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quirrel Seeking For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4)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74)화(74/134)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74화
테오도르는 분명히 내가 요한과 함께 있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요한의 마력으로 인해 인간화를 할 수 있다는 것까지 추측할 수 있을 텐데?
나를 데리고 먼 시골로 도주해서 몰래 숨어 살 생각도 아니고 대체 어쩌려고…….
게다가 대체 왜 저렇게 테젠 같은 대사를 읊는 건지, 신수를 갖고 싶어 하는 놈들이 내뱉는 말들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잠깐.’
나는 문득 스치는 생각에 경악해서 입을 떡 벌렸다.
테젠을 떠올리고 나니 상당히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 있게 된 탓이었다.
‘황궁으로 데려가는 거구나!’
등줄기가 싸늘해졌다.
황궁으로 데려가서 내게 황가의 인장을 새기면 나는 황궁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처음에 하이라드 가문의 인장을 새겼듯이 말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로이먼드에게 어떻게든 접촉해서 인장을 지워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갑자기 다람쥐 한 마리가 나타나서 길을 막으면, 호위가 알아서 보고도 하지 않고 나를 고이 빗자루로 쓸어서 치워 줄 것 같았다.
‘게다가 이 미친놈은 딱 봐도 나를 가둬 둘 거야.’
하이라드 공작저에서는 자유라도 있었지, 이 정도 집착이면 이 인간은 절대로 나를 밖에 내보내지 않을 것 같았다.
황궁이라면 하이라드 공작저의 외진 탑보다도 더 탈출 가능성이 없었다.
‘어쩌지.’
내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는 걸 아는 사람은 요한뿐이었다.
분명히 창문에서 손짓할 때까지만 해도 요한의 시선은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요한은 내가 없어진 걸 눈치챘을 텐데.
그 소란 속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2황자 역시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도 눈치챘을까.
‘하지만 요한은 황족에게 마법을 쓰지 못해.’
황궁에 도착하기 전에 탈출하려면 지금밖에 없는데, 탈출은커녕 흔들리는 내 몸 하나도 가누기 어려웠다.
그때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평생 다람쥐로 갇혀 사는 게 싫으면 말이야.”
당연히 싫지!
문득 지난날 요한과 지냈던 외진 탑이 생각났다.
그 탑에서도 ‘혹시 요한이 메리엘에게 했던 것처럼 나를 가두는 건 아니겠지.’라고 옅게 의심했었다.
그러면서도 ‘마법사라고 해서 요한을 두고 그런 의심이나 하다니. 내가 너무 쓰레기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테오도르를 보니 마법사는 진짜 미친놈들이었다.
내가 바둥거리며 싫다는 뜻을 내비치자 그가 음산하게 덧붙였다.
“그럼 나와 결혼하는 건 어때.”
세상에, 결혼은 너 혼자 하니?
너무 황당해서 주머니 옷깃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앞발에 힘이 빠질 지경이었다.
“진정을 꼭 다람쥐 형태로만 시켜 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결국 앞발에 힘이 빠졌다.
이 자식이 지금…… 무슨 소리를…….
“잘하면 넌 이 제국의 황후도 될 수 있다. 가장 높은 자리를 네게 주지.”
아, 나를 납치한다고 해서 황위를 포기하지 않는 건 아니구나.
“그 누구도 너만 한 만족을 내게 줄 수 없으니, 내가 다른 여자를 탐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니, 저기요.
제 만족은요?
내가 거부한다는 뜻으로 크게 발버둥을 치니 테오도르가 피식 웃었다.
“뭐, 그럼 생각이 바뀔 때까지 내 방에서 다람쥐로 지내 보든가.”
역시 황궁으로 가는 거였어!
눈앞이 아득해졌다.
황궁은 여기서 그렇게 멀지도 않았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아마 금방 도착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일단 황궁 안에 들어서면 요한조차도 쉽게 들어올 수 없었다.
나는 이제 요한이 우리를 따라오는 걸 바라야 하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요한은 분명히 테오도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테오도르는 황족이었고, 요한 역시 황족 시해로 붙잡혀 갈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테오도르의 음산한 말이 이어졌다.
“내 표식을 달고 말이야.”
세상에, 기어코 인장도 찍을 셈이었구나!
족쇄처럼 박혀 있던 하이라드의 인장이 불현듯 기억나서 숨이 거칠어졌다. 진짜 끔찍했는데.
나는 필사적으로 주머니 속에서 앞발로 그의 몸을 퍽퍽 쳤다.
별다른 타격은 없겠지만 화풀이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거 아주 폭력적인 다람쥐네.”
테오도르는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뭐, 괜찮아. 그래도 신수는 마법사에게 맹목적인 존재니까.”
“큐우우웅!”
맹목적인 존재를 이렇게 대하냐!
“있잖아.”
테오도르는 기분 좋다는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법사가 진정받는 기분은, 그 무엇보다도 황홀해. 내내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맞이하는 단 한 순간의 정갈한 감각이지.”
“큐우웅!”
“아, 알고 있어?”
내가 불만스럽게 소리치자 테오도르가 킬킬거리며 대답했다.
“하긴. 요한 하이라드가 네게 그토록 쩔쩔매는데 모를 수가 없겠지. 안 그래?”
나는 순간 버둥거리는 것을 멈췄다.
지금 테오도르는 요한과 자신을 같은 선상에 두고 있었다.
갑자기 반발심이 치솟았으나, 무언가 멈칫하는 마음이 들었다.
‘역시…… 다를 건 없나?’
마법사와 신수로 처음 만났고, 내 진정 능력이 그를 편안하게 했고.
저번에 요한에게 입 맞추었을 때도 요한은 거의 천국에 가 있는 것 같은 표정을 했으니까.
“훌륭한 신수에게 마법사들이 경쟁적으로 달라붙는 건 당연한 일이고 말이야.”
황자니 전쟁 영웅이니 엄청난 신분을 가졌어도 내 진정 능력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내가 살짝 흠칫한 것을 느꼈는지 테오도르가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다른 이유로 요한 하이라드가 네 충견처럼 구는 줄 아나? 마법사에게 신수는 절대적이야.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항상 고통에 시달리니까.”
충견…… 그 말은 나를 살짝 굳게 하는 데 충분했다.
내가 그동안 요한에게 살짝 품었던 의구심과 맞닿아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내게 잘해 주면 잘해 줄수록, 매력적으로 굴면 매력적으로 굴수록.
요한이 내 진정 능력이 좋아서 나를 곁에 두고 싶어 한다면 그것 또한 당연한데도 나는 그게 왜 자꾸 마음에 걸리는지 모를 일이었다.
뭔가…… 서운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서운한 것을 떠나서 사실 내가 계속 두려워하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그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내가 묘한 감정을 품으면 품을수록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
만일 내가 그를 남자로서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는 내가 신수로서 좋은 거면 어쩌지.
내 움직임이 잠시 멈추자, 테오도르는 정말 우습다는 듯이 키득거리기까지 했다.
“그놈은 친밀감으로 널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거고…… 난 그걸 실패했으니 다른 방식으로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것뿐이지.”
요한이 내게 표현하는 친밀감은 각별했다.
그런데 그게 다 계산적일 수 있다는 테오도르의 그 말이 이상하게 거슬렸다.
처음에 서로 이용하기 위해 먼저 다가간 건 분명 나인데.
하지만 어느새, 연회 때 그의 앞에서 엉엉 울 정도로 나는 그와 진심으로 친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나를 원하는 테오도르와 요한이 본질이 같을 수도 있다는 그 말이 너무 싫었다.
“큐웅.”
“그러니 잘 생각해 봐. 어차피 네게 쩔쩔매는 놈들 중에 하나 골라야 한다면 차기 황제가 낫지 않겠어?”
나 참.
누가 보면 벌써 황태자 된 줄 알겠네.
대신관이 눈앞에서 체포되었는데도 황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건 잘 알겠다.
“네가 처음으로 진정시킨 사람은 바로 나야.”
그가 소유욕이 들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간에 신전에서 헛짓거리를 해서 그렇지, 널 선점할 수 있었던 마법사는 바로 나라는 뜻이야.”
그건 또 그것대로 아주 끔찍한데.
누가 봐도 건강하지 못한 집착과 일방적인 감정의 강요였다.
“뭐, 요한 하이라드가 미친 듯이 쫓아올 수는 있겠지. 보아하니 마법까지 쓴 모양이니까.”
테오도르가 짐작하지 못한 사실이 하나 더 있긴 했다.
요한은 진정 물약도 먹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었다.
어쨌든 요한이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테오도르도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었고, 황궁에 도착하자마자 내게 인장을 찍어 버릴 생각이겠지.
만일 도중에 잡히더라도 요한은 테오도르에게 마법을 쓸 수 없다.
여러모로 요한에게 불리했다. 게다가 신분의 격차까지 있는데!
‘차라리 쫓아오지 마, 요한. 난 영리하니까 어떻게든 내 앞가림은 할 수 있어.’
그 앞길이 일단 지금은 아주 캄캄해 보이지만 말이지.
“큐구우웅.”
내 걱정스러운 마음을 읽었는지 테오도르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어. 신수가 마법사를 진정시켰을 땐 그만한 집착은 각오했었어야지.”
그건 좀 억울한 말이었다.
그렇게 치면 요한의 집착보다 더 나를 성가시게 하는 건 테오도르의 집착이었다.
하지만 난 테오도르를 진정시킨 기억도 없다고! 근데 왜 내가 납치를 각오해!
“걱정 마.”
테오도르가 광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황궁에만 도착하면 되니까.”
“큐규웅!”
바로 그게 걱정이었다.
그때였다.
쾅!
“히히이이이이잉!”
갑자기 테오도르의 말이 멈추더니 앞발을 들고 일어섰다.
“큐우우웅!”
나 역시 테오도르의 안주머니에서 한바탕 굴러야 했다.
쾅! 쾅!
연이어 폭음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건…….’
보이지는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는 흔치 않으니까.
‘요한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