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65)
“오늘은 조금 일찍 마쳤습니다.”
“…그래요? 아무튼, 안에 있으니 들어와요.”
아델리아가 태연히 그녀를 양호실로 들이자, 칼리는 내부로 들어서면서도 공간을 살피게 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잠든 듯 병상에 누워있는 다비드였다.
“혹시. 다비드 생도의 상태는 어떤 상태인가요? 제가 보기엔 큰 이상은 없어 보였습니다만….”
“칼리 교관 말대로 특별한 이상은 없어요. 다만 의식을 잃어서 조금 늦게 일어나긴 하지만 괜찮아요. 생각하고 보면 이렇게 늦게 일어날 일인가 싶기도 한데. 아무튼, 내일이면 정상적으로 아카데미에 나올 수 있을 거예요.”
“다행이네요. 고마워요.”
“감사는 됐어요. 나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아델리아가 손사래 치자, 칼리는 무심코 다시금 주변을 살펴봤다.
다비드를 제외하면 당연히 천성이 보여야 하는데, 막상 칼리의 눈엔 천성이 보이지 않았다.
“칼리 교관. 혹시 한천성 생도 찾아요?”
“아, 네. 맞습니다.”
“그럼 잠시만. 칼리 교관, 잠깐만 기다려 봐요.”
돌연 아델리아가 칼리를 멈춰 세우곤 흰 커튼이 쳐져 있는 곳으로 들어서자. 칼리는 멀뚱히 시선을 주게 됐다.
스르륵.
그렇게 흰 커튼을 젖히고 내부로 들어선 아델리아의 모습에 천성이 조금 놀랐다.
“한천성 생도.”
“네. 아델리아 교관님.”
“지금 몸 상태는 어때요? 좀 괜찮아요? 내가 괜히 힘을 보여준답시고. 애꿎은 한천성 생도에게 피해를 준 것 같은데. 혹시 후유증 같은 게 있어요?”
“아뇨. 이제 정말 괜찮습니다.”
천성이 정말 괜찮다고 고갤 끄덕이자, 아델리아는 옅은 숨을 내쉬곤 조심스레 오른손을 뻗었다.
스륵.
돌연 아델리아가 천성의 이마에 손을 얹자. 천성은 놀라면서도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ㅡㅡㅡ!!
곧이어 아델리아의 손에서 찬란한 싱그러운 초록빛이 터져 나오자, 천성의 전신을 따스한 미풍이 감쌌다.
아델리아 특유의 치유 기운이 천성의 신체에 맴돌자, 천성은 놀라면서도 그저 가만히 받아들였다.
곧바로 몸이 가벼워짐과 동시에 활기가 샘솟기 시작했다.
“이건….”
“내 특성이에요. 조금 전엔 혹시 날 찾아온 생도가 급한 생도인가 싶어 나갔었지만, 지금은 칼리 교관인 걸 아니까, 조금 치유해주려고요.”
1분가량 천성의 이마를 어루만지던 아델리아가 서서히 그 손을 떼어내자, 천성의 몸에 깃든 따스한 치유의 바람도 사라져갔다.
천성은 순간 아쉬움을 느끼며 제 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침에 씻고 난 것처럼 몸이 완전히 개운해진 상태. 천성이 보기엔 믿기 힘든 효과였다.
“교관님 고맙습니다.”
“아뇨. 제가 괜히 생도에게 실력을 행사한 꼴이었으니까.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죠.”
픽 입가를 말아 올린 아델리아가 돌연 그 몸을 숙였다.
ㅡ!
순간 그녀의 몸이 단숨에 아래로 숙어지자, 자리에 앉아있던 천성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
압도적인 질량이 순간 천성의 눈가를 가리듯 크게 다가오자, 그건 마치 폭력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더불어 아델리아가 지닌 여체 특유의 향이 확 느껴졌다.
“한천성 생도.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칼리 교관이 정말 불편하지 않아요?”
돌연 그 귓가에 속삭이듯 의견을 묻자, 천성은 멍하니 고갤 저었다.
천성의 시선엔 아직도 아델리아가 몸을 숙이며 다가왔던 그 순간 막강한 파괴력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이성적인 판단 자체는 가능했다.
“…괜찮아요. 정말 칼리 교관님이 불편하지 않은 걸요.”
“지금 여기선 굳이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요. 다시 묻겠는데 정말 불편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아델리아가 거듭 묻자, 천성은 멍하니 고갤 끄덕였다.
그는 지금 아델리아에게서 느껴지는 산뜻한 꽃향기에 그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천성의 모습에도 아델리아는 옅은 숨을 내쉬곤 그 몸을 떼어냈다.
“…”
갑작스러운 아델리아의 다가섬과 서서히 떼어지는 그녀의 몸짓에도 천성은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질량을 가진 가슴이 제 시야에 다가왔다 사라지는 게 얼마나 사람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지.
눈앞까지 다가오자 천성은 무심코 본능을 억누르는 데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라, 칼리 교관이 좋게 대해준다는 건 정말 빈말이 아니었나 봐요?
아델리아가 픽 웃으며 말하자, 천성은 다시 고갤 끄덕였다.
그는 지금 자신이 빤히 아델리아의 가슴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그런 천성의 시선에 픽 웃은 아델리아는 그 손을 들어 가볍게 튕겼다.
딱!
“아….”
가볍게 천성의 이마를 때리자, 천성이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한천성 생도. 제가 분명 봐도 된다고 허락은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제 가슴을 빤히 바라봐도 된다고 말하진 않았잖아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됐어요. 고의로 그런 것 같진 않으니까. 그럼 이만 열게요?”
“네. 괜찮아요.”
아델리아가 천천히 그 커튼을 거치자, 천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바로 제 모습을 바로 했다.
***
스르륵.
아델리아 교관이 커튼에 들어선 후. 칼리에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의 기운으로 공간을 단절하기라도 한 것 같은데.
‘…왜?’
칼리는 순간 의문을 느꼈다.
왜 아델리아가 기운을 응용해 공간을 단절했는지.
그리고 5분 가까이 지나서야 흰 커튼이 젖히며 아델리아 교관과 한천성 생도가 보이는데, 저도 모르게 묘한 시선을 줄 수밖에 없었다.
커튼이 쳐진 공간 내부는 제 생각 이상으로 협소했다.
‘아델리아 교관과 한천성 생도 둘이서만…’
왜 몇 분 가까이 있었을까. 그게 갑자기 너무나 묘하게 느껴졌다.
당연히 아델리아 교관님도, 한천성 생도도 의심할 무언가는 없다.
아니, 애초에 내가 그들 사이에 무엇을 의심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렇게 좁은 공간이라 생각하자, 서로가 자연스레 밀착하지 않나 싶은… 그런 이상한 생각이 자꾸만 드니까.
“칼리 교관님, 안녕하세요.”
한천성 생도가 어색하게 웃자, 나도 그만 상념을 지웠다.
“그래. 다비드 생도가 걱정돼서 양호실에 있었다는 얘긴 들었어.”
가볍게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공간 한편에 서서 흥미롭다는 듯 우릴 바라보는 아델리아 교관이 의식됐다.
전장에 선 간호 장교 중에서도 으뜸이라 평가받는 여성으로 나도 그녀를 우러러보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는데. 지금은 뭔가 묘했다.
“교관님. 제멋대로 강의를 빠져서 죄송합니다. 정말 그러려던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의도치 않게….”
“그건 됐어. 나도 강의에 빠진 걸 가지고 생도를 질책하려 양호실까지 온 건 아니니까.”
차분히 답하다 그만 저도 모르게 눈가가 좁혀졌다.
‘…저건.’
한천성 생도의 어깨가 눈에 띄었다.
긴 초록빛 머리칼이 보이는데 나는 순간 어쩌다…. 저 위치에 아델리아 교관의 머리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다비드 상태는 괜찮다고 해요. 아직 의식만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그건 아델리아 교관에게 직접 들어서 알고 있어. 다만 나도 겸사겸사, 두 생도 모두 제가 담당하는 생도라 확인하러 온 것뿐이니까.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말에 작게 고갤 숙이는 모습에 시선을 주면서도….
역시, 한천성 생도라는 생각이었다.
한천성 생도는 내가 아는 그대로였다. 겸손하고 성실하다. 그리고 깍듯하게 교관을 바라볼 줄 아니까.
그럼에도 나는 왜 자꾸만 생도의 어깨에 남아있는 초록빛 머리칼에 시선이 가는지 몰랐다.
“저기, 잠깐만. 한천성 생도.”
그게 이상하리만큼 거슬려서 그대로 한천성 생도에게 다가서게 됐다.
스륵.
그렇게 손을 뻗자, 한천성 생도가 순간 흠칫하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말 생긴 거랑 다르게, 여자에게 익숙지 않나 보네.’
…나도 딱히 남자 경험이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한천성 생도는 여성이 다가서면 당황해했다.
그럼에도 교관과 생도 사이를 제대로 깨닫고 있는 듯한 이 묘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지킬 건 지키면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여러모로 내 마음에 쏙 드는 생도니까.
“다름 아니라. 그냥 먼지가 좀 있어서.”
툭. 툭.
생도의 어깨를 조심스레 털어주면서, 그대로 아델리아 교관의 머리칼을 바닥으로 흘렸다.
“감사합니다. 교관님.”
“아니야.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렇게 다시 거리를 벌리려던 난 기이한 이질감을 느껴야 했다.
“…”
살며시 옅게 숨을 들이마시자, 이질감은 확 느껴졌다.
그건 분명 산뜻한 꽃향기였다.
‘이건 라벤더 향 같은데.’
어떻게 한천성 생도의 몸에서 라벤더 향이 느껴지는 걸까. 남성 생도가 이런 라벤더 향의 제품을 쓰는 걸까?
물론 그런 제품을 쓰지 말란 법은 없지만, 내가 생각한 한천성 생도의 이미지와는 명백히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러다 무심코, 고개가 돌아갔다.
“응? 갑자기 왜 날 바라봐요?”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 시선에 불현듯 입을 연 아델리아 교관의 모습에 내 마음은 순간 착 가라앉았다.
순간적으로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 들었으니까.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향이 남으려면 서로의 육체가 밀접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다시 생각을 지웠다.
아델리아 교관과 한천성 생도가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순 없었다. 오히려 다비드 생도가 아델리아 교관에게 치유를 받다가 그 향이 조금 남았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어쩌다 우연히 남은 거겠지.’
억지로 생각을 지워내곤 한천성 생도와 다시 거리를 벌렸다.
“한천성 생도. 이후에 혹시 약속이라던가. 따로 일정이 있어…?”
두 생도의 상태만 확인하고 돌아가려 했지만, 직접 만나고 보니까, 이렇게 헤어지기는 또 많이 아쉬웠다.
내 개인 수련실 사용도 허락했으니까, 오늘 아예 마도 공학 물품을 제대로 알려주면 좋을 듯했다.
‘한천성 생도는 오늘 오후. 강의도 빠졌으니까.’
그런 내 생각은 교관으로서 충분히 합리적인 말이라 생각했다.
“아뇨. 이후 일정은 따로 없습니다. 혹시 제가 같이 가야 하는 일이라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예상대로 한천성 생도가 가볍게 수긍하자, 괜히 기특하게 보였다.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노력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 것도 다 좋게 보이니까.
“그럼 잠시만 나와 같이 어울려줬으면 좋겠….”
“저기 잠깐만, 칼리 교관.’
돌연 아델리아의 교관의 음성에 나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녈 바라보며 답하게 됐다.
“예. 아델리아 교관님.”
“미안하지만, 한천성 생도는 오늘만큼은 그냥 보내줬으면 해요.”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때아닌 그녀의 참견에 무심코 눈가가 옅게 찌푸려졌다.
한천성 생도는 엄연히 제 담당 아래에 있는 생도였다. 왜 아델리아 교관님이 한천성 생도와 관련해 내게 간섭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오늘 한천성 생도가 분명 칼리 교관의 강의를 빠진 건 알아요. 그런데 그건 칼리 교관과 나 사이에 이미 합의가 된 말이잖아요. 그렇죠?”
“…예.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한천성 생도에게 말하려는 건 강의에 대해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칼리 교관, 나는 오늘 한천성 생도에게 약속했어요. 강의에 빠지더라도 걱정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만큼은 한천성 생도를 그냥 보내줬으면 해요.”
담담하면서도 차분히.
하지만 이전까지 날 바라보던 것과 달리 아델리아 교관님이 지극히 무심한 눈빛으로 날 마주쳐오는데, 순간 제 말문이 턱 막혔다.
지금 아델리아 교관님의 말 그녀의 말 자체는 이해가 갔다.
지금 그녀가 한천성 생도를 좋게 봐주고, 다비드 생도를 위하는 생도 간의 우정 등 올곧은 마음에 선심을 베풀어 주었다는 것도.
…그런데 왜.
나는 그녀의 말이 이렇게 기분 나쁘게 들리는지 몰랐다.
“한천성 생도. 혹시 내 말이 부담스러웠어?”
그래서 저도 모르게, 나는 그 답을 돌리고 말았다.
그 의견에 대한 답은 한천성 생도에게 ‘직접’ 듣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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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칼리 이슈타르.
그녀가 동부 전장에서 세운 공로에 대해선 아델리아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서로가 각각 다른 전장에 섰다곤 하나, 큰 활약을 보이는 영웅은 어디서나 빛을 발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다시 마주하게 된 칼리의 모습은 아델리아에게 있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소문만큼 성격이 나빠 보이진 않는데.’
칼리 교관에 관해 떠도는 소문이 워낙 흉흉하기 그지없었기에, 난 정말 생도를 엄하고 차갑게 대하는 교관이라 여겼다.
하지만 막상 한천성 생도를 대하는 모습은 그렇게 차가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