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quirrel Seeking For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52)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52)화(52/134)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52화
제이든이 급하게 사라진 이후, 나는 바로 요한에게 달려갔다.
“유리카?”
나를 보며 살짝 놀란 요한에게 나는 속삭이며 물었다.
“둘이서 발코니로 사라진 것 맞지?”
“어. 나 때문인 것 같던데.”
요한은 흡족하게 대답했다.
“근데 왜 만족스러운 얼굴이야?”
“일단 너와 떨어트려 놓은 게 만족스러워서. 그냥 너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거슬렸는데.”
요한의 대답과는 별개로 모든 것이 아주 수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죽 사업이 망한 것이라든가 나를 없애는 데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대놓고 둘이 사라질 리가 없었다.
분명히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엿들어야겠어.”
나는 요한에게 속삭였다.
“다람쥐로 변해서 말이야.”
“뭐? 다람쥐로?”
“어.”
내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그들이 사라진 발코니와 가까운 발코니에 우리 둘 다 이동한다.
둘째, 내가 르나트의 물약을 이용해 다람쥐로 변해서 리베나가 있는 발코니로 이동한다.
셋째, 그들의 대화를 안전하게 엿들은 다음 다시 돌아와 요한을 통해 인간화를 한다.
내가 손가락을 꼽아 가며 설명하자 요한의 미간이 곱게 찌푸려졌다.
“위험할 것 같은데, 유리카.”
“그래도 해야 해.”
요한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협조하겠다는 듯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해야 해. 절대로 무리하지 마.”
“당연하지.”
그렇게 우리는 테오도르와 리베나에 이어 ‘순식간에 눈맞은 커플 2호’가 되기로 했다.
“유리카.”
요한은 속삭임을 끝내고 내 볼을 쓰다듬으며 연기를 시작했다.
제이든과 춤을 추다가 빠져나온 터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요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어?”
“응. 두 번째 춤도 너랑 출래.”
“음…… 글쎄.”
요한은 다소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난 다른 것 하고 싶은데.”
연기 중이기는 했지만 정말 누가 봐도 거의 연인에게 정신이 나가 있는 것 같은 다급한 말투였다.
“춤을 추고 싶다면 단둘이 있는 곳에 가서 추자.”
그렇게 우리는 남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급하게 서로 부둥켜안다시피 한 뒤 리베나가 사라진 옆 발코니로 이동했다.
물론 단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 뒤에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나는 곧바로 르나트가 준 약물을 들이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람쥐로 변한 내가 옷 속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요한을 향해 굳세게 앞발을 흔들었다.
“큐궁!”
다녀올게, 라는 뜻이었다.
공작저에서 늘 헤어질 때 하던 작별 인사의 제스처였다.
“조심해.”
그리고 어느새 귀 끝까지 발갛게 달아오른 요한은 내 꼬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기다릴게.”
그렇게 요한이 바로 옆의 발코니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는 다람쥐의 몸으로 오도도도 달려서 그들의 발코니에 매달렸다.
* * *
‘정말…… 이 인간은 왜 이렇게 이상한 거지?’
리베나는 속으로 온갖 짜증을 다 내고 있었지만 테오도르에게 티는 내지 못한 채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쨌든 자신이 제시한 모든 것이 실패한 것은 맞으니까.
약혼 소식이 완전히 묻혀 버렸으니 테오도르의 약혼녀 자리를 달라고 한 보람도 없고, 미리 가죽 사치품을 사재기해 놓은 것도 모두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
어떻게 보면 테오도르를 끌어들인 뒤 장렬하게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들 의심하게 왜 당장 단둘이 얘기를 하자고 난리인 거야?’
리베나는 꽤 냉철한 성격이었다.
유리카 때문에 계획했던 모든 일이 망했지만 대놓고 티를 낼 정도로 바보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속으로는 낭패라고 생각해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해야 그다음을 노릴 수 있었다.
그렇게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테오도르가 자꾸만 ‘단둘이 얘기해야 할 것이 있으니 얼른 발코니로 와라.’라는 말을 반복했던 것이다.
‘물론 비난하고 싶겠지만 굳이 이렇게 빨리……. 게다가 전 재산을 건 것도 아니면서.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난리람.’
결국 리베나는 어쩔 수 없이 테오도르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사생아라고 해도 테오도르는 제국의 황자였다. 심지어 황위를 노리고 있는 마법사이지 않은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간에 겉으로는 그에게 언제나 공손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묻겠거니 하고 있는데, 테오도르는 팔짱을 낀 채 리베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문을 열었다.
“리베나.”
테오도르의 푸른 눈은 더 이상 선하고 다정한 기운을 풍기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달빛이 비추는 그의 안광에 다소 광기가 어린 것 같기도 했다.
한참을 그렇게 정적을 지키며 리베나를 압박하던 테오도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유리카 메데스트 말이야.”
“아, 네.”
리베나는 눈을 굴리며 재빠르게 대답했다.
“그 잃어버린 메데스트의 둘째 딸 말씀이시라면…….”
“아니, 아니. 지금 이 연회에 참석한 그 유리카.”
순간 작은 짐승의 발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때마침 바람이 세게 불어 둘 다 의식하지 않고 무심히 넘겼다.
“우리 둘을 한 번에 엿 먹인 그 여자 말인데.”
리베나는 살짝 놀랐다. 테오도르는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아예 다른 화제를 꺼낸 것이다.
딱히 리베나가 테오도르에게도 알려 주고 싶지 않았던, 아주 비밀스러운 화제를 말이다.
“자, 잠시만요.”
리베나는 깜짝 놀라 일단 그의 말을 막았다.
“중요한 이야기라면 나중에 하는 것이 어떨까요, 황자님. 듣는 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리베나, 황궁을 너무 과소평가하는군.”
테오도르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리베나를 완전히 무시하며 거의 반쯤은 확신을 담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유리카가 남들이 말한 대로 가짜인 게 아니라…… 사실 진짜 아니야? 너희들이 데려간 그 둘째 딸.”
이 인간이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리베나는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를 했다.
어쩔 수 없이 테오도르와 손을 잡았지만 사실 그에게 모든 것을 알려 줄 계획은 아니었다.
심지어 마법사라는 종족이 어떤 종족들인가.
신수가 가진 진정 능력에 과할 정도로 집착하는 인간들 아니었나.
‘대체 왜…… 내가 개발한 진정 물약은 완벽한데. 진정 능력으로 따지면 신수에 비할 바가 아닌데!’
수치상으로 진정 물약의 효과는 완벽히 신수와 똑같았다.
실제로 진정 물약으로 인해 요한 하이라드가 단번에 전쟁을 끝내지 않았나.
하지만 테오도르는 의외로 ‘신수는 좀 다르다.’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 이유가 ‘느낌’이라고 한다면 정말이지 리베나는 할 말이 없었다.
‘알려 주고 싶지 않았는데…….’
리베나는 유리카 메데스트의 정체를 테오도르에게 처음부터 알려 줄 생각이 없었다.
별 이유는 아니고, 일단 비밀을 아는 사람들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무표정한 리베나의 얼굴을 보며 테오도르가 입술을 혀로 살짝 훑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 여기서 거짓말을 할 생각이라면 난 단번에 신전과의 협력을 그만둘 테니까.”
테오도르는 눈을 휘어 보이며 선득하게 웃기까지 했다.
“지금 누가 아쉬운 입장인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
신전과 척을 지기 시작한 로이먼드 황태자를 함께 적으로 두었으니, 황위를 노리는 테오도르와 신전이 손을 잡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금까지 리베나는 그저 테오도르에게 ‘메데스트의 양녀가 신전의 일에 거슬립니다. 어떻게든 없애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만 말했었다.
신전의 자세한 사정까지 알지 못했던 테오도르는 별 관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신전이 주는 막대한 재정적 지원이 중요했을 뿐이니까.
“빌어먹을 요한 하이라드가 계속 우리를 주시하고 있어서 비밀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더군.”
테오도르가 혀를 찼다. 명백하게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요한을 떠올리니 기분이 나빠졌다.
원래 강한 마법사들은 본능적으로 서로를 싫어했다. 마법사들끼리 뭉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한은 전무후무하게 강한 마법사였으니 당연히 테오도르 입장에서는 이유 없이 싫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궁금해서 연회가 끝날 때까지 참을 수가 있어야지. 다른 것도 아니고 신수 문제라면 마법사의 눈이 뒤집힐 만하지 않아?”
리베나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아니, 그 신수에게 집착하지 말라고 진정 약물까지 만들어 놨는데 이 취향 이상한 인간이…….
여하튼 마법사들은 최악이었다. 요한은 또 왜 테오도르를 대놓고 경계하고 감시해서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드는가.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는 것만 좋아하던 네가 굳이 나와 거짓 약혼까지 해 가면서 없애고 싶어 하는 대상에게서…….”
테오도르가 팔짱을 낀 채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왜 내가 예전에 잠시 본 적 있었던 신수 느낌이 날까?”
“…….”
리베나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여기서 잘못 대답했다가는 정말 테오도르와 척을 질 수도 있었다.
“혹시 그 신수가 메데스트의 직계인가?”
눈치는 또 더럽게 빨랐다. 리베나는 속으로 옅은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