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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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소리 없이 입술을 움직이자, 나는 그녀의 입술에 순간 집중하게 됐다.
그리고 얼추 그 뜻을 이해됐다.
‘밀리,아랑… 더. 친해,지지,마?’
내가 정확히 이해한 게 맞나 긴가민가한 그때. 루나가 빠르게 입술을 반복해서 움직이자, 내가 알아들은 게 맞았다.
밀리아랑은 더 친해지지 말라는 말.
그리고 그걸 깨달은 순간.
“…”
나는 무심코 소리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응? 한천성. 왜 갑자기 웃어?”
그런 날 본 건지 밀리아가 디저트를 먹다 말고 묻는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그냥 디저트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웃음이 나왔나 봐.”
“…그래? 생각보다 디저트 좋아하는구나.”
“뭐, 싫어하진 않지.”
너무 달콤한 디저트는 싫어하지만, 그래도 나름 과육이나 퓌레가 들어있는 애플파이 종류는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러면서 흘깃 루나를 바라보자, 그녀는 언제 날 바라봤냐는 듯 포크로 디저트를 툭 건드리고 있었다.
‘진짜 생각하는 게 무슨 어린아이도 아니고.’
친한 친구를 내게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루나의 생각이 확 내 가슴에 와닿았다.
그리고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루나가 왜 이렇게 조용하고, 침묵을 지켰는지. 그리고 얌전히 나와 동석하는 걸 받아들였는지 모두.
그건 아마 내가 무슨 행동을 할지 몰라서가 아닐까?
단순하게 내 접근을 막으려 하는 것보단, 루나는 직접 밀리아랑 친해지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루나는 불안한 걸 못 참는 성격이니까. 날 마냥 거부한다고 답이 아니라고 그녀부터 느꼈을 것이다.
푹.
내 몫의 애플파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입으로 가져가면서도 괜히 이 상황이 신기했다.
밀리아를 바라보며 느껴졌던 두근거림은 어느새 크게 가라앉았으며, 그 대신 여러 의문이 사라진 빈자리를 채워간다.
착. 착…
이후 각자가 자신의 디저트를 먹고, 차분히 음료를 즐기는 것으로 시간은 흘러갔다.
그 사이에 서로 간의 오가는 대화란 밀리아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내가 맞장구치듯 답하는 게 전부. 루나는 정말 가끔 입을 열고 우리의 대화에 참여하곤 했다.
그리고 그런 루나의 시선은 줄곧.
내게 소리 없이 말을 건넨 이후, 줄곧 내게 향해 있었다.
자신의 말을 지켜달라는 듯 간절함이 담긴 눈빛으로 날 흘깃흘깃 아닌 척 바라보는데. 그런 루나의 눈빛이 정말 뭐라고 할까… 어이가 없으면서 귀여웠다.
내가 이전까지 루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악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런 아이 같은 여자의 눈치를 살피며 고생했었구나.’
여태 루나에게 감정을 소모하며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오히려 그런 내가 바보 같았다.
루나는 지금 단순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줄 뿐이었다. 오히려 그게 너무 순수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런 루나를 바라보며 내가 억지로 반발하며 대립하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거였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내 거야! 하고 주장하는 아이에게 내가 억지로 장난감을 빼앗아서 내 거야! 라고 답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하다 조금 고민됐다.
‘내가 여기서 밀리아랑 더 친해진다면….’
만약이라곤 하나 그렇게 된다면, 루나는 분명 날 크게 원망할 것이다. 날 아예 증오하거나 어떻게든 싫어하는 티를 낼 게 뻔했다. 밀리아에 한해선 물불을 조금도 가리지 않는 게 루나니까.
하지만 반대로 내가 지금 이 묘한 관계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그럼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루나가 지닌 특성.
ㅡ배틀큐어.
수많은 특성 중에서도 지극히 귀중한 특성인 치료 계열 중에서도. 루나의 배틀 큐어는 그 효과가 가히 사기적이었다.
도저히 레어 특성으로 볼 수 없을만큼 뛰어나다 못해, 언밸런스란 소리가 독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나올 정도였다.
괜히 루나가 주연 히로인 중 하나가 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히로인 보정이냐는 우스갯소리도 돌 정도.
후반부 위기 상황. 거의 죽음에 다다랐던 레온하르트를 기적적으로 살려낸 게 루나의 배틀큐어 특성이었으니. 그런데 내가 만약 그런 루나와 친해진다면. 더없이 든든한 특성이기도 했다.
앞으로 외부로 실습을 나간다든가, 파견을 간다든지 언제 다쳐도 이상하지 않은 위험이 곳곳에 가득한 마당에…루나에게 호의를 기댈 수 있다면. 그보다 이상적일 수 없을 테니.
툭.
애플파이 한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면서도 나는 어느새 이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있었다.
ㅡ루나와 밀리아.
이 세상의 핵심인물이자 비중이 높은 인물들.
지금 내가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면 정말 우습겠지만. 그와 비슷한 가능성은 꽤 있어 보였다.
그러다 불현듯, 은근히 시선을 주는 밀리아가 보였다.
“…”
“…”
말없이 그녀와 시선을 마주쳐가자, 밀리아가 싱긋 웃더니 돌연 내 시선을 피하는데. 마치 교태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내게 감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어떤지… 아직 확신이 서진 않았다.
‘그저 묘하단 말이지.’
보증되어있는 루나라는 가치 있는 히로인이라면 사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서도 우선시할 정도의 높은 가치가 있었다.
아무리 값진 최상급 포션을 갖춘다고 해도 루나가 나중에 빛을 발할 배틀큐어 특성엔 미치지 못할 테니까.
과연 목숨을 빚지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게 대체 뭐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이 깊어지자, 나는 되려 밀리아에게 묘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밀리아가 내게 첫눈에 반했다. 혹은 날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낙관적으로 상황을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
그녀를 바라보면서도 이제 가슴속에서 느껴지던 두근거림은 이제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한천성. 카페 다음엔 어디로 갈 거야?”
그러다 밀리아가 순간 말을 걸어오자, 나는 크게 놀랐다.
“카페 다음에?”
“응. 카페에서 시간 보낸 다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잖아. 나도 루나도 정해놓은 건 없어서 그런데. 혹시 너만 괜찮으면 같이 수련장에 갈래?”
때아닌 제안에 나는 더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내 목적과 딱 맞아떨어졌다.
두 사람과 친분을 쌓든 안되든 간에, 이후에 내가 가려던 장소가 C클래스 수련장.
‘칼리의 개인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건 칼리와 더 말을 나눠 봐야 다시 갈 수 있을지 알 수 있었다. 내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공간은 전혀 아니었다.
생각을 정리하며 싱긋 미소 지었다.
“그렇게 말해주면 너무 고맙지. 원래 수련장으로 갈 생각이었거든. 그래서 루나는… 어때? 같이 갈 거야?”
은근슬쩍 루나에게 말을 걸자, 루나가 순간 눈에 띄게 눈가를 찌푸렸지만, 그럼에도 내가 물끄러미 시선을 주자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진 않았다.
“…그래. 그러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루나가 내게 직접적인 답을 주었다.
‘이게 진짜야…?’
가능성이나 혹은 정말 될까 싶었던 것이 이젠 아예 확신이 들었다.
루나를 우선시하면 적어도 그녀와 적대하지 않는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은 생겼다고.
그럼 나는 배틀큐어라는 그 사기적인 치료 효과를 받는 날이 올지도 몰랐다.
“와. 루나가 다른 생도에게 이렇게 담담히 답하는 거 나 처음 봐.”
밀리아가 순간 놀란 듯 말해오자, 나도 픽 웃음이 났다.
‘진짜 의외긴 해.’
그 방대한 본작의 내용 속에서도 루나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건 적어도 중반 후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밀리아가 아니면 레온하르트만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루나와의 소통이. 지금 내게도 그 길이 보이게 된 거니.
“그럼 우리 이만 자리에서 일어날까? 디저트는 이제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은데.”
서로의 앞에 놓여있는 디저트는 이미 반 넘게 사라져 있었다.
내 애플파이랑 초콜릿 디저트는 다 먹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였고, 그녀들 역시 디저트에 큰 미련은 없는듯했다.
“좋아. 그럼 바로 수련장으로 가자. 나 한천성의 특성 4레벨이 어떨지 너무 궁금해.”
“…하아. 그래.”
밝게 답하는 밀리아와 달리 한숨을 내쉬며 받아들이는 루나의 모습에 나는 마음을 먹었다.
밀리아와는 일단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다.
그렇게 생각이 굳혀졌다.
물론….
밀리아가 내게 정말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야 나도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선 루나와의 관계 개선이 급선무였다,
***
C클래스 수련장.
천성의 일행이 수련장에 들어서자 수련장 내부엔 이미 여러 생도가 각자의 수련에 열중이었다.
그걸 찬찬히 바라보던 밀리아는 저도 모르게 터져나오려는 숨을 속으로 삼켰다.
‘하아….’
기분이 계속 이상했다.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기분이 나빠질 일이란 걸 다시금 깨닫는 듯했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독 그 못마땅한 기분이 컸다.
흘깃 제 곁으로 시선이 갔다.
“…”
그곳엔 내가 아닌 루나를 바라보는 한천성이란 남자가 있었다.
한천성을 보면 볼수록 내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는 듯했다.
‘역시…. 루나를 바라보는 거구나.’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는 구나 하는 생각이 제 마음을 잠식하듯 채워갔다.
루나는 예뻤다. 누가 봐도 아름답고 매력이 있었다.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니까.
…그래도 나는 순간이나마 좋았었다.
처음 한천성이 다가왔을 때만 해도 그는 오직 날 보고 있었으니까.
루나에겐 마치 의도적으로 시선을 주지 않는 듯했으니까. 내가 살갑게 답하고 말을 받아주었을 때 그는 더 내게 더 시선을 주었다, 그 순간 내가 얼마나 설렜는지. 이 남자는 알까.
‘한천성’이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생도.
그 이름과 얼굴 모두 낯이 익었다.
그때 날 찾던 루나의 부름에 향하면서도, 무심코 한천성을 눈에 담게 되었었다.
이질적이면서도 특이한 외모.
다른 모든 생도와 달랐다.
첫눈에 이렇게 시선이 가는 남자는 내게 처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이상할 정도로 제 마음에 그리고 제 시선에 들어왔다.
그다음 날 강의에서도 그렇고, 바로 오늘 강의에서조차 의식하지 않은 사이에 나는 그에게 시선이 가곤 했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문을 접하고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ㅡ전대미문.
입학식 날 특성 4레벨을 달성한 것과 더불어 수석인 레온하르트와 무승부라는 대련의 결과를 만들었다.
완전히 거짓말 같은 그 소문이 진실이라고 알게 되자, 나는 한천성이란 남자와 어떻게든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사적인 감정. 이 남자에 대한 평범하지 않은 감정을 제외하고서라도….
반드시 이 남자와 친해져야 할 이유가 생겨버린 거였다.
그야 나는 루나와 같이 행동하는 것만으로 나는 나아갈 수 없다.
내 특성은 도저히 진화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그랬다.
더불어 아카데미 내 인맥도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좋든 싫든 나는 루나에게 얽매이게 되었고 언제나 루나와 함께였다.
루나가 싫은 건 아니었다. 그녀가 날 좋아하는 만큼 나도 루나를 좋아하지만….
하지만 내가 나아가지 못한다면 무의미였다.
루나가 앞으로 얼마나 빛날 텐데. 나는 그런 루나의 옆에 있을 수 없을 것이다.
ㅡ1레벨 특성.
오르지 않는 특성이란 그만큼 최악을 뜻했다.
그래서 내가 나아갈 방향. 목표. 모든 것은 한천성이란 남자에게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특성 4레벨….’
아직 1레벨에 불과한 나는 한천성이 대체 어떻게 특성을 진화시켰는지 알아야만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루나를 바라보는 한천성이란. 현실을 직시한 그때.
돌연 한천성의 고개가 내게로 향했다.
“……”
“……”
그리고 마주친 시선.
붉은빛이 미세하게 감도는 검은 눈이 내 눈을 응시하자, 순간 그대로 숨이 멎는 듯했다.
뭔가….
이 남자는 분명 뭔가가 달랐다.
“밀리아. 갑자기 왜 이렇게 말이 없어? 혹시 수련장에 들어와서 긴장한 거야?”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웃으며 말을 걸어오는데.
두근!
그 모습만으로 내 가슴은….
내 의지를 벗어난 것처럼 세차게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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