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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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길고 길었던 레온하르트의 축사가 끝나자, 나를 향한 묘한 시선도 함께 사라져갔다.
일찍이 글레시아와 시선을 마주친 그때. 그녀는 그대로 시선을 돌렸다.
다만 그 후에도 뜨문뜨문 글레시아로부터 시선이 느껴지는데. 한번 자각하니까 그녀가 날 보고 있다는 게 확연히 느껴질 정도였다.
‘이상하네.’
글레시아가 왜 날 바라보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어제와 그제 몇 번의 만남이 그녀에겐 인상적으로 남았다던가. 그게 아니면 나와 시간을 보내야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호기심을 더욱 크게 부풀렸던 건 아닐까 싶었다.
…
이후에도 이어진 입학식은 간결한 말이 주를 이루었다. 대체로 생도에게 필요한 마음가짐과 관련된 얘기가 주를 이뤘다.
대부분 흔해빠진 얘기들.
자신이 가진 힘으로 약자를 돕고, 능력을 활용하여 제국에 기여하며 각자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등등….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곳에 있는 생도! 모두가 하나같이 빛나는 보석과 같기에 다들 가슴에 큰 자부심을…….”
그리고 연이어진 말에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났다.
‘모두가 빛나는 보석이라.’
정말 그럴까.
내가 알기론 아카데미 입학이란 1단계 관문에 지나지 않았다. 입학한 후에 대다수 서로가 지닌 특성의 차이와 현실에 치인 사람은 수없이 많았다.
흔히 ‘도태’된다는 거였다.
학기 내에서도 자기가 더 올라갈 수 없고, 졸업해도 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 빠지는 대다수 생도.
그래서 자기 클래스에 머물며 하루하루 시간을 허비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던가.
지금 당장 드넓은 대강당에 있는 생도의 수는 내가 알기로 얼추 천여 명 정도. 각 클래스당 정원은 250명 정도이며, A1, A2와 같이 클래스 내에서 나뉜 세부 클래스엔 한 클래스당 대략 50명 정도씩 분류되어 있다.
올해 입학한 ‘전투 클래스’에 한해서만 이렇게 많은 생도가 있다는 거였다.
그 외에도 공간이 분리된 아카데미 내 다른 공간엔 다른 해에 입학해 있을 다년차 상급 생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더불어 우릴 가르칠 아카데미 교관을 비롯해 여러 구역을 담당하는 시설 직원, 그 외에도 혹시 모를 위험 사태를 대비해 존재하는 아카데미에 상주하는 여러 기사와 마법사들까지…….
가히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이 이 아카데미에 있었다.
제국의 모든 힘을 기울인 공간이라 봐도 무방한 곳.
바로 이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에.
“……그럼 이만 입학식을 마치겠습니다.”
총장의 말이 끝나 입학식은 그렇게 끝을 맞이했다.
“드디어 끝났다. 혹시 근처 카페 알아? 거기 애플파이가 엄청 맛있는데.”
“애플파이? 나 애플파이 엄청 좋아하는데!”
입학식 사이 벌써 친해진 건지. 삼삼오오 모여 이동하는 몇 일행을 바라보며 나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친구란 걸 만들긴 해야할 텐데.’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괜히 마음이 착잡했다.
당장 내 특성도 특성이지만, 아카데미라는 걸 생각하며 나 혼자 지낼 순 없었다.
두루두루 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이 중요시되는 거였다.
그런데 내겐 마음에 걸리는 게 없잖아 있었다.
내가 C클래스에 배정받았다고 하나 대다수가 지닌 특성의 평균은 ‘레어 특성’일 것이다. 커먼 등급이면 거의 99% D클래스로 입학하는 게 평균이니까. 커먼인 내가 섣불리 먼저 말을 걸기엔 참 묘한 면이 있었다.
저벅.
그렇게 걸음을 옮겨가던 차.
툭툭.
갑자기 어깰 두드리는 손짓에 고갤 돌리자, 주황빛 단발을 지닌 남성이 보였다.
제법 호쾌한 인상에 밝게 미소짓고 있는데. 순간 무슨 용무인가 싶었다.
“너도 아카데미 적응하기 어렵나 봐?”
“어… 뭐, 그렇지.”
갑작스레 말을 걸어와 놀라면서도 뭔가 싶었다.
“그럼 너나 나나 같은 처지네. 너도 보다시피 나도 C1 클래스거든. 이름은 어디 보자, 한천성…? 꽤 신기한 이름이네. 내 이름은 다비드. 편한 대로 불러.”
내 명찰에 적힌 이름을 바라보며 제법 살갑게 말을 걸어오는데, 얼떨결에 고갤 끄덕이게 됐다.
“그래. 다비드….”
“한천성. 너 이후에 따로 약속 같은 건 없지? 난 이대로 아카데미 좀 한번 둘러보고 기숙사 가려는데. 시간 괜찮으면 같이 둘러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약속은 없어. 그렇게 말해주면 나야 고맙지.”
답하면서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린 것 같았다.
첫 강의를 듣기 전까지 꼬박 혼자 지내야 싶던 차. 성격 좋아 보이는 애가 다가왔으니까.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걸 보면 아마 엑스트라 같긴 한데.’
뭐, 친하게 지내는 것에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싶었다.
“이야. 아카데미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그래도 입학식부터 이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할 줄 몰랐는데. 솔직히 말하면 난 좀 신기한 거 있지.”
“그렇지.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모이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에이, 그런 것치곤 한천성. 넌 좀 태연해 보이던걸? 솔직히 난 친해질 사람 찾다 보니까 네가 바로 눈에 띄었거든, 그런데 입학식 내내 넌 태연하게 여기저기 잘 둘러보더라고.”
“그거야 뭐… 내가 원래 좀 겁이 없는 편이거든.”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출구로 향하던 차. 머지않은 거리에서 걸음을 옮기는 루나와 밀리아 두 사람이 보였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는데.
“…?”
우연히 다시 시선이 마주치자.
휙.
루나는 바로 고개를 돌리는데, 그 모습만으로 벌써… 나는 그녀와 친해지긴 글렀다는 걸 느꼈다.
“이야. 한천성.”
그러다 다비드가 묘한 음색으로 부르자, 다시금 시선을 원위치했다.
“어?”
“너 이 자식. 벌써 여자 생도 보고 있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에이. 우리끼리 뭘 숨기려 해. 너 지금 핑크 머리 여자 본 거 맞잖아. 우리랑 같은 C1 클래스 같던데 대신 아까 말하는 거 한번 들어보니까. 성격이 되게 거세 보이더라고.”
능글맞은 음성으로 물어오는데, 순간 정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내가 저 여자를?’
이후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날지언정. 루나는 절대 아니었다.
난 성격 좋은 사근사근한 여자가 이상형이었다.
“아니. 그냥 어쩌다가 본 거야. 진짜 관심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 난 솔직히 우리 클래스 내에선 가장 예쁘다 싶어서 시선이 가던데. 하긴 저렇게 성격이 거세서야 누가 다가가겠나 싶겠다.”
조금 아쉽다는 다비드의 말에 나도 완전 공감이 갔다.
루나 베르몬트.
객관적으로 꽤 예쁜 외모와 더불어 누가 봐도 눈에 띄는 머리색과 헤어스타일은 꽤 인기가 있었다.
당장 지금도 그녀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한번씩 시선을 주며 지나치고 있으니까, 하지만 정작 다가서는 사람은 없지만…
어떻게 보면 인성 좋은 레온하르트와 엮일 수밖에 없는 히로인 역.
루나의 성격은 개차반 중에서도 개차반이었다.
‘그런데. 내가 저 여자와 엮이긴 무슨….’
앞으로 같은 클래스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괜한 불똥이 튀지 않게끔 나는 루나를 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한천성. 그러고 보면 넌 특성이 뭐야?”
그렇게 다비드와 대화를 예상했던 질문이 나오자, 속으로 멈칫했지만. 겉으론 태연함을 유지했다.
“…창술.”
“…창술?”
“응. 커먼 특성이야.”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먼저 내게 다가와 성격 좋게 말을 걸어와 친구가 되면 좋겠다 싶었지만. 솔직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내 특성을 듣고서 묘한 태도를 보인다면 거기서 끝이니까.
자연스레 다비드를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놀란 듯 눈을 깜박거리는 게 보였다.
“너도 좀 신기하지?”
웃으며 난 여기 까진가 하며 말을 걸었다.
“어…솔직히 말하면 정말 예상외였거든. 당연히 난 네가 레어 특성일 줄 알았는데. 커먼 등급에 창술이라니… 그것도 근거리계열이잖아.”
“그렇지. 근거리계열이니까.”
구체적인 질문에 답하면서 다시 느끼게 됐다.
이 세상에선 특성에 귀천이 명백히 있다는 걸.
그것도 당장 레전더리, 유니크, 레어, 커먼 네 등급의 특성 외에도 근거리와 원거리에 따라 나뉘었다.
보통 근거리계열이 원거리 특성과 비교하면 낮게 보는 경향이 있고, 그런 의미에서 내 특성을 보자면 정말 보잘것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커먼인데, 근거리계열의 특성이기까지 하니.’
지금도 날 놀란 듯 바라보는 다비드의 눈을 마주치며 그 기색을 살폈다.
내 말을 듣고 날 아래로 본다면 같이 지내려야 지낼 수 없으니까.
그런데.
내가 예상한 다비드의 반응과 좀 달랐다.
“이야 한천성. 너 진짜 대단한데.”
“내가… 대단하다고?”
처음 듣는 감탄사에 시선을 주자, 다비드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커먼 등급에다 근거리라며. 그런데도 넌 지금 C1 클래스에 들어온 거잖아? 그럼 넌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내가 강하기는 무슨… 난 그냥 커먼 특성인데.”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더 대단하다는 거지. 보통 커먼 특성은 D 클래스에 가기 마련이잖아? 그런데 넌 C클래스 중에서도 최상위인 C1 클래스를 커먼 특성으로 들어온 거니까. 그건 네가 그만큼 강하다는 거 아니겠어?”
날 얕잡아보긴커녕. 역으로 감탄사를 비추며 밝게 웃는데.
그 눈을 바라봐도 날 아래로 보는 기색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태 내 특성을 들은 사람 중 처음 보는 반응에 얼떨떨하면서 나는 멍하니 되물었다.
“처음 듣는 말이라 되게 신기하네. 그래서 다비드. 넌 특성이 뭔데?”
“내 특성은… 집중 강화라는 특성이야.”
“집중 강화?”
“구체적으론 말하면 레어 등급이고, 쉽게 말하면 나는 무엇이든 강화하는 힘이야. 단순하게는 내 신체와 같은 팔다리부터, 조금 더 응용하면 손에 쥐고 있는 여러 도구까지 강화할 수 있지. 사실 아직은 나도 숙련이 좀 덜돼서 도구 강화는 힘들긴 하지만….”
끝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흐리자, 나는 더 어이가 없었다.
“그거 완전 좋은 특성 아니야?”
“에이. 내가 좋은 특성은 무슨. 진짜 좋은 특성 지닌 애들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닌걸.”
다비드가 너스레를 떨며 고개를 가로 짓는데, 나는 더 이해할 수 없었다.
ㅡ집중 강화.
이름과 달리, 내용 설명을 듣자마자. 나는 그 특성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보였다.
정말 단순하겐 신체 강화로 볼 수 있지만. 그것과 비교하면 훨씬 몇 수 위에 있는 능력이라고 할까.
어떤 무기를 다루며 강화하거나, 혹은 도구를 강화할 수 있다.
그건 자기가 직접 전투를 치르기에도 좋고, 혹은 지원 역할을 하기에도 모두 좋다는 거니까.
그리고….
‘그런 사기 특성을 가지고 날 아래로 보지 않는다고?’
그 시선이 더 이해가 가지 않던 차.
툭.
다비드의 걸음이 돌연 멈췄다.
“한천성.”
“어. 왜?”
“…아무래도 저 사람 너 보러 온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