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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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로얄 아카데미>이 세상 속에선 특성 검사를 받기 전까지,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알지 못한다.
유년 시절부터 특정 분야에 두각을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게 정작 자신의 재능과 관계없는 경우도 꽤 많았다.
그래서 신분이 높은 귀족 가문이라 하더라도 자식 교육에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마나를 쌓는다던가, 기본적인 육체적인 수련을 꾸준히 하며 여러 지식을 쌓는다.
수많은 분야에 걸쳐 ‘기본적인 능력’을 습득한다.
대다수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어디에도 치우쳐 있지 않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특성을 확인한 후 입학할 수 있는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란 그 자체로 특별했다.
…특성을 알고 배우기 시작하는 것과 그 전까지는 거대한 차이가 있으니까.
한마디로 특성을 확인한 후부터 인생은 시작이란 소리였다.
그리고 그렇기에.
성인이 되어 특성 검사를 받기 전까지 모두가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ㅡ자신의 미래를 알 수 없다.
나아갈 길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두 불투명하다.
성인이 되어 자아가 완성되어 있음에도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건.
누구라 하더라도 큰 불안과 걱정을 느끼게 하는 거였다.
…
“…자신이라니.”
멍하니 반문하는 천성을 보며 글레시아는 담담히 그를 마주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었던 하찮은 특성으로 아카데미에 가려는 이유. 그건 답을 들을 수 있어 어느정도 의문은 해소됐다.
그렇다면 다음.
커먼에 지나지 않는 창술을 가졌으면서. 이 남자는 어떻게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을까?
앞으로 나아가려 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의문은 아직 남아 있었다.
“어쩌다 연무장 앞에서 네 말을 들었어. ‘자신감 있게 가겠다’라는 말을.”
“…그걸 들었다고?”
“어쩌다 보니까. 듣게 된 거야.”
답하면서도 글레시아도 조금 민망하긴 했다.
멋대로 다른 사람의 말을 엿들은 거니까. 어처구니없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굳이 시선을 피하진 않았다.
알아야 했다.
어째서 이 남자가 그러한 자신감을 지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자기보다 높은 특성을 지닌 사람을 상대로도 아무렇지 대화를 나누고 태연한 기색을 유지한다.
‘이 태도’ 자체가 특별한 거였다.
그리고 그건 내게도 필요한 무언가로 느꼈다.
아카데미엔 내가 지닌 특성 이상의 무언가를 지닌 ‘괴물’들이 입학하게 된다는 걸 나는 이미 안다.
대표적으로 레전더리 등급을 지녔다고 소문이 자자한 레온하르트.
그 외에도 재학 중인 인물 중에서 높은 특성을 지닌 존재도 더러 있었다.
그런 그들 앞이라면 내 유니크 특성이라 해도 빛이 바래고 마니까.
나는 이 남자에겐 배울 점이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건 너무 추상적인 질문인데.”
“네가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지, 그것만 알려줬으면 해.”
내가 다시금 말하자, 천성이란 남자는 순간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니까. 그 말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란 말하는 거야. 애초에 자신감이란 건 누가 가르쳐준다고 생기는 게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렇지만이 아니라 내가 느끼기엔 그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다면, 자신감이란 자연스레 따라오는 거니까.”
이어진 남자의 말은 지극히 옳았다.
“글레시아. 단적으로 묻지. 지금 네 눈엔 내가 널 대하면서 긴장한 것처럼 보여?”
자신감 가득한 음성에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시험장에서 여러 시험관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을 선보였던 남자가 이 한천성이란 남자였다.
지금 날 마주하고 있다고 해도 긴장한다거나 내 눈치를 살피며 주춤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그렇게 보이진 않아.”
“그렇지? 내가 널 어려워하는 것도 아니고, 우린 지금 대화를 하려고 만나고 있을 뿐이니까. 서로가 지닌 특성을 떠나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내 시선을 직시하며 말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특성을 떠나서?’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창술이란 커먼 특성을 가지고, 이 남자는 담담하게 보였다.
이 세상에서 특성이란 자신의 전부와 다름없다.
특성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 살아갈 길을 강구한다.
그래서 특성의 등급이란 곧 그 ‘사람의 가치’를 뜻하는 것과 같았다.
한천성이란 남자는 분명 커먼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도 가장 낮은 등급의 특성을.
“…”
의문 속에서 남자를 찬찬히 바라보게 됐다.
묘한 형태의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 한천성이란 이름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이질적이었다.
그런데 유니크 특성을 지닌 나와 시선을 마주치면서도 이 남자는 여유가 있었다.
“지금 눈빛을 보니까, 내 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네.”
“솔직히 말하면 모르겠어. 한천성, 네가 날 대하면서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지. 창술이란 특성으로 그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자는 그렇다 칠 수 있지만. 후자는 내가 보기엔 달라. 노력은 ‘기본’이니까.”
그러다 들려온 말에 멍하니 눈을 깜박거렸다.
“노력은 기본이라고?”
“넌 유니크 특성이 있으니까. 이해하기 힘들겠지. 커먼 특성이 노력한다고 해봐야 효율도 낮고. 레벨도 느리게 올라가니까. 노력은 기본이란 말을 한다고 해도 어쩌면 너에겐 이상하게 들리겠지.”
이어진 말에 멍하니 고갤 끄덕였다.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이 남자는 말하고 있었다.
‘커먼은 노력해도 의미가 없으니까.’
특성 등급이 높으면 일반적으로 레벨을 올리는 속도 또한 빠르다.
고등급의 특성은 알게 되는 개념도 더욱 상세하고 치밀하다. 반대로 저등급 특성은 알게 되는 개념도 얕고 엷다. 따라서 성장 속도 역시 훨씬 더디다는 소리였다.
커먼 특성의 남자가 나랑 같은 특성 ‘3레벨’이라는 게 신기하지만 앞으로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글레시아. 그래서 나는 말한 거야. 내겐 노력이 기본이라고.”
담담히 답하는 남자의 모습에 나는 작은 숨을 내쉬었다.
이제 오히려 처음보다도 더 이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도 앞으로 넌 더 힘들 뿐이잖아. 내가 노력하는 것과 네가 노력하는 건 ‘전혀’ 다르니까.”
지금 이 남자는 노력이 기본이라고 말했지만, 나와 이 남자는 애초에 출발 선상부터 달랐다.
내 출발선이 이 남자의 몇 배는 더 앞에 있는 거니까.
그리고 이후 달리는 속도 또한 전혀 다를 것이다.
내가 걷는다고 해도, 커먼 등급의 이 남자에겐 내가 빠르게 뛰는 것처럼 그 간극은 좁힐 수 없을 만큼 벌어질 것이다.
“…그렇지. 네 말대로 확실히 다를 거야.”
내 말에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는 내 말을 이해하는데도 담담해 보였다.
“그래도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
“전부가… 아니라니.”
“물론 내가 너에 비해 느리긴 하겠지. 너보다 몇 배의 노력. 등급의 차이로 보면 못해도 4~5배는 노력해야 할 테니까. 그런데도 노력하면 가능한 거니까.”
차이가 큰 걸 인지하면서도 이 남자는 내게 말하고 있었다.
ㅡ가능하다고.
노력이 뒷받침되면 그 말도 안되는 차이를 좁히는 게…….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이 남자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달라.’
내가 바라봐왔던 다른 사람과도 확실히 달랐다.
다른 사람이라면 커먼이란 것에 좌절하고, 차이를 깨닫고 일찌감치 아카데미에 들어서는 걸 포기했을 것이다.
자기보다 더욱 높은 특성, 빛나는 재능을 곁에서 바라보는 건 견디기 힘드니까.
그래서 모두가 아는 거였다.
이후 마주하게 될 그들과 자신의 차이를.
그리고 현실이란 벽까지.
그런데 이 남자는 모두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당당했다.
차이가 난다면 그 이상의 노력을 가지고 좁혀보겠다고.
등급이 낮다고 해도 가능하다고….
무심코 나는 이 남자가 다시 내게 해줄 답을 기대하게 됐다.
“…….”
조금 전 말을 끝으로 생각에 빠진 남자를 바라보며 나는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얼마나 답을 기다렸을까.
남자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물론 나도 더 높은 등급의 특성을 얻기를 원했어. 지금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없다곤 말할 순 없겠지. 그런데 지금 내겐 이게 현실이잖아.”
“현실….”
“내가 얻은 창술이란 특성을 이제 와 바꿀 수도, 다른 걸 원한다고 해도 얻을 순 없어. ‘현실’은 바뀌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저 받아들인 것뿐이야.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지.”
태연히 말을 잇는 남자의 모습은 시험장에서 실력을 행사하던 모습에 비해서도, 지금이 내겐 더 비범하게 보였다.
커먼이란 낮은 특성을 부여받았다.
그런데 그 생각과 마음가짐은 그 커먼을 아득히 벗어난 사람.
마치 많은 걸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불현듯. 언니의 모습이 남자에게서 겹쳐 보이는 듯했다.
ㅡ글레시아. 너도 차차 알게 될 거야. 왜 선택해야 하는지 또 이해해야 하는지도. ‘현실’이란 때론 알고 있음에도 마냥 거부할 순 없거든.
언니와 함께 보냈던 시절.
이따금 뜻 모를 말을 전했던 언니.
이젠 최전방의 전선에 있을 언니가 불현듯 눈앞에 아른거렸다.
언니는 분명 ‘현실’이란 말을 했었다.
‘그걸… 이 남자가?’
생각하면서도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보잘것없는 특성을 지닌 남자가 언니가 내게 했던 말을 연상케 한다는 게.
“뭐, 말이 좀 장황했지만, 아무튼, 결론은 나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날 받아들이고 노력할 뿐이지. 네가 지금 날 바라보며 이해하기 힘든 것도 당연해. 우린 서로가 다르니까.”
“…그렇지. 나랑 너랑은 많이 다르니까.”
답하면서 다시금 생각했다.
내가 커먼 특성이랑 같을 리가 없으니까.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한천성이란 남자에게서 시선이 떼어지지 않았다.
이 남자는 내가 모르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외모와 성격. 그리고 행동도, 이름마저도 다 평범하지 않다.
단지 특성만이 낮을 뿐인 남자.
특성을 제외한 나머지가 다 비범하니까, 다른 사람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ㅡ특별함.
“그런데도 넌 지금 날 이해하고 싶다는 거지? 그래서 나와 대화를 나누려고 한 거고.”
조금 가벼운 음성에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널 이해하고 싶었어. 그래서 대화하려고 한 거야.”
“그럼 이걸 어쩌지… 말로는 알려주기가 힘들 것 같은데. 분명 날 이해할 방법은 있긴 하지만.”
예상외의 말에 눈을 끔벅였다.
“이해할 방법이 있다고?”
“있어.”
자신감 있게 답하는 남자의 모습에 가슴이 크게 뛰었다.
두근.
‘방법이 있어.’
그리고 그게 언니와 큰 연관점이 있어 보였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언니에게 다가설 수 있는 열쇠. 그게 이 남자에겐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글레시아. 넌 방법이 궁금해?”
묘하게 묻는 남자의 모습에도 나는 어느새 답하고 있었다.
“…궁금해. 알려줘.”
그래서 이전과 달리, 나도 남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창술이란 특성은 제쳐두고서. 지금 내게 없는 무언가가 이 남자에겐 있었다.
그러니까. ‘그걸’ 나는 알아야만 했다.
“방법은 간단해.”
하지만… 바로 들려온 남자의 말에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간단하다고?”
전혀 간단할 것 같지 않은데.
이 남자는 그게 너무 쉽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