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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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곁으로 시선을 주면서도 대체 무슨 소린가 했다.
“뭐?”
“말 못 알아들어? 뭔데 내 곁에 앉냐고. 지금 다른 자리 많잖아.”
쏘아붙이는 앙칼진 음성에 나는 답하기에 앞서, 눈을 깜박이게 됐다.
지금 시야에 들어오는 머리색이 무척 특이했다.
‘…핑크?’
그것도 심지어 트윈 테일이었다.
그렇게 특징적인 헤어스타일이 먼저 눈에 들어오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야… 나는 이 여자를 알고 있으니까.
분명 지금 처음 보는 게 확실한데도.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여자를 알고 있는 거였다.
‘루나 베르몬트.’
이 소설 속 세계의 주인공인 레온하르트와 엮이는 히로인 중 한 명. 그중에서도 가장 성격이 더러운 여자기도 했다.
지금 시야에 들어오는 헤어스타일이 가장 압권이라 바로 떠오를 정도였다.
소설 내 설명에서도 눈에 띄는 헤어스타일이라고 강조할 정도니까. 이런 헤어스타일을 한 사람이 루나 말고 더 있을 리도 없었다.
“야! 지금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거듭 사납게 말하자,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기가 무슨 지정석이라도 돼? 내가 어디에 앉든 무슨 상관인데? 같은 C1 클래스인 거 네 눈엔 지금 안 보여?”
“무슨 상관이기는 그냥 내 기분이 나쁘다고! 너 같은 평민이랑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도 너무 싫어.”
날이 선 답이 오가자, 나는 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금 자기도 C1 클래스에 배정받아놓고선 대체 뭔 말도 안되는 소릴 하는지.
그럼에도 주변의 시선이 서서히 우리에게 집중되며 관심을 끌자, 나는 입학식부터 누군가와 싸울 순 없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됐다. 내가 더러워서 피해야지.”
“…뭐? 너 지금 말 다 했어!?”
그러다 귓가가 울릴 만큼 크게 소리치는 루나의 모습에, 나는 그저 담담히 그녀와 시선을 마주쳐갔다.
“…”
“…”
시선이 마주치자 루나가 순간 멈칫하는데, 나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내 인상은 예전부터 마음먹기에 따라 꽤 크게 변하는 편이었다.
말없이 무표정하게 시선을 마주치면 여러 사람에게 무섭다는 말도 더러 들은 적이 있으니까.
가끔 괜한 분쟁에선 말보단 차라리 시선을 마주하는 편이었다.
사람의 인상이란 건 생각보다도 크게 각인되는 법이니.
“입학식이니까. 그만 서로 얼굴 붉히지 말자.”
표정을 풀면서 가볍게 말을 내뱉곤,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렇게 적당히 옆으로 자리를 옮기자. 대강당이 워낙 넓은 공간인 만큼 얼마 옮기지 않았는데, 생각보다도 거리가 벌려졌다.
“하. 진짜 이래서 평민들은… 안된다니까.”
코웃음 치며 중얼대는 루나의 음성이 들려도 나는 아예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기가 세고 안하무인의 대표 격인 캐릭터.
ㅡ루나 베르몬트.
그보다 지금. 저 여자가 왜 나와 같은 C클래스인지가 더 의문스러웠다.
‘내가 알기론 분명 루나는 B3였나. 그 정도 클래스에 들어가는 거로 아는데.’
레온하르트와 엮이게 되는 건 좀 나중의 일. 그녀가 지닌 특성이 그 진가를 발휘하며, A 클래스로 올라설 때쯤 엮이는 걸로 알았다.
루나가 지닌 특성의 등급은 레어, 하지만 등급을 넘어선 특성이라고 봐야 할 무언가가 있었다.
저 사나운 성격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으니. 처음엔 그 누구도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배틀 큐어]치유라는 특성은 어딜 가도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 누군가를 치유한다는 건 피해를 주는 것 이상으로 무척 힘든 일이니까.
그런데. 저 루나가 지닌 ‘배틀 큐어’라는 특성은 오묘한 면이 있었다.
자기가 상처입힌 피해량만큼 누군가를 치유해줄 수 있다. 흔히 ‘조건부 치유’라는 소리였다.
아직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카데미에 없고, 루나 자신마저 자신의 능력의 진가를 알지 못한다는 것까지.
그리 생각을 정리하다 무심코 아차 했다.
‘잠깐. 생각하면 내가 루나랑 친해져야 하는 건가?’
첫마디부터 기분 나쁘게 대해 오길래 나도 똑같이 쏘아붙이며 냉대했다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루나의 능력이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중반 이후. 주인공과 거의 필수처럼 붙어 다닐 정도로 뛰어난 치유 효과를 지녀 큰 활약을 하니까.
“…하.”
감정에 치우쳐 그릇된 판단을 한 건가,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오면서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째선지, 루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흥!”
놀란 듯 날 바라보는 것도 잠시 바로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리는데, 보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그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날 보고 있던 거지?’
그럴 이유가 있나 싶던 차.
서서히 사람들이 하나씩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잠시만 지나갈게요.”
“네. 지나가세요.”
그렇게 서서히 주변에 도착하는 사람들을 맞이하면서도 루나에게 흘깃 시선이 갔다.
‘저 성격 나쁜 루나 옆에 과연 누가 앉을 수 있을까.’
지금은 그냥 그게 궁금했다.
내 예상대로 루나와 관련해서 소란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저리 가.”
“…뭐라고?”
“저리 가라고!”
누군가 자기 근처에 앉으려 하면 루나는 계속해서 되지도 않는 트집을 잡아 앉지 못하게 했고, 그에 사람들이 그녀와 한 칸씩 떨어진 자리에 자리를 잡게 됐다.
그로 인해 밀려난 사람과 근처에서 지켜보는 사람. 모두가 불편한 기색을 띠었지만, 루나는 그저 당당했다.
‘저렇게 뻔뻔한 것도 능력이다. 진짜.’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설마 루나가 홀로 고립되려는 건가 싶었다.
아무리 아카데미가 능력 위주라지만 저렇게 모든 사람을 배척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클래스 모두가 그녀를 멀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루나~”
밝은 음성과 함께 검은 단발의 여성이 루나에게 다가서자, 나는 그만 조금 놀라고 말았다.
“밀리아. 정말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미안. 루나, 내가 많이 늦었지? 계속 더 좋은 액세서리가 있다고 어머니가 붙잡아서 늦었어.”
“아무튼, 바로 여기 앉아. 진짜 내가 너 기다린다고 얼마나 어색했는지 알아?”
그 삐딱한 태도의 루나가 칭얼대듯 부드럽게 말하자, 밀리아라 불린 여성은 웃으며 바로 곁에 몸을 앉혔다.
곧이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데. 순간 나는 사고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 루나의 곁에 몸을 앉히는 여성.
검은 단발과 함게 장난기가 가득한 묘한 인상, 그리고 무엇보다 ‘밀리아’라는 이름까지.
‘쟤도 C클래스란 말이야?’
루나와 마찬가지로 오늘 처음 보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여성이었다.
B 클래스 말단으로 루나의 단짝으로 나오는 여성. 그것도 루나가 끔찍이도 아끼는 단짝이라 은근히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가 밀리아란 여성이었다.
소설 묘사를 보곤 외모로 구분할 수 없었는데 주연 친구 보정이라도 있는 건지, 흑색 단발의 꽤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나는 루나가 왜 지금 C클래스에 배정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당장 루나만 떼놓고 보면 그녀는 C클래스에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속한 가문인 베르몬트 백작가와 레어 특성이면 어지간해선 B 클래스를 주기 마련이니까.
그런데도 그녀가 C클래스에 있는 이유.
아마 루나의 성격을 생각하면, 아마 B 클래스에 갈 성적을 받았다고 해도 자진해서 C클래스에 오려 했을 것이다.
‘단짝인 밀리아가 C클래스를 받았다면….’
그렇겠지. 밀리아 때문에 아카데미에 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자가 루나니까.
친구따라 강남가는 게 아니라 자기 인생도 걸 여자가 ‘루나’라는 여자였다.
이후 더 이상의 소란 없이 자리가 서서히 채워지자. 입학식은 슬슬 시작되는 듯했다.
C클래스 외에도 클래스 대부분엔 수많은 사람이 이미 자리해있었고, 대강당을 비추던 화려한 불빛 역시 서서히 꺼져갔다.
그건 곧 연설이 시작된다는 것을 뜻했다.
그렇게 대강당의 앞쪽 무대만을 환히 비추며, 연륜이 느껴지는 사람이 선단에 오르자. 엄숙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먼저. 제국의 무궁한 영광과 미래를 이끌어갈 수많은 생도를 처음 보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저를 처음 보실 여러분을 위해 제 소개부터 하자면 중앙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의 총장을 맡고 있는 ‘로스왈드 데벨론’이라 합니다. 올해는 제국의 미래를 밝혀줄 더욱 특별한 생도들이…….”
제법 차분한 음성과 배려 깊은 말투의 총장이 생도를 둘러보며 말을 잇자, 나는 반쯤 흘려듣듯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루나와 밀리아.
거의 주·조연급 인물이라 부를 수 있는 인물들을 만나게 됐다.
그럼 혹시 더 중요 인물이 근처에 있을까 둘러보던 중 딱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각양각색의 머리칼과 하나같이 신기한 외모를 지녔지만, 내가 소설에서 본 주·조연급에 부합하는 특징을 지닌 사람은 없는 듯했다.
‘하긴 C클래스에 그 정도 인물이 있을 리가.’
C클래스엔 볼 사람이 없다 싶어, 텀을 두고 자리한 B 클래스로 시선을 둔 그때.
“그럼 올해 입학시험 수석! 생도 대표. 레온하르트 로라이언트!”
갑작스러운 총장의 외침에 나는 멍하니 선단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저벅.
저벅.
차분한 걸음 소리가 정적으로 얼룩진 대강당 위로 조그맣게 울려 퍼져 나간다.
서서히 선단에 올라 총장을 마주하게 된 훤칠한 금발의 남성.
A 클래스를 상징하는 하얀색 금빛이 섞여 있는 생도복이 인상적인 것도 잠시.
나는 그 남성의 모습을 눈에 각인시키게 됐다.
‘저 남자가….’
바로 이 세상.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의 주인공.
ㅡ레온하르트 로라이언트.
그가 지금 선단에 올라와 있었다.
“레온하르트 로라이언트. 입학시험 수석으로 총장님을 마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도 영광입니다. 레온하르트 생도. 그럼 아카데미의 전통에 따라 입학시험 수석을 차지한 레온하르트 생도의 축사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의 음성이 대강당을 울리자, 나는 모두 알고 있음에도 멍하니 시선이 갔다.
당장 내가 어떻게 아카데미에서 지낼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우선 저 레온하르트에게 내 미래가 달려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이 세상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봐야겠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레온하르트만큼은 반드시 살아야 하며, 이 세상에서 모든 고난과 역경을….
저 레온하르트라는 남자는 반드시 헤쳐나가야만 한다.
“와. 엄청 잘생겼다.”
“그러게. 되게 잘생겼네.”
“쟤가 올해 수석이야?”
“듣기론 레전더리 특성이라던데.”
그전까지 조용하고 엄숙했던 주변 생도들로부터 온갖 말이 새어 나오자, 픽 웃음이 나왔다.
‘하긴 이게 주인공이지.’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니까.
쏟아지는 관심 자체가 다르다는 걸 체감하게 되는 듯했다.
그렇게 축사를 읽어나가는 레온하르트를 바라보던 나는 그 시선이 어디론가 향해 있다는 게 느껴졌다.
살며시 그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리자 옮기자, 나는 놀라고 말았다.
‘글레시아?’
본래라면 글레시아와 같은 반일 수 없는 전개여야 하지만. 지금 레온하르트는 글레시아가 있는 곳을 보는 듯했다.
그것도 이미 접촉이 있었는지, 레온하르트는 축사를 이어가면서도 글레시아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글레시아는….
“응?”
왜 날 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