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4)
***
“이름은 글레시아. 보유한 특성의 이름은 바람의 인도. 특성 레벨은 3입니다.”
차분한 글레시아의 자기 소개가 이어지자, 그녀를 응시하던 시험관들의 눈빛은 이전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ㅡ바람의 인도.
이름부터가 평범치 않은 특성.
“바람의 인도라….”
“아마도 바람 계열 원소에 속한 특성인가 보군.”
“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혹시 검을 들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인가?”
여태껏 한천성에게만 반응을 보였던 시험관 칼리를 비롯해서 다른 두 시험관마저 글레시아에게 관심을 비추자, 그녀는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검에 한정된 특성은 아닙니다. 제가 사용한 매개체가 검일 뿐. 손으로도 바람을 다룰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가 손을 들어 보이자, 미세한 바람의 기류가 글레시아의 손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거 잠재력이 대단한 특성이라 볼 수 있겠군.”
“마법적 재능이 있다면. 바람 속성에 한해 큰 두각을 보일 수도 있겠어.”
칼리를 제외한 두 시험관이 연신 관심이 간다는 듯 말을 건네자, 글레시아는 은은히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녀와 달리, 시험장 내에서 함께 바라보던 천성의 눈빛은 미미하게 꿈틀거렸다.
‘태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나를 비롯해 다른 응시자에겐 한마디 말을 건네지 않던 시험관들이. 지금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쉼없이 질문을 이어간다.
그걸 지켜보는 난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특성을 제대로 발현하지도 않았는데, 특성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저런 반응을 보여주다니….
“그래서 글레시아. 특성의 등급은 어떻게 되지?”
칼리가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꺼내자, 나는 바로 등급이 떠올랐다.
‘유니크.’
바람의 인도라는 특성은 나도 소설에서 본 적 있는 특성이었다.
“유니크 등급입니다.”
예상대로 글레시아가 유니크라 답하자, 시험관들이 더욱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표현했다.
“이거…. 모처럼 만의 인재가 나타났군.”
“유니크 특성을 3레벨까지 올렸다면 정말 대단하다고 볼 수 있는데 말이야.”
두 시험관이 밝게 말하는 것으로 모자라 칼리마저 옅은 미소를 짓는데, 나는 그 모습에 숨길 수 없는 아쉬움을 느껴야만 했다.
분명 그녀와 나는 같은 특성 레벨임에도 그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칼리는 내게도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지만… 다른 두 시험관은 이전과도 전혀 달랐었다.
‘그야, 유니크 등급이니까.’
머리로는 이해는 하지만, 마음은 씁쓸했다.
나도 하다못해 레어 등급만 됐더라도 다른 시험관도 내게 이렇다 할 관심을 보였을 텐데.
커먼 등급의 특성인 창술이란… 그만큼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글레시아가 지닌 [바람의 인도]라는 특성은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 내에서 꽤 높게 평가받는 특성이었다.
주인공과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기에 등장 비중 자체는 높지 않지만, 아카데미에서 항상 최상위권으로 이름을 올리던 글레시아란 이름은 내게도 익숙한 이름이었다.
‘엑스트라치곤 이상할 정도로 스펙이 높다고 생각했었지만….’
하필 입학시험에서 같은 조로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최악도 이런 최악이 없었다.
“그럼 바로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글레시아가 허수아비로 향하자,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 관한 호기심이 들었다.
‘과연.’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보게 된 유니크 등급의 특성은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녔을까.
ㅡㅡㅡ!
직후 글레시아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싶은 순간, 나는 눈을 부릅떴다.
‘빠르다!’
민첩 특성이 가장 높은 내가 보기에도 검을 휘두르는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그녀가 검을 휘둘렀다 싶은 순간. 이미 강풍이 허수아비의 전신을 완전히 덮친 후였다.
슈슈슈슉!
쉴 새 없이 허수아비의 전신을 강타하며 수도 없는 상흔을 새겨간다.
이후 검은 허수아비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허수아비의 전신엔 강렬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
몇초 지나지 않아 강풍은 사그라들었지만, 그 후 나타난 허수아비의 모습이란 정말 처참했다.
‘개사기잖아.’
거의 수백 번에 달하는 검흔이 허수아비의 전신에 새겨졌는데. 언뜻 보더라도 그 위력이 말이 되지 않았다.
착.
글레시아가 여유롭게 검을 회수하자. 새삼 느끼게 됐다.
‘이게 바로 유니크 등급.’
내가 지닌 특성인 커먼 등급인 ‘창술’ 특성과는 가히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느껴졌다.
질투와 같은 감정을 품을 수조차 없는 차이가 느껴졌다.
“글레시아라고 했지. 좋은 결과 기대해도 좋을 거야.”
한 시험관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짓자, 글레시아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그대로 출구로 향했다.
바로 그녀를 따라 출구로 향하면서도 기분이 묘하기만 했다.
‘앞으로 이런 괴물들과 아카데미를 함께 다녀야 한다는 거지.’
아카데미에 입학한 생도 모두가 유니크 등급의 특성을 지닌 글레시아와 같진 않겠지만, 비슷한 괴물은 더러 존재했다.
다시금 현실을 자각하게 된 기분이었다.
저벅. 사락…
그렇게 글레시아와 일정 거리를 둔 채 시험장을 빠져나오자, 시험장 밖엔 여러 사람이 보였다.
“흐윽….”
“어떡해. 모두 다 끝났어.”
“…젠장! 훨씬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앞서 나온 응시자들은 자신의 입학시험 결과를 이미 예상하기라도 한 듯. 실의에 빠져 있었다.
‘쯧.’
…그들을 보며 나는 짧게 혀를 차게 됐다.
특성 3레벨이란 어떻게 보면 대단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2달간 누구라도 뼈를 깎는 수준의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레벨이었다.
아무리 커먼 등급의 낮은 특성을 지녔다고 해도.
‘지금 이렇게 후회할 거면 죽을 것처럼 올리지 그랬어.’
바늘같다곤 해도 하려면 할 수 있을 거였다.
저들 모두가 합격하진 못했더라도 반절가량은 합격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이것도… 사실 내가 그 모든 걸 알기에 노력할 수 있던 걸지도 모르지만…….
저벅.
입학시험의 합격 결과는 다시 이곳에 오면 커다란 벽보에 합격자 명단이 걸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클래스에 배정받았는지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려던 차.
덥석.
“잠깐.”
…덥석 팔이 잡히자, 나는 반강제적으로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팔을 잡은 사람은 익숙한 사람이었다.
바로 나와 같이 출구로 나온 여성.
글레시아.
“…?”
뭔가 하며 고개를 돌리자,
이전의 차가운 표정과 달리 복잡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글레시아가 있었다.
***
“잠깐.”
남자의 팔을 잡아 제지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나를 지나쳐 가는 남자.
한천성이란 남자가 보인 결과를.
3레벨의 특성이니, 합격하는 거야 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시험관들에게 차가운 냉대를 받을 거라 여긴 것과 달리, 시험관 중 한 명인 칼리는 이 남자를 인정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이 남자는 자신이 내뱉었던 ‘자신감’이란 말을 지켜낼 수 있었다.
시험장에서도 비굴하거나 주눅 든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라, 다른 응시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감 있는 태도로 입학시험을 마쳤으니까.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서도 남아서 날 평가하듯 바라보는데, 그 시선조차 사뭇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과 달라.’
보잘것없는 특성을 지녔는데, 보이는 행동들은 하나같이 비범하게 느껴지니까.
그 간극이 내겐 이 남자를 더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왜?”
날 바라보며 짧게 답한 남자를 바라보며 눈가를 좁혔다.
그리곤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잠시 나와 대화 좀 나눴으면 하는데.”
“대화?”
“그래. 너도 입학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보이니까. 같은 합격자들끼리 대화를 나눴으면 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이해해야만 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이 남자도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 제 말에 한천성이란 남자는 순간 픽 웃으며 날 바라봤다.
아마 합격을 예상할 터. 날 바라보며 짓는 웃음이 삐딱하게 느껴졌다.
그건 이해가 갔다.
‘연무장에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으니.’
당장 오늘만 해도 연무장에서 시선이 마주치자, 나는 이 남자를 차갑게 외면했었다.
그러니 내게 좋지 않은 인상을 지니고 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
남자가 아무런 답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자, 괜히 팔을 잡은 상태로 쭈뼛거리게 됐다.
‘설마….’
내가 이런 하찮은 특성을 지닌 남자에게 거절을 당하는 건가 싶던 차.
“그렇게 말해주면, 나야 고맙지. 안 그래도 나도 너랑 대화하고 싶었거든.”
남자가 급화색을 띤 채 말해오자, 멍하니 바라보게 됐다.
갑자기 온도가 달라도 너무 달라 얼떨떨하던 차.
저벅.
순간 손에서 힘이 느껴졌다.
“아?”
사락.
“그럼 카페에 가서 느긋하게 대화라도 나누자. 내가 살게.”
나를 이끄는 손길에 멍하니 끌려가면서도, 눈을 깜박이게 됐다.
‘이 남자는 대체 뭐지…?’
분명 내 차가운 시선은 이 남자에게도 좋지 않게 보였을 텐데.
지금은 태연하게 내 손을 잡고 이끌자,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하면서도 이 남자와 걸음을 맞추게 됐다.
툭.
“그래도 손은 놓고….”
손잡고 이동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싶어, 손을 떼어놓자 쉽게 풀렸다.
“뭐야. 먼저 내 팔을 잡길래, 손은 괜찮은 줄 알았지.”
“…그건 어쩌다 보니까.”
“그래? 그럼 알았어.”
태연하게 걸어가는 남자를 보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뭐라고 설명하기도 힘든 이상한 남자였다.
‘하찮은 커먼 특성 주제에….’
유니크 특성을 가졌다는 걸 아는데도 어떻게 날 이렇게 대할 수 있는 걸까.
당장 이 행동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다.
…
착.
“이 카페가 꽤 괜찮아, 분위기도 그렇고 가격도 적당하고.”
남자가 싱긋 웃으며 잔을 건네주자, 받아들면서도 떨떠름했다.
“…그래. 고마워.”
막상 이 남자를 붙잡긴 했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
“아, 먼저 내 이름은 한천성.”
그러다 들린 소리에 고개를 들자, 남자는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통성명부터 하는 게 순서인 것 같아서.”
“…난 글레시아.”
“글레시아. 그래. 좋은 이름이네.”
밝게 웃는 남자를 보면서도 정작 기분은 묘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