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quirrel Seeking For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7화(7/134)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7화
이마에 앞발을 대고 마력을 흡수하는데 앞발이 후끈후끈했다. 열이 나는 듯했다.
“큐우웅.”
솔직히 너무 불쌍했다.
이 상황에서 어린 흑막을 안 불쌍해하면 인간이 아니었다, 진짜.
나는 방바닥에 놓인 트레이를 보고 한 번 더 한숨을 쉬었다.
버석버석하게 다 말라 버린 빵 조각, 그리고 식어빠진 묽은 수프가 전부였다.
아마 오늘 도망간 일 때문에 식사를 형편없이 준 것이 틀림없었다.
“고마워…………”
요한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속삭이며 손가락을 들어 내 등을 쓸어 주었다. 긴 손가락이 부드럽게 내 털을 쓰다듬었다.
나는 오늘 흡수할 수 있는 마력을 다 흡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쓰러워서 앞발을 치우지 않았다.
열이 나서 이마가 불덩이 같은데, 내일은 외부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을 당하겠지.
시름시름 아파서 제 구실도 못 하는 하이라드 공작가의 장자라고 다들 수군거릴 것이다.
게다가 하이라드는 원래 장자 중심의 승계가 아니라 능력 중심의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곳이었다.
대놓고 ‘하이라드의 장남은 후계를 이을 상황이 아니다’라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에서 원작대로 요한이 메리엘에게 한눈에 반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여주 앞에서 비참한 꼴을 보여 줄 게 뻔했다.
“큐큥.”
그리고 테젠이 나를 데려간다 했으니, 나 역시 그 꼴을 다 보게 생겼다.
이곳에 계속 머무르려면 순종적인 다람쥐는 아니어도 제 주제는 아는 다람쥐로 지내야 했기에 내일 얌전히 테젠의 품에 안겨 있겠지만………….
그래도 비실거리는 요한의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거기서까지 수틀리면 도토리를 던질 정도로 나는 무모한 다람쥐가 아니었다.
결국 그 꼴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겠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가라앉았다.
“네 이름 말이야.”
그때, 요한이 축 처져서 누워 있는 채로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하루 종일 생각해 봤는데……… 메리 어때?”
세상에, 완전 별로야.
나는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여주 이름 줄인 것도 아니고 뭔…
66″.…………그럼 리엘은?”
진짜 별로야. 나는 절대 싫다는 듯이 고개를 더 거세게 저었다.
한숨이 나왔다. 다른 건 몰라도 가짜 여주 같은 이름은 싫었다.
여주는커녕 보통 인간에도 빙의 못 해서 이 지경인데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알았어………… 더 고민해 볼게.”
요한은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하긴, 작명 센스 나쁜 건 죄가 아니었다.
나는 기운 내라는 듯이 앞발을 들어서 그의 볼을 톡톡 쳤다.
이제 더 이상 그와 함께 있을 필요는 없었다. 오늘 흡수할 수 있는 마력은 다 흡수했으니까.
마력 폭주와는 상관없는 단순 감기 증상은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그의 표정도 처음보다 많이 평온해졌다.
“……………갈 거야?”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요한이 처연하게 물었다.
긴 속눈썹 밑에 보라색 눈이 살짝 흔들리는 것이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잠시 테젠의 방에 있는 내 고급스러운 쿠션과 넘치도록 쌓인 도토리, 밤, 해바라기 씨 같은 것을 생각했다.
쉬려면 테젠의 방이 훨씬 더 편하기는 하지만………….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제 나랑 있기 싫은거야?”
요한의 예쁜 눈에 살짝 눈물까지 고인 것 같아서,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 처연한 표정을 하고서도 솔직히 잘생긴 얼굴이었다.
‘뭐, 내일은 더 험한 꼴 당하게 생겼으니………… 좀 더 옆에 있어 줄까.’
테젠에게 안겨서 그가 공공연히 망신당하는 꼴을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씁쓸했다.
‘위로라도 미리 해 줘야지.’
나는 내 나름대로의 위로법으로 요한의 손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자, 내 배 봐 봐.’
솔직히 내 배는 하얗고 뽀얀 털로 뒤덮여서 만지기에 아주 좋았다.
손을 대면 기분 좋게 따뜻한 것은 물론 심장도 콩콩뛰는 것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다람쥐 배를 긁어 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내일의 요한이 불쌍해서 크게 선심 썼다.
‘뭐 해? 만져 봐. 기분 좋을걸?’
나는 요한의 손을 한 번 가리킨 뒤, 내 손으로 슥슥배를 문지르는 시늉을 해 보였다.
“아…..… 알았어.”
요한은 잠시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키득키득 웃으며 내 배를 손가락으로 슬슬 쓸었다.
도곤도곤 뛰는 심장 부근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기도 했다.
“따뜻하고 너무 좋아, 다람쥐야.”
요한은 내 머리에 자신의 볼을 부비면서 속삭였다. 그렇지, 당연히 기분 좋겠지. 누구 배인데.
나는 내 배를 쓰다듬는 손길이 꽤 마음에 들어서 다음 말을 채 듣지 못했다.
“내 다람쥐.”
그리고, 아직 글도 몰랐기에 요한의 침대맡에 펼쳐져 있는 신수에 관한 책의 한 구절도 읽지 못했다.
[신수가 진정시켜서 마력이 정돈된 마법사들은 보통 그 신수를 대상으로 강한 소유욕을 느끼게 된다.] [심한 경우, 신수가 다른 마법사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 견딜 수 없는 질투심에 휩싸이기도 한다.]2. * *
“안녕하세요, 신수님.”
다음 날 아침, 테젠의 방에 하녀 하나가 찾아왔다. “오늘은 손님이 오시니, 단장을 시켜 드리겠습니다.”
이 집 사람들은 모두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나는 근엄한 다람쥐로서 하녀를 찌릿 째려보았다.
하지만 하녀는 내 야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나를 조심스럽게 들어 욕실로 향했다.
“큐웅!”
‘뭐야, 뭔데! 뭐냐고!’
하녀는 딱히 대답도 하지 않고 작은 대야에 나를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향유를 푼 따뜻한 물에 꼼꼼히 씻기기 시작했다.
“큐큥! 쿵!”
‘망할! 싫은데 좋아!’
씻기 싫다는 다람쥐로서의 본능과 뜨뜻한 게 좋다는 인간으로서의 본능이 부딪혔다.
생각해 보니 어제 비를 그렇게 맞고 나서도 털만 한번 털었지 목욕을 하지는 않았다.
내가 혼란스러워서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하자 하녀가 풉, 하고 웃었다.
“큥?”
“죄송합니다, 신수님.”
하녀가 웃음을 참으며 내 털을 손수건으로 탈탈탈말려 주었다.
“너무 하찮아서………… 웃음이……. 풉, 죄송합니다.” “큐웅………….”
난 하녀가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엄격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했는데 하찮다니, 아주 모욕스러운 언사였다.
솔직히 나는 귀엽고 앙증맞은 내면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아주 시니컬하고 현실적인 성격이었다.
외면과 상당히 괴리가 있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하찮다는 말에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거울로 본 내 모습은………… 너무 다람쥐라…… 나는 하녀를 용서해 주기로 했다.
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성격이니까.
“자, 그럼 이제 리본을 골라 볼까요.”
하녀가 내 앞에 리본이 가득 든 나무 상자를 놓아주었다.
나는 심각하게 팔짱을 끼고 고민하다가 보라색 리본에 앞발을 턱, 하고 올려놓았다.
왠지 처연하고 예쁜 요한의 눈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런 칙칙한 색은 손님맞이에 좋지 않고요, 이걸로 합시다.”
그럼 나한테 왜 보여 줬니?
하녀는 내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뒤 분홍색 리본을 골라내어 내 목에 매어 주었다.
나는 불만스럽게 한쪽 발을 쾅, 하고 굴렀다. 물론 무시당했다.
“큐웅……………”
“아이고, 귀여우시네.”
목에 맨 리본이 은근히 거슬리기는 했지만,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니 진짜 귀여워서 나는 참기로 했다.
하녀는 내 털을 한번 빗질해 주고, 이마 위의 털까지 살짝 올려 준 뒤 협조해 줘서 고맙다며 해바라기씨를 주었다.
흥, 이 집 하녀들은 모두 다 마음에 안 들지만 해바라기 씨는 죄가 없지.
내가 해바라기 씨를 볼에 가득 물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테젠이 들어왔다.
“오, 노예.”
나는 무심하게 테젠을 빤히 바라보았다.
결 좋은 흑발에 동그란 붉은 눈. 뽀얗게 살이 오른 통통한 볼, 건강하게 쭉 뻗은 팔다리까지 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누가 봐도 잘 자라고 있는 귀공자였다.
테젠은 내 이마를 한번 툭 치며 빈정거렸다.
“좀 꾸몄네?”
“큐웅.”
‘어. 넌 좀 많이 꾸몄고.’
말끔하게 올린 머리 스타일이며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의복하며 미친 듯이 꾸민 것이 틀림없었다.
하긴, 메데스트 공작가 사람들이라면 엄청난 손님들이긴 하지.
게다가 메리엘은 고작 열여섯의 나이지만 벌써부터 제국에서 엄청난 미녀로 이름을 떨치고 있지 않은가.
테젠 역시 메리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일 것이다.
“자, 이제 가자.”
테젠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왜……… 나는 네 가장 비싼 액세서리가 된 느낌이냐.’
밖이 어수선한 것을 보아 손님들은 이미 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좋은 냄새가 나는 테젠의 품에 안겨서 식당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테젠을 이렇게 꾸몄으면………… 요한을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망쳐 놨을지.’
아마 테젠의 발걸음이 신나 보이는 건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두 사람을 대비시키기 위해서 엘라는 요한을 평소보다 더 비참한 몰골로 만들었을 테니까.
‘하이라드의 후계자’라고 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테젠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전쟁은 길었고 앞으로도 끝날 길이 요원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작저의 그 누구도 하이라드 공작이 근 시일 내에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엘라는 하이라드 공작을 영원히 전쟁터에 붙들어 놓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끝날 즈음에 얌전히 전사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
‘막장이야, 막장’
한숨을 한번 푹 쉬는 사이, 테젠과 나는 식당에 도착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테젠이 유려하게 말하며 손님들 앞에 섰다.
“마력 때문에 머리가 좀 아파서요. 신수에게 진정을 받느라 좀 늦었습니다.”
아니, 나는 너를 진정시킨 적이 없는데? 내가 말 못한다고 거짓말을 막 하네?
나는 찌릿, 하고 테젠을 노려보다가 문득 요한이 이미 도착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원작처럼 따뜻하고 착한 여주한테 첫눈에 반했으려나?
그래 봤자 망한 사랑이니까 너무 눈 돌아갈 정도로반하지는 않는 게 본인한테도 좋을 텐데.
하지만 요한의 보랏빛 눈은 줄곧 나를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