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Squirrel Seeking For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89)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89)화(89/134)
악당을 구하는 다람쥐가 되었다 89화
“아, 네.”
내가 화제를 돌리자 레안 역시 곧바로 영업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제 메리엘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뒤, 나는 곧바로 히스리 정보 상회에 서신을 보냈다.
어쨌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보였고 그런 건 유능한 정보 상회에서 얻는 것이 가장 정확했다.
“일단 아르테어 남작가…….”
레안은 서류를 뒤적이며 말했다.
“마지막 기록은 거의 60여 년 전입니다. 워낙에 남아 있는 기록이 없어서 고생 좀 했습니다만, 일단 메데스트 영지에 거주했던 것은 맞습니다.”
“그래? 가신 가문이었겠지?”
“여러 정황을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만…… 누가 의도적으로 기록을 없앴는지 전혀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후손도 찾을 수가 없었고요.”
‘찾지 못했다.’라는 것은 결국 모른다는 뜻이었다.
히스리 정보 상회가 모를 정도면 정말 작정하고 숨어 버렸거나 혹은 기록을 없애 버린 것 같은데.
“아, 그리고 그 메데스트의 마지막 원로원…… 트레버 올테바 자작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올해 94세이시지요.”
정확한 나이는 몰랐는데 94세셨구나.
그만큼 원로원이 아주 옛날의 관습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나마 유일하게 살아 계신, 막내 원로원이라고 들었는데.
“올테바 자작님은 지금 외아들인 파울 올테바 님과 함께 살고 계시지요. 파울 올테바 님은 올해 딱 70세가 되셨고요. 자작저에는 지금 두 분이 거주하신다고 합니다.”
‘아드님’이라고 해도 파울의 나이도 아주 많았다.
이 일의 키포인트는 사실상 파울이었다.
트레버 올테바 자작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 들었다. 그런 아버지의 말을 제지시킬 정도면 아들도 무언가를 많이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설득만 잘한다면 파울에게 아르테어 남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메리엘은 실패했지만.
일단 제이든과 상의하여 돈부터 싸 들고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레안이 말했다.
“파울 올테바 님은 상당한 부호라서 돈으로 설득은 안 될 겁니다.”
아, 망했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럼 친한 척을 좀 해서 친밀감에 기대어 부탁을 하면…….
“사람을 싫어하는 괴팍한 성격이라고 하는데, 아마 인간적으로 다가가 부탁해도 안 될 것 같고요.”
이것도 안 된다고?
돈, 사람, 이런 걸로 안 되면 도대체 뭐로 꼬셔야 하지?
내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자 레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파울 님은 친한 친구도 없고 딱히 좋아하는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다만 딱 한 명.”
“……한 명?”
“요한 하이라드 공작님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레안의 말에 입을 떡 벌렸다.
여기서 요한의 이름이 왜 나와?
“원래 파울 님 역시 그 노령의 나이에 제국법에 의하여 참전 중이셨거든요. 그런데 요한 하이라드 공작님 덕분에 종전이 되어 아버지의 임종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나요.”
전쟁 영웅이 흔히 겪는 일이었다.
딱히 누군가를 위해 전쟁을 끝내지는 않았으나, 명백히 많은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
내가 잠자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데 레안이 착잡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꼭 파울 님께 무언가를 부탁하고 싶으시다면 요한 하이라드 공작님과 동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은데.
“두 분이 연애 중이라는 건 제국 전역에 퍼진 사실이니 연애하는 척이라도 해야 유리카 공녀님께도 호의적이지 않으실까 싶은데요.”
“…….”
“물론 아까 말씀드렸듯이, 개인적으로 썩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표정을 보니 썩 권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아예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은 얼굴이었다.
“마법사는 결정적일 때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결론을 내립니다, 공녀님.”
레안이 낮게 말했다.
“그가 끝까지 공녀님께 신의를 지킬 것이라고 믿지 마세요. 이건 연애 감정과도 다른 이야기입니다.”
나는 천천히 이마를 짚었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마법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그런데 또 테오도르를 생각하면 나도 몸서리치게 그 종족이 싫었다.
‘됐어. 테오도르랑 요한은 달라. 그건 내가 제일 잘 아는 사실이잖아.’
어쨌든 레안의 말에서 영양가 있는 말만 골라내면, 결국 방법은 요한에게 또 한 번 도와 달라고 부탁하는 것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요한과 얽히지 않겠다고, 가짜 연애도 슬슬 그만두겠다고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그래도 방법이 없으시겠죠.”
레안이 침울하게 말했다.
“……그 위험한 마법사의 실체가 어떤지 공녀님조차 정확히 모른다고 해도 말이에요.”
나 역시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요한은 내 앞에서 세상에 없는 순둥이처럼 굴었지만, 그게 그의 본모습을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이렇게 마음이 술렁이는 건 나 역시 요한에게 좀 설레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같이 있다가 어느 순간 정말 넘어갈 것 같은데…….’
요한 생각만 하면 속이 아주 시끄러웠다.
나는 얼른 머릿속에서 요한을 지우려고 애쓰며 또다시 화제를 돌렸다.
“리베나 세브스의 소재는 파악됐어?”
공식적으로 리베나는 세브스 백작저에 틀어박혀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레안이 말하기를, 그 안에 머무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아마 몸을 사리고 있는 건 요한이 두려워서겠지.
어쨌든 요한은 마법으로 인해 누군가를 쉽게 해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신전에서 돌아오고 난 뒤 요한은 세브스 백작저를 아예 무너뜨리는 것이 어떠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묻기까지 했다.
물론 나는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마법을 쓰면 너라는 증거가 다 남는 셈인데 어떻게 아무런 명분 없이 황자의 약혼녀를 죽이겠어?”
“마력 폭주라고 우기고 징역 몇 년 살지, 뭐.”
“몇 년이라니? 몇십 년일걸? 살인죄라고.”
“네가 안전해지는데 내 몇십 년이 문제야?”
대화를 하면 할수록 뭔가 상식이 잘 안 통한다는 것만 느끼고 말았지만.
“네가 보고 싶으면 가끔 탈옥하면 되는 거고.”
“그럼 곧 무기 징역 되겠네…….”
여하튼 아무리 최고의 마법사라고 해도 제국에서 사람들과 같이 더불어 사는 이상 법과 질서는 지켜야 했다.
그러니 아무런 혐의도 없는 귀족 영애이자 황자의 약혼녀를 밑도 끝도 없이 죽일 수는 없었다.
‘사실 실험실 정도는 파괴하고 싶었는데.’
분명히 못된 실험을 하고 있을 텐데, 리베나가 바보가 아닌 이상 실험실을 세브스 백작저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른 뭐든 알아내서 조치를 취해야 해.’
어딘가에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위험한 실험은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그러니 요한에게 조금 위화감이 들어도, 또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맞았다.
‘이번을…… 이번을 진짜 마지막으로.’
나는 한숨을 쉬며 속으로 다짐했다.
* * *
유리카가 떠난 하이라드 공작저는 순식간에 다시 고요하게 변했다.
늘 요망한 웃음을 짓고 있던 요한의 얼굴에 미소가 싹 사라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항상 다정한 요한만 보아 왔던 유리카로서는 상상도 못 할 선득함이었다.
그리고 요한은 지금 평소보다도 더 냉랭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유리카를 의식해서 가지 못했던 곳에 오랜만에 발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요한?”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천천히 새어 나왔다.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바로 테젠과 엘라가 갇혀 있는 지하 감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