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
***
“…”
“…”
때마침 그 여자도 날 바라보자,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것도 잠시.
휙.
그녀가 차갑게 시선을 피하자, 나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왜…’
이 여자는 나랑 같은 줄에 있는 걸까. 정말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나는 분명 연무장을 빠져나와 곧바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응시번호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받기 위해서. 그런데 저 여자가 어떻게 나랑 같은 조에 있는지 몰랐다.
조금도 이해가 가지 않던 차.
“시험장엔 기본 체력테스트와 같은 중력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들 자리를 찾아가 바로 서도록 하세요.”
입구에 자리한 감독관이 냉랭하게 말하자, 주춤거리던 다른 사람들도 이내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이 모두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동안에도 마음 한편이 불편하기만 했다.
‘시발….’
눈에 들어오는 시험장을 눈에 담으면서 기분은 떨떠름했다.
지금 무력 계열 시험장엔 각기 아카데미의 교관이라 부를 수 있는 세 사람은 거리를 둔 채,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응시자는 그들을 상대로 각자 자신의 특성을 밝히고, 지금 시야에 보이는 허수아비를 상대로 자신의 특성을 선보이게 된다.
그건 지금 나를 포함한 10명의 응시자 중. 가장 뛰어난 1명을 뽑는 게 일반적이었다.
여러 명을 뽑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뛰어난 성적을 지닌 사람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나는 이 입학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 높은 클래스에 배정받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저 푸른 머리 여자로 어그러지게 생겼으니.
“그럼 먼저 491번 응시자, 중앙으로 나와주세요. 자신의 특성을 소개한 후 바로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감독관의 음성이 울리자, 첫 번째 자리에 있던 한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저벅.
가슴 한편에 491번이란 번호를 단 남성이 크게 긴장한 것처럼 어설프게 걷는데.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볼 가치도 없다고 느꼈다.
“제 특성은 그, 근력이며 특성 레벨은 2입니다. 타고난 근력으로 좀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
어설프게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듯하자, 감독관이 바로 말을 끊었다.
“근력 특성 레벨2. 소개는 그걸로 끝이며 바로 테스트에 들어가겠습니다. 이후 다른 응시자분들께도 공통적으로 3초의 시간만이 주어질 테니, 신호에 따라 허수아비를 공격해주시면 됩니다.”
차가운 감독관의 말에 남성은 긴장한 표정으로 허수아비에게 다가섰다.
“시작.”
이후 이어진 테스트.
근력이란 특성을 과시하기 위해서인지 거대한 장검을 들고 전신이 철로 이루어진 허수아비를 내려치는데.
채앵!
채앵!
제법 거센 파공음이 일며, 맹공이라 부를만한 매서운 공격이 이어졌다.
안간힘을 쓰며 모든 힘을 쏟아붓는 게 느껴진다 싶던 차.
“그만. 여기까지.”
감독관의 말에 남성은 그대로 멈췄다.
“491번 응시자는 그대로 출구로 나가주시면 되겠습니다.”
테스트의 결과가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그 어떠한 통보도 없다.
단지 특성을 소개하고 3초간의 실력 행사를 끝으로 출구로 나가게 될 뿐.
“자, 잘 부탁드립니다!”
출구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크게 소리친 남성이 사라지자, 내부엔 그대로 정적이 흘렀다.
“…”
“…”
침을 삼키는 소리가 근처에서 다발적으로 들려왔다.
사전 정보 없이 처음 접하게 된 입학시험이란 이렇게나 냉혹한 거였다.
교관인 시험관들에게 단 몇 초간의 자신의 특성을 어필을 하고, 인생을 결정짓는 입학시험이란 정말 허무하게 끝난다.
그렇게 492번. 493번에 이어 내 앞번호인 495번까지…….
모두 짧은 테스트를 끝으로 하나같이 힘없는 걸음으로 출구로 향했다.
그간 감독관은 냉랭히 테스트를 진행해갔으며, 우릴 평가하는 시험관은 여태 응시자들에게 단 한마디조차 건네지 않았다.
“그럼 496번 응시자분. 앞으로 나와 특성을 소개한 후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나는 자신감 있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이전까지 주눅 든 응시자들과 달리 나는 내 차별점을 보여줘야만 했다.
“창술 특성 3레벨입니다.”
그리고 앞선 응시자들처럼 나를 어필하기 위한 구구절절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특성 레벨만을 말했다.
그야 그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
“…3레벨?”
시험관 중 붉은 머리칼을 지닌 한 여성이 시험 진행 후 처음으로 입을 열자, 나는 만면에 화색을 띠었다.
지금 내게 관심을 보인 붉은 머리칼의 여성의 이름은 칼리.
‘핏빛의 여명’이란 이명마저 존재할 정도로 전장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인 고위 장교 중 하나였다.
지금은 아카데미에서 휴식을 취하며 강의를 진행하는 만큼, 나는 저 여자가 어떤 말을 좋아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노력’이란 말.
물론 타고 난 특성을 중시하는 이 세계관에서 크게 여기는 말은 아니긴 하지만, 저 칼리라는 여자만큼은 달랐다.
자기는 말도 안되는 유니크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상할 정도로 노력을 중요시하는 여자였다.
“예. 3레벨입니다.”
“노력을 많이 했나 봐?”
예상처럼 칼리가 노력이란 말을 꺼내자, 나는 되도록 호감 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갤 끄덕였다.
“특성은 주어지는 것이라고 해도. 노력은 할 수 있는 최선 아니겠습니까.”
훗날 크게 이름을 알린 기사. ‘베젤’이 입학시험 때 한 말을 내가 그대로 써먹자, 예상대로 칼리는 순간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보더라도 마음에 들어 한 표정.
“좋아. 답변도 마음에 드네. 바로 진행해봐.”
감독관이 아닌 시험관인 칼리의 말에 나는 희망이 부풀어 오름을 느끼며. 허수아비 앞으로 향했다.
스륵.
등에 멘 철창을 익숙하게 꺼내들며 바로 자세를 취했다.
“…”
차분히 숨을 가라앉혔다.
시험관이 직접 말을 건넨 응시자에 한해, 감독관은 따로 통제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자세를 잡고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기까지. 혜택 아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였다.
‘가장 강한 한 수를 펼치자.’
창술 3레벨로 올라서며 얻게 된 ‘이치’를 나는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특성이란 건 일견 단순하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특성을 부여받는 순간 본능적으로 어떻게 그 특성을 사용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화염계열 특성을 지녔다면 아무런 개념도 없이 바로 불을 발휘할 정도로.
무엇보다 특성 2레벨과 3레벨은 가히 절대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바로 3레벨부터 ‘마나’의 개념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우우웅!
내 창끝에 모여든 푸른빛은 내 마나 수치가 낮은 만큼 지극히 미세한 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거대한 차이가 존재했다.
마나를 담은 무기로 인한 파괴력, 내구성, 운신의 차이까지.
허수아비의 머리를 지그시 노려보며 내가 창날을 치켜세운 순간.
ㅡ!
앞으로 한 발을 내디디며 허리를 한껏 비틀었다.
콰앙!
쏘아진 창날은 허수아비의 머리 왼쪽을 그대로 강타했다.
…!
호흡을 정비할 사이도 없이 내지른 창을 회수했다.
통짜로 철로 이루어진 허수아비를 강타한 만큼 창을 쥔 두 손은 쉴 새 없이 떨렸지만, 나는 애써 태연함을 유지했다.
공격은 시작이며,
그 끝은 무기의 회수.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듯. 끝까지 잘 마무리해야 좋은 인상을 줄 거란 생각때문이었다.
“…”
그렇게 시험관들에게 시선을 주자, 칼리는 내게 호기심을 표하는 게 느껴졌다.
물론 다른 두 시험관은 내게 심드렁한 시선을 준다지만 그것만 해도 어딘가 싶었다.
적어도.
“너. 이름은?”
지금 웃으며 묻는 저 칼리란 시험관에겐 괜찮은 인상을 주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으니까.
“한천성이라고 합니다.”
“…한천성.”
이 세상에선 이질적일 내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는 칼리의 모습에, 그녀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실제로 한쪽 입가를 말아 올리며 미소짓는 칼리의 모습은 사뭇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넌 꽤 기대되네.”
“감사합니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답하자, 피식 웃는 칼리를 보며 나는 그대로 서서히 몸을 물렸다.
“…와.”
놀란 듯 나를 바라보는 다음 응시자를 바라보며, 나는 출구로 향하지 않았다.
시험이 끝난 후 감독관의 냉랭한 말에 모두가 출구로 가기 마련이지만, 응시자는 다른 응시자가 시험을 치르는 것까지 볼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
내게 시선을 주는 푸른 머리칼의 여자와 다시금 시선이 마주쳤다.
검을 휘두르며 거센 바람이 일정도로 심상치 않은 특성을 보유한 여자. 지금 내가 합격하리란 건 방금 칼리의 모습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시험관이 직접 말을 건넨 걸로 모자라 ‘기대’된다는 합격이 확정된 일종의 은어까지 말해주었으니까.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제발 적당히 해라.’
푸른 머리칼의 여자보다 내가 뛰어난 평가를 받지 못하리란 것 역시 나는 알고 있었다.
본래 이 세상은 특성 위주.
더러운 혈통과 특성으로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창술이 커먼 등급의 특성이기에 다른 시험관인 두 사람이 내게 심드렁한 시선을 준 것만 봐도 등급에 대한 차별대우를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저 푸른 머리의 여자가 적당히 해서 내가 높은 클래스에 편성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럼 497번 응시자분. 앞으로 나와 특성을 소개한 후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감독관의 음성을 들으면서 나는 차분히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이름의 특성을 가졌는지도 알 필요가 있었다.
…
그렇게 497번에 이어 499번 응시자까지 앞선 응시자처럼 너무나 평범하게 출구로 향했고, 이내 그 여자의 차례가 다가왔다.
“500번 응시자분. 앞으로 나와 특성을 소개한 후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감독관의 말에 푸른 머리칼의 여자는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
그러다 시험장에 남아있는 날 묘하게 바라보는데.
이전과 같이 차가웠지만… 뭔가가 다르게 느껴졌다.
휙.
그러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