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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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사람이 낯설다.
사람과 어울리는 게 낯설다면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 또한 익숙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많이 대화해보고, 자주 다른 사람과 만나 봐야 차츰 대인관계가 익숙해지는 법인데. 사람에게 다가서는 게 낯설게 느껴지면 그 전제부터 성립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내성적인 사람일수록 찾게 되는 사람이란 한정되어 있었다.
비교적 자신에게 익숙한 사람. 이미 말을 터놓고 큰 고민 없이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그리고 지금.
글레시아도 그랬다.
아카데미에 그녀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아카데미 외에도 평소 자주 만나는 사람이 없는 편이기도 했다.
그녀는 평소 혼자 있는 게 익숙하고 또 편했으니까.
그녀의 취미마저도 자기 특성이 밝혀지기 전까진, 주로 독서를 할 정도로 조용한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ㅡ@#$%.
입학식이 끝나 삼삼오오 모여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
글레시아는 조금 멍했다.
‘다들 어떻게 저렇게 빨리 친해지는 걸까.’
과거 언니가 두루두루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것도, 누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어올 때 답하는 것도 뭔가 낯선 기분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좀 석연찮았으니까.
‘많은 사람과 있는 건 확실히 불편해.’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저 너머로 시선이 갔다.
지금 내가 있는 A클래스와 꽤 거리가 떨어져 있는 C클래스 쪽으로.
나와 같이 있으면서 내 태도에 어색해하지도 않았고, 자신감 있고 태연하게 말을 받아준 사람.
ㅡ한천성.
C클래스에서 시선을 두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 외모는 단연 눈에 띄었으니까.
검은 머리와 검은 눈, 다른 사람에 비해서도 그게 특징적이라 찾기는 쉬웠다.
겨우 며칠 전에 알게 되었고, 자신이 그를 이해하기 위한 관계라는 평범하지 않은 관계가 정립되었다.
말을 나누면서도 생각 이상으로 내 마음은 편했다.
내가 가만히 있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천성은 어색해하지 않고, 덤덤히 받아주었으니까.
다른 사람과 그 남자가 다르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야.
지금 내게 질척대는 남자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글레시아. 입학식이 많이 지루했지?”
“응.”
짧게 답하면서 시선을 준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나와 같은 A클래스 생도복이었고, 밝은 금발과 잘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뚜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띄었다.
ㅡ레온하르트 로라이언트.
입학식 내내 자주 말을 걸어왔다.
레전더리 특성으로 나는 이미 이 남자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마주하자 확실히 평범하지 않은 특별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말을 나눌수록 내 기대에는 못 미치는 기분이었다.
분명 레전더리 특성에다 심상치 않은 기도는 느껴지는데….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걸까.’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시선이 갔다.
“글레시아, 괜찮으면 아카데미 같이 둘러보지 않겠어? 오늘이 처음이라 같이 둘러보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지금 내게 살갑게 말을 걸어오는 태도가 무엇보다 묘하게 느껴졌다.
가진 특성과 뛰어난 외모. 모두가 다 평범함이랑 거리가 먼데, 뭐라고 말하기 힘든 느낌이 없었다.
분명 말하는 음성도 자신감에 차 있고, 연 푸른빛의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모습엔 자신감마저 보인다.
“…”
말없이 시선을 마주쳐가면서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 남자는 자신감이 있다고.
그런데.
그게 내겐 이상하게 ‘한천성’이란 남자를 떠오르게 했다.
레온하르트와 한천성 두 남자. 모두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신감의 종류는 크게 달랐다.
지금 레온하르트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고,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어쩌면 당연했다.
레전더리 특성이 있는 데다 무척 뛰어난 외모. 지금도 주변에 있는 다른 여생도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실히 느껴질 정도로 모두가 호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레온하르트 역시, 그것을 당연시하는 듯했다.
아니, 당당할 수밖에 없는 거였다.
모두가 자신을 그렇게 보고 있으니까.
‘그렇구나.’
무심코 깨닫게 됐다.
지금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비범하고, 특별한 레온하르트라는 남자를 보면서 내가 왜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는지, 아무런 느낌이 없는지.
그 이유는 너무 쉬웠다.
‘너무 당연한 거구나.’
레온하르트의 행동과 모습엔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있고, 그 이유에 확실한 근거가 이 남자에겐 두루 갖춰져 있으니까. 지금 내게도 이런 자신감에 찬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될 정도.
그래.
내게 레온하르트란 남자는 너무 이해하기 쉬웠다.
그래서 도리어 흥미가 가지 않는 거였다.
“…글레시아?”
내가 말없이 계속 시선을 마주쳐가자, 어색하다는 듯 물어오는데.
그만 그 모습에 조금이나마 있던 흥미가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이 남자는 그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행동할 뿐이었다.
한천성을 보며 느낀 여러 의문과는 그게 무엇보다도 달랐다.
“미안.”
단답으로 답을 전하자.
“아하하. 아니야. 미안하긴 뭘. 그냥 내가 좀 갑작스러웠으니까. 글레시아 네가 그렇게 답할 수 있다고 생각해.”
부드럽게 말을 받는 레온하르트를 바라보며 나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하나둘, 출구로 떠나가는 인파를 따라서.
사락.
조금 놀란듯한 레온하르트를 가볍게 지나치면서, 나는 이 남자에게 말을 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데도 흥미가 일지 않으면, 거기서 끝일 뿐이었다.
‘언니에 비하면 이 남자는 평범해….’
레온하르트의 특성이 레전더리로 우리 언니와 같다고는 하지만. 그냥 단지 ‘같을’ 뿐이었다. 동급의 특성을 지녔다고 해도, 사람은 그 안에서 수없이 나뉘는 법이니까.
내가 언니와 같은 눈높이에 도달하기 위해선. 이 남자는 딱히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
그래서 나는 저 멀리 걸어가는 한천성을 눈에 담게 됐다.
벌써 누구와 친해진 건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향하는 방향은 자연스럽게 출구에서 한천성이 있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커먼이란 보잘것없는 등급인데. 너무나 다른 남자.
그리고 내가 이해할 수 없게 만든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던 남자.
며칠 전 나는 저 남자에게서 언니의 그림자를 느낄 정도로 특별함을 느꼈으니까. 나는 지금 저 남자를 이해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사락.
사락….
한천성을 따라잡으려 하자, 걸음을 옮기는 속도는 자연스레 더 빨라졌다.
***
사락.
내게 ‘그냥’이란 어이없는 답을 준 글레시아와 걸음을 맞추면서, 우린 자연스럽게 아카데미를 둘러보게 됐다.
나와 그녀는 다른 생도복을 입고 있기에 사람들 눈에 띄었지만. 아카데미를 둘러보긴 해야 했다.
당장 내일부터 강의가 시작되는데, 강의실이 어딘지도 모를 순 없으니까.
저벅.
그렇게 C1클래스 강의실에 먼저 발을 내딛자, 나는 무엇보다 강의실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고 말았다.
‘대학교 강의실보다도 넓은데?’
본래 현실에서 다니던 대학 강의실보다도 지금 보게 된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 내 강의실이 훨씬 넓었다.
강의실 내엔 쓰임새를 알 수 없는 여러 도구라던가, 수업에 필요한 기기들이 놓여있는 듯한데. 그게 마냥 신기할 뿐이었다.
“C클래스인데도 강의실 되게 넓네.”
“그러게.”
내 말을 따라 답하는 글레시아를 흘깃 바라보며 강의실을 천천히 둘러봤다.
강의실 내부에 나와 같은 생도복을 입은 사람이 더러 보였지만. 나는 이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앞으로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곳. 이 강의실을 보며 괜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제야… 나는 시작하는 거구나.’
영문도 모른 채, 이 세상에 떨어진 지 어느새 3달 가까이 지난 지금.
정말 지금에서야 시작하는 것만 같았다.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라는 이 세상에서 진정한 내 인생을…….
“…”
그리 생각하며 조금은 들뜨는 기분 속. 나는 사람의 이목이 서서히 우리에게 집중되는 걸 느꼈다.
힐끔대듯 시선을 주는 빈도가 늘자,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로 그 시선의 대상은 내가 아니었다.
바로 내 곁에 있는 글레시아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들.
‘저 신기한 시선도 성적이 나오면… 완전히 바뀌겠지.’
지금이야 클래스를 배정받았을 뿐. 신기한 듯 시선을 주고 있지만. 저 시선들이 머지않아 시기와 질투, 그리고 경외와 같은 시선으로 바뀌는 걸 나는 안다.
ㅡ클래스의 차이.
시간이 지날수록 좁힐 수 없는 특성의 격차를 체감하며 차별 혜택을 받는 순간. 너무나 자연스럽게 클래스 간의 갈등으로 번지게 되니까.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는 생각 이상으로 냉정했다.
성적부터 클래스 내 성적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S~D까지 분류된 클래스를 종합으로 평가하고서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니까.
한마디로 ‘전체 등수’로 분기별 성적으로 나오는 거였다.
천 명에 달하는 이번 클래스 생도 중 자기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매번 평가받는 거였다.
“…”
그걸 생각하자, 벅찼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받음에도 담담히 내부를 바라보는 글레시아. 그녀가 얼마만큼이나 최상위권에 있게 될지 나는 아니까.
사실 내게도 남 일이라 볼 건 아니었다.
내 첫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는… 나도 걱정해야할 판이니.
“글레시아. 이만 C클래스 강의실은 다 둘러본 것 같은데. A클래스로 갈까?”
여러 시선이 거슬려 말하자, 글레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락.
먼저 몸을 돌려 강의실 밖으로 향하는데 그녀와 걸음을 맞춰가면서도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ㅡA클래스.
그중에서도 A1 클래스.
C1클래스 생도들이 C1클래스 강의실을 둘러본 것처럼. A클래스 생도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나는 당연히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의 주인공인 레온하르트를 비롯해 온갖 괴물과 같은 특성을 지닌 생도들을
‘기죽지 말자.’
걸음을 옮기면서도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내가 나에 대한 자신감을 잃는 순간 모든 게 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