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
“저, 정말 죄송한데… 누님. 다, 다시 검사받을 순 없을까요?”
“하아…”
내 말에 땅이 꺼져라 한숨 내쉬는 여직원의 모습은, 마치 나 같은 놈은 수백 번도 넘게 봤다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미안한데. 다시 검사한다고 특성 결과가 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리고 재검 들어가시면 추가 비용 들어가는데, 괜찮겠어요?”
그러면서 내 몸을 한차례 훑듯 위아래로 시선을 주는데,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ㅡ추가 비용.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여직원이 말한 결과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모두 진실이라는 것 역시.
…그런데도 도저히 검사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창술 Lv.1]많은 특성 중에서 창술이 걸렸다는 건 어떻게 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아니, 나빴다.
그것도 내가 느끼기엔 거의 최악의 결과였다.
“추가 비용 낼게요.”
큰마음 먹고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
“…네, 그럼 다시 제단 위로 올라서세요.”
여직원의 안쓰러운 눈빛을 받으며 나는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검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특성에 내 인생이 걸렸으니까.
아주 미세한 가능성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면 해야만 했다.
저벅.
원형태의 제단 위로 몸을 바로 세우자, 여직원의 손짓에 따라 다시금 새하얀 빛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빛무리를 보면서 나는 간절히 바랐다.
‘제발 마법 특성! 제발!’
이 세상은 마법 특성이 가장 우대받는다. 그리고 근거리 특성은 정말 답이 없었다.
띠링!
*
ㅡㅡㅡㅡ
이름 : 한천성
성별 : 남(20)
칭호 : 없음
신장 · 체중 : 178cm 67kg
현재 대륙 영향력 : 5
*능력치.
[근력 3] [민첩 8] [체력 9] [마력 2] [행운 5]*보유 특성 [1] [창술 Lv.1]
*스킬 [0]
ㅡㅡㅡㅡ
*
처음 봤던 상태창과 정말 조금의 변함도 없는 상태창에 나는 그대로 무너지듯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저, 저기요…? 지금 많이 심란한 거야 알겠는데. 지금 다른 사람들도 특성 검사를 기다리고 있어요.”
내 어깨를 잡고 일으키는 여직원의 손에 멍하니 몸을 일으키면서도 시야가 흐릿했다.
‘어떻게…’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누가 눈을 가린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받은 건 성인이 되어야만 받을 수 있는 ‘특성 검사’.
이 특성 검사 하나로 인생 전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망했다.
그것도 완전히 망했다.
저벅.
저벅.
멍하니 출구로 향하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나는 눈두덩이를 비볐다.
안구에 습기가 차는 게 울적한 마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어머.”
“어떡해?”
“창술이라… 창술로 성공한 사람이 있었나?”
내 추태가 지금 줄을 선사람들 모두에게 보였는지,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부터 들리는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파는 듯했다.
하아.
숨길 수 없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특성 검사장을 빠져나왔다.
나름 묵직했던 지갑마저 텅 비어버리자, 내 마음을 더 허전하게 만들었다.
“시발…”
길거리에 우두커니 서서 욕설을 중얼거리면서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창술로 어떻게 벌어 먹고사냐.’
내게 닥친 현실이란 지독히도 날 도와주지 않는다는 게 원망스러웠다.
나는 내가 읽었던 소설에 존재하고 있었다.
흔해빠진 양판소의 도입부로 일어나던 일.
믿기 힘들게도 그게 내게 일어난 거였다.
그렇게까지 내가 큰 죄를 지었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 뭘 했는지 몰라도 일은 이미 벌어진 후였다.
“…”
지금도 시야 한편엔 하늘 높이 치솟은 아카데미의 건물이 보였다.
무슨 황성처럼 웅장한 아카데미의 외관을 보자, 새삼 실감이 났다.
내가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 이 세상에 있다는 게.
여러 머리색을 지닌 매력적인 히로인. 그리고 아카데미 장르의 소설답게 주인공이 다 해 먹는 전개에 술술 읽어갔던 기억은 있었다.
하지만 그 지식을 바탕으로 내가 해야 할 일.
돌아갈 길을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건 없었다.
애초에 나는 주인공도 아니었고, 하다못해 조연급의 인물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냥 ‘나’였다.
다른 소설에선 다 좋은 캐릭터, 귀족같은 걸로 빙의시켜주던데 지금 난 그런 것조차 없었다.
그냥 있으나 없으나 아무 상관도 없는 내가 이 세상에 끼어든 거였다.
마치 하나의 불순물처럼.
그래도 이 세상에 어떻게든 적응해갔다. 당장 볼 수 있는 상태창이 없기에 여관에 들어가 허드렛일과 같은 잡일을 해가며 특성 검사에 필요한 돈을 모았다.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주인공 또는 조연급처럼 나도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서.
성인이 되면 받을 수 있는 특성 검사.
그게 잘만 뜬다면… 나라고 주인공처럼 활약하지 못할 건 없었으니까.
“어떤 새끼가 말했지. 기대하니까, 배신당하는 거라고…”
과거에서 본 문구를 중얼거리다, 바보같은 웃음만 나왔다.
특성 검사에서 대박이 나면 인생이 바뀌는데, 그걸 어떻게 기대를 안 할 수 있을까.
“엄마, 저 아저씨. 이상해.”
“어머. 저런 사람은 가까이 가지 말고 되도록 피하는 게 좋아. 알겠지?”
“응. 알았어!”
…지나쳐가는 사람의 묘한 소리에 나는 뭐 씹은 표정으로 한 모자를 바라보게 됐다.
아저씨라니.
할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지.
기분이 더 가라앉음에도 일단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해봐야겠지.”
그럼에도 아카데미 입학신청은 가능했다.
특성 검사를 받으면 그 누구라도 아카데미 입학신청은 할 수 있으니까.
이 세상에선 귀천이 있는 중세 배경임을 가정하면 그나마 한 줄기 빛과 같다고 볼 수 있는 게 아카데미였다.
“노력하면 가능할까.”
혼자 지내다 보니 이젠 습관이 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카데미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귀족 집안이나 아니면 황성에서 데려가기도 한다.
내가 바란 건 딱 그 정도의 삶이었다.
물론 압도적인 재능을 지닌 주인공이나 조연 사이에 얹혀가는 안락한 삶을 기대한 적도 있지만, 내가 바란 가장 평균적인 기대치는 ‘미래가 보장된 삶’이었다.
내 할 일만 하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으면 했는데.
“…”
한숨쉬며 나는 내가 지닌 창술의 세부창을 열었다.
띠링!
*
ㅡㅡㅡㅡ
특성 이름 : 창술
등급 : 커먼(common)
현재 특성 레벨 : 1
설명 : 창을 다룰 시 숙련도에 관해 ‘보정’을 얻습니다.
ㅡㅡㅡㅡ
*
심플하다 못해 이게 다인가 의심될 정도의 단촐한 설명이었다.
얼핏 ‘보정’을 얻는다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저 보정이 있고 없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차이가 존재했다.
“…커먼.”
특성의 등급도 예상했던 등급이었지만, 실제로 보자니 마음은 더 착잡했다.
거기다 이 세상에서 근거리계열. 그러니 육체파 계열의 특성을 부여받았다는 건 사실 일종의 ‘재앙’과 같았다.
거의 모든 몬스터들이 물리계열에 압도적인 저항력을 지니고 있다.
한낱 고블린조차 살갗이 두꺼워서 일반적인 무기로 상처 내기가 쉽지 않고, 몬스터를 죽였다고 해도 무기의 날을 유지보수하는 것조차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거기다 내가 아는 정보엔 아카데미에 창을 다루는 교관이 없었다.
“아예 몰랐다면, 희망이라도 가졌을 텐데.”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의 세상을 너무 잘 안다는 게 지금은 되려 한스러웠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제 2달 남았어.’
입학 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촉박했다.
…특성을 탓할 시간조차 없었다.
당장 철창이라도 구해서 어떻게든 난 특성 레벨을 올려야만 했다.
적어도 아카데미 입학은 해야 기회가 생길 테니.
툭.
바로 대장간으로 방향을 틀었다.
***
2달의 시간이 흘렀다.
“하악… 하악…!”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목 끝까지 차오른 숨을 거칠게 토해내면서, 움켜쥔 창에 몸을 기댄 채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자 시야에 나타난 상태창.
*
ㅡㅡㅡㅡ
이름 : 한천성
성별 : 남(20)
칭호 : 없음
신장 · 체중 : 178cm 67kg
현재 대륙 영향력 : 5
*능력치.
[근력 5] [민첩 10] [체력 13] [마력 2] [행운 5]*보유 특성 [1] [창술 Lv.3]
*스킬 [0]
ㅡㅡㅡㅡ
*
“시발.”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자리했다.
해냈다.
마음 같아선 크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 끝까지 차오른 숨을 내쉬는 것만으로 이미 한계였다.
지난 2달간의 노력 끝에 특성 레벨을 3까지 올릴 수 있었다.
부가적으로 여러 능력치도 올랐다고 하나, 다른 무엇보다 창술의 레벨이 올랐다는 게 내겐 고무적이었다.
“이정도면 합격선이지.”
소설에서 본 아카데미 입학 시험 응시자들의 특성 레벨은 평균적으로 2.
진짜 사기적인 특성을 보유한 존재는 특성 레벨 1로도 입학을 프리패스한다곤 하나, 내 특성인 커먼 등급의 창술은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나는 지난 2달간 정말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을 하여 특성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하아…”
연신 크게 숨을 토해내면서도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러면서 내 몸이 변한 게 눈에 들어오긴 했다.
‘진짜 내가 개같이 굴렀구나.’
지난 2달의 시간. 억지로라도 단련하니까 몸이 변하긴 했다.
더럽게 안 오르던 능력치가 평균적으로 2가 오른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었다.
툭.
축 늘어진 몸을 일으키며, 시험을 치르러 위해 이동하면서도 흘깃 연무장 한편으로 시선이 갔다.
ㅡ! ㅡㅡ!
도심에 있는 연무장 중 한 곳인 만큼 수많은 사람이 특성 레벨을 올리기 위해 열중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 여성이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온 푸른빛 머리칼, 그리고 별을 담은 듯 반짝이는 눈동자로 여성이 평범치 않다는 게 단박에 느껴졌다.
…그야 검을 휘두르는데,
휘유웅!
거센 바람이 일정도니까,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무슨 특성일까.’
[검술] 같은 기본 특성이 있다고 해서 저런 바람이 일어나진 않는다.이 세상은 지독하게 재능, 혈통주의의 세상이라 그런 게 나타날 수가 없었다.
이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지닌 [창천일검]이란 특성과 같이 화려한 이름의 특성이 존재하는 거였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저 푸른 머리칼의 여자도 분명… 아마 그런 류의 뛰어난 특성을 지녔다고 봐야 할 텐데.
최소로 잡아도 레어 등급의 특성으로 짐작이 갔다.
휙.
“…?”
그러다 그녀가 돌연 나를 바라보자, 나는 그냥 시선을 피하는 것도 그렇다 싶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휙.
그러자, 바로 고개를 돌리는데. 손을 흔들다 그만 어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