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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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밀리아의 태도가 이상하다.
루나는 최근 며칠 동안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뭔가 자신이 아는 밀리아가 아닌 것 같다고.
그런데 그게 왜 그런지 몰랐다.
그저 직감과도 같이 밀리아가 조금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날 대하는 태도는 같을 텐데.
자신이랑 밀리아는 둘도 없이 친한 사이일 텐데….
상념 속 밀리아가 싱긋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루나, 아카데미 필기시험은 그래도 좀 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도 난이도가 있는 것 같지 않아?”
“…맞아. 밀리아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그런 것 같기도 해. 방금 답을 교차한 것도… 많이 달랐으니까.”
말을 받으면서 살며시 고갤 끄덕였다.
솔직히 풀면서 쉽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답을 교차해보자 이상할 정도로 밀리아와 의견이 갈렸다.
…그리고 그 결과란 보통, 밀리아가 옳았다. 밀리아는 내가 감탄할 정도로 정말 현명한 아이니까.
‘내가 푼 문제들의 답은 명확해 보였는데. 그게 아니란 말이구나.’
이해가 되지 않던 차. 흘깃 곁으로 시선이 향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할지도 모르겠어.”
검은 단발 아래 밀리아는 시험에 대해 고심하는 듯했다.
그것 역시 내가 아는 ‘성실한 밀리아’였다.
친구면서도 내가 왜 밀리아를 좋게 보는지 다시 떠오를 정도로 성실한…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분명 지금도 밀리아와 같이 있었다.
하지만 계속 뭔가가 묘하다고 할까. 마음속 한편에 무언가가 걸렸다.
평소와 특별히 다를 것 없는데. 밀리아가 조금씩 달라 보이는 기분.
내가 말을 걸어도 평소처럼 답하는 듯했지만, 그게 데면데면하게 받아넘기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뭔가… 밀리아가 이상해.’
분명 서로를 아끼고 둘도 없는 친구로 벌써 8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밀리아랑 있으면 그 시간이 즐겁고 편했다.
그래서 밀리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입학시험에 배정받은 클래스마저 직접 낮추지 않았던가.
하지만 정작 밀리아는 나랑 더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밀리아.”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도 내가 불렀는데 날 바라보는 게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보다 0.5초가 늦었다.
마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듯. 나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도 밀리아를 아끼는데. 뭔가 변한 느낌을 계속 느끼고 있으니까.
이전처럼 살갑게 내 말을 받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마음속엔 서운함이 쌓여갔다.
그리고 짐작 가는 이유가 있었다.
밀리아의 시선이 가끔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다고 느낄 때. 자연스레 그걸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손을 움켜쥐게 됐다.
주로 한 남자에게 향해 있었다.
밀리아와 조금 결이 다른 어두운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을 지닌 남자…. 정말 재수 없었던 그 남자에게.
‘이름이… 한천성이었지.’
어제 날 바라보며 더러워서 피한다고 자리를 떠났을 때의 그 남자의 음성은 지금도 선명했다.
성도 없는 평민이면서. 자기 주제도 모르고 내 곁에 앉으려 한 그 남자를…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리고 파다하게 퍼진 대련에 관한 소문도 솔직히 믿음이 가질 않았다.
입학시험 수석으로 축사까지 진행했던 레온하르트. 그 남자와 대련해서 그 평민이 무승부로 결론이 났다니.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설령 정말 대련을 비겼다고 해도 나는 레온하르트라는 생도가 그 남자를 봐줬거나 방심했다든가. 아무튼, 대충했을 거라고 봤다.
생각하니까. 레온하르트라는 남자도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커먼 등급이랑 무승부를 하다니 대련을 우습게 보기라도 했던 걸까. 그러다 천천히 고갤 저었다.
더 그 남자에 대한 걸 더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밀리아랑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되니까. 서운하긴 해도 내가 더 밀리아에게 잘해주면 밀리아도 분명 날 받아줄 거였다.
저벅.
그러다 돌연 가까운 곳에서 걸음 소리가 들리자, 멍하니 시선이 갔다.
그리고 눈가를 찌푸리게 됐다.
‘뭐야…?’
왜.
왜 저 남자가 여기 있는 거야.
너무나 갑작스레 한천성이란 남자가 보였다.
“저기. 잠깐 괜찮을까?”
그리곤 부담스러울 정도로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걸어오는데, 그 모습이 입학식에서 마주한 것과 너무 달라… 순간 나조차 적응이 되지 않았다.
정말 내 양팔에 소름이 돋는듯했다.
‘대체 무슨 수작을…!’
바로 입을 열려던 차.
덥석!
순간, 밀리아가 내 팔을 다급히 잡아 왔다. 그에 나는 하려던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건 언제나 밀리아가 날 제지하는 특유의 행동과 같았으니까.
“네! 괜찮아요. 분명 이름이 한천성 생도 맞죠?”
그리곤… 너무나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그 남자를 바라보는데. 순간 부글부글 들끓던 마음이 얼어붙듯 그대로 가라앉았다.
‘왜.’
…왜 밀리아가 저렇게 밝게 웃는 걸까.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남자를 보면서.
내게도 잘 보여주지 않던 화사한 미소를 짓는 건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
“네! 괜찮아요. 분명 이름이 한천성 생도 맞죠?”
너무나 밝게 답하는 밀리아의 모습에 천성은 순간 놀랐다.
“…네. 맞습니다. 밀리아 생도 맞으시죠?”
명찰에 적혀 있기에 당연히 이름이 맞겠지만, 그럼에도 밀리아는 화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편하게 말해도 돼요. 이렇게 일찍 강의실을 나오신 거 보면 윤리관 시험도 분명 잘 마치신 것 같은데.”
그녀가 부드러우면서 묘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자,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깜박였다.
‘뭐지…?’
왜 이렇게 첫 느낌이 좋을까.
분명 루나만큼은 아니더라도 갑작스러운 접근이니만큼, 제대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으리라 여겼는데.
지금 마주한 느낌은 그게 아니다.
오히려 쉽게 느껴진다고 할까.
일단 편하게 하란 말에 나도 가볍게 말을 놓았다.
“그럼 편하게 말 놓을게. 밀리아도 날 편하게 불러도 돼. 사실 큰 용무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서로 같은 클래스에 배정받았는데. 친분을 쌓았으면 해서. 시간 괜찮으면 같이 대화 좀 나눴으면 하는데 괜찮을까?”
태연히 말을 이어가면서도 힐끔 루나에게 시선이 갔다.
밀리아에게 팔이 잡힌 채, 벙찐 표정을 짓는 루나는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얘는 또 왜 이리 얌전해’
신기하다 싶으며 답을 기대하자, 밀리아가 바로 고개를 끄덕여왔다.
“아. 친분… 그러면 나도 너무 괜찮은 생각 같은데.”
긍정적으로 답하는 밀리아의 모습에 나는 그녀와 시선을 마주쳐갔다.
“…”
나와는 전혀 다른 연푸른빛이 감도는 그 눈빛을 마주하면서도 꽤 신기하다고 할까. 이렇게 쉽게 내 말을 받아들여 주니까. 그 의도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휙.
그런데 시선을 마주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시선을 피하자.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나. 무슨 실수라도 했나?’
왜 내 시선을 피할까 싶으면서도 새삼 밀리아의 외모가 눈에 들어왔다.
원작에선 히로인인 루나에 밀려 거의 관심받지 못하는 조연급으로 나오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자 그 미모가 남달랐다.
멀리서 볼 땐 검은 단발에 귀여운 인상이라 호감이 간다고 느꼈는데. 지금 이렇게 가까이서 보자 오른쪽 눈 밑에 있는 눈물점이 정말 묘했다.
귀여움과 동시에 묘한 색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그 인상이 단숨에 변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바로 생각을 지우고 입을 열었다.
“그럼 같이 이동할까? 아카데미 내 좋은 카페가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대화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말하면서도 절대 루나에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어째선지 몰라도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흐름을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 지금 내 질문에 대한 대답도 모두 밀리아에게서 듣는 것으로.
“카페? 나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맞다. 루나야. 너도 괜찮지? 응? 괜찮지!?”
그리고 곧바로 밀리아가 루나를 바라보며 거듭 말을 전하는데, 순간 나는 그대로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흐름 그대로 이끌듯이 카페로 가야 했는데. 마지막에 와서 루나에게 의견을 물으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게 아닌가.
‘거절하겠지.’
속으로 한숨을 삼켜 가면서도 진한 아쉬움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얼마나 올지도 모르는데.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만 같은 기분.
그 이유엔 지금 두 사람이 단짝이라곤 하지만, 밀리아보단 루나에게 더 실질적인 결정권이 있다고 봐야 했다.
당장 루나가 속한 베르몬트 백작 가문이란 배경도 배경이고 여러모로 밀리아가 평소 그녀에게 맞춰주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렇게 내가 허망한 시선을 주자.
어째설까.
“……”
바로 거절하리라 여긴 루나는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멍한 표정으로 혼이 나간듯한 모습이었다.
“저, 저기. 루나야?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도도 지금 기다리고 있잖아.”
그 모습에 당황한듯한 밀리아가 다시 그녀를 부르며 답을 재촉하자, 그제야 루나의 눈에 빛이 돌아오는 듯한데.
휙!
루나가 곧바로 날 바라보자. 순간 내 심장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진짜… 무슨 사람 눈이 이렇게 살벌할까.
“…그래. 그러자.”
직후 지극히 가라앉은 음성으로 루나는 답해왔다.
그리고 나는 그럼 그렇지 하며 몸을 돌리려 했다.
“…어?”
이젠 역으로 내가 벙찐 것만 같았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거절…이 아니라고?’
아니, 내가 제대로 들은 건 맞을까.
“그럼 한천성 생도? 이대로 같이 카페로 가면 될 것 같아.”
기쁘다는 듯 미소짓는 밀리아의 부드러운 음성에 나는 순간 멍한 의식 속에 입을 열었다.
“…편하게 한천성이라고 불러.”
내 말에 기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밀리아가 자연스레 루나에게 시선을 주는데.
그녀를 따라 멍하니 시선이 갔다.
설마.
“루, 나.”
한마디 한마디 끊어서 자기 이름을 내뱉곤 바로 고갤 돌리는데, 나는 그런 루나를 본 순간 이 현실을 의심했다.
스륵.
살며시 허벅지를 꼬집자. 고통은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니, 이게 어떻게 현실이지.’
또각.
먼저 걸어가는 밀리아의 곁에 서자, 그녀는 밝게 웃으며 신기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그런 밀리아의 호의어린 시선을 받으면서ㅡ 이상하게도 그녀의 옆에서 묵묵하게 걸음을 옮기는 루나에게 시선이 갔다.
대체…
‘이 상황은 뭐지?’
내 이해를 넘어선 게 한 두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