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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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선공(先攻).
대련 혹은 결투에서의 선공이란 무척 중요했다.
먼저 공격하느냐 아니냐는 승부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넓게 보면 여러 방면에서도 그랬다.
먼저 행동하고, 먼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 경우가 다수였다.
그리고 창을 다루는 자에게 있어서 선공이란…….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닌 말이기도 했다.
…
“좋아. 그리 말해주면 고맙지.”
선공을 양보한다는 레온하르트의 말에 천성은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그리고 곧바로 마나를 활성화했다.
ㅡ!
팔과 다리에 은은히 맴도는 푸른빛.
입학시험에 보인 것처럼 얼마 없는 마나를 창에 깃들게 하는 것이 아닌. 천성은 자신의 몸에 마나를 둘렀다.
그건 움직임을 더욱 가속하기 위함이었다.
툭!
그렇게 천성이 자리에서 한걸음 떼어낸 순간. 그의 몸은 가히 한 줄기 빛과 같이 쏘아지고 있었다.
“…”
시야로 들어오는 여러 사물과 배경. 그리고 목표인 레온하르트의 전신이 급격히 확장되어 눈에 들어온다.
슈욱!
인지하며 창을 내지른 손끝은 마치 창과 일체가 된 듯 가볍게 대기를 가로지르고 있었으며, 대련이니만큼 급소인 심장과 머리를 노리지 않았다.
지금 내가 노리는 것은 레온하르트의 오른쪽 어깨.
단 한 호흡 만에 거리를 좁힌 것으로 공격 범위에 도달했다.
그리고 예상했다.
‘대처해오겠지.’
레온하르트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특성의 차이는 분명했고, 내가 그를 일 합에 끝내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초반. 특성 레벨이 낮은 이때부터 내가 절대 대항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말도 안되는 차이가 나는 건 아니었다. 물론 나중 가선 비교할 수조차 없이 그 차이가 벌어지긴 한다만. 지금 당장은 내가 주인공에게 비벼볼 여지가 있다는 소리였다.
예상대로 레온하르트가 예상외의 내 속도에 놀란 눈빛으로 검을 맞대어 오자.
채앵!
마주친 검과 창날에서 커다란 불꽃이 튀며 창날은 크게 튕겨 나갔다.
레온하르트의 손짓은 가볍게 쳐낸 듯한 움직임인데, 그걸 마주한 내 손아귀에선 벽을 마주한 것처럼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역시 주인공인가.’
기본적인 능력치부터 우월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미 예상했으니까. 예상한 일에 놀라지 않는 거였다.
휙!
튕겨 나간 창대를 그대로 한차례 회전하며 힘을 흘려내듯, 재빠르게 다시 창을 내지른다.
챙!
첫 합에 이어 당연하게도 두 번째 공격 역시 레온하르트의 검에 튕겨 나갔다.
그것 역시. 상관없었다.
예상했고, 이 상황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거니까.
그 증거로 레온하르트는 지금.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절대 멈춰선 안돼.’
회수한 창을 휘두르는 손이 더욱 빨라지며, 신속하게 창을 내지른다.
채챙!
변수를 두듯 약하게 찌른 창이 처음 크게 튕겨 나오자, 회수하는 힘을 이용하듯 가로로 베어내자. 날카로운 쇳소리는 거의 연달아 울려 퍼졌다.
그렇게 시작된 창과 검의 마주침.
무장과 무장끼리의 맞부딪침은 비유하자면 일종의 박수와도 같았다.
한손으로 박수를 칠 수 없듯이, 마주칠 수 있는 손이 있어야만 제대로 박수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소리는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채채채채챙!
내지르고 또 내지르는 창은 끊임없이 검에 튕겨 나오며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연신 불꽃이 터져 나왔다.
내 공세가 무의미하게 막히는 것처럼 보임에도, 마음은 더욱 불타올랐다.
‘괜찮아.’
나는 지금 공세를 취하고 그게 막혀갈 뿐이지.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박수를 치듯 한 손으로 다른 한손을 연달아 후려치는 형태의 공세.
그야 당연했다.
레온하르트는 지금 검을 내질러도 내게 닿지 않을 거리에 있는 반면, 나는 레온하르트에게 맹렬한 공세를 취할 수 있는 리치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거기다 레온하르트가 도중 내 창을 강하게 쳐내면 쳐낼수록. 그 힘을 이용하며 더욱 강하게 창을 내질러 레온하르트가 다른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든다.
무한히 창을 내지르고, 그 창을 쳐내는 일종의 연쇄가 완성되고 만 거였다.
그리고 지금의 공세를, 나는 대련 끝까지 유지할 생각이었다.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레온하르트는 창에 익숙지 않다.
아니, 그 누구도 익숙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교묘한 리치의 우위를 점하며 공세를 끝없이 펼쳐가는 건 오직 창만이 가능했으니까.
서서히 시선을 마주쳐가자, 나는 볼 수 있었다.
“…….”
내게 선공을 양보할 때까지만 해도 미안함을 띠고 있던 레온하르트의 눈빛. 그건 지금 누가 보더라도 완전히 굳어 있었다.
자신의 예상과 다른 현실.
커먼이라 얕볼 수밖에 없는 특성이 사실은 기이할 정도로 강한 면이 있다는 걸 알기 힘들 테니.
채채채챙!!
어느새 무아지경에 가깝게 창을 내지르고 있었다.
창을 내지르고 튕겨 나오고, 그리고 회수하며 동시에 다시 내지른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달간 허공에 수천 번 내지르고 베어가던 손짓이 아닌. 이렇게 무장을 마주쳐가면서 울려 퍼지는 창의 느낌이란 내게도 특별했다.
그리고….
나조차도 날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첫 대련에 익숙하게 창을 내지를 수 있다는 게.
채채채챙!
지금도 내 창을 쳐내는 것으로 레온하르트가 반격할 틈은 없어 보였다.
창을 내지르는 내 눈에 그게 더 뚜렷하게 보였다.
어깨, 허벅지, 옆구리, 팔 등등… 가히 급소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노리는 내 창은 회수하는 사이 다음 레온하르트가 방어하기 어려운 부위를 노리고 있었다.
그걸 레온하르트가 모두 쳐낸다 하더라도 그게 끝이었다.
레온하르트가 역으로 내게 공세를 취해올 방법은 없다.
억지로 틈을 내어 공세를 취해 오려 한다면. 나는 그렇게 드러난 레온하르트의 틈을 노리고 동귀어진을 택할 생각이었다.
“…”
지금 나와 시선을 마주한 레온하르트도 그걸 직감하고 있을 터.
그렇기에 레온하르트는 수비하면서 굳은 표정을 띠고 있는 거겠지.
그러면서도 점차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미친 듯이 내지르는 창. 힘을 아무리 흘려내고 역이용한다고 해도. 완전히 흘려내지 못해 몸엔 서서히 삐걱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즐거웠다.
‘승기는 이미 굳혀졌어.’
선공을 양보한 순간 이미 이렇게 될 현실은 확정된 미래와 같았고. 나는 그걸 그대로 실현해 보였다.
한 번의 휘두름으로 대지가 갈라지며, 하늘을 갈라낼 듯한 말도 안되는 무력을 보유하게 될 주인공의 특성.
ㅡ창천일검.
그건 먼 훗날의 이야기였다.
지금 레온하르트가 휘두르고 받아치는 검에 그렇게 말도 안되는 힘을 담을 순 없었다.
채앵!
순간적으로 내지른 창이 이전과 달리 더욱 강하게 튕겨 나오자, 창을 쥔 내 손 역시 강하게 떨렸다.
레온하르트가 수세에 몰려있으면 답이 없다는 걸 느끼고 강수를 두었다.
그의 검에 미세한 푸른빛이 깃들어 있는 게 보이자, 입가에 자리한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억지로 틈을 만들어내봤자.’
큰 힘에 높이 올려진 창을 따라 나는 강제로 그 자리에 서 있으려 하지 않았다.
되려 그 힘을 이용하며 돌연 지면을 박찼다.
툭.
슈욱!
지면을 박차자마자 내가 있던 공간을 가로지르는 푸른빛에 휩싸인 검이 보였다.
그것을 여유롭게 지켜보며 착지한 나는 다시금 지면을 박찼다.
툭.
그리고 다시 강렬하게 창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챙!
자연스레 이전과 같은 형세를 만들려 했다.
내가 미친 듯이 창을 내질러 공세를 취하고, 어쩔 수 없이 수비를 취한 레온하르트는 내 창을 쳐내는 것만으로 급급해하는 그 형세가 다시 이루어진다.
채채채챙!
귓가를 강타하는 창날과 검이 마주치는 운율이 귓가를 다시 두드리자, 차분히 생각했다.
‘…이대로 끝까지.’
창을 휘두르는 팔에서 일찌감치 감각이 사라진 상태였다.
들고 있는 창이 무겁다고 느낀 지는 사실 튕겨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느꼈다.
그런데 그걸 무시했다.
레온하르트가 밀려난 거리, 혹은 다가서는 거리에 맞춰 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처음 같지 않았다.
마력 수치가 2밖에 되지 않아, 전신에 두른 마나야 진작에 사라졌고, 움직임이 더뎌진 것도 느껴졌다.
그런데 내 몸은 마치 적응이라도 한 듯, 마나를 사용하던 것과 비슷한 움직임으로 창을 내지르고 있다.
힘들고, 무겁고, 지치고, 시야가 흐릿해져 감에도.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다.
레온하르트의 검에 깃든 선명한 푸른빛.
창천일검을 사용하는 것을 바라보며 고요한 호수와 같이 마음은 가라앉았다.
‘가능해.’
이 세상의 주인공과 대등하게, 아니. 오히려 밀어붙이듯 내가 대련을 진행할 수 있다.
그건 전혀 꿈 같은 게 아니었다.
처음 느낀 패배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몸이 삐걱댐에도 창을 내질렀다.
창천일검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리치가 길어지진 않으니까. 내가 두려워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내게 닿지 않는 검을 왜 두려워할까.
어떤 소설 속 오러 같은 것처럼 이 세상은 검의 리치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물론… 나중에 가면 주인공 보정으로 그런 미친 짓거리가 가능해지긴 한다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지.’
채앵! 채앵!
이전과 달리 창과 검이 마주치며 나는 소리는 더욱 강렬하고 크게 울려 퍼졌다.
레온하르트가 진심에 가까운 힘을 담아 창을 쳐내고 있다는 게 눈으로 여실히 느껴졌다.
그렇게 창날이 크게 튕겨 나갈 때마다 나는 여유롭게 창을 회수하며 다시 창을 내지르길 반복한다.
몸에 부하가 오며 숨이 크게 가빠져 온다.
시야가 흐릿해져 감에도 괜찮았다.
다시 창을 회수하고, 창을 내지르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다.
…이렇게 끝없이 합을 주고받는 게.
이상할 정도로 즐거웠다.
***
“…”
“…”
채앵! 채앵!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쇳소리만이 대련장을 뜨겁게 달군다.
그 외에 다른 소리는 없었다.
대련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대련을 지켜보던 모두가 예상했었다.
대련을 주선한 글레시아부터 레온하르트를 따라온 유미아, 그리고 그들의 대련을 참관한 교관 아발란체. 그 외에도 대련에 호기심을 가지고 몰려든 수련장에 있던 A클래스 생도들까지.
그들은 불과 몇 분. 아니, 몇 초도 지나지 않아 한천성이 패배하는 모습을 눈에 그렸다.
레전더리와 커먼.
비교하는 게 우스울 정도의 커다란 차이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새 시간은 꽤 흘러 있었다.
대련을 진행한 지 20분도 넘어가고 있는 지금.
채앵! 채애앵!
사납게 울려 퍼진 검과 창날이 맞물리는 소리는 익숙하리만큼 사람들의 귓가에 파고들었고, 그게 금세 멈출 것 같지도 않았다.
이젠 모두가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예상을 넘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련.
분투라고 표현할 수조차 없는, 이해를 넘어선 대련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말 커먼 등급이야?”
그러다 누군가 한 마디 소리를 냈다.
그 말에 몇 사람이 멍하니 공감한 그때.
오직 ‘두 사람’만이 다른 생각으로 대련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참관인으로 대련을 지켜보는 교관 아발란체와 글레시아.
그들만이 멍하니 대련을 지켜보는 생도들과 다른 시선으로 대련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