들에게 둘러싸여서 소박하게 축하를 받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사냥 대회에서 화려하게 약혼을 선언한 메리엘과는 반대로 우리는 메데스트 공작저에서 가족끼리 식사를 하며 조용한 약혼식을 올렸다.
말이 가족 식사지…… 요한은 가족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우리 가족에 요한이 낀 그림이었다.
오래도록 식사를 할 수도 없었다.
테오도르와 리베나를 심문하는 일로 아버지가 곧바로 입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유리카.”
한쪽 팔에 깁스를 한 메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왜 이렇게 오만 군데에서 서신과 선물이 쏟아지지?”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의 약혼을 축하한다며 수도 귀족들이 온갖 선물과 축하 서신을 보내왔다.
“아마 잘 보이려는 거겠지, 뭐.”
나는 무심하게 식사를 하며 대답했다.
“이제 ‘사치를 일삼는 양녀’에서 ‘사치를 일삼는 진짜 둘째 딸’이 되었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메데스트 공작가의 위상은 높아질 일밖에 안 남았고, 심지어 하이라드 공작이랑 결혼까지 하네? 당연히 잘 보이고 싶겠지.”
“좀 억울하겠다.”
메리엘은 시무룩하게 선물 더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넌 그런 성격 아닌데…….”
“글쎄.”
오히려 나는 반짝이는 눈으로 값비싼 선물들을 훑어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렇게 보니 나쁜 결과는 아닌 것 같은데.”
르나트가 옆에서 조용히 ‘있는 사람들이 더하네…….’ 같은 말을 중얼거렸지만 못 들은 척해 주기로 했다. 대신 나는 화제를 돌렸다.
“아, 르나트. 이제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갈 거라며?”
“예. 어쨌든 은혜는 갚았으니까요.”
어머니가 모두 나았으므로 애초에 르나트가 메데스트 공작저에 온 이유가 사라진 셈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도 세기의 천재인 르나트를 굳이 붙잡아 둘 필요가 없었다.
“이제 마음 놓고 연구를 하며 살려고요. 특히나 이번에 신전과 관련된 연구를 함께하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진정 물약도 제가 더 연구해 보려고 합니다.”
신전이 완전히 망한 탓에 진정 물약 역시 붕 뜨게 되었다.
이참에 르나트가 진정 물약에 대해 더 열심히 연구해 의학 분야로 편입시키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요한은 더 이상 마법사가 아니었으므로 진정 물약도 평생 필요 없게 되었지만, 다른 마법사들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일일 것이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요한과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쨌든 약혼 축하드립니다.”
르나트는 식사 중에 정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내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을 보더니 씩 웃으며 덧붙였다.
“조촐하지만 전혀 조촐하지 않게 되었네요.”
나는 갑질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지만, 그래도 주는 선물을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그다지 권력욕도 없었지만…… 황태자비의 동생이자 거대한 공작가의 공녀이자 전쟁 영웅의 약혼녀라서 사람들이 잘 보이고 싶다고 여긴다면 또 뭐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 생각도 없었고.
“그나저나 반지도 없이…….”
아버지가 서운한 듯 중얼거렸다. 왠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버지의 뒤로 으르렁대던 호랑이가 생각났지만 모두의 평화를 위해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제 같이 보러 가려고 합니다.”
요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유리카의 인생에 순서 바뀐 게 한두 번은 아니니까요. 이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악의가 없는 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의 첫 입맞춤도 교제 전에 한 셈이었고.
게다가 하이라드 공작저에서 함께 산 것도 어떻게 보면 결혼 전, 아주 어린 시절이지 않았는가.
순서가 바뀐 건 ‘부모님이 보살펴 주는 것’도 포함되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아버지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나는 입궁해서 앞으로의 일을 처분하려고 한다. 유리카, 네가 특별히 바라는 건 없니?”
현장에서 잡힌 리베나와 테오도르의 처분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우리에게 처분을 맡긴다고 직접 말씀하셨으니까.”
아버지는 지저분하고 꿈자리 뒤숭숭한 일들은 자기가 다 한다며, 내게 굳이 입궁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니 원하는 처분이 있다면 자신에게 말하라는 것이었다.
“그저 합법적인 벌을 받으면 돼요. 규칙에 따라서요. 다만…….”
나는 식기를 내려놓고 차분하게 말했다.
“리베나를 한번 개인적으로 만나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