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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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네.”
연무장을 빠져나오면서도 무심코 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솔직히 내가 이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란 세상에 떨어졌다지만, 내 몸이 바뀐 건 없었다.
저도 모르게 습관처럼 손을 흔들었지만, 그게 또 그렇게까지 매몰찬 시선을 받을 이유도 없는 거였다.
‘대체 왜 그렇게 차갑게 바라보는 거지?’
창술 3레벨을 달성한 것으로 크게 기뻐하던 것도 잠시, 기분은 묘했다.
애초에 무엇을 하든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내 얼굴도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듯 고개를 돌린 그 여자의 모습이란…….
“그렇게까지… 못 봐줄 얼굴은 아닐 텐데.”
괜히 중얼거리면서도 느껴지는 아쉬움이 더욱 컸다.
두 달간 다가갈 기회를 봤지만 분위기가 너무 묘했다.
내가 어쭙잖게 다가가면 더 멀어질듯한 유형의 사람. 딱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혹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2달간 한 번의 기회도 나지 않았다.
그게 좀 아쉬웠다.
‘높은 특성의 인맥이 있다면…’
여러모로 좋을 텐데.
생각하다 두 손을 들어올렸다.
짝.
양뺨을 살짝 두드리곤 이내 생각을 털어냈다.
1시간 정도후면 입학시험을 치를 텐데, 이제 와 그런 것에 얽매여 있을 수 없었다.
“자신감 있게 가자.”
창술을 3레벨까지 올렸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는 끝났고, 입학시험만 자신감 있게 치를 수 있다면 끝이었다.
저벅.
그렇게 저 멀리 웅장한 아카데미 건물을 바라보며 걸음을 내디딘 그때.
한천성.
그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
거리를 두고서 자신을 바라보는 묘한 시선이 있다는 걸.
***
“…3레벨?”
“그게 정말이야?”
“정말이라니까. 그 빛은 분명히 3레벨에 도달해야 나타나는 빛이었어.”
“대단한데. 하지만 그렇게 노력해도 창술이잖나.”
“그래도 아카데미 입학은 따놓은 거 아니겠어?”
“입학하면 뭐해. 창술 특성이 높아봤자, 마법 특성 1레벨보다 못할 텐데.”
연무장 내에 몇 사람이 나누는 소리에, 한 여성은 걸음을 옮기면서도 미미하게 눈가를 찌푸렸다.
사르륵.
허리까지 내려온 푸른 머리칼, 앳된 티가 남아 있지만 차가운 인상과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그녀가 걸음을 옮기자,
“…”
“…”
대다수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평범한 연무장에 있기엔 그녀의 분위기는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쉽사리 범접하기 힘든 기품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시선에도 차분히 걸음을 옮긴 푸른 머리칼의 여성의 이름은 글레시아.
정작 글레시아는 조금 전 연무장을 빠져나간 남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한천성이라고 했지….’
연무장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만 해도 시선도 주지 않았다.
창술이란 낮은 특성을 가진 자라고 소문이 났던 자였으니까. 그런데 하루가 지날수록 계속해서 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노력이 비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매일같이 아침부터 연무장에 들어와 하루종일 창을 찌르며 특성의 수련에 열중한다.
보통은 그런 하찮은 특성을 가지게 되면, 일찌감치 포기할 사람은 아카데미에 입학할 생각자체를 버리기 마련이었다.
모두 자신의 미래가 어떨지 아니까.
그런데.
‘한천성’이란 이상한 이름을 지닌 남자.
그 남자만은 달랐다.
연무장에서 홀로 창을 내지른다. 그것도 그저 허공에 창을 찌르고 또 찌르고. 한걸음 내디디며 찌르는 등.
정말 단순한 동작만을 반복할 뿐.
단지 그것이 끝이었다.
내가 검을 휘두르며 일어나는 바람과 같은 그 어떠한 현상도 없는데도, 그 남자는 이렇다 할 지친 기색조차 보이지도 않았다.
특성 검사가 끝난 후, 2달 동안 매일같이 창을 찌르길 반복하는 게 보였으니까.
‘대체 왜 포기하지 않는 걸까.’
나는 그런 남자의 모습이 어리석게만 보였다.
재능이 없는 자가, 재능을 탐내며 노력한다는 행위.
그건 마치 이미 불씨가 꺼져버린 잿더미에 불이 붙길 바라는 것처럼 헛된 노력을 쏟고 있었다.
그 남자는 대체 어떻게 그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을까.
…내가 지난 2달의 노력 끝에 다다른 [바람의 인도]가 그 남자와 ‘같은 레벨’에 있다는 것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기어코 그 하찮은 특성을 3레벨까지 올렸다는 것도 사뭇 믿기 힘들었다.
철컥.
그렇게 연무장의 나오던 나는 무심코 멈춰 서고 말았다.
머지않은 거리에 그 남자는 서 있었다.
특징적인 검은 머리에 새까만 옷을 걸친 모습은 다시 봐도 비루하기 그지없었다.
남자에게서 자연스레 시선을 돌리던 차.
짝.
뺨을 두드리는 소리에 순간 멈칫했다.
“자신감 있게 가자.”
그 이상으로 힘찬 음성이 들려오자,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깜박였다.
‘자신감?’
창술이란 보잘 것없는 특성을 가졌으면서 자신감이라니.
그렇게 남자가 걸어가기 시작하자, 나는 무심결에 남자가 향하는 방향을 확인하게 됐다.
그 방향은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가 있는 방향.
생각하면 당연했다.
이제 입학시험이 1시간도 남지 않았으니까.
사락.
향하는 방향이 같기에 남자를 뒤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이상하게 그 뒷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
저 남자도 입학시험은 통과할 것이다.
특성 레벨을 3레벨까지 올렸으니까. 예상이 갔다.
‘하지만 과연 자신감이란 말을 지킬 수 있을까.’
창술이란 하찮은 특성으로 시험관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딜 수 있을지 궁금했다.
언니를 따라서 한번 봤었던 입학시험.
어렸을 적 봤던 시험장의 모습을 나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시험장엔 평범한 자들은 그대로 짓눌릴만한 무거운 분위기를.
지금 저 앞에서 걸어가는 한천성이란 남자 역시, 자신감이란 말을 유지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
갸웃.
…천성은 고개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바글바글.
지금 그가 도착한 아카데미 입학 시험장엔 시험을 치르기 위해 줄을 선 수많은 인파가 존재했다.
천성도 그들과 같이 줄을 선 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정작 다른 느낌을 받고 있었다.
‘대체 뭐지?’
계속해서 목덜미가 서늘했다.
누군가가 계속 날 바라보는 듯한 느낌.
정작 주변을 몇 번이나 살펴보고 두리번거려도 딱히 날 보는 듯한 사람은 없었다.
“착각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괜히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아슬아슬하게 창술 특성을 3레벨을 달성한 만큼 입학시험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긴장이라도 하는 건가 싶었다.
지금도 시야엔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긴장하고 주눅 든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중 몇몇 사람은 자신감에 찬 듯 여유롭게 줄을 서고 있다지만, 그건 그저 극소수였다.
‘좋은 특성이 있는 사람은 웃고 있는 거고, 나처럼 평범하거나 근거리 계열의 특성 받은 사람은 주눅 들어 있다고 봐야겠지.’
…생각하면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지금 줄을 선 수많은 사람 중 90%는 웃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10%나 합격하면 합격률이 높다고 봐야 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좋은 특성을 받지 못했으니까.
그런데도 지금 줄을 선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입학시험에 응시하려고 모인 자들.
다들 혹시나 모른다는 생각. 운으로 붙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다들 줄을 서고 있는 거였다.
‘안타깝네.’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줄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줄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ㅡ401번 응시자부터 410번 응시자들까지 들어가세요.
시험장으로 부르는 소리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금 들려오는데, 그 소리가 살벌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특성만 본다고 해도.’
입학시험 테스트가 열 사람이 들어갔는데 어떻게 10분도 걸리지 않을까.
그렇게 시험장까지 줄은 빠르게 줄어들어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491번에서 500번 응시자까지 들어가세요.”
내가 속한 번호가 불리자, 나는 앞사람을 따라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긴장할 건 없어.’
나는 이미 시험 내용을 아니까.
그러니까, 이 시험도 지금의 나라면 통과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철컥.
그렇게 시험장으로 들어서기 직전. 나는 전신에 힘을 불어넣었다.
“허억!”
“무, 무슨!”
앞서 들어간 응시자들이 바로 무릎을 꿇거나, 그대로 제자리에 멈춰섬에도 나는 주저없이 그들을 지나쳐가는 여유를 비쳤다.
저벅.
저벅.
내 번호는 496.
여섯 번째 자리에 내가 그대로 몸을 바로 세우자,
“호오.”
“제법이군.”
시험관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자, 그대로 뿌듯함이 차올랐다.
이 열 명 중 내가 젤 뛰어난 거니까.
그러다 멈칫하고 말았다.
시험관들은 날 보고 있으리라 여겼지만. 그들은 지금 날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
멍하니 곁으로 고개를 돌리자, 나와 멀지 않은 거리에 태연하게 서 있는 한 여성이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온 푸른 머리칼과 차가운 인상까지 낯이 익었다.
‘저 여자가 대체 왜 여기에…….’
하필 왜 내가 테스트 보는 조에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