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RAW novel - Chapter (222)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222화(222/223)
[EP.222] 화 대항전 소풍학생단 대항전.
1기생과 2기생 상관없이 어울려 이루어지는 대항전인 만큼.
학생단끼리의 단합으로 여기저기서 소란일 때.
사자단도 나름대로 단합해보겠다는 듯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흐음, 이게 의미가 있겠니.”
문제는 단장부터가 단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거지만 말이다.
샬롯은 자신의 앞에 모여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학생 단장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실질적 업무는 늘 사자단 일원들에게 던져두던 샬롯이다.
임무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하지만 잡다한 임무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학생단 대항전에서도 그녀는 시큰둥했다.
“그냥 크라슈랑 내가 나가면 끝나는 거 아니야?”
둘이면 충분하다는 듯이 샬롯이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들 중 단 한 명도 욱하는 표정을 지은 이가 없었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1기생과 2기생 중 명실부히 최강이라 일컫는 두 명이 사자단에 있다.
두 사람의 말대로 어쩌면 둘이서 나가는 걸로 대항전은 결판이 날지도 몰랐다.
“샬롯 님, 그러기에는 학생단 전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추가되는 점수가 있습니다.”
스타론 재상의 아들이자 사자단의 실질적 부 리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는 델론 마키스가 샬롯에게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샬롯의 귀에 슬쩍 속삭였다.
“그리고 대항전을 일등 하시면 크라슈 님께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같은 사자단의 일원이시니까요.”
샬롯이 크라슈 쪽을 바라보았다.
팔짱을 낀 손으로 팔을 천천히 두드리던 그녀는 이내 입꼬리만을 스윽하니 틀어 올렸다.
샬롯 특유의 전매특허 웃음이었다.
“1등 정도는 해야겠네.”
샬롯을 다루는 법이 상당히 익숙해진 델론이었다.
크라슈로서도 다행인 이야기였다.
샬롯이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만큼 든든한 건 없으니 말이다.
시그린이 1등을 노리는 이상 그쪽은 무조건 막고 싶으니까.
“그래서 단합은 뭘 하는 건데.”
생전 단합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샬롯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단합하는 방법 자체를 모르겠다는 듯 델론을 보았다.
그녀를 본 델론은 짧게 웃었다.
아주 간단한 해결 법이 있다는 웃음이었다.
“소풍하죠.”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 * *
사자단의 뜬금없는 소풍.
의외로 그건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그야, 사자단은 내부적으로 뭉쳐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이 한창 훈련에 전념하는 와중.
사자단은 라헬른 아카데미 근처 산을 오르고 있었다.
“……왜 산을 오르고 있는 건데?”
크라슈는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거기에는 평소 운동량이 조금 모자란 아스트리아가 있었다.
오히려 크라슈는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난 네가 왜 어느새 여기에 참여했는지가 더 의문인데.”
“그야, 내가 속해 있던 단은 나왔으니까.”
아스트리아가 속해 있던 단.
본래 추기경 미레이 베아키스가 학생 단장이었던 천칭단이었다.
그녀는 성녀인 만큼 수녀들을 중심으로 모인 처녀단에 속해 있었으나.
성녀를 그만둔 이후 냉큼 처녀단을 나와버린 것이었다.
덕분에 그녀는 현재 속한 단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녀 본인이 단에 속하기를 꺼렸다.
아직도 한창 자신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오르고 있으니.
섣불리 어딘가로 들어갔다간 주목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크라슈는 아스트리아를 힐끗 보았다.
“성녀, 그만둔 거 후회하냐.”
이번 일에는 크라슈의 책임도 있는 만큼 묻자 그녀는 황당한 표정으로 도리질 쳤다.
“뭐래. 훨씬 편해져서 좋기만 한데. 애초에 난 그런 거추장스러운 거 안 어울렸어. 당신도 알잖아?”
미안하지만 아스트리아만큼 성녀라는 직위와 잘 어울리는 이는 없었다.
크라슈의 앞에서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그녀지만.
대중 앞에서는 어느 사람보다 자애로운 것이 그녀였으니까.
“그런 셈 치자.”
하지만 본인이 그렇다는데 크라슈는 더 따지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성녀를 내려놓은 아스트리아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눈은 언제까지 피할 거냐.”
“…….”
아스트리아는 침묵을 택한 채 크라슈의 눈을 피했다.
그녀가 돌발 입맞춤을 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 시점.
이제는 마주친다 싶으면 도망가는 일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눈은 맞추고 있지 않았다.
아스트리아의 얼굴을 제대로 본 지가 얼마나 되었더라.
“아, 알아서 할 거야!”
그러자 아스트리아가 역으로 성을 냈다.
그런 주제에 사자단의 소풍을 따라 오는 건 또 어떨까 싶지만.
본인이 그러고 싶은 모양이니 크라슈는 더 따지지 않기로 했다.
“크라슈 님, 성녀……. 아, 아니죠. 아스트리아 님이랑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가요?”
그러자 중간에 성녀라고 부르려다 정정한 카란디스가 크라슈에게 슬쩍 물어왔다.
일이야 많은 게 있긴 했지만.
어디 가서 떠벌리고 다닐만한 일은 아니었다.
아스트리아가 성녀를 내려두기는 했으나 그녀는 여전히 주변 사람에게 성녀라 인식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별일 아닙니다.”
“누가봐도 별일이 아닌 건 아닌 거 같은데요.”
카란디스는 궁금함이 가득한 눈으로 크라슈와 아스트리아를 번갈아 보았다.
그녀에게는 아스트리아 또한 경쟁자이기 때문에 아직 궁금한 게 많았다.
그에 반해 하링은 느긋하게 경치를 구경 중이었다.
풀 내음이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즐기는 게 태평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꼬박꼬박 크라슈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게 산책을 즐기는 고양이 같았다.
“사자단 2기생들은 다 크라슈 바라기가 되어버렸네.”
그러자 아슬란이 쿡쿡 웃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그 말대로 2기생의 주요 멤버들은 사실상 크라슈를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사자단의 시험을 통과하여 들어온 2기생들도 있었지만.
그들 또한 크라슈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다.
크라슈와 눈을 마주쳤다 싶으면 그 눈을 거세게 반짝거렸기 때문이다.
크라슈는 현재 2기생을 대표하는 영웅이었다.
라헬른 아카데미에 들어오고 나서 그가 세운 업적이 한둘이 아닌 만큼 아이들의 존경을 듬뿍 받았기 때문이었다.
‘갈수록 눈빛이 부담스러워지는 건 착각인가.’
창공의 세대가 따라올 수 있는 천추성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좋으나.
그 반등으로 생각보다 더한 기대를 받는 모양이다.
‘나도 나름 부담감을 느끼는 편인 건가.’
평판이라는 게 생기면 무턱대고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그야, 평판과 주변의 시선은 한순간에 실수로 인해 무너지기 마련이니까.
움직임의 제약이 생기는 것이다.
[ 네가 언제부터 주위 눈을 신경 썼다는 게냐? ]그러자 크림슨가든이 같잖은 소리 하지 말라는 반응을 했다.
‘확실히.’
주위에서 뭐라 하든 신경 안 쓰는 게 이쪽 특기긴 했다.
무엇이든 평소대로 하면 그만.
이쪽을 비난하는 놈이 있다면 직접 가서 응징해 주는 게 더 마음이 편했다.
‘아서 녀석은 그러지 못했기에 무너진 걸지도 모르지.’
크라슈와 달리 아서는 자신의 평판을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그로 인해 신경 쓸 게 많아 정신적으로 깎여 나가는 주제에 그는 필사적으로 평판을 갈고 닦았다.
‘그건 거의 집착에 가까웠지.’
과거 아서의 삶 중에 무언가가 영향을 끼쳤던 걸까.
크라슈는 아서의 과거를 거의 알지 못한다.
그 녀석과 어울리려는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진지한 이야기를 해본 적 없었으니까.
아서가 크라슈를 도구로 봤듯이 크라슈 또한 아서를 멸망에서 지켜 줄 도구로 보았다.
누구든 도구와는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크라슈나 아서나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같았을지도 몰랐다.
둘 다 서로의 진심을 확인해보려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네 진심은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지.’
크라슈가 기억하는 아서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단지, 이 세상에도 아서는 분명 존재한다.
크라슈의 눈에 가짜 아서가 닿았다.
아서와같이 긴 금발 머리카락을 지녔으나 여성적인 얼굴이 더 강한 그.
가짜 아서는 하링과 같이 경치를 구경하듯 느긋한 걸음걸이로 따라오고 있었다.
그는 크라슈의 부탁을 통해 샬롯이 권유하여 사자단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자단에 들어오기 전부터 어딘지 모르게 늘 동떨어져 있었다.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그와 어울려 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 또한 무려 특급 반 일원인데도 말이다.
“아서 그라말테 님, 특이하신 분이죠.”
그러는 순간 옆에 있던 카란디스가 크라슈의 시선을 눈치채고, 가짜 아서에 관해 말을 해왔다.
“늘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시는 데 사람과의 관계를 꺼리시거든요. 주위에 사람이 다가오면 다 쳐내시는 모양이에요.”
“잘 아시는군요.”
“네, 같은 특급 반이니까요.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한 적은 있죠.”
메리 때도 그렇고, 은근히 특급 반을 적극적으로 잘 챙기던 카란디스다.
그래서인지 가짜 아서에게도 나름 친하게 지내고자 접근해 본 모양이었다.
“이야기를 거의 받아주시지 않아서 저도 결국 포기했지만요.”
친화력이 좋은 카란디스가 포기했을 정도라면 사실상 대답하지 않았다는 거겠지.
‘가짜 아서의 역할을 이행하는 걸로 충분하다. 이 소리인가.’
크라슈는 얼마 전 가짜 아서와 나눴던 대화를 잠시 떠올렸다.
「하긴, 세계 침식의 힘만으로는 부족했겠지. 그때의 너도, 지금의 너도.」
무척이나 의미심장하게 내뱉었던 말.
크라슈는 그 말을 헛소리 취급했었다.
자신과 같은 회차에 회귀를 겪은 아서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가짜 아서가 떠보기 위해 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사실이었다.
가짜 아서의 존재는 크라슈 또한 이번 회차에서 처음 알았다.
그야, 저번 회차에서 그런 이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과연, 그는 저번 회차에서 무엇을 했던 걸까.
크라슈의 시선이 느껴져서일까.
가짜 아서 또한 시선을 이쪽으로 옮겨왔다.
아주 짧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하지만 곧 두 사람의 시선은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날의 대화 이후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야기할 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다왔군요.”
그러는 사이, 델론이 도착을 알려왔다.
모두가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산의 정상이 보였다.
바위와 나무가 자리한 산의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의 경치를 한눈에 보였다.
그럼에도 세계수는 한참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 할 만큼 높았다.
하늘을 가득 메운 잎들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태양 빛은 무척이나 따스했다.
“그럼 이제 소풍을 왔으니 훈련 하나 해보죠.”
불어오는 산 정상의 바람에 산을 오르느라 생긴 땀방울이 식을 때쯤.
델론이 이번에는 훈련이라는 말을 꺼냈다.
소풍에 이어 훈련.
참, 뜬금없는 구성이었지만 모두들 관심을 보였다.
그러자 델론은 모두의 기대 속에서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때마침 저희 사자단에는 1기생과 2기생 무학과 수석이신 분이 두 분 계십니다.”
그 두 명은 다름 아닌 샬롯과 크라슈였다.
샬롯과 크라슈가 서로를 힐끗 보는 사이, 델론은 안경을 치켜올렸다.
“두 분께서 팀을 이루시고, 나머지 사자단원끼리 팀을 이룬 모의 대항전을 지금부터 치르겠습니다.”
그리고 델론의 입에서 나온 훈련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델론, 이 인간.
샬롯을 따라다닐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 인간도 정상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