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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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시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지만, 어떻게든 소리쳐 공원을 떠나려는 글레시아를 붙잡았다.
글레시아가 공원에 없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뛰어오면서도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
서서히 몸을 돌리는 글레시아의 모습에 나는 정말 크게 안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날 바라보는 글레시아에게 다가서야 하는데…….
내 몸이 더는 말을 듣지 않았다. 다리가 무겁다 못해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았다.
“하아…하아….”
멈춰서서 거친 숨을 토해내는 지금 시야조차 흐릿했다. 아직 내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란 것을 호소하듯 몸이 경고하는 것만 같았다.
일어나자마자 칼리에게 들은 시간. 약속에 대한 것. 그에 나는 내 몸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급하게 뛰어온 지금.
한계였던 몸이, 바로 또 무리한 것처럼.
저벅.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든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렇게 글레시아에게 다가서려고 억지로 몸을 이끌었다. 때마침 글레시아도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또각.
그것도 나보다 더 빠른 걸음 속도로, 내가 너무 지쳐서 그런 걸까, 지금 그녀가 내게 다가오는 속도가 무척 빨라 보였다.
두근.
두근.
아직도 미친 듯이 뛰는 심장에 거친 숨을 토해내면서도 나는 해야 할 말을 생각했다.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그래야 글레시아의 기분이 조금이나마 제대로 풀릴까.
지금도 내 심장은 터질 것만 같고, 몸이 마음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데.
그것보다도 나를 기다렸을 글레시아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건네야 한다고 나는 그걸 먼저 생각했다.
저벅.
또각.
그렇게 서로의 걸음 소리와 함께 마주하게 되자, 나는 바로 사과부터 건넸다.
“정말 늦어서… 미안해.”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는 것보다 사과를 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늦은 건 늦은 거고, 내 사정은 그저 내 개인 사정일 뿐이다.
그것도 내가 대련에 몰입해 있어 저지른 실수와도 같았다.
“……”
내 사과에도 아무 말 없는 글레시아는 마치 평소의 그녀처럼 보였다.
투명하기 그지없는 푸른 눈으로 날 바라보며, 다문 그 입술을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괜히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많이 화났겠지.’
“한천성. 왜 그렇게… 숨을 헐떡이는 거야?”
툭.
내게 물어오는 글레시아의 음성은 예상외로 차분했다.
내게 화를 내거나 질타할 거라 생각한 것과 달리, 그녀는 차분히 묻고 있었다.
“아, 이건… 급하게 뛰어온다고, 미안…. 지금 내 모습이 보기 좀 그렇지?”
삐뚤어진 옷자락이나 엉망이 된 머리칼을 뒤늦게 수습하면서도 그만 어색하게 웃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 입을 열면서도 힘이 부치는 느낌이었다.
“나는 네가 나랑 한 약속을 그저 잊어버린 줄만 알았는데.”
“글레시아. 내가 어떻게 너와의 약속을 잊겠어.”
“그럼 왜 늦은 거야?”
화난 기색 없이 담담히 물어오는 글레시아에 조금 놀라면서도 바로 말을 풀었다.
“오늘 내가 칼리 교관님과 선약이 있다고 말했던 건. 너도 기억하고 있지?”
“기억해.”
“그리고 그 말대로 칼리 교관님과 함께 이동하며 나는 수련에 열중했었어. 그런데 아무래도 그게… 내가 너무 과했나 봐. 수련하다가 그만 의식을 잃었었거든.”
어떤 거짓도 덧붙이지 않고 진실만을 전한다.
“…”
투명한 시선으로 날 마주쳐오는 글레시아는… 이상할 정도로 화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난 차마 거짓을 붙일 생각 자체가 들질 않았다.
여기서 만약 거짓말로 나를 포장하려 든다면, 지금 나를 마주쳐오는 저 투명한 시선을 배신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았으니까.
“의식을 잃었었어…?”
“어. 내가 너무 무리하게 수련을 진행해서… 그렇게 의식을 되찾고 일어나보니까, 이미 6시를 한참 지난 시간이었어. 네가 듣기엔 너무 변명 같겠지만. 정말 거짓 하나 없는 진실이야. 이렇게 내가 너와의 약속에 늦게 온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말을 전하면서도 중간중간 거친 숨을 내쉰다고, 말조차 자연스럽지도 않았다.
…아마 지금 내 얼굴도 붉어져 있을 테고 꼴도 엉망이겠지만, 모습을 추스를 정신조차 없었다.
“……”
그렇게 말을 들어준 글레시아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냥 날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것도 생각조차 읽을 수 없는 투명한 시선으로.
여기서 내가 말을 더하는 것도 오히려 추해질 것 같아, 글레시아의 말을 기다리자, 그녀는 이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천성. 자리에 앉자.”
“어…?”
“네 상태가 지금 쉬어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일단 앉자고.”
또각.
담담한 음성으로 답한 글레시아가 그대로 걸음을 옮기자, 나는 멍하니 그녀의 곁에 걸음을 옮겼다.
저벅.
걸음을 맞추면서도 이 상황이 뭔가 내 예상을 계속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글레시아가 크게 화를 내지 않고 담담히 날 대해준 건 좋게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게 또 정말 안심해도 되는 건지, 나로선 긴가민가했다.
덜덜.
걸음을 옮기는 다리가 떨렸다.
순간이나마 긴장이 풀려서 그럴까, 아니면 몸이 한계를 느껴서 그런지. 여전히 힘들기만 했다.
스륵.
글레시아가 한 벤치에 앉자, 그 곁에 앉으면서도 작은 숨이 새어 나왔다.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은 이제는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런데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니었다.
“…”
지금조차 공원의 나무들이 뭔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일단 한천성. 네 말은 이해했어.”
“그래? 내가 늦어서 화나지 않았어?”
내가 조심스레 묻자, 글레시아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화가 났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 네가 늦은 것도 말을 듣고서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 네 모습을 보니까, 거짓말처럼 보이지도 않는걸.”
“그럼. 내가 왜 이런 걸로 거짓말하겠어.”
이제야 내 마음이 완전히 놓이는 듯했다.
글레시아가 너무 담담히 말해줘서 다행이었다.
그 감정을 숨기거나, 화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화가 났지만 날 이해할 수 있다고.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글레시아 특유의 화법이 지금은 너무 좋게 느껴졌다.
‘빙빙 돌려서 말하는 사람보다 훨씬 나아.’
여자를 대할 때 느껴야 하는 피곤함이 글레시아에겐 조금 다른 의미로 전혀 없었다.
너무 순수하다는 건 간혹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순수하다는 것 자체만 놓고 보면 너무 친해지고 싶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해옴에 가식이나 숨김이 없다. 그런 사람을 대하는 데 나도 거리낄 것도 없다.
나 역시, 진심으로 대하면 되니까.
“이렇게 이해해줘서 고마워. 난 솔직히… 네가 정말 크게 화를 낼 줄 알았거든.”
멍하니 벤치에 기대면서도 이젠 제법 말이 자연스럽게 새어 나왔다.
“한천성.”
“어.”
“대신 이번 주는 나랑 하루 더 어울려.”
“…어?”
“오늘 이렇게 늦었잖아. 이걸 이대로 넘어가면 오늘 너를 기다린 나만 손해 보는 거니까. 이렇게 넘어가면 안되겠어.”
글레시아가 빤히 시선을 마주쳐오며 말하자, 나는 어색하게 고갤 끄덕였다.
그녀의 말은 합당했다. 더불어 지각한 내가 그냥 어물쩍 넘어가기보단 이런 대가를 치르며 넘어갈 수 있다면 오히려 마음이 더 놓일 것 같았다.
“그래. 알았어. 이번 주는 그럼 하루 더 만나는 걸로 하자.”
내 말에 글레시아가 만족스럽다는 듯 옅게 입가를 말아 올리는데, 저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서 웃음이 났다.
생각하면 정말 이상한 ‘대가’였다.
나랑 만나는 것 자체가 글레시아에겐 일종의 대가가 될 수 있다는 게 지금도 잘 믿기지 않았다.
‘나를 이해하고 싶다고 했지….’
하지만 글레시아가 나를 꼭 이해해야 할 이유가 뭘까. 무심코 궁금해졌다.
“글레시아. 하나 물어봐도 돼?”
“물어봐도 돼.”
내 말에도 태연히 답하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너는 왜… 날 이해하고 싶은 거야?”
그 이유에 관해 묻지 않고 넘어가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지금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괜찮았다.
그야 그녀가 날 이해하지 못할수록 나는 그녀와 자주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 이렇게 내가 실수를 저질러도, 좋게 받아주는 글레시아를 보게 되자. 나는 그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될 것 같았다.
“…내가 널 이해하고 싶은 이유?”
“그래. 네가 나랑 함께 하는 이유는 날 이해하고 싶어서잖아. 저번엔 내 자존감의 이유, 자신감의 근거를 알 수 없다고 말했지만. 정말 그것만은… 아닐 것 같아서.”
말하면서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애초에 내 자존감, 자신감에 대한 이유. 그런 건 언제 글레시아가 깨닫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와의 관계가 그대로 끝나게 된다면, 나는 그건 싫을 것 같았다.
이미 글레시아와 벌써 며칠이나 만났고, 제법 자연스레 말을 나누는 관계가 됐다.
나와 그녀의 사이가 정말….
그렇게 쉽게 끝날 사이는 아니라고 보니까.
“한천성,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냐니.”
“…내가 널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그런 이유만이 아니라는 거.”
글레시아가 돌연 멍하니 말을 해오자, 나도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진짜 다른 이유 같은 게 있었어?’
지레짐작하듯 물은 말이었는데. 글레시아가 정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니까 내가 더 놀랄 정도였다.
“알았다기보다는 그냥 그렇지 않을까 싶었거든. 네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는 게 그게 평범하게 느껴지진 않았으니까.”
말하면서도 이젠 정말 궁금해졌다.
글레시아는 어떤 이유로 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건지.
그렇게 시선을 마주쳐가자, 글레시아는 돌연 손을 들어올렸다.
“…”
갑자기 뭘 하려는 걸까. 그저 그 손을 바라보자, 손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스륵.
그리곤 제 뺨에 그 손이 맞닿자, 움찔하면서도 나는 태연함을 가장하며 시선을 마주쳐갔다.
‘이건 또 무슨 생각으로 하는 행동일까.’
글레시아의 행동은 워낙 이해하기 힘드니까. 순순히 그 손길을 받아들인 그때.
“사실 나는 지금도 그래.”
“…지금도?”
“그래. 지금도 널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나는 조금도 널 이해하지 못하겠어.”
글레시아는 부드러운 음성과 함께 그 시선을 마주쳐왔다.
그에 멈칫하면서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글레시아 있잖아.”
“응.”
“나도… 너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나야말로 글레시아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왜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도 모두.
“한천성. 그러면 더 잘된 거 아니야?”
“뭐가…?”
“너도 앞으로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되는 거잖아.”
살며시 웃는 그녀의 모습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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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밤이 깊어져 글레시아를 배웅하는 지금.
서서히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이유 모를 미안함을 느껴야만 했다.
이전 만남에 비해서도 오늘은 내가 너무 해준 게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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