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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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스킬.
흔히 수많은 게임. 소설 속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개념 중 하나였다.
오히려 너무 흔해서 이젠 뻔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스킬은 큰 감흥을 주지 않는 단어기도 했다.
그 예로 일반적인 스킬인 찌르기, 베기, 삼단 베기 등으로 그저 평범한 위력을 지닌 스킬들도 그러했으며, 혹은 최고등급의 스킬이라 볼 수 있는 ‘메테오’라던가 혹은 ‘수라일천’ 등 높은 등급으로 분류되는 스킬들은 위력조차 천차만별로 갈렸다.
그렇게 판타지에서 혹은 무협의 개념에 따라 셀 수도 없을 만큼 존재하는 기술. 그게 바로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 속칭 그로아에서 만큼은 스킬은 그 의미가 ‘완전히’ 달랐다.
ㅡ스킬의 위력은 가히 압도적이며, 특별하다.
쉽게 스킬을 가질 수도 없고,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성 등급의 고하를 불문하고 고레벨. 즉 특성 7레벨에 다다라서야 한 개의 스킬을 깨우칠 수 있으며, 다음 레벨마다 다시 하나의 스킬을 깨우칠 수 있다.
그 외에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곤 하나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었다.
스킬 생성의 조건으로 알려진 유일한 방법으론 ‘깨달음’.
그것도 평범한 깨달음으론 어림도 없었다. 일반적인 이치를 벗어날 정도의 괴리. 현실을 넘어선 깨달음을 얻어야만 고유 스킬을 가질 수 있다.
그렇기에 스킬이란 하나같이 이름을 명성을 떨친 자들이 보유한 절대적인 힘의 증거이자, 일종의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는 ‘전유물’과도 같았다.
그리고 지금.
한천성은 믿기 힘들게도.
그 스킬에 대한 ‘실마리’를 얻은 상태였다.
…
ㅡ! ㅡㅡㅡ!!
창을 돌리며 가볍게 손짓하는 천성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사뭇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레온하르트의 대련으로 일찍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만큼 한천성의 수련장 등장. 그건 수련장에 있던 대다수 생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천성 특유의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 물론 검은 머리칼을 지닌 생도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검은색이란 희귀했다.
그런데 그의 곁에 루나와 밀리아라는 좀처럼 보기 힘든 미인 생도들까지 함께 있자. 생도의 시선이 그에게 몰려드는 건 가히 필연적이었다.
“딱히 보여줄 거라고 해도 그렇게 큰 건 없는데.”
입을 열면서도 조금 기분이 묘했다.
지금 날 바라보며 기대감에 눈을 빛내는 밀리아, 그리고 새침한 표정으로 흘겨보는 루나까지.
그들 상대로 4레벨 창술을 가볍게나마 보여주고 있다지만. 말 그대로 보여줄 게 없었다.
마나를 두르고 창을 휘두르는 숙련도가 무척 올라갔다지만. 내가 뭐 레온하르트처럼 찬란한 푸른빛을 터트리며 강대한 위력을 선보이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창술이란.
ㅡ직관적이면서도 강하다.
내가 느낀 창술의 핵심은 그러했다.
찌르고 베어가고, 휘두르며 상대를 빠르게 제압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상대와 오래 겨루는 것에 적합한 무기라기보단… 내가 보기엔 오히려 약자멸시에 가까운 특성이 창술이었다. 그런 창술이 화려하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창을 휘두르는 걸 보는 것만으로… 정말 강하다는 게 느껴져.”
“뭐, 4레벨이긴 하네.”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반응에 픽 웃으며 나는 서서히 창을 회수했다.
그리곤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샌가 우리의 주변으로 몰려든 C클래스 생도들.
다들 하나같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지켜보는데. 순간 그중 누구에게 대련을 신청할까 싶기도 했지만 그만 고개를 저었다.
대련으로 창술의 강함을 보여주는 편이 가장 좋겠지만. 내 눈에 비친 생도들은 사실 딱히 강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내가 너무 강해진 거라고 봐야 할까.’
첫 대련인 레온하르트와의 대련이 내 눈을 너무 높여버렸다. 그리고 어제 칼리와의 대련까지.
사실… 너무 말도 안되는 괴물과 같은 존재들과 거듭 대련을 해봤었기에, 나는 지금 나와 동일 클래스에서 대련 상대를 찾는 게 오히려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당장 평균이 2레벨인 생도를 생각하면 내가 섣불리 대련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 민폐에 가까웠다.
“…”
그 증거로 지금 나와 시선이 마주친 몇 생도는 혹시나 하며 바로 시선을 피하는 데, 정말 내가 어떻게 그들에게 말을 걸까.
“한천성.”
그러다 루나의 음성이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응?”
“너. 나랑 대련해.”
“…뭐?”
“나랑 대련하자고. 내 말 못 들었어?”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 루나가 다시 말하며 그 입가를 말아 올리는데, 순간 루나가 무슨 의도로 말한 건지 이해할 수 않았다.
‘배틀 큐어 2레벨.’
특성 자체만 놓고 본다면, 루나는 사실 강제로 전투 클래스에 편성된 느낌이 없잖아 있을 정도로 제한적인 특성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특별한 힘을 주는 특성이기도 했다.
아니, 생각하면….
‘모든 피해에 대한 보정을 준다는 특성이니 사기지.’
배틀큐어의 본질적인 효과. 입힌 피해만큼 치유량이 강해진다.
그건 아이러니하게 입히는 피해량 자체를 강화한다는 말도 안되는 개념으로 치환되는 거였다. 그래서 특성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루나는 전천후 사기 캐릭터로 거의 자리 잡았으니까.
동시에 특성이 어떤 무기에도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또각.
무기가 마련된 장소로 향한 루나가 무기를 고르는 루나의 모습에 나는 그럼에도 묘한 시선을 주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루나의 무기는 소설 속에서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백작가의 장녀로 거의 모든 지원을 받고 고등교육을 받았고, 두루두루 모든 무기를 잘 다루고 상황에 맞춰 대다수 무기를 다루기도 한다.
검, 창, 방패, 혹은 마법 종류를 불문하고 얜 대체 정체성이 뭔가 싶을 정도….
‘이거 생각하면 말이 안되잖아?’
어떻게 그걸 다 다루는 거지. 메인 히로인으로서 작가가 편애했나 싶었는데, 생각할수록 루나의 설정은 이상했다.
“아. 그럼 난 이걸로 하면 되겠다.”
그렇게 루나가 집어 든 무장이란 내 생각을 벗어난 무기였다.
오른손엔 스몰 해머와 왼손엔 카이트 실드형태의 방패를 갖춰 드는데… 순간 어이가 없어 물었다.
“…진짜 나랑 대련하려고?”
“그럼 내가 가짜로 말했겠어?”
이젠 내 말을 제법 거침없이 받아주는데, 그런 날 바라보는 루나의 눈빛은 정말이지 순수해 보였다.
그것도 정말 순수한 악의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ㅡ내가 정말 싫다는 눈빛.
그러니 날 어떻게든 한 방 먹여서 망신을 주겠다는 열망이 담겨있는 눈빛인데, 그걸 인지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무슨 아이가 자기 장난감 뺏겼다고 칭얼대는 것도 아니고.
이젠 루나의 모습이 오히려 내겐 귀엽게 보일 지경이었다.
“좋아. 그래. 대련하자.”
태연히 대련을 받아주면서도 바로 밀리아를 바라봤다.
“한천성. 그래도 두 사람 특성의 차이가 2레벨과 4레벨인데 정말 괜찮겠어? 나는 이 대련 좀 위험할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던 바를 그녀가 대신 말해오자, 나는 확실히 루나에 비해 밀리아가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그래서 그런데 밀리아. 수련 교관님을 불러와 줄래? 혹시 모르니까. 참관 교관님이 있었으면 해.”
“응. 알았어.”
내 말에 바로 자리를 떠난 밀리아는 곧 C클래스 수련장의 교관을 데려왔다.
수련 교관은 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닌 녹색 머리칼의 여성.
‘루드미나’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는데. 유니크 등급의 특성으로 특성 레벨 7. A클래스 교관인 아발란체에 비해선 1레벨 낮았다.
“한천성과 루나. 두 생도가 대련한다고 들었습니다만. 혹시 분쟁이나 갈등으로 인한 대련입니까?”
서글서글한 눈매와 달리 그녀가 꽤 차분히 물어오자, 나는 고갤 저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우연히 루나와 대답이 겹치자, 루나가 기분 나쁘다는 듯 날 바라보는데 그런 루나의 모습에도 자꾸만 웃음이 났다.
‘진짜 무슨 여자아이 보는 거 같네.’
생각만이 아니라 진짜 한 초등학생? 딱 그정도에서 정신연령이 멈춰있는 여자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
말투도 직설적이고, 지금 느끼는 감정이 루나의 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니까, 오히려 루나를 보면서 나는 악감정이 생기지도 않았다.
“그럼 좋아요. 그런 게 아니라면 생도 간의 대련은 저도 언제나 환영이에요. 생도는 각자 자리로 위치해 주세요.”
저번에 참관 교관이었던 아발란체 교관과는 명백히 다른 부드러운 교관의 음성에, 나와 루나는 각자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도 주변에 몰려든 생도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뭔가… 이 상황 자체는 익숙하면서도 또 전혀 달랐다.
‘신기하단 말이지.’
며칠 전 레온하르트와의 대련도 분명 이렇게 수많은 대련의 참관자들이 있었다. A클래스 생도들이 나와 레온하르트의 대련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때만 해도 나는 지금과 전혀 다른 시선을 받고 있었다.
나를 보며 대놓고 불쌍하다고 말하거나 연민, 혹은 천시하듯 커먼이란 내 특성을 우습게 바라보던 여러 A클래스 생도의 음성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대련장에 선 나는 그때 내가 받던 시선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수련장에 있는 C클래스 생도 중에 날 가벼이 보는 생도는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고, 오히려 절반 이상은 정말 기대된다는 듯 내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이게… 레온하르트가 받았던 시선일까.’
천천히 제 창을 들면서도 기분은 지극히 묘했다.
물론 레전더리 특성에 누가 봐도 정말 잘생기고 훤칠했던 레온하르트가 받는 시선이 나와 같을 리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비슷한 느낌일 것 같았다.
ㅡ이 세상의 주인공이 받았던 시선을.
지금 나는 간접적이나마 느끼고 있는 거니까.
“대련 시작.”
부드러운 교관의 음성을 끝으로 나는 이전의 대련처럼 선공에 나서지 않았다.
담담히 루나가 먼저 내게 쇄도해오길 기다릴 뿐.
당장 그녀와 내 특성 레벨의 차이는 명백하다. 단순히 특성 2레벨과 4레벨은 절대 2레벨의 차이가 아니었다.
가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차이.
내가 선공하며 이점을 가져간다면 애써 개선해놓은 루나와의 관계가 망가질 것이다.
더구나 레온하르트가 2레벨 일 때랑 내가 3레벨일 때의 대련과. 지금의 대련은 상대도 다르고 나도 더 강해져서 말도 안되는 차이가 나는 거니까.
루나를 얕잡아본다는 게 아니었다.
ㅡ상대와 나의 차이를 인지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나를 과시하지 않는다. 조절한다는 개념으로 대련에 임할 생각이었다.
“한천성, 넌 4레벨이니까. 나도 봐주지 않을 거야.”
그러다 루나가 자신감 있게 말을 해오자, 순간 웃음이 났다.
“그래. 루나, 먼저 공격해도 좋아.”
지난 대련에서 레온하르트가 내게 건넸던 말을 그대로 읊자, 루나가 거침없이 지면을 박차고 쇄도해왔다.
ㅡ!
자리를 지킨 채, 바라보며 새삼 느껴졌다.
내가 루나보다 우위에 있음을 명백히 아는 지금.
내 마음이 들뜨지 않게 주체하는 것도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게 날 바라보던 레온하르트의 마음이었을까.’
그런데도 레온하르트는 날 경시하지 않고 차분히 대련을 진행했었다는 사실이 다시금 떠오른다.
‘…역시 주인공에겐 배울 점이 있네.’
그리고 나 역시, 그래야만 했다.
루나를 업신여기지 않고, 제대로 대련의 상대로 대해야 한다.
그렇게 시야에 들어온 루나의 모습을 차분히 담았다.
ㅡ! ㅡㅡ!
빠르게 지면을 박차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오는 루나는 방패를 든 손이 꽤 신기했다.
명문 귀족가 출신답게 미숙한 느낌이 일절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나도 차분히 마음먹었다.
그 순간.
스륵, 창을 쥔 내 손이 조금의 변화를 이룬다.
내가 아직 스킬에는 다다르지 못했다지만.
특성은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정체되어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새롭게 깨닫게 된 자세이자, 추구할 수 있게 된 하나의 개념.
ㅡ[한점을 찔러 비튼다]
공격을 부술 수 없다면.
상대의 공격을 비틀어 지워낸다.
그것을 지금 이 대련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