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quirrel Seeking For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6)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36화(36/134)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36화
불과 몇 분 전.
요한은 무시무시한 얼굴로 메리엘의 집무실에 들이닥쳤다.
메리엘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상 짓, 진상 짓…… 최대한 짜증 나게 시간을 끌어서………….’
그동안 유리카가 지시한 대로 하면 뭐든지 잘 풀렸다.
그러므로 이번에도 메리엘은 그녀를 믿었다.
하지만 요한의 서늘한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의 몸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살짝 굳고 말았다.
5년 전인가, 하이라드 공작저에서 마주한 비실거리는 소년과는 너무 달랐다.
일단 그때보다 키가 훌쩍 컸고, 옷매무새나 헤어스타일 등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러니까, 누가 봐도 멋있는 전쟁 영웅이지만 그 싸늘하고 냉담한 표정에 주눅 들 수밖에 없는 그런 무서운 사람.
“크흠, 조, 좀 놀랐어요.”
메리엘은 일단 기선 제압을 위해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못된 말을 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직접적인 비난까지 덧붙였다.
“제 서신에 답변도 해 주지 않으시고, 심지어 이렇게 연락도 없이 찾아오시다니 참 무례하시군요.”
“아주 올바른 평가입니다, 메데스트 공녀.”
요한은 앉을 생각도 없다는 듯이 그녀의 앞에 서서 차갑게 말했다.
그의 전략 역시 진상 짓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파혼하기 위해서는 메리엘이 조금이라도 호감을 가질 만한 일은 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 요한이 더더욱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그 서신을 보고 나 역시 좀 놀라긴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이 결혼을 빠르게 확정 짓고 싶었나요?”“……예?”
“전쟁 영웅이자 유서 깊은 하이라드 공작가의 후계자를 놓치기 싫은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메리엘은 황당해서 눈을 깜빡이고만 있었다.
“내가 그 바람을 들어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요한은 지금 대단한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전쟁을 단숨에 끝낸 대마법사인데 심지어 젊고 잘생겼으며 가문도 좋았다.
전쟁을 끝내는 자가 누구든 그 상대와 결혼해야 했던 메리엘로서는, 사실 늙은이의 후처나 천한 노예까
지도 결혼 상대로 생각했었기에 요한의 말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맞는 말이어도 메리엘은 그가 너무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지금 메리엘의 정인은 황태자인데…메리엘은 눈을 가늘게 뜨며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그 말인즉슨………….”
“긴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파혼하죠.”
요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단호하고 짧았다.
메리엘은 너무 놀라서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유리카조차도 그가 메리엘과 파혼해 줄 이유는 없다고 분석했었는데………….
왜냐하면 가문 간의 약속이 아니라, 종전의 대가로 황제가 직접 내렸던 칙령이기 때문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기 전에 얼른 강력하게 문서화시킵시다. 우리 둘이 합의했다는데 억지로 엮기는 어렵겠지.”
요한의 서늘한 말이 이어졌다.
“그것이 입궁하기도 전에 이렇게 빠르게 찾아온 이유입니다. 나로서는 이 불쾌한 혼사를 어떻게든 빨리 처리해 버리고 싶어서.”
“어, 음・・・・・・ 잠시만요. 사실・・・・・… 음, 저희는……….”
메리엘은 잠시 패닉에 빠졌다. 일이 이렇게 쉽게 풀려도 되나?
혹시나 그녀가 계산하지 못한 게 있는 건 아닐까?
오래도록 그녀의 마음에 짐으로 남아 있던 이 혼사가 이렇게 단숨에 해결된다고?
인생이 이렇게 쉬웠던가?
유리카가 옆에 없었으므로 메리엘은 살짝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선량하고 마음이 여린 그녀는 결국 이 상황에서 진실을 털어놓는 것을 선택했다.
“저희는 사실, 저와의 혼인이 아니어도 다른 방식으로 칙령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착한 그녀로서는, 상황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솔직한 진실로 상대를 대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탓이다.
“메데스트 공녀가, 저뿐만이 아니라 제 동생 유리카도 있으니까………….”
메리엘은 수도의 사정을 잘 모르는 요한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다.
“아, 물론 5년 전에 들어온 양녀지만, 그래도 어엿한 저희 가문의 일원이고・・・・・・ 아무래도 칙령을 어기는 것이 부담되신다면 제 동생과 약혼 관계라도 유지하시면………….”
“메데스트의 구구절절한 가정사에는 관심 없습니다. 길어질 이야기는 굳이 듣고 싶지 않군요. 막 수도에 도착해서 바쁜지라.”
그 말에는 메리엘의 인내심마저 뚝 끊어지고 말았다.
“……………구구절절하다고요?”
물론 요한은 메리엘의 의도를 오해하고 있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들면 동생이라도 어떠냐.’라고 파악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전쟁터에 가 있다가 이제 수도에 막 올라온 그로서는 유리카 메데스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잃어버린 둘째 딸을 많이 닮은 나머지 시에나를 위해서 보육원에서 입양이 되었다던가, 부관이 그렇게스치듯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 게 다였다.
그래서 그는 냉담하게 쏘아붙였다.
“어쨌든 메데스트의 성을 가진 공녀라면 그쪽이든 그쪽의 사연 많은 동생이든 상관없이 절대로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당신은 유리카를 만나 보지도 않고………….”
“만나 볼 필요도 없지. 내게는 형편없는 여자일 것이 뻔하니까.”
요한은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파혼을 확정 짓고 싶다는 일념하에 극도로 말을 개념 없이 내뱉기 시작했다.
사실 요한은 그 정도로 못된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파혼이 너무 간절했기 때문이다.
“…………하. 알았어요.”
절대로 가족으로 얽히고 싶지 않은 개차반 남자로 보이는 전략이 통했는지, 메리엘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 종이부터 꺼냈다.
“파혼하죠. 사실 저도 간절히 원하던 바였어요. 서로 목적이 같았네요.”
그렇게 착착 뜻이 맞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불쾌한 것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메리엘과 요한은 그대로 파혼에 대한 공증서를 썼다.
황제 폐하의 입장이 어떻든 간에 메데스트 공녀와요한 하이라드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메데스트 공녀라고 애초 칙령대로 똑같이 적어요.”
요한은 아까 메리엘이 언급했던 속임수에 역으로당하지 않기 위해 단호하게 말했다. 메리엘은 물론 그동생과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두 사람 중 하나하고 결혼할 생각은 없으니까.”
“저도 유리카를 당신과 결혼시킬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메리엘은 그 건에 대해서는 그녀답지 않게 아주 똑부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카에게는 착하고 순한 남자가 어울리니까. 유리카 본인도 그런 사람에게 약하고요.”
“당신 동생한테는 관심 없다니까. 쓸데없는 정보를왜 굳이 말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메리엘과 요한은 똑같이 서로를 못 믿었기 때문에’무슨 일이 있어도 번복하지 않기’라는 조항까지도꼼꼼하게 적어 넣었다.
“정말로………… 참 무례하시면서도 못되신 분이지만………….”
메리엘은 서로 지장까지 찍고 한 장씩 공증서를 나눠 가지면서 천천히 말했다.
“자신의 말에는 책임을 지는, 거짓이 없는 분이기를 빌어요. 절대로 나중에 다른 말 하시면 안 돼요.”
그녀의 마음속에는 당장 황태자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려야겠다는 환희만이 가득했다.
나중에 요한이 번복하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정치 감각이 없는 그녀 역시 이 파혼으로 요한이 얻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요한은 냉담하게 말했다.
“한 입으로 두말을 하지는 않으니 믿으시지요.”
그렇게 전쟁 영웅 요한 하이라드와 메데스트 공녀의 파혼은 성립되었다.
“곧 황제 폐하를 뵐 텐데, 이 파혼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쉽게 이뤄진 파혼에 메리엘과 요한은 둘 다 만족했다.
“그럼 안녕히.”
공작저에 방문한 이후 한 번 자리에조차 앉지 않았던 요한은 그대로 무성의한 인사를 남기고 집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66“….……모모?”
요한은 순간 자신이 꿈을 꾸거나 환각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꿈에 그리던 소녀가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눈앞에 있었다.
어깨까지 늘어지는 옅은 갈색 머리, 포근하고 아름다운 분홍색 눈.
그런데 그런 모모의 옆에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착하고 순한 인상의 젊은 남자가 있었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수없이 겪은요한이었지만, 그는 그 어떤 절명의 상황보다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 유리카!”
집무실 안에서 유리카를 발견한 메리엘이 화사한미소를 지으며 밝게 외쳤다.
“그냥 이대로 르나트 자작님과 티타임 하러 가 봐도 돼. 다 잘 해결됐어!”
요한은 난생처음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 모모에게 ‘유리카’라고 부르는 거지? ‘유리카’는메리엘의 동생 이름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지금,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5년 전 메데스트 공작가에 입양된 둘째가………… 모모라는 뜻인가?
그리고 저 물탱이같이 생긴 허여멀건 남자와는 왜저렇게 붙어 있는 것인가?
“너랑 결혼은 물론 약혼도 하실 필요 없대! 번복 절대 없다고 공증서에도 적었어!”
메리엘이 신나서 이어 말했다.
“걱정 마, 인성은 거지 같아도 한 입으로 두말은 안하신다더라!”
‘최대한 진상 짓을 해서 상대를 패닉에 빠트린다.’
메리엘의 뒤에는 물론 유리카가 있었지만, 두 사람의 전략은 어쨌든 같았다.
지금까지, 확실히 요한이 메리엘보다 훨씬 더 진상이었다.
그러나 상대를 패닉에 빠트리는 것은 누가 뭐라고해도 메리엘의 압도적인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